"뭐?"임유진은 강지혁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교통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아마 S 시 통틀어서 이럴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그때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고 강지혁은 시동을 걸었다. 임유진은 아까 강지혁이 알려준 후부터 계속 백미러를 주시했는데 확실히 그들을 따라오는 게 맞았다.하지만 그때 경찰차 한 대가 흰색 차 옆으로 다가서더니 바로 그 차를 세웠다. 곧이어 경찰 두 명이 경찰차에서 내렸고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더는 보이지 않았다.‘저 경찰차... 설마’임유진은 경찰의 빠른 대처에 놀랐고 S 시에서의 강지혁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이다희는 두 경찰의 요구 아래 신분증과 면허증을 건네주었다.분명 경찰에게 잡힐 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경찰의 검문에 걸렸고 그 탓에 쫓아가던 차를 놓치게 된 이다희는 잔뜩 성을 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까 이다희는 손유미를 시켜 차량번호 사진을 찍게 했고 이러면 누군지 알아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그렇게 경찰이 떠난 후 이다희는 곧장 그녀의 사촌오빠에게 전화해 차량번호 조회를 부탁했다. 이다희 사촌오빠는 발이 넓었고 이런 일은 10분이면 바로 조회할 수 있었다.하지만 또다시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발생했고 10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이다희 사촌 오빠는 다급하게 그녀에게 전화하더니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다희야, 네가 알아내려는 사람 대체 누구야?""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이다희는 고작 차주 좀 알아내겠다는데 왜 이렇게 호들갑인가 싶었다."당연히 문제가 있으니까 이러지!"다희 사촌 오빠가 다급하게 말했다."네가 찾으려고 하는 차주, 조회 시스템에 이름 대신 ‘TOP SECRET’이라고 뜬다고. 그 말인즉슨 꽤 높은 사람들이 아니고는 조회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소리야. 너 대체 어쩌다 이런 사람하고 엮인 거야?"이다희는 그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이미 사라진 도로를 바라봤다.그 남자 대체 누구야?!...두 사람은 강씨 저택으로 돌아왔고 강지혁
그는 신분을 제쳐두고 외모만으로도 수많은 여자들을 매혹시킨다.다만 그녀의 대답은 강지혁을 살짝 실망하게 했다.“질투 같은 건 아예 없어?”“질투?”임유진은 흠칫 머뭇거렸다.강지혁은 그녀를 꿰뚫어 보기라도 할 듯 빤히 쳐다봤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현실을 받아들인 듯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누나 진짜 너무 하네. 질투 난다고 하면 나도 기분 좋았을 텐데.”임유진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질투 났을까... 방금 이다희라는 여자가 강지혁에게 달려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듯이 하찮은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을 때, 그녀는 과연 질투가 났을까?임유진은 그 순간 질투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단지 강지혁은 그런 여자를 받아줄 리가 없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강지혁은 내 사람이라고 이토록 믿는 걸까? 언제부터 그에 대한 믿음이 이렇게 커졌지?여기까지 생각한 임유진은 속으로 적잖게 놀랐다.“누난 대체 언제쯤이면 날 위해 질투해줄까? 날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언제쯤이면 나도 느낄 수 있을까...”강지혁은 허리를 숙이고 얼굴을 들이밀며 그녀의 한쪽 뺨을 가볍게 문질렀다.강지혁만 그녀 때문에 질투가 나고 화도 나고... 항상 아쉬움만 가득했다. 마치 이 감정에서 자신만 쉽게 마음이 휘둘리고 그녀에게 끌려다니는 불공평한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사랑이란 원래 공평한 것이 아니었으니... 항상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아직 감정이 옅은 자가 있는 법이다.임유진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 그녀가 만약 진짜 질투한다면... 그건 사실 강지혁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다음날 강지혁이 그녀의 건강검진을 안배한 탓에 오늘 밤 임유진은 일찍 잠들었다. 아침에 깨어나 보니 강지혁이 어제 산 옷과 신발을 챙기고 그녀에게 말했다.“이걸로 입어. 옷은 이미 사람 시켜서 다 씻었어.”임유진은 그의 뛰어난 효율에 입이 쩍 벌어졌다.강지혁은 캐쥬얼한 스타일의 옷을 챙겨왔다. 탈의가 편해서 오늘 건강검진에 제격이다. 신발도 끈이
되새겨보니 그녀 옷장엔 출근할 때 정장 말곤 소민준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옷만 들어있고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옷은 몇 벌도 안 됐다.지난 인생은 저 자신보다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산 듯싶다.“누나를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강지혁이 문득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만약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두 사람은 지금보다 예쁜 만남을 가졌을 텐데, 그러면 그녀가 3년 동안 감방 생활을 할 리도 없고 강지혁도 지금처럼 그녀에게 지난 일을 들킬까 봐 전전긍긍할 리도 없을 테니 말이다.강지혁의 눈빛에 그녀가 알 수 없는 정서들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가자, 이만.”그는 말하면서 임유진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갔다.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라 그녀는 아침을 거르고 공복 상태로 병원에 가야 한다.강지혁은 그녀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임유진은 어제 산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었는데 심플한 검은색 머리끈이 한결 정갈해 보였다. 어제처럼 머리끈 안의 하얀 고무줄이 드러나지 않았으니까.강지혁은 그녀를 이토록 소중히 여기면서 왜 전에는 신경 쓰지 못했을까? 그는 어제 그녀의 머리끈에 흰 고무줄이 나온 걸 본 순간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예전에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 기분을 오직 그녀만 줄 수 있다. 이건 마치 ‘무수한 재부를 지녀도 여전히 그녀에게 닳아빠진 머리끈만 해주는’ 극심한 대비를 이루는 것 같았다.애초에 임유진이 감방에 안 갔더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텐데.그녀가 지금처럼 초라해진 것은 전부 강지혁 때문이라곤 할 수 없어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다.“머리끈 쓸 만 해?”강지혁이 무심코 물었다.“꽤 좋은데.”가격은 확실히 비싸지만 노점상에서 산 것보다 품질이 훨씬 좋았다.“그럼 됐어. 나중에 사람 시켜서 다른 브랜드 것도 더 사 오라고 할게.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 누나가 한번 비교해봐.”강지혁이 말했다.“아니야, 어제 산 것도 한동안은 쓸 수 있어.”임유진은 재빨리 그를 말렸다.“내가 누나 챙겨주고 싶어서 그래. 남자친구가 여자친구한
게다가 센터에 도착하니 병원 측 사람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어 임유진은 간호사를 따라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그녀는 간호사를 따라다니며 채혈,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았고 강지혁은 건강검진 센터 VIP 라운지에서 그녀를 기다렸다.임유진은 간호사를 따라 여러 과실을 다니며 검사받을 때 입구에 환자들이 꽤 길게 줄 서 있는 걸 발견했다.간호사는 오늘 일부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조직해 사람이 많다고 했다.임유진은 간호사를 따라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그곳에도 문 앞에 줄 선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간호사는 그녀를 데리고 아무도 줄 서지 않은 방으로 들어갔다.“유진 씨.”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고개 돌려 긴 줄에 서 있는 정한나를 발견했다.여기서 정한나를 보다니, 그녀도 마침 건강검진 받으러 온 걸까? 그렇다면 저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아니나 다를까 로펌의 낯익은 옛 동료들이 하나둘씩 보였다.전에 다녔던 로펌 직원들도 오늘 마침 이곳에서 건강검진을 받나 보다.정한나는 옆 사람에게 얘기한 후 그 줄에서 빠져나와 임유진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여기서 또 보네요. 배달 왔어요 유진 씨?”“아니요, 건강검진 받으러 왔어요.”임유진이 대답했다.“그래요...”정한나는 그녀를 쭉 훑어보았는데 오늘 옷차림은 지난 두 번 배달 때의 옷차림과 확연히 달랐다. 전보다 훨씬 예뻐졌달까?“하긴, 감방에서 나온 뒤로 제대로 검진 못 받았을 텐데 한번 해보는 것도 좋죠.”정한나는 말하면서 일부러 그녀를 위하는 척 유감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오늘 줄 선 사람들이 꽤 많아요. 바로 내 뒤에 서면 기다리는 시간 훨씬 단축할 텐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럼 뒤에 있는 사람들한테 불공평해서 유진 씨를 못 도와주겠어요.”임유진은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트렸다. 정말 미안하다면 굳이 이렇게 찾아와 말할 필요도 없을 텐데.“괜찮아요. 나도 새치기할 생각은 없었거든요.”임유진이 대답할 때 옆에 있던 간호사가 입을 열었다.“유진 씨,
변호사였을 당시 임유진은 줄곧 그녀의 기세를 짓누르고 로펌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각광 받았으니 정한나는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다.인제 드디어 임유진을 제대로 ‘각광 받게’ 해줄 수 있다. 로펌 직원들에게 똑똑히 보여줘야지. 여신 아우라를 내뿜던 변호사가 지금 어떤 꼴이 됐는지 말이다.다들 전에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없었는지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정한나는 꼭 이렇게 해야만 마음속에 쌓였던 불만이 가셔질 것 같았다.이때 마침 다른 간호사가 지나갔고 정한나와 얘기 나누던 그 동료는 곧장 간호사에게 물었다.“저 초음파 검사실은 아까 병원 측에서 건강검진 받는 환자는 접대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왜 좀 전에 간호사가 건강검진 받는 환자를 데리고 들어갔죠?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아 네, 그분은 아마 우리 병원 VIP 건강검진 고객일 겁니다.”간호사가 대답했다.“VIP 건강검진 고객이요?”그 동료는 흠칫 놀라더니 곧장 캐물었다.“VIP 건강검진은 비용이 얼마나 되는데요?”“패키지에 따라 가격이 다 달라요. 제일 저렴한 패키지는 몇백만 원 좌우 할 테고 비싼 건 몇천만 원 짜리도 있어요. 상세하게 알고 싶다면 여기 6층에 안내데스크가 있으니 거기로 가서 문의하시면 됩니다.”말을 마친 간호사는 자리를 떠났다.그 동료는 충격에 휩싸인 채 머리를 돌리고 똑같이 간호사의 말에 충격받은 정한나를 쳐다봤다.“한나 씨, 그 선배 진짜 배달 일만 하는 거 맞아요?”제일 저렴한 패키지도 몇백만 원 한다는데 일반인들이 퍽이나 감당할까?“말도 안 돼!”정한나가 비명을 지르며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걔가 어떻게 VIP 고객이야?”“하지만 이미 저 초음파 검사실로 들어갔잖아요.”동료가 말했다.그 시각 줄 서 있던 로펌 동료들도 정한나 쪽으로 시선이 쏠렸다.정한나는 그제야 감정조절이 안 된 걸 깨닫고 황급히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동료에게 말했다.“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다만 속으론 여전히 내켜하지 않
그 시기가 그녀에겐 가장 침울한 시기이다. 살아갈 의욕을 잃었고 한지영이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이 세상에 살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의사가 한숨을 내쉬었다.“이따가 검사보고 나오면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한번 보이세요. 뭔가 보완책을 구할 수도 있잖아요.”“보완책이요?”임유진이 놀란 듯이 물었다.“진짜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유진 씨는 아직 젊어서 아예 기회가 없다고 단정 짓기는 일러요. 게다가 의학적으로 절대적인 일은 원래 존재하지 않아요.”임유진은 저도 몰래 마음속에서 또다시 일말의 희망이 생겨났다. 매우 아득할지라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겠는가.만약... 진짜 보완책이 있다면... 그녀는 자신만의 아이를 가질 수도 있을 텐데!여기까지 생각한 임유진은 불쑥 강지혁의 얼굴이 떠올랐다.만약 진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애 아빠는...“다 됐어요, 일어나시면 됩니다.”의사의 말에 그녀는 사색에서 빠져나왔다.임유진은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옷매무새를 정리하면서 요동치는 심장 박동을 느꼈다. 방금 그 순간의 생각 때문에 심장이 마구 쿵쾅댔다.그녀는 강지혁과 아이를 낳고 싶은 걸까?임유진은 간호사와 함께 초음파 검사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검진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따가 모든 결과서가 나오면 담당 의사가 받아가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각 과실 전문의에게 진찰받으면 되니까.그녀가 초음파 검사실에서 나오자 아직도 줄 서 있던 정한나가 또다시 쪼르르 달려오며 큰소리로 외쳤다.“VIP 건강검진 패키지 샀어요, 혹시? 유진 씨 고작 배달 일 하면서 무슨 돈으로 그 비싼 패키지를 다 사요?”임유진은 한심하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정한나는 마치 판사를 방불케 했다. 묻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말이다.“그건 내 사생활 같은데 굳이 한나 씨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임유진이 비난 조로 쏘아붙였다.정한나도 그제야 자신의 말투가 조금 거칠었다는 걸 알아채고 얼른 자세를 낮추는 척했다.
말을 마친 임유진도 더는 정한나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옆에 있는 간호사를 부르며 다음 검사를 받으러 갔다.정한나는 제자리에 서서 두 눈을 부릅뜨고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다가 몸을 돌리니 로펌의 뭇사람들이 한창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축 처진 채로 다시 대오에 돌아갔다.그러니까 한바탕 애를 쓴 후에도 결국 임유진이 무슨 돈으로 VIP 패키지를 샀는지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모든 검사를 마친 임유진은 강지혁의 곁으로 돌아갔다.“다 했어?”강지혁이 물었다.“응, 어떤 결과서는 빨라도 오후에 나온대.”임유진이 대답했다.“그럼 일단 가서 아침부터 먹자. 누나 아침밥 못 먹었잖아.”“그래.”임유진은 강지혁과 함께 병원을 나섰다.“뭐 먹고 싶어?”강지혁이 물었다.“이 근처에서 아무거나 먹자.”이제 겨우 9시다 보니 근처에 토스트 가게가 아직도 장사하고 있었다.“그래.”강지혁은 가볍게 웃으며 선뜻 그녀의 손을 잡고 병원 근처의 토스트 가게로 향했다.임유진은 메뉴판의 종류 다양한 토스트를 보더니 군침이 돌았다.“그냥 여기서 먹자. 나 아침 안 먹었더니 배고프네.”강지혁은 머리를 끄덕였다.임유진은 주문을 마치고 또다시 강지혁에게 물었다.“넌 뭐 먹을래?”“누나랑 같은 거로.”그는 임유진의 입맛이 궁금했다.야채 토스트와 키위 주스 한 잔까지, 아침 식사로 아주 푸짐한 한 상이었다. 다만 요 몇 년 사이에 물가가 폭등해 이 한 세트에 1만5천 원이다. 바로 이 때문에 임유진은 금방 출소하고 토스트 가게를 지날 때마다 사 먹지 않았다.그 당시 그녀에게 1만5천 원을 주고 아침을 사 먹는 건 사치였으니까. 편의점에서 대충 5천 원 이내로 아침밥을 해결하기가 일쑤였다.“아 참, 오늘 건강검진 마치고 나랑 함께 월세방 가줄 수 있어?”임유진이 불쑥 물었다.“거긴 왜?”강지혁이 되물었다.“거기 있는 물건들 좀 정리하고 집주인이랑 상의해서 방 빼려고.”그 집을 계속 그대로 놔두는 것도 해결책이 아니니까.
임유진도 그러면 될 것 같아 머리를 끄덕였다.“그래.”그녀는 계속 토스트를 맛있게 먹었고 강지혁은 흐뭇한 얼굴로 그녀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토스트를 크게 한 입 먹고 주스를 한 모금 마시는 모습이 귀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긴 생머리는 포니테일로 묶고 이마를 훤히 드러냈으며 수려한 미모에 영롱한 두 눈, 오뚝한 코와 핑크빛 입술까지 그의 눈엔 모든 게 예뻐 보였다.그 언젠가 한 여자를 이토록 사랑할 거라고 생각이나 해봤을까? 하지만 정작 또 사랑에 빠지고 보니 이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 것을.임유진은 맛있게 먹다가 우연히 고개 들어 강지혁의 그윽한 눈빛과 마주쳤다. 순간 그녀는 짙은 그의 눈동자에 머리가 백지장이 돼버렸다.“왜... 그렇게 봐?”임유진이 우물쭈물하며 물었다.“그냥, 누나가 진짜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강지혁이 대답했다.임유진은 몹시 난감했다. 그가 본 미인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요 몇 년 동안 그녀는 관리도 제대로 못 받아 대충 봐줄 만한 정도이지 ‘엄청 예쁘다’라는 건 뻔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필 강지혁의 눈빛과 표정 모두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사랑의 콩깍지가 제대로 씌였나 보다. 임유진이 재빨리 말했다.“너도... 얼른 먹어. 식으면 맛없어.”강지혁은 가볍게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한 후 토스트를 먹기 시작했다.그는 조촐하게 토스트로 아침을 해결할 뿐인데 주스를 마시는 제스처나 토스트를 먹는 모습까지 전부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건 마치 광고를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진정 예쁜 사람은 바로 강지혁이었다.그는 S 시를 쥐락펴락하는 사람인데 지금 이런 구멍가게에서 토스트나 먹고 있다니,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임유진이 그와 연애하는 것도 아주 이상한 일이지만 이 또한 현재진행형으로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만약 이후에 그녀와 강지혁 사이에 정말 아이가 생긴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임유진은 강지혁을 향한 마음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