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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Author: 유진
그때 강지혁이 그녀의 손목을 확 낚아챘고 임유진은 깜짝 놀라 물었다.

"왜 그래?"

그러자 위험하게 가라앉았던 강지혁의 눈빛이 점차 맑아지더니 싱긋 웃고는 그녀의 손목을 놔주었다.

"아니야, 갈아입고 와."

임유진이 탈의실에 들어가 문까지 잠그고 나서야 강지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은 안돼... 여기까지 내가 어떻게 왔는데, 무섭게 해서는 안 돼.’

임유진은 경계심이 100에 달해 있는 초식동물처럼 신중하고 겁이 많았다. 그래서 강지혁은 인내심 100에 달해 있는 상태로 그녀의 경계심을 풀고 가랑비에 옷 젖든 그녀가 자연스럽게 그에게 기댈 수 있게 해야 했다.

그래야만 임유진이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영원히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참고 또 참고 있다. 임유진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원래 옷으로 다 갈아입은 임유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지혁을 보고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생각해?"

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이 고개를 들더니 예쁘게 웃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고는 그녀의 손에 들린 옷과 신발을 직원에게 넘겨주고는 계산을 마쳤다.

두 사람이 막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어떤 젊은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강지혁 앞에 서더니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 S 대 2학년 이다희라고 해요. 번호 좀 줄래요?"

예쁘장한 얼굴에 검은색 긴 머리, 브랜드 옷으로 육감적인 몸매를 감싼 여자애는 온몸으로 자신이 부잣집 아가씨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강지혁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힐끔 보며 바로 거절했다.

"왜요? 옆에 있는 이 여자 때문이에요? 여자친구예요?"

이다희는 처음 보는 임유진에게 삿대질하는 상당히 무례한 행동을 했다.

그러자 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렸고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냉기에 이다희는 몸을 움찔 떨었다. 하지만 동시에 강한 정복욕구가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다희는 미인이었고 평소 그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그녀에게 끊임없이 대시했지만, 그녀의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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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동생에게 안기면 이런 느낌인 건가?눈앞에 있는 여동생은 양녀로 들어온 또 다른 여동생과 많이 달랐다. 소안나는 매번 그를 보면 잘 보이려는 눈빛을 보내면서도 멀리 떨어진 채 가까이 다가오는 걸 무서워했는데 눈앞에 있는 여동생은 그의 손을 덥석 잡는 것도 모자라 엄마처럼 그를 꼭 끌어안아 주기까지 했다.강선율은 아까 임유진도 밀쳐내지 못하더니 이번에는 여동생의 포옹도 밀쳐내지 못하고 있었다.한편 임유진은 아이들이 꼭 끌어안은 채 감정을 나누는 모습에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강선율이 워낙 과묵하고 애어른 같은 면이 있는 아이라 조금 걱정이 됐는데 수다쟁이에 애교쟁이인 딸이 먼저 가까이 다가가 주니 둘 사이에 밸런스가 맞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었다.게다가 강선율의 반응을 보면 현이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잠시 후, 의사인 박건태가 저택에 도착했다.서둘러 소파로 다가온 박건태는 임유진과 강지혁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강지혁의 몸 상태를 살폈다.그런데 그때 강지혁이 서서히 두 눈을 뜨며 말했다.“이제 괜찮아졌어. 아까처럼 아프지 않아.”박건태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게 전에는 한번 아프면 적어도 몇 시간은 아팠었으니까. 그런데 집사에게서 전화를 받고 저택에 도착하기까지 고작 20분밖에 안 됐는데 전과 달리 정말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전혀 아픈 얼굴이 아니었다.‘증상이 전보다 괜찮아진 건가...?’“그래도 검사는 한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박건태의 노파심에 강지혁은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2층으로 올라가 검사를 받았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올라간 뒤 집사를 향해 물었다.“혁이 저러는 거 자주 있는 일이에요?”“그게... 사모님께서 곁에 없으신 뒤로 자주 두통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셨어요. 근 2년간은 그래도 전보다 아프다고 하신 빈도가 줄었는데 오늘 갑자기 또 두통이 도졌네요. 아마 사모님을 봬서 두통이 재발한 것 같아요.”집사가 자신의 추측을 얘기했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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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라는 두 글자가 나왔을 때 임유진과 강지혁의 몸이 동시에 움찔했다.임유진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듣는 ‘누나’라는 소리에 조금 벙찐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당시의 강지혁은 그녀와 연인이 되어서도 가끔 둘만 있을 때 그녀를 누나라고 불렀다.그에게는 그녀가 단지 ‘사랑하는 여자’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가족이기도 했으니까. 어쩌면 강지혁은 그녀를 누나라고 부름으로써 자신은 외롭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임유진은 그에게 잡히지 않은 나머지 한 손을 들어 가볍게 그의 앞머리를 위로 젖힌 후 그의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혁아, 나 여기 있으니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편히 누워있어.”강지혁은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 때문에 상당히 놀란 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적인 놀람으로 머리가 아픈 것까지 다 잊어버렸다.왜 그녀를 누나라고 부른 거지?또한 처음 부르는 호칭일 텐데 왜 이토록 몇백 번이나 불러봤던 것처럼 익숙하고 또 자연스럽게 입에서 뱉어지는 거지?“너...”강지혁이 뭔가 물으려는 듯 힘겹게 입을 열었다.“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 머리 아플 때 자꾸 말하려고 하면 더 아플 거야. 이따 괜찮아지면 뭐든 대답해 줄 테니까 지금은 가만히 있어.”임유진이 그의 말을 끊고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그리고 손 좀 풀어줘. 내가 마사지해줄게. 그러면 조금은 괜찮아질 거야.”강지혁은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 서서히 눈을 감고 그녀의 손목을 풀어주었다.임유진의 손목은 빨갛게 손자국이 나서야 드디어 그에게서 해방되었다.임유진은 분명히 그에게 잡힌 손목이 아플 텐데도 마치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적절히 힘을 조절해 가며 그가 아플 것 같은 곳을 세심하게 마사지해주었다.임유진의 몸은 마사지를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강지혁의 몸 가까이 기울어졌고 이에 강지혁은 마치 그녀의 숨결에 몸이 포근히 감싸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손길 때문인지 아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6화

    “원해. 혁아, 나는 널 원해.”그리고 이건 임유진의 목소리였다.강지혁은 강선율을 꼭 끌어안고 있는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한 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 눌었다. 그는 지금 마치 머리가 날카로운 바늘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팠다.“그럼 내 곁에서 떠나지 마. 평생 내 곁에만 있어.”“혁아, 난 널 떠나지 않아. 약속해.”“유진아... 유진아...”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임유진의 이름을 부르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꼭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게 그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중요했던 일인 것처럼 말이다.대체 이 대화들은 뭐지? 5년 전에 그와 그녀가 나눴던 대화인 건가?“윽...”“혹시 또 머리가 아프세요?!”집사가 강지혁의 상태를 눈치채고 서둘러 다가왔다.강지혁은 그 질문에 뭐라고 대답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전에도 머리가 아픈 적이 간혹 있었지만 오늘은 특히 더 아픈 것 같았다.강선율을 안고 있던 임유진은 집사의 말에 아이를 놓아주고 서둘러 강지혁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혁아, 왜 그래? 어디 아파?!”강지혁의 얼굴은 어느새 하얗게 질려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으며 두 눈에는 고통이 가득 서려 있었다.“아무래도 또다시 두통이 도진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박 선생님을 부를게요.”집사는 서둘러 휴대폰을 집어 들고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임유진은 고통스러워하는 강지혁을 보다가 탁자 위에 있는 티슈를 뽑아 그의 땀을 닦아주기 위해 손을 가까이 가져갔다.그런데 이마에 티슈가 닿기도 전에 강지혁의 손에 의해 막혀버리고 말았다.“뭐... 하는 거야...”강지혁의 입에서 힘겹게 말이 뱉어져 나왔다. 두통이 심한 탓인지 목소리까지 덜덜 떨려있었다.“너 땀 닦아주려고 그래.”임유진은 강지혁에게 잡힌 손목이 무척이나 아팠지만 아프다는 걸 티 내지는 않았다.“혁아, 많이 아프면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을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아파질 거야. 그리고 조금만 참아. 의사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5화

    혹시 집사나 고이준이 얘기해줬나?임유진은 그 생각에 고개를 돌려 집사와 고이준을 바라보았다. 이에 두 사람은 그녀에게 자신들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빠랑 함께 엄마 성묘하러 갔을 때 묘비 옆에 놓인 엄마 사진을 봤어요.”강선율이 답했다.임유진은 아들의 말에 이번에는 정말 사레에 들리고야 말았다.그녀는 시선을 홱 돌려 태연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강지혁을 바라보았다.‘율이를 데리고 내 성묘하러 까지 갔어? 아니 뭐... 혁이는 내가 죽었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왜 엄마 성묘하러 간 거야? 그리고 왜 묘비 옆에 엄마 사진이 있어?”그때 강선현이 궁금하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엄마가 돌아가셨으니까.”강선율이 대답했다.“엄마 살아 있는데?”“다들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했어.”“아니야. 엄마 안 죽었어.”아이들은 임유진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관해 열띤 토론을 펼쳤고 임유진은 이에 식은땀을 흘리며 얼른 두 아이 사이에 끼어들었다.“그만! 엄마는 보다시피 이렇게 잘 살아 있고 죽었다는 건... 오해야! 율아, 엄마 돌아왔어. 그간 율이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절대 율이 곁에서 떠나지 않을게.”임유진의 눈가는 어느새 빨갛게 물들어있었고 목소리는 잔뜩 메어있었다.그녀는 세쌍둥이가 그녀의 뱃속에서 힘차게 발길질을 하던 순간을 지금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전에는 기억을 잃어 현이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이렇게 율이까지 만나게 되었다.다만 잔뜩 격앙된 임유진과 달리 강선율의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 변화도 없었다. 마치 엄마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게 아이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엄마라는 존재가 그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닌 것처럼 강선율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떠나도 괜찮아요.”강선율이 입을 열었다. 아이는 얼굴만 닮은 것이 아니라 말하는 말투까지 강지혁과 똑 닮아 있었다.임유진은 아이의 말에 더더욱 눈시울이 빨개졌다.5년이라는 시간 동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4화

    “당시의 내가 어떻게 널 사랑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네가 뭐라고 내가 다시 널 사랑해야 하지?”강지혁은 마음의 동요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였다.하지만 목소리가 커진 탓에 어깨에 늘어져 있던 아이가 잠에서 깨버리고 말았다. 현이는 비몽사몽 한 채로 눈을 뜨더니 고개를 살짝 들고 강지혁에게 말했다.“아빠, 시끄러워. 현이 잘 거니까 조용히 해.”아이는 그렇게 말을 하고 다시 강지혁의 볼에 뽀뽀를 했다.그리고 강지혁은 아이의 행동에 또다시 몸이 경직되었고 얼굴은 부자연스럽게 변했다.“현아, 엄마랑 같이 방에 가서 자자. 아빠 일해야 해.”임유진은 그제야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며 현이에게 말했다.이에 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임유진에게로 팔을 활짝 열었다.임유진은 조심스럽게 강지혁의 품에서 현이를 안아 들며 자신의 어깨에 아이의 머리를 기대게 했다.아이가 임유진에게로 넘어간 후 강지혁은 순간 몸의 일부가 사라진 것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빨리 아이를 떼어내고 싶었는데 막상 임유진이 아이를 안아가자 이상하게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아니, 오늘 대체 왜 이러는 거지?강지혁이 느낀 모든 이상한 느낌은 전부 다 눈앞에 있는 두 모녀 때문이었다.“우리는 이만 나갈게. 마저 일해.”임유진은 다시 잠이 들려고 하는 현이를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몸을 뒤로 돌렸다. 그녀는 나가기 위해 서재의 문손잡이에 손을 올리다 뭔가 할 말이 남은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혁아, 나 죽은 거 아니니까 우리는 아직 부부고 나는 아직 네 와이프 맞지? 그런 거면 네가 다시 날 사랑하길 바라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닌가?”임유진은 이 말을 남긴 후 그의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서재를 나가버렸다.그리고 강지혁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하다고?5년 전에 멋대로 떠나버린 여자에게서 이제 와서 이런 말을 듣는 게 달가울 리가 없다.하지만 분명히 심기가 불편해야 하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3화

    그리고 강지혁은 아이를 품에 안아 든 채 마치 동상처럼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러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 네가 들어와?”“어차피 누구든 현이만 데리고 나가면 되는 거잖아. 그래서 고 비서님 대신 내가 왔어.”임유진은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 강지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아까 고이준은 그녀가 죽은 후 강지혁이 그녀의 유골함을 품에 끌어안고 이성을 잃고 절규했다고 하며 거의 미쳐버리기 직전까지 갔었다고 했다.그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본 건 아니지만 임유진은 그저 그 얘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하며 아파 났다.이 남자는 대체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던 것일까.강지혁은 그때 그녀에게 자신의 목숨도 줄 수 있다고 했고 실제로 그녀를 위해 목숨을 버리려고도 했다.자신의 목숨과 그녀의 목숨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했던 그 날, 그는 망설임 없이 유언을 남기고 자신이 죽는 것을 택했으니까.강지혁은 정말 목숨을 다해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녀에 관한 건 추억도 감정도 뭐든 다 잊어버렸지만 말이다.하지만 살아있으니 그것으로 됐다. 이번에는 그녀가 그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면 된다. 그래서 그가 다시 한번 그녀를 사랑하게 하면 된다.임유진은 강지혁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현이가 너 엄청 좋아하나 보네. 현이는 싫은 사람한테 안기거나 안겨서 자거나 하지 않아.”강지혁은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더니 이내 다시 말을 내뱉었다.“애 데리고 나가.”임유진은 그 말에 딸을 안아가는 것이 아닌 한 걸음 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사실은 혁이 너도 현이 좋아하잖아. 안 그래?”그녀가 알고 있는 강지혁은 정말 싫으면 상대가 아무리 아이라도 절대 안아주지 않을뿐더러 자기 몸에 찰싹 달라붙게 하지 않는다.강지혁은 그녀의 말에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왜 그렇게 확신하지?”“그야 너는 누가 네 목에 손대는 걸 쉽게 허락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2화

    현이는 강지혁의 목을 끌어안던 팔을 풀고 이번에는 그의 얼굴을 이리저리 매만지기 시작했다.강지혁은 자연스러운 아이의 터치에 순간 임유진의 얼굴이 떠올랐다.모녀라 그런지 얼굴뿐만이 아니라 스스럼없이 그를 만지는 것 역시 아주 똑 닮아 있었다.강선현은 아까부터 계속 아래에서만 보다가 드디어 아빠의 얼굴을 정면으로 볼 수 있게 되어 지금 이 순간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그리고 이렇게 바로 앞에서 바라보니 아빠는 생각보다 사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아빠는 현이 아빠니까 앞으로는 현이도 아빠를 엄마처럼 좋아할 거야. 하지만 자꾸 울면 안 돼. 남자는 많이 우는 거 아니라고 그랬어. 그리고 자꾸 울면 애들이 현이 아빠가 울보라는 걸 알게 되고 말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울지 마.”강지혁은 자신을 창피해하는 듯한 아이의 말에 기가 막히고 또 웃기기도 했다. 이제껏 그 누구도 그를 창피해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눈앞에 있는 이 콩알만 한 딸이 진심으로 그에게 창피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현이는 말을 마친 후 하품을 크게 했다. 아빠 품이라 그런지 조금의 불편한 느낌 없이 잠이 솔솔 밀려오기 시작했다.현이는 손으로 눈을 한번 비비적거리더니 이내 강지혁의 얼굴을 잡고 볼에 ‘쪽’하고 뽀뽀를 했다.말캉한 작은 입술이 볼에 닿자마자 강지혁의 몸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하지만 굳어버린 몸과 달리 아이의 입술이 닿은 볼은 점차 뜨거워 나며 심장은 사르르 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게 바로 아이에게 뽀뽀 받는 느낌인 건가?돌이켜보면 강선율과는 한번도 이런 식의 스킨십을 한 적이 없다. 아들에게 요구한 적도 없거니와 아들 쪽에서 먼저 해주려는 낌새도 없었으니까.강지혁과 김선율의 사이는 애정이 뚝뚝 흘러넘치는 사이가 아닌 말 하자면 지극히 담백한 부자 사이였다. 강지혁은 아들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주는 자상한 아빠면서도 아들에게 친밀한 행동 같은 건 먼저 하려고 하지 않았다. 물론 강선율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심지어 강지혁은 강선율이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1화

    몇 분 전.현이는 자신을 챙기던 도우미에게서 강지혁이 서재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재가 어디인지 물은 후 곧바로 그곳으로 뛰어갔다.하고 싶은 얘기가 가득했기에 아이는 한시라도 빨리 강지혁이 보고 싶었다.“누가 함부로 들어와도 된다고 했지?”강지혁이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는 평소에도 혼자 조용히 서재에 있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타인의 방해를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특히 지금은 임유진에 관해 생각하고 있던 터라 마침 그녀의 얼굴을 그대로 복사하고 붙여놓은 듯한 아이의 얼굴이 보이자 더더욱 심기가 불편해졌다.구체적으로 그게 왜 심기가 불편한지는 그조차도 설명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아이가 턱을 치켜들며 당돌하게 말했다.“아빠 얼굴 제대로 보고 싶어서 현이가 멋대로 들어왔어. 아빠도 현이 얼굴 제대로 잘 봐. 현이는 이제부터 아빠 딸이니까 절대 현이 얼굴 잊어버리면 안 돼!”현이는 아까 경찰서 앞에서 한눈에 강지혁이 아빠라는 걸 알아본 것에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누가 아빠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지?”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에 아이는 임유진과 똑 닮은 두 눈을 깜빡이며 또박또박 대꾸했다.“엄마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는데? 아빠 사진 보여주면서 현이 아빠라고 했어. 아빠 만나기 전에 아빠 사진이 찢어져서 속상했는데 엄마가 아빠 만나면 마음껏 사진 찍을 수 있다고 했어. 참, 내 이름은 강선현이야. 원래는 임현이었고 지금도 임현이 더 좋은데 엄마가 이제부터는 강선현이라고 했어. 그리고 나는...”아이는 자그마한 입술로 좋아하는 음식과 좋아하는 색상, 그리고 좋아하는 이야기까지 미주알고주알 쉴 틈 없이 그에게 얘기해주었다.그리고 강지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어이가 없기도 하고 또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과묵한 아들인 강선율과 달리 딸인 강선현은 상당한 수다쟁이였으니까.그리고 사진이라니, 그는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임유진이라는 여자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딸에게 멋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을 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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