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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20 18:00:00
임유진은 두 볼이 빨개지고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결국 탁유미에게 말했다.

“제 남자친구예요.”

“남자친구라고요?!”

탁유미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대화로 둘 사이가 어느 정도 애틋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남자친구라니?! 임유진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게다가 이렇게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를!!!

그랬다. 탁유미에게 강지혁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남자였다.

방금 이 남자는 그토록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을 선보였지만 절대 이게 다가 아닐 것이다. 직감이 말해주길 이 남자는 몹시 위험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 남자는 마치 높은 자리에 앉아 은은하게 카리스마를 내뿜는 것만 같았다.

“네, 제 남자친구예요.”

임유진이 대답했다.

“안녕...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사장 탁유미에요.”

탁유미가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강지혁입니다.”

탁유미는 잠시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두 눈에 담긴 충격이 점점 더 커졌다.

‘강지혁... 설마... 내가 생각한 그 강지혁은 아니겠지!’

탁유미는 눈앞이 아찔해 났다.

윤이 식당에 강현수가 찾아왔고 곧바로 강지혁도 자리했다. 두 남자는 전부 임유진을 보러 온 것이다.

임유진은 대체... 정체가 뭘까? 정말 이력서에 쓴 내용이 다인 걸까?

강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강지혁에게 말했다.

“난 아직 너와 등지고 싶진 않아.”

이어서 임유진에게도 말했다.

“어제 저희 회사 제작팀에서 유진 씨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잖아요. 그래서 오늘 제작팀을 대신해 사과드리러 온 거예요. 손해 보신 거 있다면 편히 말씀하세요. 제가 다 배상해드릴게요.”

“그런 거 없으니 배상 안 해도 돼요. 그리고 어젠 너무 고마웠어요.”

임유진이 얼른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강현수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강지혁을 힐긋 쳐다보다가 가게를 나섰다.

임유진이 그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강지혁과 등질 정도로 중요하진 않았다.

강현수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저 자신을 비웃었다.

그는 임유진 때문에 강지혁과 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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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유미는 임유진을 한쪽 옆으로 끌고 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맞아요, 언니가 말한 GH 그룹 강지혁이에요.”임유진의 대답에 탁유미는 벼락에 머리라도 맞은 듯 어안이 벙벙했다.그녀 가게에서 배달 일을 하는 직원이 강지혁 여자친구라니?! 이걸 대체 누가 믿는단 말인가?심지어 임유진이 또 배달하러 나갈 때 강지혁은 이렇게 대답했다.“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어차피 나 오늘 한가해.”결국 한 사람은 배달을 나가고 한 사람은 여기서... 흐음, 독서를 즐기는 중이다!탁유미는 자신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지금 여전히 머리가 복잡하고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임유진은 이런 남자친구가 있는데 왜 그녀 가게에서 일하는 걸까? 그리고 강지혁은 그녀에게... 정말 진심인 걸까?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모습을 되새겨보면 거짓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강지혁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외부인이 봐도 충분히 진지하고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으니까.강지혁이 커피 한 잔 거의 다 마시자 탁유미가 가까이 다가갔다.“주문 더 하시겠어요?”“냉수 한 잔만 부탁드려요.”강지혁이 대답했다.탁유미는 냉수 한 잔 그에게 건넨 후 막 자리를 뜨려는데 강지혁이 불쑥 입을 열었다.“잠깐만요.”“네? 또 도와드릴 거 있나요?”탁유미가 물었다.“이리 앉으세요.”강지혁이 옆에 놓인 빈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유미 씨한테 드릴 말이 좀 있어서요.”탁유미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여전히 의자를 빼내고 자리에 앉았다.“유진이가 자립하고 싶어 하니 저도 말리진 않을 생각이에요. 유미 씨와 유미 씨 아드님에 관한 얘기도 많이 전해 들었어요. 유진이는 지금 하는 일에 나름대로 만족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쨌든 계속하고 싶다고 하면 저도 유진의 뜻을 따를 거예요. 유진이만 기쁘면 되니까요.”강지혁은 말하면서 예리한 눈길로 탁유미를 쳐다봤다.탁유미는 가슴이 움찔거리고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저랑 저희 아들도... 유진 씨를 매우 좋아해요.”“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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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았어요... 유진 씨한테 아무 말 안 할게요.”탁유미는 잠시 머뭇거렸다.“비록 지금 유진 씨가 강지혁 씨 여자친구란 걸 알게 됐지만 저는 애초에 유진 씨를 이용할 마음 같은 건 없었어요. 앞으로도 당연히 없을 거고요. 유진 씨를 채용한 이유는 저처럼 감방 생활도 했고 측은지심이 들어서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강지혁의 눈가에 스친 싸늘함이 조금은 가셨다.“유미 씨랑 이경빈 씨 사이의 일은 간섭하지 않을게요. 저는 그저 유진이가 이곳에서 시름 놓고 일하기만 바랄 뿐이에요. 유진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 주세요.”말을 마친 강지혁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탁유미에게 알려줬다.탁유미는 냉큼 받아적었다. S 시에서 강지혁의 번호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탁유미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의 번호를 얻게 됐다.강지혁은 그녀와 이경빈의 일을 간섭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행방도 이경빈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뜻이겠지.탁유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지혁은 줄곧 가게에 있었고 임유진과 함께 가게에서 저녁까지 먹었다.하루일과를 마친 후 식당 동료들은 임유진에게 기가 막힐 정도로 잘생긴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다 알게 됐다.동료들은 강지혁의 정체를 미처 몰랐다. 임유진이 그들 앞에서 ‘혁아’라고만 불렀으니까.동료들은 임유진이 돈 많은 남자친구를 만나서 부잣집 사모님이 될 운명이라고 장난치듯 수다를 떨었다.이에 임유진은 담담하게 웃을 뿐이었다.만약 동료들이 그가 강지혁이란 걸 알게 돼도 계속 농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임유진과 강지혁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어 버릴까?강지혁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유진에게 말했다.“누나네 가게 사장님 참 괜찮은 분이야.”“맞아, 유미 언니는 참 좋은 분이야.”임유진도 대답하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아참, 내일 윤이 수술 날이라 유미 언니랑 언니네 어머님이 병원 가서 윤이 병간호해야 해. 그럼 며칠 동안 가게 문 닫을 거라 나 출근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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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강지혁은 계속 임유진의 방에서 그녀와 한 침대에 누워 잔다. 둘이 잠자리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어느새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진 듯 보였다.물론 임유진은 처음에 잘 때 불을 켜야 하는 버릇 때문에 거절하기도 했었다."계속 불을 켜야 해서 너 제대로 못 잘까 봐 그래. 그냥 네 방으로 가는 게 어때?""나는 누나랑 자면 불을 켜고 자도 괜찮아."강지혁의 괜찮다는 말에 임유진도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잘 거야?"벌써 침대에 누운 강지혁은 임유진이 자신 쪽으로 걸어오는 걸 보더니 물었다."응."임유진은 살짝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서 말했다. 그녀가 이불을 걷고 침대에 눕기도 전에 강지혁의 팔은 벌써 그녀의 허리를 감싸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마치 아이가 애교부리듯 얼굴을 그녀의 몸에 파묻었다.평소와는 다른, 조금은 아이 같은 강지혁이 모습이 임유진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좋아했다."참, 오늘 강현수 씨가 한 말 무슨 뜻이야?"임유진은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올랐는지 물었다."무슨 말?"강지혁이 되물었다. 그는 지금 그녀를 안고 있는 이 순간에 더 집중하고 싶은 듯 보였다. 그는 이대로 임유진을 계속 끌어안은 채 그녀의 향기에 파묻히고 싶었다."아직 너와 등지고 싶지 않다고 했던 말 말이야."임유진은 강지혁과 강현수가 사이가 좋은 거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 했던 그 말은 마치 두 사람이 곧 등질 수도 있는 사이처럼 들렸다.만약 강지혁과 강현수가 정말 적이 되어버린다면 아마 S 시의 금융권과 연예계를 포함한 모든 업계에서 한차례의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말 그대로야."강지혁이 답했다."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임유진은 호기심 가득해서 물었다."혹시 강현수 씨가 네 비즈니스를 뺏으려고 했어?""아니, 누나를 뺏으려고 했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강지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밤하늘처럼 까만 눈동자로 그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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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어차피 강현수가 누나를 아무리 좋아하고 뺏겠다고 선포한들 절대 못 뺏을 거야, 그치? 누나는 날 좋아하니까. 사랑한다고 해도 그건 나일 테니까, 안 그래?"강지혁의 음성이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 그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강지혁은 임유진을 그 누구에게도 내 줄 생각이 없다. 그녀는 강지혁의 것이어야 하니까....다음 날 아침, 임유진이 잠에서 일어나보니 강지혁은 벌써 출근하고 없었다. 그녀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강지혁의 도시락을 쌀 준비를 했다.맛있는 도시락을 싸기 위한 도시락통, 갖가지 식자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셰프까지 있었다. 임유진이 요리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옆에서 도와주라고 강지혁에게 명 받았을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그런가? 도시락의 완성 상황을 보더니 임유진은 오늘 자신의 음식 솜씨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임유진은 도시락을 들고 GH 그룹에 도착했다. 강씨 집안 운전기사가 그녀를 데려다주는 바람에 경비원들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이제는 GH 그룹의 많은 직원이 이 미스터리한 배달원 아가씨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녀의 스쿠터가 단기간 안에 차량으로 바뀔 줄은 몰랐다.그리고 몇 명의 눈썰미 좋은 경비원들은 임유진이 타고 온 차량이 강지혁의 차라는 걸 알아챈 듯싶었다. 운전기사도 강지혁의 운전기사였으니까 말이다.회사 대표의 운전기사가 직접 운전해줬으니 이제 그녀가 강지혁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임유진은 이곳으로의 잦은 배달로 경비원들과도 친해졌기에 지나가면서 인사도 먼저 건넸다."안녕하세요.""네... 네... 안녕하세요..."경비원들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임유진은 도시락을 들고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강지혁이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이제 해당 층에 있는 모든 직원이 임유진의 존재를 알고 있고 자신들의 대표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음, 대표님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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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다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더 민망한 상황이 되어버렸다.강지혁이 입을 열었다."그 여자 맞아.""오, Hyuk, 대체 그 여자와 무슨 사이야? 연인인 거야?"아마 여기 있는 직원이었으면 절대 해당 외국인처럼 대놓고 물어보지 못했을 것이다.그때 강지혁이 영어로 한마디 더 보탰다."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야."그 말에 임유진은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을 꽉 부여잡은 것처럼 심장박동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회의가 끝나고 강지혁은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왔다."왜 그래? 얼굴이 빨간데?""아, 아무것도 아니야."임유진이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자 강지혁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보더니 물었다."혹시 아까 저 사람들이 했던 얘기 때문에 그래?"임유진은 침묵으로 긍정했다."조만간 기회가 되면 소개해 줄게."강지혁이 말했다."응?!"임유진이 놀란 듯 묻자 강지혁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왜, 싫어?"임유진은 강지혁과 눈이 마주치고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 같은 것을 느꼈다. 마치 여기서 ‘싫어’ 라고 대답하면 그 말이 도화선이 되어 강지혁이 뭔가 할 것만 같았다.임유진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우리가 연인이 된 지 얼마 안 됐기도 했고, 아까 저 사람들은 해외 지사 임원진들 아니야? 그런데 벌써 소개하는 건 좀... 빠르지 않나?""빠르다고?"강지혁은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난 오히려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누나가 빠르다고 생각되면 누나가 괜찮을 때 소개해 줄게."임유진은 그제야 안심한 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저기... 이제 식사 해야 하니까 이 손 좀 치워줄래?"임유진은 아직도 자신의 볼을 감싸고 있는 강지혁을 보며 민망한 듯 말했다."말랑말랑한 게 기분이 좋아서 놓고 싶지 않아."강지혁은 그녀의 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이것도 중독될 것 같아."임유진은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좀 혼란스러웠다.강지혁은 그렇게 한참을 더 만지작거리다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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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424화

    전화기 너머로 탁유미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 씨, 우리 윤이 수술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두 날 정도 적응하고 나면 소리를 듣는 훈련을 시작할 수 있대요.""너무 잘됐네요."임유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네, 그럼 이따 오후에 윤이 보러 갈게요."임유진은 윤이가 있는 병원과 병실을 전해 들은 후 통화를 마쳤다."그 귀가 안 들린다는 아이 말하는 거야?""응,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대. 이따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까 병원에 가보려고."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같이 가.""응? 같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물었다."하지만... 너 회사는 어쩌고?""비서한테 오후 일정을 뒤로 미루라고 하면 돼. 어차피 오늘은 급한 일도 없어."강지혁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지만, 임유진은 이런 큰 규모의 회사에서 대표인 그에게 ‘급하지 않은 일’따위는 없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왜, 나랑 같이 가는 게 싫어?"임유진의 반응에 강지혁이 되물었다."아니, 그건 아니고."솔직히 말하면 강지혁이 같이 가겠다고 했을 때 뜻밖이긴 했지만 조금 설렜다."그럼 같이 가는 거로 결정 난 거지?"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렇게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올 때쯤 강지혁이 입을 열었다."누나, 앞으로도 이렇게 나를 위한 요리를 자주 해주면 안 돼?"그러자 임유진이 고개를 들었고 강지혁의 까만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강지혁은 씩 웃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주었다. 임유진은 민망함에 얼굴이 또 핑크색으로 물들었다."응?"강지혁은 되물으며 그녀의 답변을 기다렸다."나 셰프님처럼 맛있게는 못해.""상관없어. 난 누나가 만든 음식이 좋은 거니까."임유진은 강지혁이 아무리 음식에 까다롭지 않다고 해도 집에 있는 셰프님의 요리를 놔두고 왜 굳이 자신이 만든 ‘일반 음식’을, 그것도 자주 먹고 싶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냥 기분 좋아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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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강지혁의 마음속에 자신이 정말 그렇게나 소중할까 싶기도 했다.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지 이제 고작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까지 깊어질 수 있나?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임유진에게 강지혁이 이런 정성을 들여가며 거짓말할 이유는 또 없다."누나, 응?"강지혁은 또다시 거절하지 못하게 만드는 목소리로 그녀의 대답을 바라고 있었다."그... 그럼 시간 날 때 많이 해줄게."임유진은 지금 전례 없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 걸 느꼈다."그래."강지혁은 그제야 만족한 듯 옅게 웃었다.임유진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탁자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막 도시락통 덮개를 덮으려고 할 때 그녀는 ‘아!’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웅크렸다."왜 그래?"강지혁이 다급하게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손톱이 좀 부러진 것뿐이야. 이따 집에 가서 손톱깎이로 자르면 돼."임유진은 평소 정기적으로 손톱을 깔끔하게 자르곤 했지만 요즘 많이 바쁜 탓에 신경을 못 썼더니 평소보다 손톱이 자라있었다."어디 봐봐."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자세히 들여다봤다."이 손가락 맞아?"그는 임유진의 검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손톱 겉 부분이 조금 부러지긴 했지만 자른 후 조금 다듬기만 하면 된다."응.""잠깐만."강지혁은 바로 핸드폰을 들어 여비서에게 연락했다."혹시 손톱깎이 있어?"임유진은 그 말에 경악하고 말았다.그리고 똑같이 경악한 사람이 또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전화를 받은 여비서였다. 그녀는 설마 회사 대표가 자신에게 손톱깎이 유무에 관해 물어볼 줄은 몰랐다.여비서는 심히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손톱깎이를 들고 대표이사실로 들어왔다."대표님, 여기 요구하신 손톱깎이입니다."여비서는 공손하게 그에게 손톱깎이를 건네주었다."그래, 이제 나가 봐."여비서는 조용히 대표이사실 문을 열었고 막 닫으려 할 때 안쪽에서 한없이 다정한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움직이지 마."비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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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몇 분이나 흘렀을까, 임유진의 지시 아래 강지혁은 드디어 그녀의 부러진 손톱을 예쁘게 자를 수 있었다. 임유진은 차라리 자기가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며 약간의 피로감을 느꼈다.하지만 그에 반해 강지혁은 이것마저도 중독이 된 사람처럼 그녀의 다른 손가락을 펴보더니 씩 웃으며 전부 자르기 시작했다.그는 그녀의 다른 손톱까지 다 자르고 나서도 뭔가 아쉬운 듯 말을 꺼냈다."혹시 또 손톱이 자라게 되면 내가 해줄 테니까 누나는 손대지 마.""..."임유진은 강지혁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아직 점심이라 윤이를 보러 가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강지혁은 다시 책상 앞으로 가서 회사 일을 처리했고 임유진은 핸드폰을 꺼내 이것저것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그때, 인기 검색어 하나가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클릭해보니 거기에는 임유라에 관한 기사가 올라와 있었는데 임유라가 사랑과 커리어를 동시에 획득한 인생 승자라는 내용이었다.임유라는 곧 S 시에서 열리게 될 GF파티에 강현수의 파트너로 동행한다고 쓰여있었고 파티에 참석하는 인사들은 모두 S 시에서 알아주는 거물들이었다. 그로 인해 임유라는 다른 사람들 입방아에 한창 오르내리고 있는 강현수와의 결별설을 일축할 수 있게 됐다.기사에는 임유라가 브랜드 모델이 됐을 때 찍었던 사진 그리고 유명 잡지 표지모델이 됐을 때 사진들도 함께 첨부되었다.임유라는 지금 확실히 잘나가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강현수가 남자친구로서 지원해 줬기에 가능했다는 걸 임유진은 잘 알고 있었다.강현수와 헤어지고 나면 분명히 임유라는 더 이상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고 아마 헤어짐조차도 유쾌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강현수는 귀찮게 달라붙는 걸 질색하는 사람이었고 그가 들러붙는 전 여자친구들에게 얼마나 무정한 사람이었는지 임유진은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봤었다.그럼 임유라는 강현수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임유진은 임유라를 걱정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실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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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수는 강지혁에게는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임유진만 바라보았다.“만약 그 어느 날 강지혁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더 이상 강지혁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내 곁으로 와줄래? 내가 널 돌 볼 수 있게 해줄래?”강현수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려 있었다.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용기를 낸 듯했다.어쩌면 지금이 그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강현수는 말을 마친 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아래로 내린 두 손도 덜덜 떨고 있었다.그의 얼굴에 어린 긴장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임유진은 그 얼굴에 잠깐 넋을 잃었다가 이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강지혁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또 불안해하는 건가?임유진은 강지혁의 손을 꽉 맞잡고 강현수에게 말했다.“아니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이든 앞으로든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혁이일 테니까요.”그녀의 단호한 말에 강현수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어쩌면 흔들릴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아주 손쉽게 저 먼 곳으로 내던져졌다.대체 뭘 기대한 걸까?강현수가 쓰게 웃었다.“혁아, 이만 가자.”이번에는 임유진이 강지혁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곁에 있던 경호원들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강현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미동도 없었다. 임유진을 태운 차량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데도 그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한편 임유진은 강지혁과 차에 올라탄 다음 곧바로 그의 볼을 매만졌다.“혁아, 너 얼굴이 왜 그래?”강지혁은 그녀의 손길에 움찔하더니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 얼굴이 왜?”“안색이 안 좋아 보여. 꼭 무슨 일 있는 것처럼. 혹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때문에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조금 얼이 빠진 듯하고 아까보다 확 어두워진 얼굴을 한 강지혁의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임유진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다.“아무것도 아니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8화

    소민영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고작 그때 손톱 좀 뜯기고 3년밖에 안 되는 감옥 생활한 거 가지고 우리 집안이 무너져야 해? 네가 뭔데? 네가 뭔데!”그녀는 줄곧 임유진을 무시했었다. 임유진이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된 지금도 역시 그녀는 임유진을 당시 함부로 자신의 집안 며느리 자리를 탐냈던 주제넘은 여자로 보고 있다.소민영의 말에 임유진이 뭐라 하려는데 둔탁한 마찰음 소리와 함께 소민영의 머리가 힘껏 옆으로 돌아갔다.“임유진이 뭐냐고 했지. 임유진은 감히 너희 같은 인간들이 함부로 쳐다볼 수 없는 내 아내야.”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지혁은 모든 걸 다 얼려버릴 것 같은 눈으로 소씨 가문의 두 남매를 쳐다보았다.소민영은 그 눈빛에 손바닥으로 볼을 감싼 채로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자신이 꼭 한낱 개미 같은 존재가 된 듯했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영원히 입을 열지 못하게 될 것만 같았다.소민영은 강지혁이라는 남자를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아무리 사람을 홀릴 정도의 잘생긴 남자라고 해도 그녀에게는 그런 것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그래서 그녀는 입을 꾹 닫은 채 곧바로 소민준의 뒤로 숨었다.그리고 소민준은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말은 해보려고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강지혁 씨, 우리 집안은 늘 GH 그룹과 강씨 가문에 우호적이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제발 봐주세요.”강지혁은 그런 그를 그저 담담하게 쳐다볼 뿐이었다.“진씨 가문과 소씨 가문 모두 그때 내 아내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며 놓아주지 않았는데 나는 왜 당신들을 용서해야 하지?”그 말에 소민준의 얼굴이 당황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그... 그건 진씨 가문의 뜻이었어요. 저, 저희 집안은 그 일에 그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어요.”“의견을 냈든 안 냈든 결과적으로 진씨 가문을 도와준 덕에 재미 좀 봤을 텐데?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다?”강지혁의 빈정거림에 소민준은 이를 꽉 깨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7화

    임유진은 갑작스러운 소민준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오늘 장례식 참석 목록에 소씨 가문은 없었다. 그런데도 소민준이 이렇게 들어와 있다는 건 이곳 직원을 매수했던가 참석 인원에게 간절히 부탁한 게 틀림없다.소민준의 뒤로 소민영도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가왔다.“그런데 솔직히 우리 오빠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알죠? 오빠가 헤어져 주지 않았으면 강지혁 씨랑 결혼하지도 못했을 거 아니에요. 안 그래...”“소민영!”소민준은 소민영이 쓸데없는 소리로 임유진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크게 호통쳤다.“빨리 유진이한테 사과해!”그러고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미안해. 민영이가 철이 없는 거 너도 알잖아. 그리고 다시 한번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나나 우리 집안이나 너한테는 미안한 마음뿐이야. 한 번만 봐주라... 제발...”임유진은 그 말에 문득 일전 강지혁이 진씨 가문을 상대하려 했던 것이 떠올랐다.소민준이 장례식까지 찾아와 이렇게 비는 걸 보면 아마 진씨 가문을 건드리는 동시에 소씨 가문도 건드린 것 같다.“사실 나도 그때 너 그렇게 보내고 마음이 편치 않았어. 특히 네가 억울했다는 게 밝혀진 뒤로는 더더욱. 만약 내가 그때 널 위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했으면 네가 그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을 거야. 정말... 너를 볼 면목이 없어.”소민준의 얼굴에는 후회의 감정이 잔뜩 서려 있었다. 게다가 눈시울까지 붉어진 것이 아마 다른 여성들이 봤으면 그가 잘못한 게 무엇이든 바로 용서해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임유진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열연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녀는 당시 진세령의 옆에 딱 붙어 서서 그녀의 손톱이 하나하나 뽑히는 걸 그저 지켜봤을 뿐만 아니라 피가 흥건한데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던 소민준의 모습이 여전히 눈앞에 선했다.심지어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며 제일 후회되는 일이 바로 그녀와 함께했었던 일이라고까지 했다.그렇게도 차갑고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남자인데 임유진이 지금 그의 아련한 얼굴을 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6화

    강현수의 시선이 너무 지독하게 한곳에 꽂혀있던 탓인지 조문객들이 하나둘 이쪽을 쳐다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강현수, 뭐 할 말 있어?”그때 강지혁이 임유진의 손을 잡으며 강현수를 노려보았다. 꼭 이 여자는 내 것이니 이만 꺼지라는 것 같았다.강현수는 잘 포개져 있는 두 사람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결국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을 떼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한은정은 그 광경에 그제야 안도한 듯 표정이 풀어졌다.물론 안도한 건 한은정뿐만이 아니었다. 임유진 역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강지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임유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강지혁이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오늘은 할아버지 장례식이라 강현수도 뭔 짓을 하지는 않을 거야. 여기서 일을 벌이면 그건 집안 간의 대립으로 이어질 테니까.”강지혁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임유진의 손을 더 꽉 잡았다.“강현수도 알 거야. 자기한테는 이제 그 어떤 기회도 없다는 걸.”그 뒤로 장례식은 순탄하게 진행됐다.임유진은 큰 배를 손으로 지탱하며 계속해서 강지혁의 곁을 지키다 조문객들이 조금 빠지고 나서야 밖에 있는 휴식 구역으로 가 휴식을 취했다.배 속의 아이들도 오늘은 분위기가 무거운 날인 걸 아는지 작은 태동만 있을 뿐 크게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임유진은 의자에 앉아 습관적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다.그때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 몇몇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강현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경호원은 그가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를 제지했다.“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임유진이 먼저 물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며 방금 그녀가 배 속의 아이들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던 장면을 떠올렸다.무척이나 낯선 모습이었지만 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5화

    게다가 이제는 강문철도 없으니 임유진이 강씨 가문이 안주인이라는 건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또한 임유진은 임신까지 했으니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면 그때는 그 누구도 그 자리를 감히 탐낼 수 없게 된다.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강지혁을 대하는 것처럼 그녀를 대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아내로서 줄곧 강지혁의 곁에 있었다.강씨 가문은 S 시에서 가장 뿌리가 깊고 또 유명한 가문이라 장례식장도 컸고 조문객들도 훨씬 많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이 무리라도 할까 봐 몇 번이나 그녀에게 이만 쉬라고 했지만 임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그의 곁을 지켰다.“나 아직 괜찮아. 진짜 힘들면 너한테 얘기할게. 나도 내 몸 귀한 줄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임유진도 자신이 아이셋을 가진 임산부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그때 조문객들이 입구를 바라보며 강현수의 이름을 불렀다.이에 임유진은 살짝 움찔하더니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익숙한 남자의 실루엣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강현수와 마지막으로 본 것도 이제는 몇 달 전이었다.한때는 생사를 함께 했던 친구였는데 결국에는 썩 유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헤어지게 되었다.강현수는 오늘 부모님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임유진이 그를 바라봤을 때 그의 시선 역시 임유진에게 닿아있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을 보자마자 옆으로 늘어트린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그토록 오래 찾아 헤맸던 사람을, 오랜 기간 마치 습관처럼 떠올렸던 사람을 그는 번번이 놓쳐버렸다.임유진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그 가능성마저도 자기 손으로 부숴버렸다.그 결과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으며 지금 그 남자의 곁에 서 있게 되었다.강현수는 이제 영원히 그녀 곁에는 있을 수 없게 되었다.강현수네 가족이 강지혁과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강현수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부모님과 달리 아무 말도 하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4화

    어쩌면 강지혁은 줄곧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돌아온 그에게 유일한 버팀목이라고는 강문철밖에 없었으니까.“나는 솔직히 네 할아버지가 고마워. 혁이 너를 이렇게 멋있게 키워줬잖아. 그리고 나랑 만나게 해줬고.”임유진은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혁아, 네가 원하는 가족 간의 사랑은 앞으로 내가 줄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줄 거야.”그 말에 강지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임유진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아까 네가 그랬지?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 다르다고. 그럼 너는? 네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데?”강지혁이 임유진의 체향을 들이마시며 물었다.그녀의 냄새를 맡고 있으면 늘 이렇게 마음이 진정되고 몸이 편안해졌다.“나?”임유진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혁이 너랑 우리 아이들이야.”“유진아, 나는 욕심이 많아. 나는 너를 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아. 그게 우리 아이들이라고 해도 나는 싫어. 나는 내가 네 마음속 1순위였으면 좋겠고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눈을 깜빡였다.설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질투하는 건가?“혁아, 너는 내 마음속 1순위야. 물론 아이들도 너무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너랑은 결이 조금 달라. 혁이 너는 나한테 유일무이한 존재잖아.”임유진은 두 손을 둘러 가볍게 강지혁을 끌어안았다.이미 배가 불러올 대로 불러와 완전히 꼭 끌어안지는 못했지만 싸늘한 방 공기를 녹이기에는 충분했다.“내가 너한테 유일무이한 존재라고?”“응. 널 대신할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어. 물론 아이들을 낳고 진정한 엄마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이건 장담해. 그리고 네가 원하면 네가 원하는 방식대로 더 많이 널 사랑해줄게. 혁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3화

    별채로 가는 길에는 늘 조명이 켜져 있기에 어두운 저녁이라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임유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지혁이 방 한가운데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강지혁은 불빛을 받으며 시선을 내린 채 바로 앞에 있는 냉동관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혁아.”임유진은 그를 부르며 천천히 옆으로 다가갔다.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지혁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돌렸다.“오지 말라니까. 여기는 나 혼자 있으면 돼.”“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임유진은 강지혁의 바로 앞에 서서 그의 볼을 매만졌다.지금은 1월이라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고 별채 쪽에는 보일러도 없었기에 바깥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추웠다.“오늘 밤도 여기 있을 거야?”임유진이 물었다.“응. 그래도 날 키워주셨으니 할 도리는 다해야지.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사람들 많이 올 거야.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출산할 시기가 임박한 것도 아닌데 뭐.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나도 참석할 거야. 만약 몸이 불편하거나 하면 바로 너한테 얘기할게.”강지혁은 그 말에 임유진의 손을 살짝 잡았다.“너한테는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네 할아버지잖아. 네 유일한 가족이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도, 아무리 끝까지 나를 손주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나는 할아버지 가시는 길을 너와 같이 보내드려야 할 의무가 있어.”다른 건 없었다.그저 강지혁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임유진은 충분히 감사했다.강지혁은 그 말에 그녀의 손을 조금 세게 쥐었다.“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그 말은 그냥...”“알아. 네 할아버지는 그저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는 것으로 행복한 결과를 낳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하시는 분이었던 거지. 네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일도 있고 네 아버지 일도 있어서 많이 무서우셨을 거야. 너도 나중에 불행하게 될까 봐.”임유진이 말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2화

    강지혁은 마치 강문철에게 자신이 임유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려는지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했다.강문철은 그 말에 눈동자를 돌려 자신의 유일한 손주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몇 초 후 이제는 모든 게 다 피곤한 듯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집안에서... 여자한테 미친 인간 치고... 멀쩡한 사람을 못 봤다. 네가... 계속해서 이러면 너도 언젠가는...”강문철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옆에 있던 종합모니터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그 소리에 강문철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누군가의 생명이 바로 눈앞에서 멎었다.조금은 무서웠던 노인이, 강지혁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노인이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모든 게 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강지혁은 삐 소리가 들린 뒤로 임유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렇게 계속 힘을 주다가 임유진의 입에서 아프다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며 손을 놓아주었다.“미안. 아팠지?”강지혁은 어느새 빨개진 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며 초조한 눈길로 물었다.“괜찮아. 그것보다 할아버지...”“응. 가셨어.”강지혁의 얼굴은 가족을 잃은 사람 같지 않게 무척이나 평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임유진은 알고 있다.아무리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어도 강문철은 강지혁의 할아버지고 유일한 가족이었다. 강선우가 죽은 뒤로 그의 곁을 지켜줬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강지혁은 몸을 돌려 편히 잠든 강문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임유진은 그런 강지혁의 옆에 서서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강문철의 장례식은 3일 뒤로 정했다.그 3일 동안 시신은 냉동관에 넣은 채 강씨 저택의 별채에 두기로 했다.그리고 그 3일 동안 강지혁은 그 어떤 외부인도 별채에 들이지 않았다.별채는 강씨 가문 사람 외에는 허락하지 않는 특별한 곳이었으니까.강선우가 죽었을 때도 그의 시신은 잠시 이 별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1화

    강지혁은 임유진의 고집에 결국 알겠다며 그녀와 함께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강지혁은 뒤따라온 경호원에게 임유진의 곁을 맡기고 혼자 병실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빼빼 마른 강문철이 흰색 병상 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남자도 병마와 세월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강문철은 강지혁이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더니 마지막 힘을 쥐어짜 입을 움직였다.“왔... 니...”“네, 저 왔어요.”강지혁이 곁으로 다가오며 대답했다.사실 강지혁은 강문철에게 대단한 가족 간의 정은 느끼지 못했다.실제로 강문철은 강지혁이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느낄만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강문철은 언제나 강지혁을 자신의 뒤를 이어 강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하나의 장기 말로 여겨왔다. 물론 그 장기 말도 쓸모가 없었다면 진작 버렸을 것이다.“이제는... 강씨 가문의 모든 게 네 손에... 달렸다. 만약... 네가 가문을 망하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강문철이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할 말은 그게 끝이에요?”강지혁이 강문철을 빤히 바라보았다.이에 강문철은 탁한 눈동자를 옆으로 굴려 병실 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유진... 그 아가씨... 밖에 있지? 들어오라고 해...”그 말에 강지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유진이 건드릴 생각하지 마세요.”“이 꼴로...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차피... 그 아가씨 옆에는... 네 사람 천지일 텐데.”강지혁은 그가 두 손으로 직접 키운 손주이자 가문의 후계자이기에 강지혁의 생각 같은 건 이미 훤히 꿰고 있었다.강지혁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강문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저... 마지막으로 해줄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 것뿐이다...”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안색도 창백해진 것이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강지혁은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발걸음을 옮겨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임유진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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