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은 두 볼이 빨개지고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결국 탁유미에게 말했다.“제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고요?!”탁유미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대화로 둘 사이가 어느 정도 애틋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남자친구라니?! 임유진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게다가 이렇게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를!!!그랬다. 탁유미에게 강지혁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남자였다.방금 이 남자는 그토록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을 선보였지만 절대 이게 다가 아닐 것이다. 직감이 말해주길 이 남자는 몹시 위험한 사람이라고 한다.이 남자는 마치 높은 자리에 앉아 은은하게 카리스마를 내뿜는 것만 같았다.“네, 제 남자친구예요.”임유진이 대답했다.“안녕...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사장 탁유미에요.”탁유미가 자기소개를 했다.“안녕하세요, 강지혁입니다.”탁유미는 잠시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두 눈에 담긴 충격이 점점 더 커졌다.‘강지혁... 설마... 내가 생각한 그 강지혁은 아니겠지!’탁유미는 눈앞이 아찔해 났다.윤이 식당에 강현수가 찾아왔고 곧바로 강지혁도 자리했다. 두 남자는 전부 임유진을 보러 온 것이다.임유진은 대체... 정체가 뭘까? 정말 이력서에 쓴 내용이 다인 걸까?강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강지혁에게 말했다.“난 아직 너와 등지고 싶진 않아.”이어서 임유진에게도 말했다.“어제 저희 회사 제작팀에서 유진 씨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잖아요. 그래서 오늘 제작팀을 대신해 사과드리러 온 거예요. 손해 보신 거 있다면 편히 말씀하세요. 제가 다 배상해드릴게요.”“그런 거 없으니 배상 안 해도 돼요. 그리고 어젠 너무 고마웠어요.”임유진이 얼른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강현수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강지혁을 힐긋 쳐다보다가 가게를 나섰다.임유진이 그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강지혁과 등질 정도로 중요하진 않았다.강현수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저 자신을 비웃었다.그는 임유진 때문에 강지혁과 원한
탁유미는 임유진을 한쪽 옆으로 끌고 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맞아요, 언니가 말한 GH 그룹 강지혁이에요.”임유진의 대답에 탁유미는 벼락에 머리라도 맞은 듯 어안이 벙벙했다.그녀 가게에서 배달 일을 하는 직원이 강지혁 여자친구라니?! 이걸 대체 누가 믿는단 말인가?심지어 임유진이 또 배달하러 나갈 때 강지혁은 이렇게 대답했다.“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어차피 나 오늘 한가해.”결국 한 사람은 배달을 나가고 한 사람은 여기서... 흐음, 독서를 즐기는 중이다!탁유미는 자신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지금 여전히 머리가 복잡하고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임유진은 이런 남자친구가 있는데 왜 그녀 가게에서 일하는 걸까? 그리고 강지혁은 그녀에게... 정말 진심인 걸까?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모습을 되새겨보면 거짓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강지혁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외부인이 봐도 충분히 진지하고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으니까.강지혁이 커피 한 잔 거의 다 마시자 탁유미가 가까이 다가갔다.“주문 더 하시겠어요?”“냉수 한 잔만 부탁드려요.”강지혁이 대답했다.탁유미는 냉수 한 잔 그에게 건넨 후 막 자리를 뜨려는데 강지혁이 불쑥 입을 열었다.“잠깐만요.”“네? 또 도와드릴 거 있나요?”탁유미가 물었다.“이리 앉으세요.”강지혁이 옆에 놓인 빈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유미 씨한테 드릴 말이 좀 있어서요.”탁유미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여전히 의자를 빼내고 자리에 앉았다.“유진이가 자립하고 싶어 하니 저도 말리진 않을 생각이에요. 유미 씨와 유미 씨 아드님에 관한 얘기도 많이 전해 들었어요. 유진이는 지금 하는 일에 나름대로 만족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쨌든 계속하고 싶다고 하면 저도 유진의 뜻을 따를 거예요. 유진이만 기쁘면 되니까요.”강지혁은 말하면서 예리한 눈길로 탁유미를 쳐다봤다.탁유미는 가슴이 움찔거리고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저랑 저희 아들도... 유진 씨를 매우 좋아해요.”“그렇
“알았어요... 유진 씨한테 아무 말 안 할게요.”탁유미는 잠시 머뭇거렸다.“비록 지금 유진 씨가 강지혁 씨 여자친구란 걸 알게 됐지만 저는 애초에 유진 씨를 이용할 마음 같은 건 없었어요. 앞으로도 당연히 없을 거고요. 유진 씨를 채용한 이유는 저처럼 감방 생활도 했고 측은지심이 들어서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강지혁의 눈가에 스친 싸늘함이 조금은 가셨다.“유미 씨랑 이경빈 씨 사이의 일은 간섭하지 않을게요. 저는 그저 유진이가 이곳에서 시름 놓고 일하기만 바랄 뿐이에요. 유진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 주세요.”말을 마친 강지혁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탁유미에게 알려줬다.탁유미는 냉큼 받아적었다. S 시에서 강지혁의 번호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탁유미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의 번호를 얻게 됐다.강지혁은 그녀와 이경빈의 일을 간섭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행방도 이경빈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뜻이겠지.탁유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지혁은 줄곧 가게에 있었고 임유진과 함께 가게에서 저녁까지 먹었다.하루일과를 마친 후 식당 동료들은 임유진에게 기가 막힐 정도로 잘생긴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다 알게 됐다.동료들은 강지혁의 정체를 미처 몰랐다. 임유진이 그들 앞에서 ‘혁아’라고만 불렀으니까.동료들은 임유진이 돈 많은 남자친구를 만나서 부잣집 사모님이 될 운명이라고 장난치듯 수다를 떨었다.이에 임유진은 담담하게 웃을 뿐이었다.만약 동료들이 그가 강지혁이란 걸 알게 돼도 계속 농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임유진과 강지혁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어 버릴까?강지혁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유진에게 말했다.“누나네 가게 사장님 참 괜찮은 분이야.”“맞아, 유미 언니는 참 좋은 분이야.”임유진도 대답하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아참, 내일 윤이 수술 날이라 유미 언니랑 언니네 어머님이 병원 가서 윤이 병간호해야 해. 그럼 며칠 동안 가게 문 닫을 거라 나 출근 안 해도 돼.
요 며칠 강지혁은 계속 임유진의 방에서 그녀와 한 침대에 누워 잔다. 둘이 잠자리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어느새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진 듯 보였다.물론 임유진은 처음에 잘 때 불을 켜야 하는 버릇 때문에 거절하기도 했었다."계속 불을 켜야 해서 너 제대로 못 잘까 봐 그래. 그냥 네 방으로 가는 게 어때?""나는 누나랑 자면 불을 켜고 자도 괜찮아."강지혁의 괜찮다는 말에 임유진도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잘 거야?"벌써 침대에 누운 강지혁은 임유진이 자신 쪽으로 걸어오는 걸 보더니 물었다."응."임유진은 살짝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서 말했다. 그녀가 이불을 걷고 침대에 눕기도 전에 강지혁의 팔은 벌써 그녀의 허리를 감싸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마치 아이가 애교부리듯 얼굴을 그녀의 몸에 파묻었다.평소와는 다른, 조금은 아이 같은 강지혁이 모습이 임유진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좋아했다."참, 오늘 강현수 씨가 한 말 무슨 뜻이야?"임유진은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올랐는지 물었다."무슨 말?"강지혁이 되물었다. 그는 지금 그녀를 안고 있는 이 순간에 더 집중하고 싶은 듯 보였다. 그는 이대로 임유진을 계속 끌어안은 채 그녀의 향기에 파묻히고 싶었다."아직 너와 등지고 싶지 않다고 했던 말 말이야."임유진은 강지혁과 강현수가 사이가 좋은 거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 했던 그 말은 마치 두 사람이 곧 등질 수도 있는 사이처럼 들렸다.만약 강지혁과 강현수가 정말 적이 되어버린다면 아마 S 시의 금융권과 연예계를 포함한 모든 업계에서 한차례의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말 그대로야."강지혁이 답했다."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임유진은 호기심 가득해서 물었다."혹시 강현수 씨가 네 비즈니스를 뺏으려고 했어?""아니, 누나를 뺏으려고 했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강지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밤하늘처럼 까만 눈동자로 그녀와
"하지만 어차피 강현수가 누나를 아무리 좋아하고 뺏겠다고 선포한들 절대 못 뺏을 거야, 그치? 누나는 날 좋아하니까. 사랑한다고 해도 그건 나일 테니까, 안 그래?"강지혁의 음성이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 그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강지혁은 임유진을 그 누구에게도 내 줄 생각이 없다. 그녀는 강지혁의 것이어야 하니까....다음 날 아침, 임유진이 잠에서 일어나보니 강지혁은 벌써 출근하고 없었다. 그녀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강지혁의 도시락을 쌀 준비를 했다.맛있는 도시락을 싸기 위한 도시락통, 갖가지 식자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셰프까지 있었다. 임유진이 요리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옆에서 도와주라고 강지혁에게 명 받았을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그런가? 도시락의 완성 상황을 보더니 임유진은 오늘 자신의 음식 솜씨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임유진은 도시락을 들고 GH 그룹에 도착했다. 강씨 집안 운전기사가 그녀를 데려다주는 바람에 경비원들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이제는 GH 그룹의 많은 직원이 이 미스터리한 배달원 아가씨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녀의 스쿠터가 단기간 안에 차량으로 바뀔 줄은 몰랐다.그리고 몇 명의 눈썰미 좋은 경비원들은 임유진이 타고 온 차량이 강지혁의 차라는 걸 알아챈 듯싶었다. 운전기사도 강지혁의 운전기사였으니까 말이다.회사 대표의 운전기사가 직접 운전해줬으니 이제 그녀가 강지혁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임유진은 이곳으로의 잦은 배달로 경비원들과도 친해졌기에 지나가면서 인사도 먼저 건넸다."안녕하세요.""네... 네... 안녕하세요..."경비원들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임유진은 도시락을 들고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강지혁이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이제 해당 층에 있는 모든 직원이 임유진의 존재를 알고 있고 자신들의 대표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음, 대표님 안에
정확히 다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더 민망한 상황이 되어버렸다.강지혁이 입을 열었다."그 여자 맞아.""오, Hyuk, 대체 그 여자와 무슨 사이야? 연인인 거야?"아마 여기 있는 직원이었으면 절대 해당 외국인처럼 대놓고 물어보지 못했을 것이다.그때 강지혁이 영어로 한마디 더 보탰다."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야."그 말에 임유진은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을 꽉 부여잡은 것처럼 심장박동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회의가 끝나고 강지혁은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왔다."왜 그래? 얼굴이 빨간데?""아, 아무것도 아니야."임유진이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자 강지혁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보더니 물었다."혹시 아까 저 사람들이 했던 얘기 때문에 그래?"임유진은 침묵으로 긍정했다."조만간 기회가 되면 소개해 줄게."강지혁이 말했다."응?!"임유진이 놀란 듯 묻자 강지혁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왜, 싫어?"임유진은 강지혁과 눈이 마주치고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 같은 것을 느꼈다. 마치 여기서 ‘싫어’ 라고 대답하면 그 말이 도화선이 되어 강지혁이 뭔가 할 것만 같았다.임유진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우리가 연인이 된 지 얼마 안 됐기도 했고, 아까 저 사람들은 해외 지사 임원진들 아니야? 그런데 벌써 소개하는 건 좀... 빠르지 않나?""빠르다고?"강지혁은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난 오히려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누나가 빠르다고 생각되면 누나가 괜찮을 때 소개해 줄게."임유진은 그제야 안심한 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저기... 이제 식사 해야 하니까 이 손 좀 치워줄래?"임유진은 아직도 자신의 볼을 감싸고 있는 강지혁을 보며 민망한 듯 말했다."말랑말랑한 게 기분이 좋아서 놓고 싶지 않아."강지혁은 그녀의 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이것도 중독될 것 같아."임유진은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좀 혼란스러웠다.강지혁은 그렇게 한참을 더 만지작거리다 아쉬운
전화기 너머로 탁유미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 씨, 우리 윤이 수술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두 날 정도 적응하고 나면 소리를 듣는 훈련을 시작할 수 있대요.""너무 잘됐네요."임유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네, 그럼 이따 오후에 윤이 보러 갈게요."임유진은 윤이가 있는 병원과 병실을 전해 들은 후 통화를 마쳤다."그 귀가 안 들린다는 아이 말하는 거야?""응,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대. 이따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까 병원에 가보려고."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같이 가.""응? 같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물었다."하지만... 너 회사는 어쩌고?""비서한테 오후 일정을 뒤로 미루라고 하면 돼. 어차피 오늘은 급한 일도 없어."강지혁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지만, 임유진은 이런 큰 규모의 회사에서 대표인 그에게 ‘급하지 않은 일’따위는 없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왜, 나랑 같이 가는 게 싫어?"임유진의 반응에 강지혁이 되물었다."아니, 그건 아니고."솔직히 말하면 강지혁이 같이 가겠다고 했을 때 뜻밖이긴 했지만 조금 설렜다."그럼 같이 가는 거로 결정 난 거지?"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렇게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올 때쯤 강지혁이 입을 열었다."누나, 앞으로도 이렇게 나를 위한 요리를 자주 해주면 안 돼?"그러자 임유진이 고개를 들었고 강지혁의 까만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강지혁은 씩 웃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주었다. 임유진은 민망함에 얼굴이 또 핑크색으로 물들었다."응?"강지혁은 되물으며 그녀의 답변을 기다렸다."나 셰프님처럼 맛있게는 못해.""상관없어. 난 누나가 만든 음식이 좋은 거니까."임유진은 강지혁이 아무리 음식에 까다롭지 않다고 해도 집에 있는 셰프님의 요리를 놔두고 왜 굳이 자신이 만든 ‘일반 음식’을, 그것도 자주 먹고 싶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냥 기분 좋아지라고
임유진은 강지혁의 마음속에 자신이 정말 그렇게나 소중할까 싶기도 했다.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지 이제 고작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까지 깊어질 수 있나?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임유진에게 강지혁이 이런 정성을 들여가며 거짓말할 이유는 또 없다."누나, 응?"강지혁은 또다시 거절하지 못하게 만드는 목소리로 그녀의 대답을 바라고 있었다."그... 그럼 시간 날 때 많이 해줄게."임유진은 지금 전례 없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 걸 느꼈다."그래."강지혁은 그제야 만족한 듯 옅게 웃었다.임유진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탁자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막 도시락통 덮개를 덮으려고 할 때 그녀는 ‘아!’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웅크렸다."왜 그래?"강지혁이 다급하게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손톱이 좀 부러진 것뿐이야. 이따 집에 가서 손톱깎이로 자르면 돼."임유진은 평소 정기적으로 손톱을 깔끔하게 자르곤 했지만 요즘 많이 바쁜 탓에 신경을 못 썼더니 평소보다 손톱이 자라있었다."어디 봐봐."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자세히 들여다봤다."이 손가락 맞아?"그는 임유진의 검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손톱 겉 부분이 조금 부러지긴 했지만 자른 후 조금 다듬기만 하면 된다."응.""잠깐만."강지혁은 바로 핸드폰을 들어 여비서에게 연락했다."혹시 손톱깎이 있어?"임유진은 그 말에 경악하고 말았다.그리고 똑같이 경악한 사람이 또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전화를 받은 여비서였다. 그녀는 설마 회사 대표가 자신에게 손톱깎이 유무에 관해 물어볼 줄은 몰랐다.여비서는 심히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손톱깎이를 들고 대표이사실로 들어왔다."대표님, 여기 요구하신 손톱깎이입니다."여비서는 공손하게 그에게 손톱깎이를 건네주었다."그래, 이제 나가 봐."여비서는 조용히 대표이사실 문을 열었고 막 닫으려 할 때 안쪽에서 한없이 다정한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움직이지 마."비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