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는 커피잔을 들고 있던 손에 살짝 힘주며 말했다.“내가 후회한다면?”그땐 임유진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단지 그가 찾고 있는 그 소녀와 닮아서 신경이 쓰이는 거라고 여겼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의 깊이가 훨씬 깊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가 그녀를 해치려 하고 때리려 할 때 강현수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움찔거리고 당장이라도 뛰쳐 갈 것만 같은 충동을 느꼈다.그녀가 조금만 다쳐도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았고 그녀가 떠나려 할 땐 너무 아쉬웠다. 잠시라도 곁에 더 머물렀으면, 아주 잠시만이라도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강현수가 언제 여자에게 이토록 신경 쓴 적이 있었던가? 그해에 그를 구해줬던 그 소녀 말곤 오직 임유진뿐이다.심지어 임유진을 너무 쉽게 강지혁에게 양보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만약 그의 곁에 있었더라면 어린 소녀를 찾아 헤매던 그리움도 조금은 덜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간절하게 원하지만 늘 얻지 못하는 그 고통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강지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돌변하더니 강현수를 노려보며 말했다.“넌 그럴 기회 없어. 내가 그럴 기회를 주지도 않을 거고.”“그래?”강현수도 그를 빤히 쳐다봤다.“그럼 어디 한번 시도해봐야겠는데. 내가 왜 그럴 기회가 없는지 말이야.”두 남자는 서로를 마주 보았고 카운터에 있던 탁유미마저 냉랭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비록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잘 듣진 못했지만 표정으로 볼 땐 결코 유쾌한 대화가 아니었다.강지혁이 불쑥 입꼬리를 올리고 가볍게 웃었는데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 미소와는 달리 맑고 영롱한 두 눈 속엔 야유가 가득 차 있었다.“난 네가 은팔찌 주인한테만 마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뭐 설마 유진이한테도 설렜다는 거야? 너 언제부터 이렇게 감정이 헤펐냐?”강현수는 싸늘한 눈빛으로 강지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한편 강지혁은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앞으로 그 은팔찌 주인을 찾게 되면 유진이는 어떻게
강지혁은 계속 여유만만하게 커피를 마셨다. 마치 조금 전 강현수와 담소만 나눴을 뿐 S 시를 발칵 뒤집을 폭탄 발언은 한 적이 없는 것처럼 한가하게 커피를 음미했다.강현수도 눈가에 스친 싸늘한 기운을 거두어들이고 다시 커피잔을 들었다.두 사람 사이엔 좀전의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친구 모임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탁유미는 한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가게에 있는 다른 손님들도 특히 여자 손님들이 더 흥분을 금치 못했다. 두 사람이 워낙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지니다 보니 여자 손님들의 시선이 자꾸만 이곳으로 쏠렸고 일부 여자 손님들은 심지어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촬영하고 싶었다.하여 이제 막 강현수와 강지혁을 촬영하려는데 시작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커다란 손에 의해 가로막혀버렸다.강지혁의 밀착 보호를 맡은 경호원이 여자 손님에게 바로 말했다.“저희 대표님은 사람들에게 몰래 촬영 당하는 걸 싫어하십니다. 계속 촬영하시겠다면 밖으로 ‘내쫓을’ 수밖에 없습니다.”여자 손님은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 이건... 협박인가?! 그러나 경호원의 무표정한 얼굴과 덩치 큰 체구를 본 순간 반박하려던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결국 뱃속으로 깊게 삼켰다.머리가 말해주길 설사 반항한다 해도 나중에 굴욕을 당하는 건 자신뿐이라고 한다.여자 손님은 의기소침해져 계산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다른 손님들도 가망이 없어 보여 몰래 촬영하려던 생각을 접었다.바로 이때 임유진이 스쿠터를 타고 돌아왔다. 가게에 들어선 그녀는 한 테이블에 앉아있는 강지혁과 강현수를 보더니 넋을 놓고 말았다.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 두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보아하니... 가게에서 커피를 마신 것 같은데?!그들같은 신분에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굳이 이런 곳에서 마실 필요는 없을 텐데.임유진은 한순간 뇌가 정지된 것만 같았다.이때 탁유미가 재빨리 다가오며 그녀를 잡아당겼다.“유진 씨, 강현수 씨가 유진 씨한테 볼일이 있대요.”강지혁은 용건을 말하지 않아
임유진은 두 볼이 빨개지고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결국 탁유미에게 말했다.“제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고요?!”탁유미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대화로 둘 사이가 어느 정도 애틋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남자친구라니?! 임유진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게다가 이렇게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를!!!그랬다. 탁유미에게 강지혁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남자였다.방금 이 남자는 그토록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을 선보였지만 절대 이게 다가 아닐 것이다. 직감이 말해주길 이 남자는 몹시 위험한 사람이라고 한다.이 남자는 마치 높은 자리에 앉아 은은하게 카리스마를 내뿜는 것만 같았다.“네, 제 남자친구예요.”임유진이 대답했다.“안녕...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사장 탁유미에요.”탁유미가 자기소개를 했다.“안녕하세요, 강지혁입니다.”탁유미는 잠시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두 눈에 담긴 충격이 점점 더 커졌다.‘강지혁... 설마... 내가 생각한 그 강지혁은 아니겠지!’탁유미는 눈앞이 아찔해 났다.윤이 식당에 강현수가 찾아왔고 곧바로 강지혁도 자리했다. 두 남자는 전부 임유진을 보러 온 것이다.임유진은 대체... 정체가 뭘까? 정말 이력서에 쓴 내용이 다인 걸까?강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강지혁에게 말했다.“난 아직 너와 등지고 싶진 않아.”이어서 임유진에게도 말했다.“어제 저희 회사 제작팀에서 유진 씨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잖아요. 그래서 오늘 제작팀을 대신해 사과드리러 온 거예요. 손해 보신 거 있다면 편히 말씀하세요. 제가 다 배상해드릴게요.”“그런 거 없으니 배상 안 해도 돼요. 그리고 어젠 너무 고마웠어요.”임유진이 얼른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강현수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강지혁을 힐긋 쳐다보다가 가게를 나섰다.임유진이 그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강지혁과 등질 정도로 중요하진 않았다.강현수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저 자신을 비웃었다.그는 임유진 때문에 강지혁과 원한
탁유미는 임유진을 한쪽 옆으로 끌고 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맞아요, 언니가 말한 GH 그룹 강지혁이에요.”임유진의 대답에 탁유미는 벼락에 머리라도 맞은 듯 어안이 벙벙했다.그녀 가게에서 배달 일을 하는 직원이 강지혁 여자친구라니?! 이걸 대체 누가 믿는단 말인가?심지어 임유진이 또 배달하러 나갈 때 강지혁은 이렇게 대답했다.“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어차피 나 오늘 한가해.”결국 한 사람은 배달을 나가고 한 사람은 여기서... 흐음, 독서를 즐기는 중이다!탁유미는 자신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지금 여전히 머리가 복잡하고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임유진은 이런 남자친구가 있는데 왜 그녀 가게에서 일하는 걸까? 그리고 강지혁은 그녀에게... 정말 진심인 걸까?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모습을 되새겨보면 거짓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강지혁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외부인이 봐도 충분히 진지하고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으니까.강지혁이 커피 한 잔 거의 다 마시자 탁유미가 가까이 다가갔다.“주문 더 하시겠어요?”“냉수 한 잔만 부탁드려요.”강지혁이 대답했다.탁유미는 냉수 한 잔 그에게 건넨 후 막 자리를 뜨려는데 강지혁이 불쑥 입을 열었다.“잠깐만요.”“네? 또 도와드릴 거 있나요?”탁유미가 물었다.“이리 앉으세요.”강지혁이 옆에 놓인 빈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유미 씨한테 드릴 말이 좀 있어서요.”탁유미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여전히 의자를 빼내고 자리에 앉았다.“유진이가 자립하고 싶어 하니 저도 말리진 않을 생각이에요. 유미 씨와 유미 씨 아드님에 관한 얘기도 많이 전해 들었어요. 유진이는 지금 하는 일에 나름대로 만족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쨌든 계속하고 싶다고 하면 저도 유진의 뜻을 따를 거예요. 유진이만 기쁘면 되니까요.”강지혁은 말하면서 예리한 눈길로 탁유미를 쳐다봤다.탁유미는 가슴이 움찔거리고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저랑 저희 아들도... 유진 씨를 매우 좋아해요.”“그렇
“알았어요... 유진 씨한테 아무 말 안 할게요.”탁유미는 잠시 머뭇거렸다.“비록 지금 유진 씨가 강지혁 씨 여자친구란 걸 알게 됐지만 저는 애초에 유진 씨를 이용할 마음 같은 건 없었어요. 앞으로도 당연히 없을 거고요. 유진 씨를 채용한 이유는 저처럼 감방 생활도 했고 측은지심이 들어서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강지혁의 눈가에 스친 싸늘함이 조금은 가셨다.“유미 씨랑 이경빈 씨 사이의 일은 간섭하지 않을게요. 저는 그저 유진이가 이곳에서 시름 놓고 일하기만 바랄 뿐이에요. 유진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 주세요.”말을 마친 강지혁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탁유미에게 알려줬다.탁유미는 냉큼 받아적었다. S 시에서 강지혁의 번호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탁유미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의 번호를 얻게 됐다.강지혁은 그녀와 이경빈의 일을 간섭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행방도 이경빈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뜻이겠지.탁유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지혁은 줄곧 가게에 있었고 임유진과 함께 가게에서 저녁까지 먹었다.하루일과를 마친 후 식당 동료들은 임유진에게 기가 막힐 정도로 잘생긴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다 알게 됐다.동료들은 강지혁의 정체를 미처 몰랐다. 임유진이 그들 앞에서 ‘혁아’라고만 불렀으니까.동료들은 임유진이 돈 많은 남자친구를 만나서 부잣집 사모님이 될 운명이라고 장난치듯 수다를 떨었다.이에 임유진은 담담하게 웃을 뿐이었다.만약 동료들이 그가 강지혁이란 걸 알게 돼도 계속 농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임유진과 강지혁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어 버릴까?강지혁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유진에게 말했다.“누나네 가게 사장님 참 괜찮은 분이야.”“맞아, 유미 언니는 참 좋은 분이야.”임유진도 대답하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아참, 내일 윤이 수술 날이라 유미 언니랑 언니네 어머님이 병원 가서 윤이 병간호해야 해. 그럼 며칠 동안 가게 문 닫을 거라 나 출근 안 해도 돼.
요 며칠 강지혁은 계속 임유진의 방에서 그녀와 한 침대에 누워 잔다. 둘이 잠자리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어느새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진 듯 보였다.물론 임유진은 처음에 잘 때 불을 켜야 하는 버릇 때문에 거절하기도 했었다."계속 불을 켜야 해서 너 제대로 못 잘까 봐 그래. 그냥 네 방으로 가는 게 어때?""나는 누나랑 자면 불을 켜고 자도 괜찮아."강지혁의 괜찮다는 말에 임유진도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잘 거야?"벌써 침대에 누운 강지혁은 임유진이 자신 쪽으로 걸어오는 걸 보더니 물었다."응."임유진은 살짝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서 말했다. 그녀가 이불을 걷고 침대에 눕기도 전에 강지혁의 팔은 벌써 그녀의 허리를 감싸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마치 아이가 애교부리듯 얼굴을 그녀의 몸에 파묻었다.평소와는 다른, 조금은 아이 같은 강지혁이 모습이 임유진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좋아했다."참, 오늘 강현수 씨가 한 말 무슨 뜻이야?"임유진은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올랐는지 물었다."무슨 말?"강지혁이 되물었다. 그는 지금 그녀를 안고 있는 이 순간에 더 집중하고 싶은 듯 보였다. 그는 이대로 임유진을 계속 끌어안은 채 그녀의 향기에 파묻히고 싶었다."아직 너와 등지고 싶지 않다고 했던 말 말이야."임유진은 강지혁과 강현수가 사이가 좋은 거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 했던 그 말은 마치 두 사람이 곧 등질 수도 있는 사이처럼 들렸다.만약 강지혁과 강현수가 정말 적이 되어버린다면 아마 S 시의 금융권과 연예계를 포함한 모든 업계에서 한차례의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말 그대로야."강지혁이 답했다."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임유진은 호기심 가득해서 물었다."혹시 강현수 씨가 네 비즈니스를 뺏으려고 했어?""아니, 누나를 뺏으려고 했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강지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밤하늘처럼 까만 눈동자로 그녀와
"하지만 어차피 강현수가 누나를 아무리 좋아하고 뺏겠다고 선포한들 절대 못 뺏을 거야, 그치? 누나는 날 좋아하니까. 사랑한다고 해도 그건 나일 테니까, 안 그래?"강지혁의 음성이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 그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강지혁은 임유진을 그 누구에게도 내 줄 생각이 없다. 그녀는 강지혁의 것이어야 하니까....다음 날 아침, 임유진이 잠에서 일어나보니 강지혁은 벌써 출근하고 없었다. 그녀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강지혁의 도시락을 쌀 준비를 했다.맛있는 도시락을 싸기 위한 도시락통, 갖가지 식자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셰프까지 있었다. 임유진이 요리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옆에서 도와주라고 강지혁에게 명 받았을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그런가? 도시락의 완성 상황을 보더니 임유진은 오늘 자신의 음식 솜씨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임유진은 도시락을 들고 GH 그룹에 도착했다. 강씨 집안 운전기사가 그녀를 데려다주는 바람에 경비원들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이제는 GH 그룹의 많은 직원이 이 미스터리한 배달원 아가씨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녀의 스쿠터가 단기간 안에 차량으로 바뀔 줄은 몰랐다.그리고 몇 명의 눈썰미 좋은 경비원들은 임유진이 타고 온 차량이 강지혁의 차라는 걸 알아챈 듯싶었다. 운전기사도 강지혁의 운전기사였으니까 말이다.회사 대표의 운전기사가 직접 운전해줬으니 이제 그녀가 강지혁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임유진은 이곳으로의 잦은 배달로 경비원들과도 친해졌기에 지나가면서 인사도 먼저 건넸다."안녕하세요.""네... 네... 안녕하세요..."경비원들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임유진은 도시락을 들고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강지혁이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이제 해당 층에 있는 모든 직원이 임유진의 존재를 알고 있고 자신들의 대표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음, 대표님 안에
정확히 다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더 민망한 상황이 되어버렸다.강지혁이 입을 열었다."그 여자 맞아.""오, Hyuk, 대체 그 여자와 무슨 사이야? 연인인 거야?"아마 여기 있는 직원이었으면 절대 해당 외국인처럼 대놓고 물어보지 못했을 것이다.그때 강지혁이 영어로 한마디 더 보탰다."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야."그 말에 임유진은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을 꽉 부여잡은 것처럼 심장박동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회의가 끝나고 강지혁은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왔다."왜 그래? 얼굴이 빨간데?""아, 아무것도 아니야."임유진이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자 강지혁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보더니 물었다."혹시 아까 저 사람들이 했던 얘기 때문에 그래?"임유진은 침묵으로 긍정했다."조만간 기회가 되면 소개해 줄게."강지혁이 말했다."응?!"임유진이 놀란 듯 묻자 강지혁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왜, 싫어?"임유진은 강지혁과 눈이 마주치고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 같은 것을 느꼈다. 마치 여기서 ‘싫어’ 라고 대답하면 그 말이 도화선이 되어 강지혁이 뭔가 할 것만 같았다.임유진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우리가 연인이 된 지 얼마 안 됐기도 했고, 아까 저 사람들은 해외 지사 임원진들 아니야? 그런데 벌써 소개하는 건 좀... 빠르지 않나?""빠르다고?"강지혁은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난 오히려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누나가 빠르다고 생각되면 누나가 괜찮을 때 소개해 줄게."임유진은 그제야 안심한 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저기... 이제 식사 해야 하니까 이 손 좀 치워줄래?"임유진은 아직도 자신의 볼을 감싸고 있는 강지혁을 보며 민망한 듯 말했다."말랑말랑한 게 기분이 좋아서 놓고 싶지 않아."강지혁은 그녀의 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이것도 중독될 것 같아."임유진은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좀 혼란스러웠다.강지혁은 그렇게 한참을 더 만지작거리다 아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