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좋아, 난 그녀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강현수가 말했다.“어차피 그녀는 내가 찾던 사람이 아니었어.”그녀의 외모에 그가 찾는 사람의 그림자가 많고, 때때로 그녀를 보면 마치 그 사람이 어른이 된 후의 모습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하지만 결국, 닮았을 뿐이지 그 사람이 아니다.“만약 그녀가 네가 찾는 사람이라면? 너 가만히 있을 거야?”강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강현수의 얼굴빛은 변함이 없지만 눈동자에는 잔물결이 겹치는 것 같아 잘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내가 찾는 사람이라면, 너랑 맞서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강지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래서, 아니길 잘했다. 그렇지?”“그렇지, 아니길 잘했어.”강현수는 말하고 나서 돌아섰다.다행히 아니다. 만약 정말이었다면, 정말 난처했을 것이다!강현수는 생각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주머니에 넣고 주머니 속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도대체 얼마나 더 있어야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그녀를 찾은 것은 거의 그의 집착이 되었다.————임유진이 탈의실을 나왔을 때 밖에는 아무도 없이, 강지혁과 경호원 한 명만 문 앞에 있었다.“다 갈아입었어?”강지혁은 임유진이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화장도 지운 채 머리 모양도 포니테일로 했다는 걸 발견했다. 화장하지 않은 민낯이 보기에도 한결 마음에 들었다.“응.”임유진이 대답했다.“그럼 가자.”강지혁은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며 임유진의 손을 잡았다.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츠렸고 그는 눈썹을 치켜들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싫어?”“나…… 혼자 가도 돼.”“하지만 난 누나와 손잡고 가는 게 더 좋아.”강지혁은 말하며 손을 한 번 더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렇게 잡으면 누나는 아무 데도 못 가겠지.”그의 잡담 같은 말투는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문득 놀라게 했다.마치 그가 그녀의 온몸에 촘촘한 그물을 쳐서 그녀의 인생을 장악하려는 것 같았다.임유진은 자신의 인생이 강지혁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손을 더 가까이 끌어당겨 그녀의 손등에 아직 남아 있는 옅은 멍을 내려다보았다.그리고 그녀의 손등을 그의 입술에 가까이 대고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임유진은 숨을 들이쉬며 눈앞의 강지혁이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불어주고 있는 걸 보았다.“불면 덜 아플 거야.”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손가락 마디로 그녀의 손등 멍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불면서 문지르는 모습이 마치 정중한 일을 하는 것 같았다.임유진은 심장이 심하게 뛰는 것 같았고, 목구멍에 뭔가 막힌 것 같아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만약 혁이가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녀는 자상하고 좋은 동생을 가졌다고 느꼈을 것이지만, 강지혁이라면……. 그녀를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리고 지금 강지혁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언제 강 대표님이 한 여자를 이렇게 대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가!아마 멀지 않아 이 여자는 곧 S시에서 유명해질 것이다!“좀 나아졌어?”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 좀 나아졌어.”임유진은 세 번째로 자신의 손을 빼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잡아당기고 그녀의 손등의 멍든 곳을 조심스럽게 피했다.“아픈 줄 알면 착하게 있어야지. 안 그러면 내가 또 조심하지 않고 누나를 아프게 할지도 몰라.”임유진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붉었다. 그는 애매한 목소리로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그의 손에 이끌려 그의 벤틀리 차 앞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운전기사가 공손하게 문을 열자 강지혁과 임유진이 차에 올랐다.“시간이 남았는데, 그렇게 일찍 돌아갈 필요는 없어. 누나 어디 구경하고 싶은 곳 있어?”강지혁이 물었다.임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옆에 있으면 그녀가 어디 구경하고 싶은 곳이 있겠는가?“그럼 근처 어디 좀 둘러보자. 예전에 누나가 나를 데리고 야시장이나 쇼핑몰을 구경할 때가 그리웠어.”강지혁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그것은 그녀가 한
그의 눈에는 잔잔한 물결이 겹쳐져 있었는데 마치 그녀가 무엇을 하든, 그녀를 감쌀 수 있는 것 같은 부드러움이 배어 있었다.그 눈동자는 그의 입술 모서리에 띤 미소와 아울러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멋졌다.임유진은 갑자기 자신이 바보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메뉴에 있는 모든 요리를 주문해도 강지혁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그녀는 왜 그랬을까? 음식 주문이라는 바보 같은 방식으로 화풀이 하려고 했다니.임유진은 맥이 빠진 듯 손에 들고 있던 메뉴를 돌려주며 말했다.“됐어요.”“이 정도면 됐어?”강지혁이 웃으며 말했다.임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한참 만에 대답했다.“됐어.”“정말 다 드실 수 있겠어요? 이 음식들은 7, 8명이 먹기에도 충분한데, 두 분이서는 조금 많지 않을까요?”종업원이 귀띔했다.강지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일단 그걸로 해요.”종업원은 그 말에 메뉴를 들고 돌아섰다.강지혁은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누나가 부족하면 나중에 더 주문해도 돼.”그의 그런 말투는 그녀의 가슴을 또 갑자기 뛰게 했다.“방금 내가 억지를 부렸어. 다시 불러서 요리 몇 가지는 빼자.”임유진은 망설이다가 조금 전에 주문한 웨이터를 찾으러 일어나려 했다.강지혁이 갑자기 임유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누나가 좋아하는 음식을 왜 빼.”“낭비하고 싶지 않아.”임유진이 말했다.강지혁은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너에게는 이 음식값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주문하고 못 먹을 낭비야.”임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예전에 그녀도 한 끼에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주문했지만, 각각 조금씩만 맛보고,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거나,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거나, 살을 빼야 한다거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하지만 생활에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난 후에야 그녀는 배불리 먹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감옥에서 끼니마다 그녀는 다 먹어치웠다. 먹는 것만이 살아가는 기반이기 때문이다.때로는 누
그의 눈빛이 너무 직설적이고 숨김이 없어서였는지 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강지혁을 바라보며 물었다.“넌 안 먹어?”“먹어, 근데 누나 먹는 거 보고 있으면 입맛이 좀 더 생겨.”그가 말했다.“…….” 그녀는 순간 어이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먹는 걸 보고 있으면 식욕이 더 생긴다니!“밥 먹는 걸 보면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같아.”그가 중얼거렸다.“그건 네가 굶어본 적이 없어서 그래.”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네가 며칠 동안 밥을 먹지 않았다면, 흰 쌀밥에 물만 말아도 맛있을 거야.”“배고파본 적 있어?”“응, 배고파본 적 있어.”그녀는 한때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일이 이제는 아주 평범한 일이 된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얇은 입술을 물었다.“감옥에서?”“응.”그녀가 대답했다.그리고 두 사람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계속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몸 위로 무겁게 내려앉았다.오늘 그녀는 여전히 값싼 옷을 입고 머리를 숙이고 있다. 뺨에는 머리카락이 가늘게 몇 가닥 흐트러져 있다.가는 목과 가녀린 몸집, 지금의 그녀는 그가 수집한 자료 속에 넣어뒀던, 수용되기 전의 사진보다 훨씬 더 말랐는데 바람만 불면 쓰러질 것 같았다.이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한 입 또 한 입 그렇게 열심히 먹었다.하지만 그녀의 이 진지함은 그에게 쓰라리고 무거운 느낌을 주었다.그가 하는 몇 번째 후회인지 모른다. 만약 그가 그녀를 만나고 나서 그녀에게 신경 쓸 줄 알았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감옥에서 그런 고통을 겪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그때…… 그는 절대 그녀가 그런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하지 않을 것이다!강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앞에 놓인 음식을 먹었지만 음식은 입에서 떫은맛이 나는 듯했다.식사를 마친 임유진이 말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내가 같이 가 줄게.”그가 대답했다.“…….”화장실 가는데 같이 간다고?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여학생들이 화장실을 갈
하지만 지금 온 S시의 많은 사람이 진세령과 소민준이 약혼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하필이면 한세리가 소민준을 언급할 때 ‘옛 남자친구'라고 하며 무언가를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임유진은 한세리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뭔가 깨달았다.한세리는 임유진의 시선을 마주보며 얼굴에는 오히려 불편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상대방의 눈빛은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이내 꿰뚫어 보면 또 어찌할 거냐고 스스로 말했다. 임유진은 지금 이미 그 당시 업계의 샛별이 아닌데 말이다.그녀는 임유진과 함께 사무실에 들어갔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임유진만 존재했고, 그녀는 단지 들러리에 불과했다.다들 임유진은 일과 사랑을 다 가졌다고 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독선적인 변호사가 될 것 같다고 했는데, 그녀는 옆에서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그녀의 일이 잘못될 때마다 사무실의 선배님은 그녀에게 더 배우라고 해서 그녀를 화나게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임유진은 그녀의 머리를 짓누르는 큰 산과 같았다. 임유진이 사무실에 있는 한, 다른 사람들은 항상 두 사람을 비교했다.그리고 그녀는 영원히 임유진의 그늘에서 사는 것 같았다.그래서 임유진에게 일이 생겼을 때, 한세리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심지어 이게 하늘이 그녀를 도와줘서 임유진에게 일이 생긴 거로 생각하기도 했다.아니나 다를까, 임유진이 감옥에 간 후, 아무도 그녀와 임유진을 비교하지 않았다.“유진아, 신경 쓰지 마, 나도 네가 걱정돼서 그래. 환경미화원은 힘든 일이잖아.”한세리는 동정하듯 말했다.“다행히 힘들지 않아.”임유진이 말했다. 적어도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것이 감옥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한세리는 임유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어떻게 힘들지 않을 수가 있어. 너는 환경미화원이니까, 매일 바닥을 쓸고, 쓰레기통을 정리해야 하잖아. 환경미화원 짓을 오래 하면,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한세리는 말하면서 눈에는 경멸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야, 됐어.”임유진이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밖에서 기다리는 친구가 있어, 먼저 갈게.”“야, 뭐가 급해.”한세리가 또 말했다.“너 아직 남자친구 없지, 내 남자친구는 학교에서 교수님으로 일하고 있어. 아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소개해 줄까?”그러면서 임유진을 따라 화장실을 나왔다.그리고 한세리가 화장실 밖에 서 있는 중간 키의 남자를 향해 소리치자 상대방이 바로 이쪽으로 다가왔다.임유진은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외모는 중간 정도, 나이는 좀 있어 보였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 사람이 한세리의 남자친구일 것이다.“용준 씨, 이쪽은 내 예전 동료인 임유진이에요. 오늘 우연히 화장실에서 만났어요.”한세리가 말했다.“유진아, 여기는 내 남자친구 하용준 씨, 용준 씨는 UE 대학의 교수야.”한세리의 말투에는 자랑이 가득했다.오히려 하용준이 서둘러 한 마디 덧붙였다. “부교수일 뿐이지 아직 교수는 아니에요.”“2년 뒤면 교수잖아요.”한세리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가 임유진에게 말했다.“밖에서 기다리는 친구가 있다면서? 누구야?”임유진은 고개를 들었지만 강지혁을 보지 못했다.설마 그가 먼저 갔단 말인가? 그녀는 마음속으로 추측했다.하지만 한세리는 전에 상대방이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것이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여 한마디 했다.“그럼 우리 어디 좀 가서 앉자. 내 남자친구에게 주변에 너에게 어울리는 상대가 있는지 보여줄 겸 말이야. 지난번에 그들 학교 지원 노동자들의 결혼문제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 하던데 너랑 나이가 맞는 사람이 있을 거야.”한세리는 어색한 듯 말했다.“노동자와 소개팅을 해도 괜찮지? 사실 나는 그들 학교의 싱글 선생님들을 소개해주고 싶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 선생님들은 보통 상대방의 과거가 깨끗한 것을 요구하는데 넌 이쪽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하지만 걱정하지 마, 비록 노동자라 월급이 높지 않고 학력도 낮지만, 모두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상냥하게 잘 대해줘.”
결국, 다음번이 되기 전에, 그는 더는 혁이가 아니라 강지혁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지금 처음 한 말을 그가 기억할 줄은 몰랐다.“유진아…… 이 사람 누구야?”한세리는 강지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의아하게 물었다.‘이 귀하고 고상해 보이는 남자는 임유진…… 친구인가?!’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임유진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강지혁이 한발 앞서 입을 열었다.“이 여자가 소개팅 상대를 소개해 주려는 거야? 설마 이 여자에게 내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한세리는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이 남자…… 정말 임유진의 친구인가? 심지어…… 남자친구?!외모만으로도 소민준을 바로 이길 수 있었는데 그녀의 남자친구는 말할 것도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한세리는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친구 하용준을 바라보았다. 원래 그녀는 남자친구에 대해 매우 만족했다. 비록 나이가 10살 더 많지만 어쨌든 부교수이고 몇 년만 지나면 교수가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 임유진과 함께 있는 이분…… 이 친구와 비교해보니 한세리는 갑자기 자신의 남자친구를 데리고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임유진은 이때 강지혁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옆에 있던 하용준은 강지혁에게 먼저 다가가 말했다.“내 여자친구가 임유진 씨에게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생각해주세요. 전 하용준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내 여자친구 한 세리예요.”“전 강 씨 성을 쓰고 있어요.”강지혁은 자신의 성만 말하고 이름은 생략했다.하용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오해해서 정말 미안해요, 다들 어디 가서 앉으시죠?”“좋아요.”강지혁은 대답한 후 임유진에게 말했다.“어디 가서 밀크티를 마시자.”임유진은 좀 이상했다. 평소 강지혁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왜 다른 사람과 동행하는 것에 동의한 거지?하지만 강지혁은 이미 그녀의 손을 잡았다.결국 네 사람은 한 카페에 도착했고, 하용준은 먼저 강지혁과 임유진에게 메뉴를 건네며 물었다
세 사람이 커피를 주문하자 한세리는 일부러 임유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임유진이 지금 하는 일이 어떠냐고 물었다. 사실 임유진이 지금 얼마나 비참하게 지내는지 더 듣고 싶었을 뿐이고 강지혁이 이것을 들은 후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기도 했다.그러나 강지현은 아무렇지 않은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듯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유진아, 사무실 사장님께 말씀드려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서 일을 찾아보는 게 어때? 사무실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청소한다고 해도, 네가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것보다 낫잖아.”한세리는 착한 척 말했다.임유진은 눈을 들었지만 한세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난 일자리를 바꿀 생각이 없어.”“그래?”한세리는 입을 삐죽거렸다.“사무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면, 월급을 환경미화원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정말 생각 없어?”“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잘 안다고 생각해.”임유진의 말투도 점점 차가워졌다.한세리는 또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하용준에게 끌려갔고, 마침 웨이터가 커피를 들고나와 화제가 일단락되었다.“자, 이 커피는 비싼 커피예요, 따뜻할 때 더 맛있어요.”한세리가 말했다.강지혁은 자세를 바로잡고 우아하게 커피를 들고 향기를 맡으며 한 모금 마셨다.한세리는 눈앞의 남자를 보며 그가 아이돌 스타처럼 느껴졌고, 커피 한 잔 마시는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고 생각했다.“강지혁 씨, 유진이와는 어떻게 만났어요?”한세리가 궁금해서 물었다.“눈이 올 때 그녀가 먼저 찾아와 말을 걸어와 알게 됐어요.”강지혁이 웃으며 대답했다.‘겨우 이렇게?! 이건 너무 쉬운 거 같은데!’“그렇다면 유진이가 먼저 강지혁 씨를 좋아한 거네요?”한세리가 또 물었다.강지혁은 고개를 숙인 채 밀크티를 마시고 있는 임유진을 힐끗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렇죠.”임유진은 밀크티를 뿜을 뻔했다. 그럴 리가!하지만 이때 한세리가 스스로 그녀와 강지혁의 관계를 오해한 거니, 임유진도 뭐라고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