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임유진이 진상을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 거 같아?”강문철이 말했다.강지혁은 차가운 눈빛을 한 채 갑자기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녀는 영원히 그 일의 진상을 알지 못할 거예요.”문철은 콧방귀를 뀌었다.“가능하다고 생각해?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이상 언젠가는 그녀도…….”다만 문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혁이 말을 끊었다.“그녀는 반드시 알지 못할 거예요. 할아버지, 맞죠?”차갑고 맑은 목소리는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었지만 문철은 손자의 눈에서 위협적인 빛을 보았다.자신의 손자가 한 여자를 위해 협박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철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솟구쳤다.손자는 정말 한 여자에 의해 통제되지 않을 것인가?아니면…… 더 참혹하게 될까?…….주말이 되자 임유진은 버스를 타고 외할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달려갔다.외할머니의 병실에는 이미 친척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유진을 보더니 각양각색의 표정을 지었다.특히 큰삼촌, 둘째 삼촌, 셋째 이모 그 몇 가족은 유진을 보자 무섭기도 하고 밉다고 하기도 했다.유진은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유진이 신경 쓰는 것은 단지 외할머니의 병일 뿐이다.“유진아.”할머니는 유진을 보자 힘겹게 한마디 말했다. "가까이 와. 할머니가 좀 보자.”유진은 병상 옆으로 가서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할머니는 알아. 이번 일로 네가 정말 속상했을 거야.”할머니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저는 단지 할머니의 건강이 좋아지기를 바랄 뿐이에요.”유진이 말했다.옆에 있던 셋째 이모는 참지 못하고 불평했다.“엄마, 걔가 왜 속상해. 억울한 건 우리야. 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데…….”“정말 뻔뻔스럽게 말하네!”할머니는 셋째 이모를 노려보았다.셋째 이모는 내키지 않아 더 말하고 싶었지만 다른 친척들이 셋째 이모를 말렸다. 그리고 다른 친척들이 원만하게 수습해 줘 이 일은 원만하게 지나갔다.할머니는 유진에게 몇 마디 더 말했다. 하지만 아직 병이 낫지 않았
임유진은 그제야 눈치챘다. 그들은 병원비를 내게 하려고 유진을 부른 것이다.그리고 만약 유진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말을 맞췄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노준태가 입을 열자 큰삼촌이 즉시 말했다.“아버지, 우리가 무슨 돈이 있어요. 지금 저는 아들을 결혼시킬 돈도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명휘가 지금까지 결혼도 안 했겠어요?”“맞아요. 아버지, 저희는 진짜 돈이 없어요!”둘째 삼촌도 재빨리 맞장구를 치고는 유진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유진아, 애초에 우리가 가난하지 않았으면 널 박씨 가문에 시집보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야.”“가난하면 저를 바보에게 시집보낼 수 있어요? 가난하면 죄가 없는 게 돼요?”유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둘째 삼촌이 순간 할 말을 잃자 큰삼촌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네 두 사촌오빠는 지금까지 결혼도 못 했어. 그들은 우리 노씨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해. 그리고 네 할머니가 평소 널 그렇게 잘해 주셨는데 설마 너는 보답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거야? 하물며 감옥에 간 적 있는 너와 결혼하려고 하는 것만 해도 괜찮은 거지!”“할머니가 저한테 잘해준 거지, 삼촌들이 저한테 잘해준 거예요? 왜 제가 삼촌들에게 보답해야 해요?”유진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정말 너무 이기적이다. 오직 다른 사람이 삼촌에게 이득을 주어야 하고 삼촌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말 잘했어. 네가 방금 말했잖아. 네 할머니가 너한테 잘해 주셨으니까 지금 네 할머니가 입원해서 병원비가 많이 드니 네가 부담해야지.”셋째 이모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이 말 한마디로 유진을 설득한 것 같았다.유진은 셋째 이모가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 유진은 조용히 서서 셋째 이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지켜보았다.그때 셋째 이모가 계속하여 말했다.“유진아, 사실 그때 네가 먼저 우리에게 대단한 사람과 만난다고 말해줬으면 그런 오해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우리는 단지 너에게 의지할 가정을 만들어 주고 싶었을
그 순간 사람들의 난색이 어두워졌다.그때 셋째 이모가 곧바로 말문을 열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저는 4천만을 낼 생각이 없다는 뜻이에요!”유진이 차갑게 말했다.“저는 단 한 번도 대단한 사람과 만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셋째 이모의 엄마이기도 하잖아요. 할머니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런데 손녀인 저에게 차비와 노동비를 내라고 하는 게 너무 어이없지 않아요?”“유진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네 큰삼촌, 둘째 삼촌이 그날 그 대단한 인물이 널 안고 박씨 저택을 나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큰삼촌이 탄 약을 먹고 정신을 잃은 것밖에 기억나지 않아요.”유진이 콧방귀를 뀌었다.“아마 남을 돕는 것을 낙으로 삼는 사람이 조카를 그렇게 괴롭히는 게 눈에 거슬렸겠죠. 아니면 큰삼촌, 둘째 삼촌이 그 대단한 인물이 누군지 알려줘요. 가서 인사라도 하게.”노준태는 그의 자식들과 서로 마주 보고 있다.모르는 사람? 그게 가능할까?“유진아, 어쨌든 이 돈은 네가 내. 네 할머니는 네가 경찰서에 큰삼촌, 둘째 삼촌을 신고해 화병이 나서 이렇게 된 거야.”노준태가 말했다.“할아버지, 틀렸어요. 저는 피해자예요. 경찰은 법에 따라 일을 한 것뿐이에요. 만약 애초에 큰삼촌, 둘째 삼촌, 셋째 이모가 저를 바보에게 시집보내는 걸 계획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예요. 만약 할아버지가 제가 그들을 해쳤다고 생각한다면 저와 같이 경찰서에 가서 제대로 알아봐요.”유진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낯색이 변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찰서에 갇힌 다른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겨우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서 제대로 알아본다? 만약 또 갇히면 언제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그럼 넌 한 푼도 안 내겠다는 거야?”노준태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 할머니가 병을 고칠 돈이 없어서 병원에서 쫓겨나는 것이 두렵지 않니?”“정말 삼촌들이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할머니는 건물
“그럼 우리가 병을 고칠 돈이 없어 네 엄마를 집에 데리고 간다고 하면 돼. 유진이가 감히 병원비를 안 내?”노준태가 화를 내며 말했다.“만약 진짜 저희를 고소하면 어떻게 해요?”큰삼촌은 걱정하며 말했다.그러자 둘째 삼촌이 곧바로 말했다.“맞아요. 유진이는 법학과의 수재였고 변호사까지 했잖아요. 그리고 유진이를 보호하는 대단한 사람이 있을 거예요. 진짜 우리를 고소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해요.”노준태는 턱을 쓰다듬으며 보기 흉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너희 셋이 나머지 병원비를 내.”“저희가 내라고요?”셋째 이모가 다급히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그 계집애가 고소할 때까지 기다릴까?”노준태는 딸을 노려보았다.“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철거 보상금은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마!”셋째 이모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록 셋째 이모는 시집간 딸이지만 애당초 아버지가 셋째 이모에게도 보상금을 나눠줄 것이라고 했다.지금 온 가족이 철거 보상금에 기대를 걸고 있다!만약 정말 임유진이 고소를 한다면 유진과도 철거 보상금을 나누게 될 것이다.한 무리의 사람들은 서로 눈치 보기 바빴고 결국 세 집이 함께 돈을 모으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유진은 할머니의 병실로 돌아왔다. 할머니가 이미 잠들어 유진은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외할머니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예전에는 항상 외할머니가 자신을 보호해 주셨는데 지금은 늙어서 유진이 할머니를 보호해야 한다.사실 만약 유진이 정말 돈이 있다면 유진은 혼자 할머니의 병원비를 전부 부담할 것이지만 현재의 유진은 생활이 어려워 할머니의 병원비를 혼자 부담할 수가 없다.그리고 유진이 철거 보상금 얘기를 했으니 할아버지와 삼촌들이 할머니에게 잘 치료해 줄 것이다.설사 만약 병원비가 정말 부족하더라도 유진은 되도록 외할머니를 도와 권익을 쟁취할 것이고 보상금으로 할머니의 남은 생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지금 유진은 외할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얼마나 지났는지 날도 점점 어두
“그냥 그렇게 됐어요. 그런 일을 했으니 당연히 자신이 한 짓에 책임져야죠.”강현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임유진은 흠칫 놀랐다. 설마…… 김선아는 연예계에서 매장당한 것일까? 심지어 강제로 은퇴했을 수도 있다.그 후로 화려함은 사라지고 평범해야 한다.다만 이 세상에 평범함을 달가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화려함을 맛본 적 있는 사람은 평범한 일반인이 되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왜 그래요? 지금 그녀를 동정하는 거예요?”현수는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날, 김선아가 유진 씨에게 예의 없게 굴었잖아요.”“동정하지 않아요. 그녀는 아마 내 동정이 필요하지 않을 거예요.”유진이 말했다.“그리고 그쪽도 사과의 의미로 밥을 살 필요 없어요. 저는 빨리 S시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해요.”“그런데 제가 하필 밥을 사주고 싶은데 어떡하죠?”현수가 말했다.그러자 유진이 덤덤하게 말했다.“밥 사는 것도 억지를 부릴 수 있어요?”“평소엔 억지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은 나쁘지 않아요.”현수는 말하며 유진의 손을 잡고 주차장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강현수 씨, 뭐 하는 거예요?”유진이 소리 질렀다.“단지 유진 씨와 밥을 먹고 싶을 뿐이에요.”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진짜 밥만 먹으려는 걸까? 현수 같은 남자가 여자와 같이 식사를 하고 싶다면 같이 할 여자가 넘칠 것이다. 이렇게 억지로 싫다는 유진과 식사 할 필요는 전혀 없다.유진이 생각을 하는 사이 두 사람은 이미 현수의 차 앞에 왔다.현수가 조수석의 차문을 열고 유진에게 말했다.“강현수 씨, 전 정말 같이 식사할 시간이 없어요. 마지막 버스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요. 그 시간을 놓치면 오늘 밤 S시로 돌아갈 수 없어요.”칠흑 같은 눈동자가 유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만약 당신이 정말 저와 밥을 먹기 싫다면 당신은 어떻게 해도 그 버스에 탈 수 없을 거예요. 장담해요.”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현수의 능력으로 전혀 어려운
임유진은 강지혁과 관계를 끊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이 아닌가? 지혁의 존재가 한때 유진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하지만 방금…… 유진은 지혁이 구하러 오기를 바랐다!“왜 여기 있었던 거예요?”갑자기 차 안에 강현수의 목소리가 울렸다.“외할머니가 아프셔서 병문안을 왔어요.”유진이 말했다. 어차피 유진이 말하지 않아도 현수는 조금만 조사해도 알아낼 수 있다.“할머니가 이 마을에 살아요?”현수가 물었다.“네.”“그럼 유진 씨도…… 여기에서 살았어요?”현수의 목소리는 머뭇거리는 듯했다.“어렸을 때 이곳에서 잠시 살았지만, 나중에는 S시로 돌아갔어요.”유진이 말했다.“그래요? 그럼 유진 씨가 여기 살았을 때 특별한 일이 있었어요?”현수는 질문을 하면서 운전대를 잡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현수 씨가 말한 특별한 일이 뭘 얘기하는지 모르겠네요.”유진이 대답했다.“게다가 제가 여기에 살았을 때는 나이가 어려서 정말 특별한 일이 있었더라도 아마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현수는 침묵하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식당 입구에 도착하자 차가 멈추었다.유진이 그 식당을 보자 그 마을에서 유명한 아주 작은 식당이었다. 보통 현지인들만 그곳을 찾았고 외지인들은 그곳을 아예 몰랐다.그리고 그 마을은 관광지가 아니다. 자연히 관광업이 발달한 곳처럼 외지인이 특별히 찾는 식당이 아니다.유진도 어렸을 때 이곳에 여러 해 머물렀기에 알게 되었다. 이 작은 가게는 문을 연 지도 아주 오래되었다. 그 당시 유진이 외갓집에 살았을 때도 이 식당이 있었다. 외할머니가 가끔 유진을 데리고 이곳에 와서 한 끼 먹었다.유진은 다소 의외였다. 현수가 이곳을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여기는 음식이 괜찮은데, 환경이 좀 누추해요.”차에서 내린 후 현수가 무심코 다시 말했다.“유진 씨도 이곳에서 잠시 살았다고 했잖아요. 이 식당에서 먹어 본 적 있어요?”“먹어봤어요.”유진이 말했다.“여기 음식 좋아해요?”현수가 물었다.“괜찮았어요.
“그렇군요.”임유진은 대답을 하면서 강현수가 일부러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강현수는 칠흑 같은 눈동자로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그 병원에서 한 사람과 헤어졌어요. 그 사람이 나한테 이 식당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해 저는 매년 그녀와 헤어지던 날만 되면 여기에 와서 밥을 먹어요.”“그럼 그 사람은 현수 씨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겠네요.”현수의 말투를 들으니 아주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맞아요, 중요해요. 나한텐 그녀는 목숨처럼 중요해요.”현수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을 말하는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유진은 깜짝 놀랐다.현수가 헤어진 사람을 이토록 신경 쓸까? 현수는 여자친구를 자주 바꾸고 헤어질 때면 조금의 미련도 남기지 않기에 감정 면에서 아주 무관심한 사람 같았다.현수의 마음속에서 감정은 아주 잔잔한 물결처럼 흘러가고 흘러간 뒤에는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현수는 헤어진 그녀가 자신의 목숨처럼 중요하다고 한다. 만약 기자들이 그 말을 들었으면 어떻게 생각할까.“그렇게 중요하면 왜 찾지 않았어요?”유진이 물었다.그러자 현수는 싱긋 웃으며 유진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처럼 유진을 바라보았다.“찾았어요. 당연히 찾았죠. 하지만 그 시대에는 병원과 이 작은 마을에 CCTV가 설치되지 않았고 게다가 저는 며칠이 지나서야 그녀를 찾기 시작해 결국 찾을 수 없었어요.”현수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있다. 몇 년 동안 현수는 줄곧 찾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점점 가능성이 희박해졌다.심지어 현수는 가끔 영원히 그녀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그럼 빨리 그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어요.”유진이 말했다.“맞아요. 저도 빨리 찾았으면 좋겠어요.”그때 그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그럼 유진 씨는 그때 이 마을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 적 있어요? 예를 들면…… 사람을 구한 적 있다든지, 누구에게 이 식당의 음식이 맛있다고 했던지.”유진이 피식 웃었다.“저는 그때 아마 많은 사람에게 이 식당의 요리
그 당시 강현수가 이 작은 마을에서 그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다만 지금 이렇게 물어보니 오히려 현수가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아니에요.”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임유진은 그 사람이 아니다.뭐가 아니라는 걸까?유진은 조금 당황스러웠다.그때 가게 주인이 음식을 올리자 현수가 말했다.“드세요. 술 먹을래요?”유진은 강지혁 앞에서 취했던 생각이 떠올라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난 음료수를 마시면 돼요.”하여 현수는 사장에게 음료수 두 병을 가져오라고 했다.“현수 씨도 술 안 마셔요?”유진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이따가 운전해야 하니 안 마실래요.”현수가 말했다.그때 갑자기 유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유진이 판결받을 때 음주운전이었지만 유진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참, 유진 씨도 음주운전 때문에 사고가 났죠.”갑자기 현수의 목소리가 울렸다.“그래서 환경미화원이라는 일을 찾은 거예요?”“적어도 일할 수는 있잖아요.”유진이 씁쓸하게 말했다.“제가 환경위생과에 얘기해서 좀 편한 자리로 조정해 줄까요?”“아니에요.”유진은 곧바로 거절했다. 현수의 호의를 쉽게 받을 수가 없다.현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처음으로 자신이 주는 걸 거절하는 사람이다. 만약 유진의 얼굴이 기억 속의 사람과 닮지 않았다면 주동적으로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그릇에 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현수가 가끔씩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마침내 식사가 끝나자 현수가 말문을 열었다.“내가 데려다줄게요.”“아니에요, 버스 타고 가면 돼요.”유진이 말했다.“이 시간에 버스 정류장에 가더라도 S시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 거 같아요?”유진은 시간을 보니 이미 8시 반이었다. 설령 유진이 지금 택시를 타고 달려간다 하더라도 마지막 버스를 놓칠 것이다.그리고 기차는 내일 아침이 되어야 있다.“내가 데려다줄게요.”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싫으면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