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임유진은 낮에는 일을 해야 하고, 밤에는 장갑을 짜는 것을 연구하느라 바빠 매일 자는 시간이 매우 적다. 그리고 오늘 이른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왔고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강현수는 유진이 잠든 것을 힐끗 보고 음악 소리를 줄였다.유진이 잠들자 오히려 기억 속의 그녀와 더 닮은 것 같았다. 사실 유진이 눈을 뜨고 있을 때도 닮았다. 다만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산전수전 다 겪은 것 같은 느낌이 있어 기억 속의 그녀와 조금 차이가 있었다.그 사람의 눈빛은 맑고 투명하여 마치 끝없는 희망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유진이 깨어나자 차는 이미 유진의 월세방 앞에 세워졌다.유진은 갑자기 난감한 표정으로 서둘러 안전벨트를 풀었다.“제가 얼마나 잤어요?“괜찮아요. 얼마 되지 않았어요.”현수가 말했다.유진은 서둘러 차에서 내린 다음 자신의 좌석 옆에 놓은 가방을 들려고 했다. 하지만 실수로 가방 안의 물건이 모두 차 안에 쏟아졌다.유진은 땀을 뻘뻘 흘리며 얼른 가방에서 쏟아진 물건을 주웠다.갑자기 한 손이 유진보다 빠르게 유진이 짠 장갑을 집어 들었다.“장갑을 만들고 있어요?”현수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심심해서 만드는 거예요.”유진은 아무렇게나 핑계를 대고 재빨리 그 장갑을 가져오고 한마디 했다. “고마워요.”그러고는 차문을 닫고 황급히 집으로 들어갔다.현수는 창문을 통해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방금 그 장갑, 크기를 보니 남자의 손 크기 같은데, 설마 유진은 남자에게 선물하려고 짜는 것일까?한 여자가 한 남자를 위해 뜨개질을 한다. 가족이 아니라면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그러나 그 털실은 낡은 털실이어서 유진이 도대체 누구를 위해 짜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현수는 다시 시동을 걸고 동네를 떠났다…….…….유진은 집으로 돌아와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의 계좌에 있는 돈을 살펴봤다.지금의 유진은 출소 후 지금까지 백만 원밖에
그리고 너의 의미를 부르는 것이 들렸다.“만약 우리…… 또 잡히면 어떡하지?”남자아이의 목소리가 울렸다.“바보야, 내가 있는데 어떻게 도망가지 못하겠어? 내가 반드시 너를 데리고 도망갈 거야!”“나를 버리면 너는 반드시 도망갈 수 있을 거야.”“난 절대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내가 너를 보호할 거라고 말했으니 너를 보호할 거야! 난 나쁜 사람들이 두렵지 않아!”“넌 왜 날 버리지 않는 거야?”“우리는 친구니까!”“악!”임유진이 눈을 번쩍 뜨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자 희미한 조명이 보였다.여기는 유진의 월세방이다!유진은 한숨을 내쉬고 시간을 보니 이제 새벽 3시였다.유진이 꿈을 꿨다? 꿈에서 어렸을 때 자신이 한 남자아이와 대화하는 것 같았고 게다가 자신이 너의 의미를 불렀다.맙소사, 자신이 어떻게 이런 꿈을 꾼 것일까? 설마 오늘 강현수의 차에서 너의 의미를 너무 많이 들어 자신이 노래하는 꿈을 꾸었단 말인가?하지만…… 꿈속 상황이 마치 정말 일어났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리고 그 시각 강씨 저택에 있는 방 하나에 불이 켜져 있었다. 현수는 의자에 앉아 그 그림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그림에는 한 소녀가 한 남자아이를 업고 가시나무 숲을 걷고 있다.현수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그 소녀의 얼굴을 스치며 속삭였다.“도대체 난 언제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중얼거리는 소리는 그리워하는 것 같고, 아쉬워하는 것 같고, 실망한 것 같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인 것 같았다.어떤 사람, 어떤 일은 시간으로 인해 잊히지 않고, 오히려 시간에 따라 더욱 선명해져 결국 일종의 집념이 된다.…….이틀이 지나자 큰삼촌이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4분의 1의 병원비를 지급하라고 재촉했다. 유진은 고민을 하다 한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영아, 150만 원만 빌려줄 수 있어? 급히 쓸 곳이 있어. 바로 갚을 수는 없고 매달 조금씩 갚을게.”유진은 지영에게 신세 지기 싫어 난감해하며 말했다.지영은 유진을 너무 많이 도와줬지만 유진은 보답할 방
서미옥이 말한 아르바이트는 엑스트라이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남기면 되고 유진의 이력을 볼 필요도 없다.일당이 2만 원이고 점심 한 끼를 제공한다. 만약 촬영 시간을 연장해야 하면 저녁밥을 주지만 연장 비용은 없다.미옥의 말에 의하면 어차피 휴일이 비니 엑스트라를 해 돈을 벌면 된다. 그리고 일당은 그날 바로 지급한다.한 달 내내 쉬는 날마다 일이 있다면 대충 계산해도 몇 십만 원은 될 것이다.몇 십만 원은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유진에게는 아주 짭짤한 수입이다.퇴근할 때 유진은 이미 완성된 장갑을 보고 강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장갑을 다 만들었어. 내가 가져다줄까, 아니면 네가 사람을 보낼래?”“내가 찾으러 가면 돼.”지혁이 대답했다.“그래.”유진은 대답하고 월세방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후 장갑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이전에 지영이 유진에게 준 교통사고에 관한 서류의 복사본을 꺼냈다. 그 안에는 당시 증인의 진술서와 각종 물증의 사진 복사본이 있었다.그 내용을 보자 유진은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물증에는 유진이 당시 술을 마셨던 술병과 술잔, 그리고 술잔에 유진의 DNA까지 있었다.정말 어이가 없다. 유진이 마시지 않은 술잔에 유진의 DNA가 검출되었지만, 유진은 이 증거를 뒤집을 방법이 없었다.유진은 도대체 누가 본인을 이렇게 해치려고 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진애령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면서 유진을 해치려고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진애령을 해치려는 사람이 엉뚱한 곳에 죄를 덮어쓴 것일까?아무튼 3년이 지났다. 유진은 감옥에서 도대체 누가 본인과 이렇게 깊은 원한을 가졌는지 수없이 생각했지만 결국 생각해 내지 못했다. 그리고 진애령과 원한이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당연히 찾아낼 수 없다!바로 이때 유진의 핸드폰에 공지가 올라왔다.바로 오늘 추가한 엑스트라 단톡방이었다. 담당자가 다음 촬영 시간, 장소, 지점 그리고 필요 인원과 요구 등을 통지하고 있다.유진이 시간을 보자 마침 유진의 휴
“왔어?”임유진은 덤덤하게 말문을 열고는 강지혁이 들어오기 편하게 자리를 비켰다.“누나, 오래 기다렸지.”지혁은 웃으며 말했다. 그는 테이블에 널려있는 미처 미처 정리하지 못한 사건 서류를 보았다.지혁은 아무렇지 않게 그 중의 자료를 들고 몇 번 훑어보았다.“왜 누나는 또 그때 사건을 보고 있는 거야?”유진의 몸이 굳었다. 예전에도 유진은 지혁에게 그 사건을 말한 적 있다. 하지만 그때 유진은 지혁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그 사건에 대해 말하자니 오히려 난감하고 어색했다.유진이 아무리 무죄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교통사고는 실제로 발생한 일이고,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은 지혁의 약혼녀이다!“누나, 왜 그래요?”유진이 꾸물거리며 대답하지 않자 지혁이 고개를 들어 유진을 바라보았다.“그냥…… 심심해서 보는 거야.”유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참, 누나는 전에도 억울하다고 말했잖아. 지금 이 자료들을 다시 보는 게 판결을 뒤집기 위한 거야?”지혁은 잡담처럼 말했지만 기이한 눈빛을 비쳤다.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판결을 뒤집다, 유진은 당연히 뒤집고 싶다! 하지만 그때의 증인을 찾을 수 없고 그 물증들은 절대 번복할 수 없이 뚜렷했다.유진이 감옥에 갇힌 3년 동안 지영은 판결을 뒤집기 위해 수많은 돈과 시간, 정력을 썼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하여 유진이 출소한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수중에 돈이 없고 200만 원도 안 되는 병원비조차도 친구에게 빌려야 한다.유진은 변호사를 한 적이 있으니 판결을 뒤집으려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재수사하려면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확실한 유력한 새로운 증거가 없기 전에 경찰은 경찰력을 낭비하여 재수사할 수 없다. 하여 모든 조사는 자신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진은 이런 경제력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문득 유진은 지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럼 너는? 너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싶지 않아? 너의 약혼녀가 왜 운전을 하고 내 차를 박았는지 알아내고 싶지 않아?
“왜 그렇게 생각해?”강지혁이 반문했다.“어차피 이번 생에 여자와 결혼해야 해. 그럼 조금 늦거나 조금 빠른 게 차이가 있어? 진애령은 조용하고 말을 잘 들어. 진씨 가문과의 혼인은 강씨 가문의 사업에도 도움이 돼. 왜 마다하겠어?”지혁은 비즈니스 계약을 말하는 것처럼 아주 덤덤하게 말해 임유진은 조금 소름이 돋았다.이 남자에게는 사랑이 전혀 없는 것 같다. 결혼조차도 사업인 것 같았다.이런 사람에게 도대체 무엇이 중요할까?“하지만 지금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지혁은 유진을 빤히 쳐다보며 입가에 웃음기가 돌았다.유진은 어색하여 시선을 피했다. 마치 유진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유진은 자신에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지혁과 유진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고 여태껏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장갑만 주면 이제는 더 이상 마주칠 기회가 없을 것이다.“장갑 받아.”유진은 다급히 장갑을 가지러 가려고 했다.“급하지 않아.”지혁은 유진의 팔을 잡아당기고 천천히 허리를 굽혀 유진과 눈을 마주쳤다.“누나는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누나는 판결을 뒤집고 싶어?”뒤집고 싶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판결을 뒤집지 않으면 유진은 평생 그 죄명을 짊어지고 고개를 들 수조차 없다.하지만…….“뒤집고 싶다고 한들 어떻게 할 수 있겠어?”유진이 되물었다.“만약 누나가 정말 판결을 뒤집고 싶다면, 내가 도울 수 있어.”지혁이 말했다.그러자 유진은 깜짝 놀랐다.“너는 내가 그 당시에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걸 믿어?”“누나가 음주운전을 했든 안 했든 나한테는 상관없어.”지혁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단지 누나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죄명을 벗기는 것에 불과해. 그 점을 뒤집으려면 내가 가장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 당시 사건의 허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 그러면 사건을 뒤집을 수 있을 거야.”유진의 반짝이던 눈빛은 순간 암울함으로 대체되었다. 유진은 지혁의 뜻을 이해했다.
임유진은 더없이 확신했다.“나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해!”“그 일은 이미 3년이 지났어. 그 당시 CCTV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일 거야. 판결을 뒤집는 것만 해도 어려운 일인데 진상을 찾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지.”유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유진은 지혁의 뜻을 이해했다. 지혁은 단지 유진을 도와 사건을 뒤집는 것이다. 지혁에게 사실의 진상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그날 진애령이 왜 자살하는 방식으로 차를 박았는지, 진애령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다.지혁은 애령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기에 애령이 죽어도 단지 혼인에 적합한 사람이 한 명 적어진 것에 불과하다.“강지혁, 넌 조금도 진애령을 사랑하지 않아.”유진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그러자 지혁은 눈을 가볍게 떴다.“난 단 한 번도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어.”“그럼 넌 누구를 사랑해?”그 순간 그 답이 지혁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지혁은 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누나는 내가 누구를 사랑했으면 좋겠어?”유진은 갑자기 자신이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다. 유진이 왜 그걸 물은 것일까? 게다가 지혁은 결혼을 거래처럼 말한다. 아마 지혁은 평생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미안해, 내가 묻지 말았어야 했어.”유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날 도와 사건을 뒤집을 필요 없어. 내 사건은 내가 스스로 방법을 찾아볼게.”유진은 자신의 방식으로 진상을 찾아낼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그래?”지혁이 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좋아, 누나가 어떤 방법을 생각해 낼지 보고 싶네. 하지만 만약 누나가 생각을 바꾸어 사건을 뒤집으려고 한다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 내가 누나를 도와 사건을 뒤집을 거야.”“왜 사건을 뒤집는 것을 도와주는 거야?”유진은 의심스럽게 지혁을 바라보았다. 지혁의 표정을 보니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유진을 위해 사건을 뒤집을
마치 인생의 우스개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랍 쪽으로 걸어가서 이미 짜놓은 장갑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것은 약속했던 대로 너에게 주는 장갑이야.”그는 이 장갑을 자세히 들여다본 다음 다시 끼려고 했다.“잘 짰네, 게다가 아주 따뜻해. 누나가 짠 목도리처럼, 따뜻하고 편해.”“사실 너 그 목도리 할 필요 없어. 다른 사람이 보면 오히려 네 옷이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거야.”그녀가 말했다. 그의 이 고급스러운 옷은 오히려 목도리를 더 낡고 저렴해 보이게 만들 뿐이다.“안 어울려?”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뜨고 가볍게 웃었다.“누나, 나한테 이 목도리가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를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내가 좋기만 하면 돼. 이 목도리처럼, 내가 어울린다고 느껴지면 어울리는 거야!”잠시 멈칫하던 그는 목도리를 만졌다.“하물며, 누나가 짠 것이라면, 어떤 옷이든, 다 잘 어울려!”그녀의 심장은 갑자기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런 말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면 우습다고만 생각할 텐데 그가 뱉으니 진심처럼 느껴졌다.그의 잘생긴 얼굴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마치 그녀가 짠 이 목도리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인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누나…….”그는 손에 끼워 본 장갑을 벗고 아무렇게나 의자를 당겨 앉더니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나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물건을 사용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누나가 나를 위해 목도리랑 장갑을 짜줘서 정말 고마운데 앞으로 다른 사람한테는 이런 것들을 만들어주면 안 돼. 알겠지?”그의 미소는 정말 깨끗하고 맑았다. 마치 이른 아침의 햇빛과도 같아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 짓게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그녀의 마음 다른 한구석을 씁쓸하게도 만들었다.‘이건 경고인가?’그는 그녀에게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 목도리 장갑을 짜 주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S시에서 그의 경고를 거역할 사람이 또 몇 명이나 되겠는가?————엑스트라 신이 있던 날, 임유진은 그룹
임유진이 오늘 할 엑스트라 배역은 시녀였고 감독이 요구하는 지정된 위치에 서서 머리를 숙이기만 하면 됐다. 게다가 오늘 시녀 배역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였다. 주요배역이 지나가는 앞에서 감독의 명령에 따라 다 같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대사 한마디만 하면 됐다.“나리께 인사드리옵니다, 부인께 인사드리옵니다.”무릎을 꿇는 장면이 있어서 이쪽에서 페이를 만원 정도 더 준다고 했는데 그걸 합치면 2만 6천 원이었다.임유진은 고민해 보더니 무릎 꿇는 건 사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연기일 뿐이니까. 아무리 인기 있는 연예인이라도 무릎을 꿇는 장면 한 번씩은 다 있지 않가. 게다가 생업으로 연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무릎 까짓것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엑스트라의 분장실은 하나의 방이고 여기에는 여러 명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있다. 그리고 남자배우와 여자배우 모두 여기서 줄을 서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메이크업해 주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메이크업 아티스트 모두 속도가 빨라서 기본적으로 5, 6분에 한 명씩 화장을 완성했다.임유진의 차례가 되었을 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의아해하며 말했다.“이마에 흉터가 있네요!”임유진은 몸을 약간 떨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흉터는 두피에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사실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이 흉터는 감옥에 있을 당시 다른 사람으로 인해 다쳐 생겼고 후에 잘 관리하지 못해 남은 흉터였다.임유진도 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이 흉터를 언급했는지 알고 있다. 오늘 시녀의 헤어스타일은 앞머리를 모두 빗어 올려야 하므로 상처가 가려지지 않으니 흉터가 보일락말락 하게 드러날 것이다.“괜찮아요? 연기 계속할 수 있겠어요?”그녀가 불안하게 물었다. 처음에는 진세령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했지만, 지금은 이 배역을 계속할 수 있을지가 걱정됐다.“괜찮아요, 파우더로 살짝 두껍게 가리면 돼요.”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신속하게 임유진에게 메이크업을 완성했다.임유진이 거울을 보니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