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력을 쌓아도 유진 씨의 마음에는 들지 않을 거잖아요.”곽동현이 말했다.순간 임유진은 할 말이 없었다.그때 동현은 씩 웃으며 말했다.“사실 그 전부터 직장을 바꿀 생각이었어요. 환경위생과에서 일하면 한눈에 인생을 볼 수 있잖아요. 30살이 되기 전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도전? 만약 이전의 유진에게 도전으로 가득 찬 인생과 한눈에 미래를 볼 수 있는 안정된 생활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묻는다면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다만 그렇게 많은 일을 겪은 뒤 유진은 안정이 사실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유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말했다.“정말 그날 제가 했던 말을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단지 저는 동현 씨가 저에게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으면 해요. 동현 씨에게 설레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그러니 우리는 같이 할 수 없어요.”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진지하게 말했다.“만약 제가 진짜 동현 씨를 사랑한다면 당신이 아주 초라하더라도 같이 할 것이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부자라 할지라도 같이 할 수 없을 거예요.”동현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래요? 그럼 제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네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떻게 돈에 끌려다니겠어요?”“그럼 여전히 사직할 거예요?”유진은 자신 때문에 상대가 안정된 직장을 잃는 것이 싫다.“밖에 나가서 부딪쳐 보는 게 내 소원이에요.”동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성공하든 실패하든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죠?”유진은 동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는 더 이상 말려도 소용없다고 생각했다.“그럼…… 성공을 기원할게요.”“고마워요!”동현이 말했다.유진이 떠나려 할 때 동현이 말했다.“유진 씨는 좋은 여자예요. 내가 복이 없어 날 좋아하게 만들지 못했어요.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어요. 사직하는 건 유진 씨와 상관없어요. 앞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삶을 주고 싶어 사직하는 거예요.”한편 동현과 얘기를 끝낸 유진은 돌멩이에 가슴이 막힌 것처럼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었다.이틀 후
그 남자, 임유진이 사랑하는 사람일까?결국 곽동현은 이 질문을 하지 못했다.지금의 동현은 그럴 자격이 없다. 아마 앞으로 정말 성공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유진의 앞에 설 자격이 있을 것이다…….동현은 운전을 하고 떠났고 유진은 한 걸음 한 걸음 월세방으로 걸어갔다. 다만 문을 열기도 전에 방안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왔다.유진이 외출하기 전에 분명히 불을 끄고 나갔는데, 설마…….유진이 흠칫 놀라 재빨리 문을 열자 조명아래 의자에 앉아있는 강지혁이 눈에 들어왔다.“너…….”유진이 집으로 들어갔다.“이렇게 늦은 밤에 왜 여기에 온 거야?”“내가 누나한테 물어봐야 하잖아? 오늘 야간근무도 아니고 당직도 설 필요가 없는데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어?”지혁이 고개를 살짝 들고 유진을 훑어보며 말했다.“회사에 사직한 동료가 있어서 같이 나가서 밥을 먹었어.”유진이 말했다.“어느 동료?”지혁이 물었다.그러자 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곽동현.”어차피 유진이 말하지 않아도 지혁은 알아낼 수 있다.지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설마 오늘도 누나를 데려다준 건 아니겠지?”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유진의 표정을 보니 맞는 것 같다.“누나는 아직도 그를 신경 안 쓴다고 할 거야? 신경 안 쓰면 몇 번이나 집에 데려다주는 걸 승낙해?”지혁은 일어서서 한 걸음 한 걸음 유진에게 다가갔다.유진이 지혁의 눈을 마주쳤다.“난 단지 그를 평범한 동료라고 생각해. 그리고 오늘 이후로 동료도 아니야. 네가 믿든 안 믿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지혁의 발걸음은 유진의 앞에 멈추었고, 검은 눈동자로 유진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심문하는 것 같았다.지혁이 빤히 바라보자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있다. 지혁의 눈빛은 마치 압박하는 것처럼 손바닥마저 식은땀이 스며들었다.유진은 자신이 동현을 신경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유진이 동현을 신경 쓴다면 오히려 동현에게 더 불리하다.동현을 무시할수록 더 좋다.갑자
“예전에 나도 여기 살았잖아? 매일 밤, 같은 방에서 같이 자지 않았어?”강지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 말을 듣자니 너무 다정했던 것 같았다!임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지금은…….”“지금 왜?”지혁이 되물었다.“여기는 여분의 침구가 없고 네가 썼던 것들은 모두 치웠어. 씻지도 않았고 말리지도 않아서 꺼내도 냄새가 날 거야.”“그거는 아주 간단해.”지혁은 말하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어딘가로 몇 마디 분부했다.그리고 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유진이 문을 열자 고이준과 유진이 병원에서 본 적이 있는 지혁을 따라다니던 경호원 몇 명이 이불 세트를 가져왔다.그들은 들어오면서 유진에게 한마디 했다.“임유진 씨, 실례합니다.”들어오는 사람마다 이렇게 말했다.유진은 황당했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괜찮아요.”물건을 유진의 방에 세팅한 뒤 그 사람들은 또 줄지어 나갔다.잠시 사이에 방안에는 또 유진과 지혁 두 사람만 남았다.유진은 침대 밑에 잘 펴진 이불을 바라보았다. 또 전에 그랬던 것처럼 되었다. 그때도 지혁은 유진의 침대 밑에 이불을 폈다.“정말 여기서 자려고?”유진은 망설이며 말했다.“그럼 가짜일 리가 있어?”지혁이 우스꽝스럽게 반문했다.지금 이렇게 하는 것도 게임일까? 그렇지 않으면 지혁은 분명히 쉴 수 있는 편안한 곳이 있는데 왜 하필 유진의 좁은 월세방에서 자는 것일까?가난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그런 걸까?그리고 유진은……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유진은 시선을 거두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했다.갑자기 지혁이 유진에게 백허그했다.“단지 오늘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오늘, 그녀의 생일이야.”유진은 흠칫 놀랐다.“그녀가 누구인데?”그러나 지혁은 대답하지 않고 유진의 어깨에 머리를 깊이 묻고 부탁하는 듯 중얼중얼 말했다.“오늘 밤만 여기에서 지내게 해줘. 예전처럼 그렇게 자자. 어때, 누나?”
예전에 잘 살 때는 살이 찌면 옷 핏이 보기 싫을까 봐 두려워 하루 종일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외쳤다.하지만 지금은 다이어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 임유진은 아주 말랐지만 옷 입은 모습을 생각할 겨를이 없고 옷의 가격, 옷의 실용성, 그리고 오래 입을 수 있는지만 고려한다.가끔 생각해 보면 정말 우습다.무언가를 얻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막상 이루고 보면 자신이 필사적으로 가지려고 했던 게 전혀 쓸모없게 되었다.유진은 자신을 비웃었다. 강지혁은 왜 말끝마다 유진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일까? 마치 유진을 아주 신경 쓰고 그들이 함께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지혁이 유진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가끔씩 지혁의 표현을 보면 유진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지만 유진은 오히려 다른 생각이 든다. 그것도 연기일까?유진은 더 이상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유진은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고 당장 지금의 상황만 보면 된다.황급히 세수를 마치고 화장실을 나오자 지혁은 이불을 편 바닥에 앉아 예전처럼 굿나잇 인사를 하고 잠을 자려고 했다.유진은 어색한 표정으로 다가가서 말했다.“굿나잇.”유진은 말하고 얼른 침대에 올라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유진은 빨리 잠이 들어 빨리 이 밤을 보낼 생각만 했다.그러나 유진이 눈을 감기도 전에 지혁은 몸을 기울여 유진에게 다가갔다.“누나, 여태껏 내 이름을 한 번도 부르지 않았어. 누나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걸 듣고 싶어.”유진은 흠칫 놀랐다. 지금 몸을 등지고 눈을 감는다면 너무 티가 난다.하지만 그를 마주하면…….“왜, 아까 예전처럼 지내기로 약속했잖아?”지혁이 말했다.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예전에는 지혁만 연기했는데 지금은 두 사람이 같이 연기해야 하는 걸까?“혁아, 굿나잇.”유진은 마침내 그 이름을 말했다.분명 그가 강지혁이라는 걸 안 것이 한 달의 시간밖에 안 되었지만 유진은 아주 오래된 것 같았고 마치 전생과 현생인 것 같았다.지혁은 가볍게 웃은 뒤 머리를 살짝
다만 임유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강지혁은 혼잣말을 계속했다.“나는 한 사람을 미워한 적이 있어. 아주 증오했어. 만약 어느 날, 그녀를 찾으면 어떻게 복수할 거라고 수천 번 생각했어. 하지만 그녀의 생일이 되니 마음이 너무 불편해. 누나한테 와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거 같아.”유진은 눈을 감고 잠든 것처럼 말하지 않았다.사실 지혁은 유진이 잠들기를 바라고 유진에게 이런 말들을 안 들려주고 싶을 수도 있지 않을까? 유진은 마음속으로 추측했다. 그렇게 되면 더 잠든 척해야 한다.“아마 난 조금이라도 그녀를 빨리 만나고 싶은 거 같아. 그래야 내가 빨리 복수할 수 있잖아? 그녀가 어디에 숨었든 언젠가는 그녀를 찾아내 가족에게 배신당하고 괴롭히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느끼게 하고 싶어.”지혁의 목소리는 계속 그윽하게 울려 퍼졌다. 다만 지혁의 말은 아주 흉악했다.유진의 몸은 저도 모르게 떨렸다. 가족…… 설마 지혁이 미워하고 복수하려는 사람이 지혁의 어머니일까?유진은 지혁의 어머니가 지혁과 지혁의 아버지를 버리고 떠났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만약 지혁이 그때 한 말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지혁의 어머니는…….강지혁은 S시의 황제와도 같은 사람이다. 지혁의 보복을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감옥에 있던 그 3년을 생각했다.“누나는 절대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줄래?”지혁의 목소리가 거친 바람처럼 들렸다.유진은 온몸의 피가 갑자기 굳는 것 같았다.사실…… 지혁은 유진이 줄곧 자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까?…….하룻밤을 이렇게 보냈다. 유진이 이튿날 새벽 4시가 넘어 일어나 출근하려 할 때 지혁은 이미 집에 없었다.유진은 좀 이상했다. 도대체 지혁은 언제 갔을까?그러나 유진도 한숨을 돌렸다. 적어도 어색하게 마주할 필요는 없었다.아직 완성하지 않은 그 장갑을 보니 유진은 빨리 장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장갑이 완성되면 좀 더 빨리 지혁과의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한편 지혁은 차의 뒷좌석에 앉아 의자에 기대어
기사는 즉시 방향을 바꾸어 병원으로 향했다.강지혁이 병원에 도착할 때도 강문철의 응급처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지혁은 응급실 밖에서 서 있었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이런 시기가 되면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뿐이다.한때 할아버지는 지혁이 보기에 강하고 모질고 냉혹했다. 할아버지의 유일한 가족 간의 정은 아마 일찍 하늘나라로 간 아들에게만 준 것 같았다.문철의 손자 지혁을 포함한 다른 사람은 문철에게 모두 바둑돌일 뿐이다!문철은 항상 지혁을 손자가 아니라 강씨 가문의 상속자로만 여겼기에 그들 사이에는 사실 아무런 정도 없다.2시간이 지나서야 응급실 문이 열렸다. 의사가 걸어 나오더니 지혁에게 말했다.“목숨은 구했지만 어르신의 연세가 많은 데다 몇 차례 수술까지 한 적 있어 이제는 시간을 얼마나 끌 수 있냐에 달렸어요. 잘하면 몇 년, 못하면 몇 개월일 거예요.”지혁은 생로병사는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자연히 알고 있다.문철은 수술 후 관찰을 위해 ICU로 옮겨졌다.이틀 후, 할아버지는 ICU를 나왔고 지혁은 또다시 할아버지와 만날 수 있었다.“내가 응급처치를 받을 때 네가 응급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며?”문철이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목소리가 낮았고 수술로 인해 힘이 없는 것 같았다.“네.”지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이 늙은이 때문에 병실 밖까지 지키고 용썼네.”문철이 말했다.지혁은 담담하게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저를 만나겠다고 연락준 게 이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니잖아요?”문철은 간병인에게 물을 달라고 하여 마신 뒤 병실에 있는 사람을 모두 내보내고 지혁에게 말했다.“내가 임유진이라는 여자를 잘 알아봤는데, 그녀는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S시의 수많은 가문에서 어울리는 영애를 고를 수 있잖아.”“저한테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는 할아버지가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제가 판단해요.”지혁이 곧바로 대답했다.두 사람이 마주 보자 공기마저 싸늘해지
강씨 가문의 남자는 영원히 여자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너!”강문철의 얼굴에는 분노가 물들었다. 며칠 전 구급치료를 겪은 사람의 건강에는 아주 해롭다.그러나 강지혁은 할아버지를 말릴 생각은 없고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오늘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 이상 제가 그녀를 보호할 절대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의사가 치료를 잘하면 할아버지는 몇 년 더 살 수 있다고 했어요.”문철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나왔다.“그래, 내 손자가 틀림없네. 보아하니 이미 그 여자에게 마음이 갔구나. 넌 네 아버지의 일을 잊은 거야? 네 아버지의 뒤를 밟을 작정이냐?”“잊지 않았어요. 저는 아무리 그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 여자가 제 일생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지혁이 대답했다.하지만 문철은 조롱했다.“그때 네 아버지도 이렇게 말했지만, 결국 어떻게 됐어? 결국 그는 한 여자 때문에 목숨을 잃었어!”“저는 아버지가 아니에요!”지혁은 차갑게 말하더니 천천히 일어나 할아버지의 곁으로 걸어갔다. 지혁은 몸을 기울여 칠흑 같은 눈동자로 할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할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아니에요. 저희 두 사람을 같다고 생각하지 마세요!”두 눈이 가까이서 마주하자 긴장된 분위기가 다시 맴돌았고 심지어 일촉즉발의 느낌이 들었다.그때 문철이 침묵을 깼다.“그럼 그녀와 결혼할 작정이야?”“불가능한 것도 아니죠.”지혁은 어차피 한 여자와 결혼할 것이다. 어차피 강씨 가문의 상속자에게 엄마를 찾아주는 것뿐이니 예전에는 누구와 결혼하든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그러나 지금 지혁은 여생을 한 여자와 살아야 한다면 유진이 제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유진은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심지어 유진과 함께 지내는 것이 아주 좋다.지혁은 유진을 갖고 싶고 유진을 숨겨두고 아무도 유진의 미소와 부드러움을 보지 못하게 하고 싶다.다른 여자에게는 느껴본 적 없는 독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심지어 지혁은 유진이 다른 남자
“만약 임유진이 진상을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 거 같아?”강문철이 말했다.강지혁은 차가운 눈빛을 한 채 갑자기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녀는 영원히 그 일의 진상을 알지 못할 거예요.”문철은 콧방귀를 뀌었다.“가능하다고 생각해?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이상 언젠가는 그녀도…….”다만 문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혁이 말을 끊었다.“그녀는 반드시 알지 못할 거예요. 할아버지, 맞죠?”차갑고 맑은 목소리는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었지만 문철은 손자의 눈에서 위협적인 빛을 보았다.자신의 손자가 한 여자를 위해 협박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철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솟구쳤다.손자는 정말 한 여자에 의해 통제되지 않을 것인가?아니면…… 더 참혹하게 될까?…….주말이 되자 임유진은 버스를 타고 외할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달려갔다.외할머니의 병실에는 이미 친척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유진을 보더니 각양각색의 표정을 지었다.특히 큰삼촌, 둘째 삼촌, 셋째 이모 그 몇 가족은 유진을 보자 무섭기도 하고 밉다고 하기도 했다.유진은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유진이 신경 쓰는 것은 단지 외할머니의 병일 뿐이다.“유진아.”할머니는 유진을 보자 힘겹게 한마디 말했다. "가까이 와. 할머니가 좀 보자.”유진은 병상 옆으로 가서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할머니는 알아. 이번 일로 네가 정말 속상했을 거야.”할머니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저는 단지 할머니의 건강이 좋아지기를 바랄 뿐이에요.”유진이 말했다.옆에 있던 셋째 이모는 참지 못하고 불평했다.“엄마, 걔가 왜 속상해. 억울한 건 우리야. 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데…….”“정말 뻔뻔스럽게 말하네!”할머니는 셋째 이모를 노려보았다.셋째 이모는 내키지 않아 더 말하고 싶었지만 다른 친척들이 셋째 이모를 말렸다. 그리고 다른 친척들이 원만하게 수습해 줘 이 일은 원만하게 지나갔다.할머니는 유진에게 몇 마디 더 말했다. 하지만 아직 병이 낫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