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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내가 만족할 때까지 마셔.”

강지혁이 말했다.

임유진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눈을 가볍게 드리우고 지혁의 손에 있는 술을 주시하고 있었다. 실내의 불빛이 유진의 얼굴에 떨어져 약간 떨리는 속눈썹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누나가 취한 후 뭔 짓이라도 할까 봐 그래?”

지혁은 유진의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여자를 얻으려면 방법은 많은데 이런 방법을 쓸 정도는 아니야. 내가 지금 여기서 누나를 괴롭힌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어.”

맞는 말이었다. 유진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방금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고 스스로를 비웃었다.

유진은 술잔을 받고 바로 고개를 들어 마셨다.

술이 목구멍에 들어가면서 씁쓸함과 달콤함이 전해졌다.

유진은 사실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예전에 일 때문에 접대할 때도 샴페인만 주로 마셨다.

그때만 해도 유진은 소민준의 여자친구였기에 아무도 유진에게 술자리를 강요하지 않았다.

지혁은 또 유진의 컵에 술을 따랐고 유진은 고개를 치켜들고 두 번째 잔을 마셨다.

이렇게 한 잔 한 잔, 유진은 마치 약을 마시듯 끊임없이 술을 마시며 지혁이 만족하기만을 빌었다.

그러나 지혁의 얼굴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기가 가득했다. 마치 이렇게 유진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인 것 같았다.

결국 유진은 의식이 흐릿해지고 손발이 갈수록 말을 듣지 않았으며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

“너도 마셔…….”

와인이 유진의 술잔을 또 한 번 가득 채워지자 유진은 비틀거리며 술잔을 그의 앞에 건네주고 지혁을 향해 헤벌쭉 웃었다.

유진의 이런 모습을 보고, 지혁은 유진이 취하면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전에 지혁은 유진이 술에 취한 모습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때 지혁은 단지 누군가가 지혁의 게임 상대를 건드리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지혁의 눈빛은 오히려 유진의 웃음에 매료되었다. 유진이 취했기에 지금 짓고 있는 유진의 웃음, 그리고 유진이 한 말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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