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이 들어가자 고이준이 문을 가볍게 닫았다.유진을 데리고 들어간 것은 유진의 말 몇 마디 때문이 아니라 강지혁이 유진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아마 강 대표님은 단지 유진이 마음을 돌리기를 바랄 수도 있다. 방금 유진의 난처한 얼굴을 보니 강 대표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여기까지 생각하니 이준의 기분이 자기도 모르게 좋아졌다.그 시각 비서실에 있던 비서가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이준에게 물었다.“고 비서님, 방금 대표실로 들어간 여자는 누구예요?”여자의 옷차림으로 보아 대표실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그때 이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알 필요 없어요. 알아야 할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거예요.”그전에는 함부로 혀를 놀리면 강 대표의 금기를 범하는 것이다.…….사무실 안, 유진은 불안한 모습으로 서서 책상 앞에서 서류를 보고 있는 지혁을 바라보고 있다. 아주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이전에 유진은 입버릇처럼 지혁의 곁에 있는 것을 거절했고 유진은 그 이후로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 말을 번복하는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유진은 또 지혁의 앞에 섰다.다만 지금의 지혁은 유진이 처음 보는 모습이다.이렇게 큰 사무실에서 지혁은 네이비 색상의 정장을 입고 앞머리를 반듯하게 빗어 포만한 이마를 드러냈다. 긴 속눈썹에 복숭아꽃 눈동자로 열심히 서류를 보고 있다.라인이 아름다운 목에는 하늘색 넥타이가 있다.지혁의 긴 손가락은 검은색 사인펜을 쥐고 있었으며 펜을 잡고 서류에 서명하는 모습이 아주 우아했다.순간 지혁의 목소리가 고요한 분위기를 깼다.“누나는 그렇게 계속 날 보려고 온 거야?”유진은 지혁이 아직도 누나라는 호칭을 부를 줄은 생각지도 못해 흠칫 놀랐다.유진은 그 호칭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유진은 아주 순진하게 지혁을 집으로 데려와 동생으로 여겼다.“할 말이 있어.”유진은 메마른 입술을 핥고 말했
“난 단지 경찰이 그들을 풀어주기를 바랄 뿐이야. 네 말 한마디면 가능한 일이잖아.”임유진이 급하게 말했다.“말 한마디로 가능한 일이 맞아. 그런데?”유진의 초조한 모습과 달리 강지혁은 아주 아주 덤덤하게 말했다. 유진은 주먹을 꽉 쥐더니 한숨을 쉬고는 지혁을 바라보았다.“그럼 어떻게 해야 그들을 풀어줄 거야?”지혁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잡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천천히 유진에게 다가갔다.지혁은 가볍게 유진의 손을 잡았다.“누나, 손이 아주 차가워.”유진의 몸이 굳었다. 지혁의 손과 비교하니 유진의 손은 아주 차가웠다.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유진의 손을 잡더니 손을 녹여주었다.아주 능숙한 동작이었다. 아주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동작이 마치 아끼는 보물을 다루는 것 같았다.‘맙소사!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유진은 자신에게 잡생각을 하지 말라고 외쳤다.그때 지혁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 손이 따뜻해진 거 같아?”“응…… 좀 따뜻해졌어.”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려고 했지만, 지혁이 유진의 손을 꽉 잡았다.“피하지 마. 조금 더 따뜻하게 해줄게.”지혁이 말했다.유진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지혁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냉담한 모습과 지금의 부드러운 모습은 마치 두 사람인 것 같다.손은 점점 따뜻해졌지만 유진의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지는 것 같았다.“어떻게 해야 그들을 풀어줄 거야?”유진은 견디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누나는 왜 갑자기 그들을 풀어주겠다고 생각을 바꾼 거야?”지혁은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외할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외할머니가 더 이상 이 일로 걱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유진이 사실대로 말했다.“그래? 누나는 할머니가 아주 중요한가 봐. 불과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할머니 때문에 나한테 찾아와서 부탁하네.”지혁은 마치 첼로를 연주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말했다.유진은 공기에 온통 지혁의 숨결인 것 같았으며 온몸의 피가 지혁이 잡고 있는 두 손으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그처럼 오만한 남자가 어떻게 허락할까?“그러니 날 만나준 게 내가 뭘 부탁하든 거절하기 위함이지. 맞지?”임유진은 아주 씁쓸하게 말했다.강지혁은 순간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유진의 머리를 귀 뒤로 가볍게 넘겨주었다.“그때 네가 내 곁에 남지 않겠다고 했어. 내가 네 운명을 바꿔주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어…….”지혁의 동작은 그토록 우아하고 목소리는 그토록 부드럽다.지혁은 허리를 굽히고 유진의 귓가에 가볍게 말했다.유진의 귓가와 목에는 온통 지혁의 숨결뿐이다.그러나 유진은 몸이 뻣뻣해지고 무거운 돌멩이가 가슴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내가 누나를 만난 것은 단지 누나가 그때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 얼마나 우스운지 알려주기 위함이야.”지혁이 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그 순간 유진은 얼음 속으로 뛰어 들어간 것 같았다.…….그렇다, 정말 우습다.유진은 자신이 어떻게 지혁의 사무실에서 나왔는지조차 기억이 안 났다.처음부터 지혁은 유진의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었고 유진은 지혁에게 요구할 자격도 없었다.이번 만남은 자기를 모욕한 것과 마찬가지이다.이튿날 출근할 때도 유진은 신경이 온통 할머니한테 있었다. 엄마 쪽 친척이 외할머니의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했다. 비록 정신을 차렸지만 대부분 기억이 없고 하루 종일 큰삼촌을 만나겠다고 했다.의사가 알츠하이머라고 말했다. 게다가 외할머니는 발병이 매우 빠르고 다른 사람은 몇 년 사이에 이 정도에 이르지만 외할머니는 단번에 이렇게 변했다. 아마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유진은 그 말을 듣자 마음이 무거워졌다.유진에게 더 최악의 상황만 있는 것 같았다.“유진아, 의사도 말했어. 가능한 빨리 할머니에게 큰삼촌을 보여줘야 한대. 그게 할머니의 병세에 도움을 준대. 넌 그들을 얼마나 더 가둘 생각이야!”친척은 하마터면 곧바로 유진을 양심이 없다고 꾸짖을 뻔했다.유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유진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퇴근할 시간이 되자 유진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 전날 밤새 자지 못한 데다 어제 할머니 일 때문에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하여 임유진은 붕붕 떠다니는 것 같았다.한참을 걸다가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쳐 곧바로 바닥에 넘어졌다.다행히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 별로 아프지 않다.유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한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유진에게 달려가 유진을 부축했다.유진이 고개를 들자 생각지도 못한 곽동현이었다.“어떻게…….”“길가에 차를 세웠으니 제가 데려다줄게요.”동현이 말했다. 방금 유진이 집에 데려다주는 걸 거절했지만 걱정이 되어 운전을 하고 유진의 뒤를 따랐다.“아니에요. 혼자 갈 수 있어요.” 유진이 말했다.“방금 행인과 어깨를 살짝 스쳤을 뿐인데 넘어졌잖아요. 어떻게 걱정이 안 돼요? 길가에 차를 세웠으니 이렇게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나랑 같이 가요. 경찰에게 발견되면 주차위반 딱지가 붙고 벌금을 물게 될 거예요.”동현이 말했다.동현이 고집을 부리자 유진은 한숨을 쉬며 차에 올랐다.동현은 운전을 하고 유진의 월세방으로 갔다.“사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내가 집에 데려다준다고 해서 유진 씨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유진 씨의 전 남자친구와 비교가 안 된다는 걸 알아요.”동현이 진지하게 말했다.“단지 가다가 사고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어 데려다주는 거예요.”“고마워요.”유진이 말했다. 사실 유진에게 과거는 이제 꿈과 같다.이제는 어울리지 않는 그 사람이 유진이다. 그 어떤 사람이 감옥살이를 한 여자와 결혼하려고 할까?“이틀 전 유진 씨가 포르쉐에 타는 걸 봤어요.”동현은 조금 망설였다.“유진 씨가 진짜 좋은 상대를 찾는다면 저도 기뻐할 거예요. 하지만…… 유진 씨가 속을까 봐 걱정돼요. 그래도 잘 알아보고…….”“그 사람은 제 남자친구가 아니에요.”유진이 동현의 말을 끊었다.“단지 그 사람의 물건을 주워 나한테 식사를 대접한 거예요.”“그렇군요.”동현은 순간 희망이 생긴 표정을 지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유진의 월세방 앞에 도착했다.“동현 씨는
발걸음을 내디디며 천천히 몸을 돌린 임유진은 차가 멀어져 점점 작은 검은 점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아마도 앞으로 이렇게 진심으로 자신을 대하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유진이 감옥살이를 한 신분을 싫어하지도 않았다. 단지…… 유진은 그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그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던 유진은 몸을 돌려 천천히 동네로 들어갔다.그 순간 유진은 멀지 않은 길가에 검은색 벤틀리 차 한 대가 세워져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차 안의 사람은 시큰둥하게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입가에 있는 듯 없는 듯한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마치 방금 무슨 재미있는 장면을 본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앞줄에 앉은 고이준은 간담이 서늘한 채 백미러를 통해 상사를 바라보았다. 강 대표님의 지금 이 모습은…… 당장이라도 화를 낼 기세였다!이준은 참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유진을 탓하기 시작했다. 돌아오면 그냥 돌아올 것이지 남자가 집까지 데려다줬으니 강 대표님이 오해하지 않겠는가!강 대표님이 유진과 만나도록 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준은 유진의 일로 강 대표님이 자신에게 화를 내지 말아 달라고 기도해야 할 뿐이다.“강 대표님, 이게…… 임유진 씨께서 무슨 일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데려다준 걸 거예요.”이준은 차 안의 적막을 깨뜨렸다.강지혁은 눈을 들어 상대방을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유진을 대신해 변명하고 싶어?”이준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져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어쩔 수 없다. 보아하니 기도해야 할 사람은 유진인 것 같다.그리고 이때, 유진은 오피스텔로 돌아가 불을 켜고 아파트 단지 내 식당에서 산 1600원짜리 패스트푸드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후 욕실로 들어가 두 손을 씻었다.이 두 손은 매일 궂은일을 하고 있는데, 이미 지난 날의 그 가늘고 하얀 모습이 아니었다.오늘 유진의 이런 말들이 곽동현에게 큰 타격을 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유진은 속으로 생각하고 또 살며시 웃었다. 만약
강지혁은 천천히 몸을 숙이고 임유진의 얼굴에 다가가더니 볼로 유진의 한쪽 볼을 가볍게 문질렀다. 마치 끝없는 애틋함이 있는 것 같았지만, 지혁의 입에서는 섬찟한 말을 가볍게 내뱉었다.“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하지만 내가 답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알 수 있을 거야. 그 자식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하면 그 자식이 누나 마음속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야.”유진은 몸을 떨었고 지혁을 노려보며 말했다.“뭘 하려는 거야, 나와 그는 단지 동료 관계일 뿐, 아무 사이도 아니야!”“그런데 그 자식이 누나를 좋아하잖아, 아니야?”지혁은 중얼거리며 엄지손가락으로 유진의 부드러운 입술을 가볍게 문질렀다.“너…… 그에게 아무 짓도 하지 마.”유진은 입술이 바르르 떨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그 말은, 누나 그 자식에게 호감이 있다는 말이야?”지혁은 흉악하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다른 사람의 모든 방어를 뚫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혁의 눈빛은 오히려 은은한 예리함을 띠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아니…… 그건 아니야…….”유진은 지혁의 숨결을 피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온몸이 지혁의 숨결에 휩싸인 것 같다.“그래? 누나는 그 자식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거야?”지혁의 입술은 마치 불안해하는 작은 동물을 놀리는 것처럼 유진의 코끝을 가볍게 스쳤다.유진은 몸이 뻣뻣해졌다.“아니야.”지혁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눈가와 눈썹에 모두 웃음이 물들어 있는 것처럼 맑고 순수하며 사랑스러웠다. 이런 모순된 단어는 동시에 지혁에게서 표현되고 있었다.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좀 멍해졌다. 지금 지혁이 웃는 모습은 마치 또 지난날의 혁이로 변한 것 같았다.“그럼 누나, 방금 한 말을 기억해.”지혁의 목소리가 유진의 귓가에 울려서야 유진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는 혁이가 아니다. 그는 강지혁이다!‘꼬르륵!’유진의 위는 지금 때아닌 비명을 질렀다.지혁은 잠시 멍해진 후에 유진의 배를 바라보았다.유진은 갑자기 난처해졌다.“잊
“알겠습니다.”고이준은 대답하고 나서 백미러로 조심스럽게 차 뒷좌석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힐끗 보았다.임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강 대표님은 기분이 들어갈 때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음, 이것도 좋은 일이겠지.’이준은 몰래 생각했다.황정 레스토랑은 S시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으로서 황실의 궁중요리를 주로 하는데, 물론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곳에서 식사하는 사람은 부유층이거나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고, 일반인들은 전혀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차가 황정의 문 앞에 이르렀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린 후, 강지혁은 자연스럽게 다시 유진의 손을 잡았다.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려고 했지만 지혁은 다섯 손가락에 힘을 꽉 줬다.“누나, 움직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내가 누나를 어떤 방식으로 데리고 들어갈지 장담할 수 없어.”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유진은 흠칫하다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다.지혁이 유진을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다가와 지혁에게 공손하게 대했다. 그러나 가끔 곁눈질로 이상하게 유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유진은 자신이 입고 있는 이 싸구려 낡은 옷이 이 레스토랑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강 대표님, 오셨군요.”레스토랑 지배인이 친절하게 맞이했다.“예전대로 룸으로 할까요?”“그래.”지혁이 대답했다.레스토랑 지배인이 길을 안내하려 할 때 유진은 시선을 돌리다가 무심결에 누군가를 발견하고 조금 멍해졌다.그건…… 조민혜였다!유진의 인상 속에서 조민혜는 집이 공장을 차렸기에 교만한 공주 같았다. 얼마 전에 민혜를 만났을 때 민혜는 빈정거렸으며 심지어 일부러 동창회에 나오도록 하기도 했다.다만 지금 유진이 좀 놀란 건 민혜가 작고 뚱뚱한 중년 남자 옆에 기대어 매우 다정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연인의 모습처럼 보인다는 것이다.그러나 유진은 알고 있다. 민혜는 줄곧 잘생긴 남자를 좋아했다. 예전에 학교에 다닐 때도 민혜는 잘생긴 남자만 남자친구로 삼으려
그러나 이 메스꺼운 느낌보다 조민혜가 더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부터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반인처럼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야 하고,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서는 심지어 오랫동안 아껴 먹고 아껴 써야 하는데,이런 생활을 생각하면 민혜는 무서웠다.민혜의 상상 속에서, 자기는 마땅히 높은 곳에 있어야 하고, 임유진을 능멸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오히려 유진에게 자신이 뚱뚱하고 속된 사람에게 아부하는 꼴을 보였으니 마음속으로 분노가 들끓었다.“민혜야, 아는 사람이야?”민혜 옆에 서 있던 그 땅딸막한 중년 남자가 입을 열었다.“그럼요,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지금은 도로를 청소하고 있어요!”민혜는 악랄하게 유진의 밑바닥을 들추어내고 옆에 있는 지배인을 바라보며 말했다.“황정은 언제부터 도로를 청소하는 사람조차도 들어올 수 있는 거예요?”강지혁은 이때 민혜를 등지고 있었기에 민혜는 지혁의 정면을 보지 못했다.하지만 지배인의 눈에는 보였다!그 순간 지배인은 간담이 서늘하여 조민혜라는 이 여자를 당장 내쫓아 버리고 싶었다.감옥에서 나오면 뭐, 길을 쓸면 뭐, 강 대표님이 데리고 들어와 밥을 먹으려는 사람이라면 길가의 거지라도 다 괜찮다.“누가 여기서 식사할 수 있는지는 그쪽이 가르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당장, 이 아가씨에게 사과해요!”지배인은 민혜에게 말했다.민혜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유진에게 사과하리니, 미친 거 아닌가?“일하기 싫어요?”민혜는 노발대발하다가 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는 중년 남자에게 기대어 말했다.“정 사장님, 이 사람이 나더러 길을 청소하는 사람에게 사과하라고 하다니, 너무 했어요!”정 대표가 조민혜를 위해 몇 마디 하려던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사과가 왜, 무릎을 꿇으라고 해도 꿇어야지.”정 사장이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들고 몸을 돌려 말하는 이 사람을 본 후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다.이 사람은…… 강지혁이었다! 강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