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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발걸음을 내디디며 천천히 몸을 돌린 임유진은 차가 멀어져 점점 작은 검은 점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앞으로 이렇게 진심으로 자신을 대하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유진이 감옥살이를 한 신분을 싫어하지도 않았다. 단지…… 유진은 그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던 유진은 몸을 돌려 천천히 동네로 들어갔다.

그 순간 유진은 멀지 않은 길가에 검은색 벤틀리 차 한 대가 세워져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차 안의 사람은 시큰둥하게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입가에 있는 듯 없는 듯한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마치 방금 무슨 재미있는 장면을 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앞줄에 앉은 고이준은 간담이 서늘한 채 백미러를 통해 상사를 바라보았다. 강 대표님의 지금 이 모습은…… 당장이라도 화를 낼 기세였다!

이준은 참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유진을 탓하기 시작했다. 돌아오면 그냥 돌아올 것이지 남자가 집까지 데려다줬으니 강 대표님이 오해하지 않겠는가!

강 대표님이 유진과 만나도록 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이준은 유진의 일로 강 대표님이 자신에게 화를 내지 말아 달라고 기도해야 할 뿐이다.

“강 대표님, 이게…… 임유진 씨께서 무슨 일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데려다준 걸 거예요.”

이준은 차 안의 적막을 깨뜨렸다.

강지혁은 눈을 들어 상대방을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유진을 대신해 변명하고 싶어?”

이준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져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어쩔 수 없다. 보아하니 기도해야 할 사람은 유진인 것 같다.

그리고 이때, 유진은 오피스텔로 돌아가 불을 켜고 아파트 단지 내 식당에서 산 1600원짜리 패스트푸드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후 욕실로 들어가 두 손을 씻었다.

이 두 손은 매일 궂은일을 하고 있는데, 이미 지난 날의 그 가늘고 하얀 모습이 아니었다.

오늘 유진의 이런 말들이 곽동현에게 큰 타격을 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유진은 속으로 생각하고 또 살며시 웃었다.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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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태림
일이 이리 꼬이냐 ㅎㅎㅎ 지혁이 그새 질투했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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