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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애매한 포즈에 옆에 있던 지배인과 정 사장은 마음속으로 살짝 놀랐다.

모두 강지혁이 여색과 멀리한다고 했다. 지난날 약혼녀 진애령과도 서로 손님 대하듯 존경하는 모습이었다. 그가 이렇게 한 여자와 친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한 여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서다니?

조민혜는 무릎을 꿇고 부들부들 떨며 사과했다.

“유진아, 다……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너에게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 나…… 앞으로 안 그럴게. 나를 용서해 줘!”

임유진은 이런 민혜를 보면서 아무런 동정도 느낄 수 없었다. 민혜도 유진을 동정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유진은 아직 자신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사람을 동정할 만큼 대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진은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민혜가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고 하더라도 유진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통쾌함도 없었다.

“누나, 용서해 준다고 했어?”

지혁은 마치 유진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이건 너의 결정이야.”

유진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나 배고파, 밥 먹고 싶어.”

“그래, 그럼 가자.”

지혁은 말을 하고 나서 다시 유진의 손을 잡고 옆에 있는 지배인에게 길을 안내하라고 했다.

지배인은 얼른 길을 안내하고 있었고, 민혜는 여전히 멍하니 제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미처 정신 차리지 못했다.

방금…… 지혁이 유진을 ‘누나’라고 불렀나?

이게 무슨 뜻일까? 유진은 언제 지혁의 누나가 된 걸까? 하지만 문제는…… 방금 지혁이 유진을 대하는 태도가 아무리 봐도 남매 같지 않고 오히려…… 연인 같았다!

정 사장은 지혁이 떠나는 것을 보고 한스러워하며 민혜를 향해 말했다.

“너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잘 기억해, 내가 너희 가문을 도와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네가 강지혁의 미움을 샀기 때문에 이젠 도울 수 없어.”

정 사장은 말을 마치고 나서 곧장 레스토랑 입구로 걸어갔다.

민혜는 그제야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얼른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레스토랑 입구에서 정 사장을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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