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사실 강지혁은 이미 임유진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유진은 지혁을 따라 룸에 들어갔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후 지혁은 지배인에게 먼저 과자 몇 접시를 올리라고 했다.“자, 우선 요기부터 해. 여기 과자는 그런대로 먹을 만 해.”지혁은 말하면서 과자 한 조각을 들고 유진 앞에 건네주었다.유진은 눈앞의 과자를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받아서 한 입씩 먹었다.지혁은 또 직접 메뉴를 유진 앞에 놓았다.“누나 봐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아니야, 네가 주문해, 난 먹고 싶은 게 없어.”유진이 말했다. 지금 이 고급 과자를 먹고 있더라도, 유진은 마치 돌을 씹는 것 같아서,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었다.지혁은 눈을 찌푸리고 유진을 바라보았다.갑자기 주위의 공기에 차가운 기운이 스며든 것 같았다.룸에 있던 지배인도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가슴을 졸이며 강 대표님이 여기서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했다.다행히 지혁의 얼굴에는 곧 또 웃음기가 나타났다.“그럼 내가 누나를 도와 주문할게.”지혁은 계속해서 여러 가지 요리를 시켰고 지배인은 일일이 받아적은 후 룸에서 물러났다.룸에서 나온 지배인은 그제야 긴 숨을 내쉬었다.S시의 이 황제가 한 여자를 이렇게 극진히 보살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나 이 여자가 하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지배인님, 그 강 대표님이 정말 한 여자를 데리고 식사를 하러 왔어요?”평소 가십을 좋아하던 한 웨이터가 지배인의 곁으로 다가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그 여자랑 무슨 관계래요?”지배인은 웨이터를 노려보며 경고했다.“묻지 말아야 할 일은 묻지 마. 방금 가게에서 무릎 꿇고 사과한 그 여자가 장난친 줄 알아? 그 여자는 앞으로 S시에서 살아가기 힘들 거야!”웨이터는 자기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지만, 여전히 호기심에 지혁이 있는 룸을 힐끗 보았다.그리고 지금, 룸에서 지혁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누나는 이 과자가 별로야? 그럼 내가 과자를 바꾸라고 할게
임유진의 몸은 더욱 굳어졌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혁에게 유진의 지금 표정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내가 강지혁이기 때문에 방금 누나의 그 동창이 그렇게 누나를 모욕했을 때, 내가 그 여자를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할 수 있고, 누나가 앞으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할 수 있어. 내가 강지혁이기 때문에 누나를 업신여기는 사람들은 모두 누나 앞에 비굴하게 무릎을 꿇게 할 수 있다는 걸 누나 생각해 본 적 있어?”지혁은 시큰둥하게 말했다.“그럼 뭐해? 그저 위세를 부리는 것뿐이잖아.”유진이 말했다.“그럼 안 좋아? 내가 내 기세를 누나에게 줄게, 어때?”지혁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유진을 바라보며, 마치 유진과 아주 평범한 일을 상의하는 것 같았다.유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지혁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그날 지혁을 찾아가 부탁했을 때 지혁이 그렇게 거절했다. 그래서 유진은 두 사람이 앞으로 서로 각자 자기가 갈 길을 가며 다시는 아무런 교집합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강지혁처럼 교만한 남자가 어떻게 여자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유진은 그가 오늘 밤 그렇게 갑자기 오피스텔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심지어…… 유진을 여기로 데려오기도 했다.그리고 지혁이 방금 일부러 조민혜더러 유진에게 무릎을 꿇게 한 건 유진에게 강지혁이라는 세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하려는 것이었다.기고만장한 조민혜도 지혁의 앞에서는 굴욕적인 얼굴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너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야?”유진은 의심스럽게 지혁을 바라보았다.지혁은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했다. 뭘 하려는 걸까……, 사실 지혁은 본인도 잘 알지 못했다. 지혁은 그저 유진을 다시 보고 싶었을 뿐일지도 모른다.유진이 지혁에게 한 번 거절당한 후에 다시 지혁을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했다.하지만 유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설령 지금 지혁이 유진의 앞에 있다 하더라도 유진은 지혁에게 두 번 부탁하지 않았다.“저기, 누나는 이제
이때 누군가 갑자기 노크했다.강지혁은 자연스럽게 말했다.“들어와.”문이 열리자 지배인과 웨이터가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임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지혁은 손으로 유진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움직이지 마, 아직 추워.”순간 지배인과 웨이터들의 시선이 두 사람의 포개진 손을 바라보았고 유진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만 같았다.그러나 지혁은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유진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었다.이 사람이…… 진짜 강 대표님이라고? 일부러 지혁을 유혹한 여자의 옷을 벗겨 길거리에 버린 그 전설의 강 대표님이라고?다들 강 대표님은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평범해 보이는 여자에게…… 이토록 자상하다니!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다행히 지배인이 가장 먼저 반응하여 기침하고 얼른 웨이터들에게 술과 안주를 내려놓으라고 한 후 룸에서 물러나 조심스럽게 룸 문을 닫았다.“지배인님, 방금 잘못 본 거 아니죠?”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지배인의 귀에 다가가 말했다.“이 여자, 도대체 누구죠?”지배인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여자가 나중에 S시의 주인이 될 수도 있겠어.”그랬다. 한 여자가, 만약 정말 지혁의 마음에 든다면 앞으로 S시에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룸이 또 조용해졌다. 지혁이 유진의 손이 마침내 따뜻해졌다고 생각할 때 유진은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꼈다.“자, 밥 먹자. 이 반찬들은 뜨거울 때 먹어야 해.”지혁은 말하면서 유진의 곁에 앉아 자연스럽게 반찬을 집어주었다.유진은 여전히 건성으로 먹으면서 곁눈질로 지혁을 훑어보았다. 한참이 지나자 유진은 다시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그 일을 언급했다.“저…… 경찰서에 우리 그 친척들을 풀어주라고 얘기해줄 수 있어?”“누나는 내가 그 친척들을 풀어주기를 정말 바라는구나?”지혁이 말했다.유진은 단지 외할머니를 위해서일 뿐이다! 유진은 눈을 똑바로 뜨고 지혁을 응시했다.“그래줄래?”지혁은 칠흑 같은 눈동자로 눈앞의 사람
“내가 만족할 때까지 마셔.”강지혁이 말했다.임유진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눈을 가볍게 드리우고 지혁의 손에 있는 술을 주시하고 있었다. 실내의 불빛이 유진의 얼굴에 떨어져 약간 떨리는 속눈썹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누나가 취한 후 뭔 짓이라도 할까 봐 그래?”지혁은 유진의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여자를 얻으려면 방법은 많은데 이런 방법을 쓸 정도는 아니야. 내가 지금 여기서 누나를 괴롭힌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어.”맞는 말이었다. 유진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방금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고 스스로를 비웃었다.유진은 술잔을 받고 바로 고개를 들어 마셨다.술이 목구멍에 들어가면서 씁쓸함과 달콤함이 전해졌다.유진은 사실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예전에 일 때문에 접대할 때도 샴페인만 주로 마셨다.그때만 해도 유진은 소민준의 여자친구였기에 아무도 유진에게 술자리를 강요하지 않았다.지혁은 또 유진의 컵에 술을 따랐고 유진은 고개를 치켜들고 두 번째 잔을 마셨다.이렇게 한 잔 한 잔, 유진은 마치 약을 마시듯 끊임없이 술을 마시며 지혁이 만족하기만을 빌었다.그러나 지혁의 얼굴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기가 가득했다. 마치 이렇게 유진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인 것 같았다.결국 유진은 의식이 흐릿해지고 손발이 갈수록 말을 듣지 않았으며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너도 마셔…….”와인이 유진의 술잔을 또 한 번 가득 채워지자 유진은 비틀거리며 술잔을 그의 앞에 건네주고 지혁을 향해 헤벌쭉 웃었다.유진의 이런 모습을 보고, 지혁은 유진이 취하면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다.이전에 지혁은 유진이 술에 취한 모습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와는 전혀 다르다.그때 지혁은 단지 누군가가 지혁의 게임 상대를 건드리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그리고 지금은…… 지혁의 눈빛은 오히려 유진의 웃음에 매료되었다. 유진이 취했기에 지금 짓고 있는 유진의 웃음, 그리고 유진이 한 말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
임유진은 겨우 말을 끝까지 다 했다.“그럴게.”강지혁이 말했다. 자신이 약속한 일이니 당연히 지켜야 한다.유진이 이토록 취했으니 유진이 원하는 대로 사람들을 풀어주어야 한다.지혁은 유진이 들고 있던 술잔을 가져와 다 마셨다.유진은 정말 심하게 취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강지혁을 혁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유진은 지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혁이라고 부르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를 것이다. 마치 아주 고요한 밤에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말이다.유진은 또 싱긋 웃었다. 아주 달콤하게 웃었으며 마치 미션을 완수하는 것처럼 지혁에게 안겨 지혁의 목을 껴안았다.“혁아, 나…… 나 너무 졸려. 자고 싶어…….”유진은 중얼중얼 말하다가 곧바로 지혁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멍하니 품속의 사람을 보고 있다.깨어 있을 때의 유진은 니혁을 매우 경계했지만, 잠든 유진은 오히려 지혁에게 모든 경계를 풀고 있었다.“누나는 취한 모습이 아주 귀여워.”지혁이 나지막하게 말하며 손을 들어 귓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만졌다.유진의 볼은 술 때문에 발그레했으며 살구 같은 눈동자는 감고 있다. 그래서 유진의 곱슬곱슬한 속눈썹, 앙증맞은 코, 요염한 입술을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그리고 마치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지혁의 심장은 더 빨리 뛰었다.지혁은 조심스레 자신의 옆에 놓인 외투를 유진의 몸에 덮어주고 유진을 안아서 곧장 룸을 나섰다.유진은 지혁의 품에 안겨 편안하게 잠들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고이준이 공손하게 차 문을 열었다.지혁은 유진을 안고 차에 올랐다.한편 멀지 않은 곳에서 두 사람이 주차장으로 걸어왔다. 그 장면을 본 강현수는 뜻밖에도 눈썹을 치켜세웠다.보아하니 지혁은 정말 여자가 있는 것 같다. 지혁이 방금 조심스럽게 여자를 안고 차에 오를 때 모습을 보니 지혁이 그 여자를 아주 아끼는 것 같았다.마찬가지로 이 장면을 본 사람은 임유라도 있었다. 다만 유라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도 안 좋아.”강현수는 시선을 거두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응, 알았어.”임유라는 말을 잘 듣는 것처럼 말했다.유라는 예전에 알아본 적이 있다. 현수는 말을 잘 듣는 여자를 좋아하고 말을 잘 들을수록 현수의 곁에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총애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자신은 예외라고 생각하고, 유일하다고 생각하던 여자들은 현수에게 일찌감치 차였다.유라도 비록 예외이고 유일한 여자가 되고 싶지만, 유라는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다. 유라는 천천히 그의 마음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현수 씨, 오늘 선물해 준 목걸이 고마워. 아주 마음에 들어. 하지만 이렇게 고급스러운 목걸이를 착용할 기회가 없을까 봐 걱정이야.”유라는 먼저 즐거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유라가 스스로 완벽한 연기라고 생각할 때 현수는 가소롭다고 생각했다.현수는 자신의 앞에서 연기하는 수많은 여자를 봐왔다.“헤븐 파티에 참석할 때 착용하면 되잖아.”유라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난 단지 작은 배우일 뿐이라 헤븐파티의 초청장을 받지 못할 거야.”“거기에 가는 게 무슨 초청장이 필요해? 그냥 날 따라가면 돼.”현수가 말했다.“그때 감독 몇 명을 소개해 줄게.”유라는 재빨리 대답했다.“현수 씨, 너무 좋아!”운전을 하고 있는 현수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다.현수는 당연히 유라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기에 유라에게 맞춰준 것이다. 지금 유라는 현수의 여자친구이기 때문이다.현수는 여자에게 조금의 혜택을 주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단지 유라가 현수에게 약간의 위안을 줄 수만 있으면 된다.차가 유라의 주택단지 앞에 도착하자 유라는 아쉬워했다.“현수 씨, 데려다줘서 고마워. 혹시…… 우리 집에서 좀 놀다가 갈래?”“아니야.”현수는 말을 하며 유라의 얼굴에 천천히 다가갔다.유라는 순간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이 뛰었다. 설마 현수가 유라에게 키스하려고 하는 것일까?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라는 실망
“넌 일단 돌아가.”강지혁이 따라 들어온 고이준에게 말했다.이준은 조금 의아했지만 지혁의 성격을 잘 알기에 묻지 말아야 할 것은 물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네.”이준은 대답을 하고 월세방을 떠났다.강 대표님이 먼저 돌아가라고 했으니 강 대표님이…… 오늘 밤 그곳에서 잔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그 시각 월세방에는 지혁과 유진 두 사람만 남았다.지혁은 유진을 도와 신발과 외투를 벗긴 후에 이불을 덮어주고 의자를 가져와 침대 옆에 앉았다.지혁이 한동안 이곳에서 지내지 않았을 뿐인데 이 방에는 지혁이 살던 흔적이 모두 없어졌다.유진이 지혁이 쓰던 것들을 다 버린 것일까? 그 생각을 하자 지혁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바로 이때 침대에서 잠들었던 유진이 갑자기 눈을 뜨고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왜?”지혁이 물었다.유진은 흐리멍텅하게 눈을 반쯤 뜨고 있었다.“물…… 물 마시고 싶어…….”아마도 술을 많이 마셨기에 목이 마를 것이다.지혁은 한숨을 쉬더니 유진을 못 움직이게 했다.“가만히 앉아있어. 내가 가서 물 가져다줄게!”지금 만약 유진이 스스로 물을 가지러 간다면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지혁은 보온병이 놓여 있는 작은 테이블로 향했다. 유진은 항상 그곳에 뜨거운 물을 담은 보온병을 놓았고 물을 마시고 싶을 때 찬물과 뜨거운 물을 섞어서 마셨다.지혁은 컵을 하나 꺼내 따뜻한 물을 섞은 후에 다시 침대 옆으로 돌아왔다.다행히도 유진은 정말 얌전하게 침대에 앉아 있었다. 앉은 자세가 아주 반듯하여 초등학생 같았다. 지혁은 유진을 보자 결국 피식 웃었다.유진은 그의 웃음소리를 들은 것인지 턱을 치켜들었다. 유진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때문인지 입술마저 더 빨갛게 된 것 같았다.“물 마실래, 물…….”유진은 끊임없이 외쳤지만 앉은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지혁은 유진의 이런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다.“알았어. 물 가져왔어.”지혁이 말하고는 손에 든 물컵을 조심스럽게 유진에게 건네주었다.유
강지혁은 임유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유진의 취한 모습은 아주 부드럽고 사랑스러웠다. 유진의 이런 모습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본 적 있을까?‘아마 소민준도 본 적 있겠지?’지혁은 갑자기 질투가 났다. 민준이 유진과 사귀었던 것이 질투가 났다. 유진이 민준과 사귈 때도 이렇게 부드럽게 민준의 이름을 불렀을 것이다. 유진이 민준과 사귈 때 얼마나 다정했을까?“정말 내가 예쁘다고 생각해?”지혁이 중얼거리며 물었다. 지혁은 유진을 이렇게 곁에 묶어두고 아무도 유진의 요염한 모습을 볼 수 없게 하고 싶었다.“응, 예뻐. 혁이는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예뻐.”유진은 싱긋 웃더니 손가락으로 장난스럽게 지혁의 코를 톡톡 두드렸으며 마치 지혁을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지혁을 장난감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은 유진밖에 없는 것 같다.그때 갑자기 유진의 표정이 변하고 웃음이 사라지더니 낯색이 슬프게 변했다.“혁아, 내가 너에게 잘할게. 그러니 날 떠나지 않으면 안 돼?”유진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찼다. 마치 유진에게 혁은 아주 중요한 존재이고 혁이 떠나는 걸 감당할 수 없는 것 같았다.“난 여태껏 누나를 떠나려 한 적 없어. 누나가 내 곁에 있기를 원하지 않은 거야. 잊었어?”지혁이 말했다. 분명 지금 유진이 취해 내일이 되면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지만 지혁은 유진에게 진지하게 대답했다.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내가…… 왜 혁이의 곁에 남지 않겠어? 난 혁이와 있고 싶어…… 내가 제일 바라는 건 혁이의 곁에 있는 거야.”아마 유진이 취해야만 지혁은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유진의 얼굴이 지혁의 입술에 다가와 잠자리처럼 키스했다.지혁의 몸은 갑자기 굳어지더니 유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진해졌다.“지금 뭘 한 건지 알아?”유진은 당연히 모른다. 유진은 아주 즐거운 듯 활짝 웃었으며 마치 방금 달콤한 음식에 키스한 것 같았다.평소 지혁과 엮이려는 여자들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