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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다음날.

간밤 이경빈은 잠이 들기 직전까지 탁유미의 얼굴이 떠나지 않았다.

헝클어진 머리, 시퍼렇게 멍든 두 볼, 그리고 가녀리다 못해 툭 치면 부러질 것 같던 몸... 그녀의 모든 것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왜 이러는 걸까.

왜 이렇게 자꾸 시도 때도 없이 그 여자 얼굴이 생각나는 걸까.

3개월 뒤에 윤이만 건네받으면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는 여자일 뿐인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신경이 쓰이는 걸까.

“대표님? 프로젝트는 이대로 진행할까요?”

부하직원의 목소리에 이경빈은 그제야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시선을 들어 앞을 바라보니 이곳은 회의실이었고 그는 회의실 가운데 앉아있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는 거로 하죠.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다음 회의 때 다시 얘기합시다.”

이경빈의 말에 임원진들은 너도나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오늘 회의 의제가 이 프로젝트의 진행 여부인데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니?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경빈의 얼굴색을 보고는 금세 고개를 숙이고 하나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이경빈은 임원진들이 다 나간 후 옆에 있는 비서도 내보냈다.

“혼자 있고 싶으니까 이만 나가봐.”

“네, 알겠습니다.”

비서까지 나가고 이윽고 회의실에는 이경빈 혼자만 남게 되었다.

이경빈은 사람들이 다 사라진 뒤에야 손을 들어 제 이마를 꾹꾹 주물렀다.

“탁유미...”

조용한 공간 속에서 탁유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 시각 탁유미는 눈을 감은 채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어제 병원에 가서 검사해본 결과 별다른 심한 상처는 없었지만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뼈 마디마디가, 근육 하나하나가 시큰하고 아파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침대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김수영이 외출할 때 깜빡하고 챙기지 못한 물건이 있나 싶어 탁유미는 힘겹게 눈을 뜨고 천천히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바닥에 발을 내디디고 움직이려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몸이 하루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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