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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3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

강현수의 싸늘한 얼굴이 그 한마디로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배여진은 그저 임유진의 행세를 한 것뿐이겠지만 그것 때문에 강현수는 평생을 기다리던 여자를 놓쳐버렸다.

“다시 한번 말해봐.”

강현수가 셋째 이모를 노려보며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

가뜩이나 차가운 얼굴이 지금은 꼭 저승사자 같았다.

셋째 이모는 흉흉한 기세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현수의 얼굴을 보고는 그만 겁에 질려 몸을 움찔 떨었다.

“저... 저는 그냥 이게... 고소까지 갈 일인가 싶어서요. 그동안 여진이가 쓴 돈은 현, 현수 씨한테는 껌값이잖아요... 다른 흉악범에 비해서는 큰일도 아닌데...”

“하! 하하하하하.”

그 말에 강현수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하더니 이내 주먹을 쥐고 셋째 이모 쪽으로 날렸다.

하지만 그때 옆에 있던 이한이 강현수의 팔을 잡으며 얼른 그를 말렸다.

“현수야, 진정해! 이런 인간이 하는 말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뭐가 있어. 안 그래?”

“한아, 너도 이 여자가 하는 말 들었잖아. 너는 이 말이 안 웃겨? 큰일이 아니라잖아. 내 인생을 망쳐놓고 큰일이 아니라잖아. 하하하.”

강현수가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웃어댔다.

“현수야, 네 맘 다 아니까 진정해...”

이한이 강현수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그런데 그때 강현수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멎었다.

이에 의아해진 이한이 강현수를 바라보자 강현수가 어딘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임유진이 서 있었다.

이한은 임유진을 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현수가 하루라도 빨리 임유진을 잊을 수 있게 억지로 밖으로 데리고 나와 쇼핑을 했더니 배여진의 엄마 때문에 앞길이 막히고 이제는 임유진까지 만나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집에서 게임이나 함께 하자고 할 것을 그랬다며 이한은 이 순간 무척이나 후회했다.

한편 강현수는 넋을 잃은 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기가 보고 있는 것이 헛것일까 봐, 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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