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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9화

“고마워요.”

곽동현이 뒤돌아 떠날 때 탁유미는 뭔가를 그리워하듯 한참이나 제자리에 서서 곽동현의 뒷모습 바라보았다.

그러다 곽동현이 차 운전석에 올라타고 단지를 벗어나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편의점 쪽으로 가기 위해 두어 걸음 내디뎠을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한쪽 팔을 잡혀버렸고 그대로 발걸음이 멈춰버렸다.

“저 남자인가 보지? 네가 새 삶을 시작하려는 남자가?”

이경빈의 조롱이 가득 섞인 목소리가 탁유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곧바로 차갑고 어딘가 화가 나 보이는 얼굴도 시야에 들어왔다.

탁유미는 정장 차림의 이경빈을 보더니 조금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왜, 난 여기 있으면 안 돼?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어?”

이경빈은 싸늘한 말로 대꾸하며 불쾌한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아까 탁유미가 흔하디흔하게 생긴 남자와 시선을 마주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을 때 가슴이 욱신거려 미치는 줄 알았다.

자신만 보면 얼굴을 굳히던 여자가 별 볼 일 없는 남자에게는 잘도 웃어줬다.

그 남자 때문에 양육권을 포기하려는 건가?

“탁유미, 너 이렇게 쉬운 여자였어? 남자가 좀 잘해주면 금세 아이도 포기하고 새살림 차리려는 그런 여자였냐고!”

날카로운 말이 탁유미를 향해 날라왔다.

탁유미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경빈에게 잡힌 손이 아닌 다른 손을 들어 자기 심장 쪽을 매만졌다.

욱신거리지도 않고 따끔하지도 않다.

이경빈의 말은 더 이상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못한다.

이경빈의 말이 아프지 않다는 건 탁유미가 진정으로 모든 걸 내려놨다는 증거였다.

상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 그 상대가 하는 말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다.

“그날 호텔 방에서 이미 약속한 거 아니었나? 너한테 윤이를 보내기 전까지의 3개월은 온전히 나랑 윤이 둘만의 시간이니까 앞으로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건 삼가줘. 3개월 후면 약속대로 너한테 윤이 보내고 더 이상 네 앞에도 윤이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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