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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0화

탁유미는 이경빈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그 어떤 말을 들어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그녀의 관심과 남은 시간은 오직 윤이와 김수영을 위한 거니까.

“알았어. 지금 써서 줄게.”

탁유미는 말을 마친 후 우악스럽게 잡혀있는 손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놔줄래?”

이경빈은 그 말에 천천히 손을 놓았다.

탁유미는 손을 뺀 후 아무 말 없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이경빈은 어쩐지 손아귀가 공허해진 느낌에 어쩐지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의 요구대로 계약서까지 써준다고 하는데 뭐가 이렇게 자꾸 답답하고 마음에 걸리는 걸까? 뭣 때문에 두려움까지 느끼는 걸까?

탁유미는 이경빈과 함께 집으로 올라왔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탁유미는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종이와 펜을 꺼내 들고 이경빈에게 물었다.

“어떻게 쓸까?”

그러자 이경빈이 탁유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양육권을 포기한다는 것과 3개월 뒤에 윤이를 나한테 넘기겠다는 내용을 적어. 그리고 앞으로 윤이랑은 연락도 하지 않고 윤이 눈앞에 나타나지도 않겠다는 것도. 물론 몰래 만나는 것도 안 돼. 만약 네가 계약서까지 썼음에도 허튼짓을 하면 그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이용해서 널 제일 밑바닥까지 끌어내릴 거야.”

“걱정하지 마. 허튼짓할 거였으면 애초에 널 찾아가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윤이와는 이 3개월이 마지막이야.”

탁유미는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이경빈이 원하는 요구들을 기재해 나갔다.

윤이와는 이 3개월이 마지막이다. 윤이의 미래에 그녀가 함께할 일은 없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3개월이고 그녀는 이 3개월 동안 윤이와 마지막으로 원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이경빈은 탁유미의 평온한 답변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말은 더 이상 그녀에게는 닿지 않는 것 같고 꼭 그녀의 마음속에서 그라는 존재가 영원히 사라진 것만 같았다.

한때는 껌딱지처럼 옆에 달라붙어 작은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며 나 좀 봐달라고, 네가 날 바라봐주는 게 좋다고 했던 여자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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