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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8화

Author: 유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1-07 18:00:00
그러다 결국 탁유미를 와락 끌어안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탁유미는 마찬가지로 김수영을 꽉 안아주며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엄마, 울지 마요. 울지... 마요.”

사실 탁유미가 제일 걱정되는 사람은 아들인 윤이가 아닌 어머니인 김수영이었다.

딸로서 효도 한번 못했는데 마지막까지 불효를 저지르게 될 테니까.

...

다음날.

식자재 준비를 위해 근처 마트로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탁유미는 마침 곽동현과 만나게 되었다.

곽동현은 탁유미를 보더니 활짝 웃어 보였다.

“다행이에요. 안 그래도 집에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동현 씨,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근처에 일 보러 왔다가 장난감 좀 전해주려고 왔어요. 제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긴 한데 상태도 양호하고 전에 윤이랑 얘기했을 때 윤이도 관심 있어 했거든요. 아, 만약 윤이가 장난감이 질린다고 하면 그대로 버려도 돼요. 어차피 비싼 물건도 아니거든요.”

“고마워요. 윤이가 좋아하겠네요.”

탁유미가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것들 집으로 옮기면 되죠? 제가 들어드릴게요.”

곽동현은 탁유미가 차에 실은 식자재를 보더니 소매를 걷으며 다가왔다.

이에 탁유미는 재차 감사의 인사를 표했고 곽동현과 함께 식자재를 집까지 옮겼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멀지 않은 곳에 정차된 한 차량에 있는 남자가 무거운 눈길로 지켜봤다.

곽동현은 오래 머물지 않고 장난감을 전해주고 탁유미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눈 후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래까지 바래다줄게요.”

그러자 탁유미도 함께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사야 할 물건이 있거든요.”

아래로 내려가는 길, 곽동현이 잠깐 뜸을 들이다 물었다.

“유진 씨는... 잘 지내요?”

“네, 강지혁 씨랑 잘 지내고 있어요. 몇 달 뒤면 아이도 태어나고요.”

탁유미의 말에 곽동현의 얼굴이 잠깐 쓸쓸하게 변하더니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지낸다니 다행이네요. 솔직히 좀 걱정했거든요.”

임유진은 그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자기에 자신과 함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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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요.”곽동현이 뒤돌아 떠날 때 탁유미는 뭔가를 그리워하듯 한참이나 제자리에 서서 곽동현의 뒷모습 바라보았다.그러다 곽동현이 차 운전석에 올라타고 단지를 벗어나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하지만 편의점 쪽으로 가기 위해 두어 걸음 내디뎠을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한쪽 팔을 잡혀버렸고 그대로 발걸음이 멈춰버렸다.“저 남자인가 보지? 네가 새 삶을 시작하려는 남자가?”이경빈의 조롱이 가득 섞인 목소리가 탁유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리고 곧바로 차갑고 어딘가 화가 나 보이는 얼굴도 시야에 들어왔다.탁유미는 정장 차림의 이경빈을 보더니 조금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왜, 난 여기 있으면 안 돼?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어?”이경빈은 싸늘한 말로 대꾸하며 불쾌한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그는 아까 탁유미가 흔하디흔하게 생긴 남자와 시선을 마주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을 때 가슴이 욱신거려 미치는 줄 알았다.자신만 보면 얼굴을 굳히던 여자가 별 볼 일 없는 남자에게는 잘도 웃어줬다.그 남자 때문에 양육권을 포기하려는 건가?“탁유미, 너 이렇게 쉬운 여자였어? 남자가 좀 잘해주면 금세 아이도 포기하고 새살림 차리려는 그런 여자였냐고!”날카로운 말이 탁유미를 향해 날라왔다.탁유미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경빈에게 잡힌 손이 아닌 다른 손을 들어 자기 심장 쪽을 매만졌다.욱신거리지도 않고 따끔하지도 않다.이경빈의 말은 더 이상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못한다.이경빈의 말이 아프지 않다는 건 탁유미가 진정으로 모든 걸 내려놨다는 증거였다.상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 그 상대가 하는 말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다.“그날 호텔 방에서 이미 약속한 거 아니었나? 너한테 윤이를 보내기 전까지의 3개월은 온전히 나랑 윤이 둘만의 시간이니까 앞으로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건 삼가줘. 3개월 후면 약속대로 너한테 윤이 보내고 더 이상 네 앞에도 윤이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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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유미는 이경빈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이제는 정말 그 어떤 말을 들어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그녀의 관심과 남은 시간은 오직 윤이와 김수영을 위한 거니까.“알았어. 지금 써서 줄게.”탁유미는 말을 마친 후 우악스럽게 잡혀있는 손을 바라보았다.“이제 그만 놔줄래?”이경빈은 그 말에 천천히 손을 놓았다.탁유미는 손을 뺀 후 아무 말 없이 앞장서서 걸어갔다.이경빈은 어쩐지 손아귀가 공허해진 느낌에 어쩐지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그의 요구대로 계약서까지 써준다고 하는데 뭐가 이렇게 자꾸 답답하고 마음에 걸리는 걸까? 뭣 때문에 두려움까지 느끼는 걸까?탁유미는 이경빈과 함께 집으로 올라왔다.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탁유미는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종이와 펜을 꺼내 들고 이경빈에게 물었다.“어떻게 쓸까?”그러자 이경빈이 탁유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양육권을 포기한다는 것과 3개월 뒤에 윤이를 나한테 넘기겠다는 내용을 적어. 그리고 앞으로 윤이랑은 연락도 하지 않고 윤이 눈앞에 나타나지도 않겠다는 것도. 물론 몰래 만나는 것도 안 돼. 만약 네가 계약서까지 썼음에도 허튼짓을 하면 그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이용해서 널 제일 밑바닥까지 끌어내릴 거야.”“걱정하지 마. 허튼짓할 거였으면 애초에 널 찾아가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윤이와는 이 3개월이 마지막이야.”탁유미는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이경빈이 원하는 요구들을 기재해 나갔다.윤이와는 이 3개월이 마지막이다. 윤이의 미래에 그녀가 함께할 일은 없다.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3개월이고 그녀는 이 3개월 동안 윤이와 마지막으로 원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이경빈은 탁유미의 평온한 답변에 눈살을 찌푸렸다.그의 말은 더 이상 그녀에게는 닿지 않는 것 같고 꼭 그녀의 마음속에서 그라는 존재가 영원히 사라진 것만 같았다.한때는 껌딱지처럼 옆에 달라붙어 작은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며 나 좀 봐달라고, 네가 날 바라봐주는 게 좋다고 했던 여자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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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남자가 그렇게도 좋아?”이경빈이 갑자기 탁유미의 손을 낚아채더니 벽 쪽으로 그녀를 몰아세웠다.“언제는 윤이가 네 목숨이라며? 아이는 더 이상 낳고 싶지 않다며? 그런데 지금은 연애도 하고 싶고 이제는 그 남자의 애까지 낳고 싶어졌어?”손을 비틀며 이경빈에게서 벗어나려 힘을 줘봤지만 탁유미의 힘으로는 끄떡없었고 이경빈은 그녀가 반항하면 할수록 더 세게 힘을 가했다.“대답해. 넌 내 앞에서 유리잔을 들어 네 배까지 찔렀어.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지금은 아이 같은 건 다른 남자 사이에서 또 낳으면 된다고 생각해? 그래?”이경빈이 무서운 얼굴로 추궁하기 시작했다.이에 탁유미는 반항하는 것을 그만두고 고개를 들어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렇게도 사랑했는데, 가진 전부를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는데 그 사랑도 기한이 다 되니 이토록 부질없게 느껴졌다.“좋아하는 남자랑 함께하고 그 남자랑 나를 닮은 아이를 내가 낳겠다는 게 왜? 뭐가 문제야? 걱정하지 마. 네 아이를 낳을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탁유미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그 어떤 희로애락도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 그 말에 이경빈의 얼굴은 무섭게 가라앉았다.“그래? 그 남자가 그렇게도 좋아? 윤이를 버리고 아이를 낳아줄 만큼? 날 좋아했을 때보다 더?”“널 좋아한 건 내 실수야.”실수.이경빈은 실수라는 그녀의 말에 이성을 잃고 그대로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탁유미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전부 다 먹어버리려는 듯 그는 그녀가 숨 술 공간조차 주지 않았다.탁유미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그의 입술에 처음에는 격렬하게 반항했지만 이내 모든 걸 다 포기한 듯 반항을 멈추고 그가 이끄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실수’라는 두 글자에 자극을 받아 홧김에 그녀에게 키스했지만 이경빈은 어느 순간부터 그녀와의 키스에 완전히 빠져버렸다.끝날 것 같지 않았던 키스가 끝이 나고 이경빈은 숨을 몰아쉬며 입술을 뗐다.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그녀와의 키스는 정신이 아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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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빈은 자신이 탁유미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는 것에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졌다....“경빈 씨, 소는 왜 갑자기 취하한 거예요? 윤이 데려오겠다면서요.”공수진이 S 시까지 찾아와 이경빈에게 물었다.사실 그녀는 이경빈이 당분간 S 시에 머물기로 한 순간부터 불안하고 또 초조했다. 꼭 자신이 모르는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탁유미는 별 볼 일 없는 여자가 분명하지만 그녀와 이경빈 사이에는 아이라는 유대가 남아있다. 아이라는 건 생각보다 영향력이 크고 아이로 맺어진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그래서 공수진은 하루라도 빨리 이경빈과 결혼해 자기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싶었다.“탁유미랑 합의 봤어. 3개월 뒤에 군말 없이 윤이를 보내주겠대. 그리고 그 뒤로는 더 이상 윤이 앞에 나타나지도 연락하지도 않을 거래.”이경빈의 말에 공수진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혹시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요? 이렇게 갑자기 양육권을 넘게 주는 게 뭔가 이상해요.”꿍꿍이라는 말에 이경빈은 순간 탁유미와 우직하고 성실해 보이는 남자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광경이 떠올랐다.이에 그는 어쩐지 화가 치밀어 조금 딱딱하게 말했다.“꿍꿍이는 무슨. 그 여자가 머리를 굴려봤자 내 손바닥 안이야.”공수진은 이경빈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나긋나긋한 말투로 화제를 돌렸다.“알겠어요. 합의했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죠. 경빈 씨, 나 좋은 엄마가 될게요. 윤이를 내 아들처럼 잘 키워볼게요.”이경빈은 공수진의 말에 문득 그날 밤 탁유미가 호텔 방으로 찾아와 말했던 첫 번째 조건이 생각났다.“경빈 씨? 왜 그래요?”공수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저기 경빈 씨, 우리 결혼식 말이에요. 이 3개월 안에 빨리 진행해버리는 거 어때요? 결혼 준비도 거의 끝나가고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바로 윤이 데려올 수 있잖아요. 그때가 되면 나도 윤이를 돌봐줄 엄마라는 명분이 생기고요.”이경빈은 그 말에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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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33화

    ...다음날.탁유미는 공수진이 제 발로 또다시 자신을 찾아올 줄은 몰랐다.공수진은 부잣집 사모님이라도 되는 양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두르고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유치원 앞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나요? 이렇게 또 보게 되네요. 경빈 씨한테 들었어요. 양육권을 포기한다면서요? 아들을 끔찍하게 생각하길래 끝까지 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꼬기를 내렸네요? 혹시 양육권을 포기하는 것을 빌미로 다른 이익을 얻어갈 생각은 아니죠?”공수진은 포장마차 앞에 서서 음식을 조리하는 탁유미를 마치 패배자 보듯 바라보며 조롱했다.이에 탁유미는 가스 불을 끄고 공수진을 바라보았다.“하고 싶은 말은 그게 끝이야?”“당연히 아니죠. 나랑 경빈 씨 3개월 안에 결혼해요. 3개월 뒤에 윤이를 우리한테 보낼 생각이죠? 걱정하지 마요. 윤이는 내가 아주 ‘잘’ 키워줄 테니까.”공수진은 일부러 ‘잘’이라는 글자를 강조하며 탁유미의 화를 돋우려는 듯 생글생글 웃었다.이에 탁유미는 차갑게 식은 얼굴로 공수진을 빤히 바라보았다.“탁유미 씨 때문에 유산까지 했지만 어차피 지난 일이고 그 일로 탁유미 씨가 감옥살이까지 했으니 벌은 다 받았다고 생각할게요. 나는 그렇게 꽁한 사람이 아니라서요. 윤이도 내 친아들처럼 잘 키워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말은 이렇게 하지만 공수진의 눈빛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탁유미는 공수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공수진, 그 사건의 진상이 어땠는지는 너도 알고 나도 알아. 네가 그때 날 모함하고 음해할 수 있었던 건 이경빈이 날 싫어해서 가만히 내버려 둔 덕이야. 하지만 상대가 윤이라면 상황이 달라지지. 윤이는 이경빈의 자식이야. 이경빈이 네가 윤이한테 손대는 걸 가만히 두고 볼 것 같아? 이경빈이 정말 그렇게 멍청해 보여?”그 말에 공수진의 표정이 굳더니 반박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닫았다.“만약 그 언젠가 너 때문에 윤이가 조금이라도 다치는 날이 오면 이경빈은 네가 아닌 윤이를 선택할 거야. 자기 핏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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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진은 분노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탁유미,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두고 봐!”공수진은 말을 마친 후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그러자 얼마 안 가 양아치 몇 명이 다가오더니 포장마차에 있던 손님을 쫓아내고 손님들이 앉았던 의자와 음식이 놓여있는 테이블을 엎어버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유독 공수진이 앉은 자리는 건드리지 않았다.즉 이 양아치들은 공수진이 부른 사람들이라는 뜻이었다.양아치 중 한 명은 흉흉한 기세로 다가오더니 그대로 탁유미에게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을 가했다.탁유미도 반항을 해보고 주먹도 막아봤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결국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버렸고 양아치들은 쓰러진 그녀에게 욕을 퍼부으며 자비 없이 발길질을 해댔다.“미친년이 감히 누굴 건드려? 너 같은 년은 기어오르지 못하게 확실히 밟아버려야 해!”“독한 년, 입 꾹 다물고 있는 거 봐.”탁유미는 이를 꽉 깨문채 버티고 또 버텼다.공수진과 양아치들에게 살려달라는 말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으니까.그런데 그때 갑자기 발길질이 멈추더니 이내 양아치들의 비명과 깜짝 놀란 듯한 공수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뭐가 어떻게 된 거지?탁유미가 상황파악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는요?!”임유진이 서둘러 탁유미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부축해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유진 씨가 왜...”“언니 보러 왔다가 우연히 보게 됐어요.”임유진은 탁유미가 양육권을 포기하려는 것을 말리려고 왔다가 양아치들이 날뛰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임유진과 함께 온 황채린은 이미 진작 양아치들을 제압해 바닥에 무릎을 꿇렸고 몰래 도망가려는 공수진의 손도 낚아채 임유진의 앞으로 데려왔다.“이거 놔! 내가 누군지 알고 나한테 이딴 식으로 굴어?! 나 당신들 고소할 거야!”공수진은 큰소리로 외치며 황채린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뿌리쳐봐도 끄떡없었다.“잘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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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보면 알아요.”임유진은 담담하게 대꾸했다.조금 있으면 이경빈도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탁유미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얼마나 멍청한 짓을 저질렀는지 역시 알게 된다.그때가 되면 이번에는 뭐로 보상하겠다고 할까.어쩌면 강지혁의 말대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그는 남은 생을 평생 후회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게 살아갈지도 모른다.병원에서 나온 후 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 이경빈이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주원호를 병실로 보낸 것도 임유진 씹니까?”“네.”임유진은 그간 줄곧 강지혁의 도움으로 주원호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공항에 간다는 것을 듣자마자 바로 그를 잡아 왔다.사실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주원호를 등장시킬 필요도 없었다. 이경빈에게만 조용히 따로 진실을 얘기해주려고 했었으니까.그런데 그사이 공수진이 또다시 일을 저질렀고 탁유미는 그로 인해 큰 상처를 입게 됐다.이경빈은 가만히 있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유미가 나한테 골수를 기증해줬다는 것도 훨씬 전에 이미 알고 있었겠네요.”“네. 사실은 그걸 알게 되고 나서 유미 언니한테 얘기를 했었어요. 어쩌면 이경빈 씨를 구한 사람이 언니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이경빈 씨한테 얘기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그런데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자신이 말해봤자 이경빈 씨는 믿지 않을 거라고요.”이경빈은 그 말에 심장이 또다시 욱신거리며 아파 났다.탁유미는 이미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었다.그가 믿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대체 탁유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기가 구한 사람이 화를 내고 사과하라고 윽박지르고 강제로 무릎까지 꿇으라고 명령하는 걸 보며.이경빈이 또다시 자책하고 있을 그때 차량이 드디어 목적지인 구치소 앞에 도착했다.이경빈은 차에서 내린 후 의문 섞인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왜 온 거지?대체 누가 있길래?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구치소 안 면회실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어딘가 낯이 익은 한 남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8화

    이경빈이 손을 다쳤나 하는 의문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탁유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멈췄다.이경빈과 관련된 일은 이제 그 무엇도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언니를 찾아와서 뭐라 하던가요?”임유진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골수를 기증해준 사람이 나라는 걸 아는 눈치였어요. 그리고 공수진이 유산한 게 나 때문이 아니라 공수진의 자작극 때문이라는 것도요.”탁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보상을 해주겠다고는 하는데 이경빈한테는 그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아요.”태연한 얼굴로 얘기하고 있지만 임유진은 알고 있다.이 반응은 상처를 너무나도 많이 받아 모든 것이 공허해진 표현이라는 것을.“공수진은 언니를 모함한 것뿐만이 아니라 이경빈도 속였어요. 몇 년을 속았으니 이경빈은 무조건 공씨 일가에게 자신의 당한 것의 몇 배를 갚아줄 거예요.”“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임유진은 탁유미가 이경빈의 얘기를 썩 반기지 않자 얼른 화제를 바꿨다.“윤이는 유치원에 갔나 봐요?”“네. 엄마가 등원시켜줬어요.”요 며칠 김수영은 매일 밤 윤이와 함께 이곳으로 와 탁유미의 곁을 지켰다.‘아주머니랑 윤이도 이경빈이 병실 밖에 있는 걸 봤을 텐데... 아주머니는 보나 마나 화를 내셨겠지만 윤이는...’임유진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언니, 정말 항암치료 안 받을 거예요?”“네,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그때는 정말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참, 나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대요. 유진 씨, 그날은 정말 고마웠어요.”만약 임유진이 타이밍 좋게 쳐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더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벌써요?”임유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언니, 그러지 말고 며칠 더 입원하는 게 어때요?”아무래도 병원에 있으면 의료진들의 케어를 바로바로 받을 수 있을 테니까.“아니요. 그냥 퇴원할래요. 계속 입원해 있으면...”계속 입원해 있으면 생명의 카운트다운이 더 빨리 흘러가는 느낌이니까.탁유미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7화

    “응. 친구가 앞으로는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간절하게 기도했으니 부처님도 분명히 들어주실 거야.”“친구? 친구 누구?”“나도 아직 본 적 없는 친구야. 아마 기회가 되면 그 어디선가 만날 수도 있겠다.”탁유미가 환하게 웃었다.“친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뭐 인터넷으로만 아는 친구야?”“비밀. 나중에 얘기해줄게.”탁유미는 그날 미소를 지으며 끝내 친구에 관해서 얘기해주지 않았다.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녀가 말한 친구는 바로 그였다.탁유미는 기증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이름도 모르는 그 젊은이를 위해 건강해지기를 빌어주고 있었다.정작 그 기도 덕에 살아난 그는 그녀의 인생을 처참하게 무너트렸는데 말이다.어쩌면 그날 그녀에게 친구가 누군지 조금만 더 자세하게 물어봤더라면 기증 사실에 대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경빈은 당시 그녀를 그저 복수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와는 미래를 꿈 꿀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 친구에 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그때 이경빈의 경호원이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대표님, 괜찮으십...”경호원은 말을 하다 말고 조금 벙찐 얼굴로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이경빈의 모습이 꼭 영혼이 다 빠져나간 듯한 사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임유진이 탁유미를 보러 찾아왔을 때도 이경빈은 여전히 병실 앞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이 꼭 죽은 사람 같았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아주 조금이라도 공수진을 의심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하지만 그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이경빈은 정말 탁유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랑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테니까.“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어요?”임유진이 병실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물었다.“어젯밤부터 줄곧 이곳에 있으셨습니다.”임유진은 이경빈을 힐끔 보더니 별말 없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병실 안에는 탁유미 혼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6화

    탁유미는 차갑게 말을 내뱉은 후 이경빈의 손에 잡힌 자신의 옷을 반대로 잡아당겼다.하지만 아무리 잡아당겨도 도저히 잡아당겨 지지를 않았다.이경빈은 이대로 그녀의 옷을 놓쳐버리면 두 번 다시 그녀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손이 하얘질 때까지 꽉 쥐고 놓지 않았다.탁유미는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강지혁의 경호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놔. 손 다치고 싶지 않으면.”경호원은 그녀의 눈빛에 얼른 앞으로 다가가 탁유미의 옷을 꽉 잡고 있는 이경빈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이경빈은 경호원의 엄청난 손아귀 힘에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계속해서 탁유미를 바라보았다.“네가 나 원망하는 거 알아. 당연해. 네가 날 싫어하는 것도, 날 증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내 말 좀 들어줘. 너랑 단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난 너랑 할 얘기 없어.”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이경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옷을 꽉 잡은 손이 경호원의 힘으로 하나둘 펴지며 서서히 고통이 일고 있는데도, 얼마나 힘을 줬는지 손가락이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이고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옷을 놓아주지 않았다.이대로 놓아주면 다시는 그녀 가까이 갈 수조차 없을까 봐, 그녀와는 이로써 모든 게 다 끝이 날까 봐 그는 너무나도 두려웠다.탁유미는 제 옷을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는 그를 보며 경멸의 눈길을 보냈다.“너는 항상 이런 식이야. 너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야. 너는 네가 다 맞다고 생각하지? 만약 네가 조금이라도 남을 배려하는 인간이었다면 억지로 끌고 가 무릎을 꿇리고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짓은 강요하지 않았을 거야. 너는 항상 네 기분만 중요하고 네 생각만 중요한 사람이었어! 존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최악의 인간이라고!”이경빈은 그 말에 마치 몸이 얼어버린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크나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손아귀의 힘을 스르르 풀었다.탁유미는 옷을 정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5화

    이경빈의 말에 그의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인수로만 놓고 보면 이경빈 쪽이 훨씬 우세였지만 그럼에도 강지혁의 경호원들은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특정 인원들의 출입은 무슨 수를 써서든 막으라는 강지혁의 명령을 받았으니까.“비켜드릴 수는 없습니다. 돌아가세요.”긴장감이 흐르고 상황은 일촉즉발이었다.그런데 그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고 안쪽에서 탁유미가 걸어 나왔다.강지혁의 경호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소란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경빈 대표님은 저희가 금방 되돌려보내겠습니다.”그들은 말을 마친 후 다시 이경빈을 바라보며 경계태세를 갖췄다.탁유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는 마지막으로 봤던 때와 달리 깔끔한 차림이기는 했으나 턱 쪽에 수염이 까끌까끌 나 있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으며 다크서클은 물론이고 눈가도 엄청 빨개 있었다.이제껏 줄곧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세팅하고 다니던 남자였는데 말이다.이경빈은 탁유미가 문을 열고 나온 순간부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며칠 만에 보는 그녀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더 야위어 있었으며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은 오늘따라 유독 더 힘이 없어 보였다.게다가 이마에는 까진 상처가 있었는데 복도 조명 때문에 더 잘 보였다.이경빈은 그 상처를 보는 순간 심장에 마치 칼에 찔린 듯한 고통이 일었다.그녀의 이마에 난 상처는 그날 그의 명령으로 머리가 조아려졌을 때 생긴 상처가 분명했다.그렇게도 사과하는 것을 거부했는데 그는 억지로 그녀의 무릎을 꿇리고 강제로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이경빈은 그날 경호원의 손에 의해 몇 번이고 바닥에 머리를 박는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왜 바보같이 그녀에게 그런 수모를 줬을까.왜 등신처럼 그녀의 고통과 절망을 외면하고 공수진에게 사과하게 했을까.이경빈이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던 그때 탁유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늦은 시간에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야. 왜, 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4화

    주원호의 말에 이경빈의 몸이 움찔 떨렸다.탁유미는 그저 복수대상일 뿐이라고?아니. 탁유미는 그에게 단지 복수대상뿐인 여자가 아니었다. 그가 유일하게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였다.이경빈은 심장이 점점 더 세게 아파 와 이윽고 벽에 몸을 기댔다.꼭 이 통증에 잠식되어가는 듯한 기분이다.그는 멀고 먼 길을 돌아 이제야 자신이 탁유미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한때는 고작 원수 집안의 딸일 뿐인 여자라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 따위는 금방 지워질 줄 알았다. 그녀를 감옥에 보내 복수를 하고 나면 아주 손쉽게 그녀를 마음속에서 떨쳐낼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희망했을 뿐 그는 줄곧 그녀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만약 탁유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허름한 모습으로 있는 게 신경이 쓰일 리도 없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이 질투 날 리도 없다.또한 상처만 줬던 그녀에게 배신감이 들 리도 없다.이경빈은 항상 공수진의 편에만 서고 한 번도 탁유미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는 것에서 늘 도망쳐왔다.죽도록 미운 원수의 딸을 사랑하게 됐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가 없었다.이경빈은 몸 옆으로 축 늘어진 자신의 두 손에 서서히 힘을 가했다.얼마나 세게 주먹을 쥐었는지 손톱이 살을 뚫어버리고 이내 바닥으로 피까지 뚝뚝 흘러내렸다.하지만 그는 고통 따위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 텅 비어 버린 얼굴로 탁유미의 병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탁유미를 만나 그간 상처를 줘서 미안했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멍청하게 굴어서 정말 미안했다고 사과를 해야만 한다.그녀의 아버지를 향한 증오를 그따위 비열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화풀이해서는 안 됐다고 사과해야만 한다.또한 앞으로는 정말 잘 해주겠다고, 지금까지의 고통을 전부 다 잊을 수 있을 만큼 잘해주겠다고 말을 해야만 한다.이경빈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해놓고는 막상 탁유미의 병실에 점점 가까워지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탁유미가 전과 같은 원망과 증오가 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3화

    이경빈은 말 그대로 공수진에게 생지옥이라는 게 무엇인지 맛보게 해줄 생각이다.그와 탁유미의 인생을 가지고 논 대가를 평생에 걸쳐 갚게 할 생각이다....병실에서 나온 이경빈은 심장께가 무언가에 짓눌린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그는 탁유미를 모함하려고 한 공수진도 물론 증오스러웠지만 그녀의 거짓말에 넘어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여자에게 무자비했던 자신이 더 증오스러웠다.아까 병실로 들어간 순간 이경빈은 억지로 탁유미의 무릎을 꿇리고 그녀에게 머리까지 조아리게 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바닥에 쿵쿵 부딪히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해 마음이 짓이겨지는 것 같았다.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을까?정말 공수진을 위해서였을까?사실은 그저 그런 방식으로 탁유미에게 상처를 줘 그녀를 향한 마음을 애써 덮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윤이를 이용해 이씨 집안 재산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음에도, 공수진이 어렵게 생긴 아이를 유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자꾸 상처받은 듯한 탁유미의 얼굴들이 떠올라 더 모질게 굴었던 건 아닐까?탁유미는 그에게 등신이라고 했다.맞는 말이다.그는 정말 구제 불능의 등신이었다.“저... 저기, 저는 그저 공수진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이에요. 제가 아는 건 다 털어놨으니 이제 그만 저 풀어주세요...”주원호가 이경빈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몇십 분 전 그는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찰나 검은색 정장의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병원으로 데려와 졌고 이경빈의 앞에서 공수진에 관한 모든 얘기를 실토하라는 협박을 받았다.만약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으면 평생 감방에서 썩게 할 수도 있다면서 말이다.주원호는 솔직히 그저 공수진에게 돈만 조금 얻어낼 생각이었는데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돈이고 뭐고 공수진 근처로는 절대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대체 누가 날 데리고 온 거지? 상황을 볼 때 이경빈은 아닌 것 같은데.’“풀어달라고?”이경빈은 그 말에 헛웃음을 쳤다.공수진을 도와 진실을 덮어버린 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2화

    이경빈은 공수진에게로 더 바짝 다가가 그녀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래서 네 배 속의 아이가 주원호의 아이라는 걸 다 알고 일부러 그런 식으로 유산해 아이도 제거하고 탁유미도 제거하려고 했던 거야?”공수진의 흥분한 목소리와는 달리 이경빈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다.하지만 그건 꼭 거대한 해일이 밀려들기 전의 고요함으로 차라리 화를 내는 게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공수진은 이경빈의 질문에 머리가 새하얘지고 아니라는 말이 목구멍에 꽉 막힌 채 좀처럼 튀어나오지 않았다.이경빈은 그녀의 머릿속을 다 꿰뚫어버리려는 듯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나는... 나는...”공수진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네 유산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를 불러올까? 태아가 정확히 몇 개월 된 아이였는지 물어봐 줘? 그것도 아니면 너희 집안이 의사한테 돈을 먹인 증거를 가지고 올까?”공수진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부인해봤자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노선을 바꿔 그에게 매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경빈 씨, 미안해요. 경빈 씨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일로 경빈 씨가 나를 싫어할까 봐... 그래서 말을 못 했어요. 그리고 일부러 탁유미 씨를 모함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유미 씨가 나를 밀어버려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유산하게 된 거예요. 절대 일부러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요. 경빈 씨, 나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요...? 전에는 내가 한 잘못은 다 용서해줬잖아요. 그리고 날 평생에 걸쳐 사랑하고 또 아껴주겠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이번도 한 번만 봐줘요. 네...?”그녀의 눈물과 애처로운 말은 더 이상 이경빈의 동정심을 자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심기만 건드릴 뿐이었다.“용서?”이경빈이 코웃음을 치더니 그대로 공수진의 팔을 뿌리쳤다.공수진은 그 충격으로 뒤에 있는 벽에 몸이 부딪쳐버렸다.그리고 외마디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이경빈에 의해 목이 졸려졌다.냉랭하고 차분했던 기색은 이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1화

    이경빈의 말에 공씨 집안 사람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변했다.공수진은 등줄기를 타고 오는 오싹함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지? 설마...!’“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경빈 씨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속이다뇨... 그럴 리가 없잖아요.”공수진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글썽였다.예전이면 가여워 보였을 그녀의 모습이 지금은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이경빈은 가볍게 웃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고 화면을 두어 번 터치하더니 곧바로 공수진 쪽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그러자 휴대폰 안에서 의사와 공수진의 통화 녹음이 흘러나왔다.공수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때 공수진은 물론이고 공씨 부부 역시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심지어 공수진은 많이 당황한 것인지 이마에서 식은땀까지 흘러내렸다.‘임유진이 말했던 녹음이라는 게 이거였어?! 그 여자가 기어코 경빈 씨한테 이 녹음 파일을 전해준 거야?!’공수진은 임유진을 향한 분노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참 대단해.”그때 이경빈이 천천히 병상 옆으로 다가와 공기조차 얼려버릴 것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나를 몇 년이나 가지고 놀고 말이야. 참 대단해, 공수진.”“이... 이거 거짓말이에요! 가짜라고요! 누가 내 목소리로 일부러 이런 통화 녹음을 만든 거예요!”“네가 아니라고?”공수진의 부인에 이경빈은 손에 든 자료를 그대로 그녀의 얼굴에 던져버렸다.“당시 너랑 통화했던 의사 선생님도 찾았고 네 목소리가 맞는지 전문가한테 의뢰하기까지 했어. 그런데도 네가 아니야? 증거가 버젓이 있는데?”공수진은 당황한 듯 말을 버벅거렸다.“그.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병원 기록을 알아보면 되잖아요! 기, 기록에 다 적혀 있어요. 내가 경빈 씨한테 기증했다는...”드르륵.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공수진은 갑자기 나타난 주원호의 얼굴을 보고는 얼굴이 새하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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