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74화

하지만 다 지난 일이라는 그 말이 강현수에게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럼 나는...? 나랑 만난 것도 이제는 다 지난 일이야?”

임유진이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네, 나한테는 이미 지난 일이에요. 그러니까 현수 씨도 이제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사세요.”

그 말에 강현수가 가볍게 웃었다.

“현재를 살라고...?”

그의 고통, 그의 후회, 그리고 그의 자책은 이제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때 차량이 멈춰서고 강현수가 말했다.

“내려. 너한테 보여줄 게 있어.”

임유진은 강현수를 따라 그의 화실로 들어갔다.

화실 안에는 온통 어릴 적 임유진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들이었다.

그날 임유진은 산속에서 강현수를 만났고 강현수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손을 꼭 잡아주었으며 강현수를 업고 산 아래까지 내려왔다.

강현수는 그날의 기억을 그림으로 그려 이 방 안에 간직해 두고 있었다.

그림은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거 모두 내가 그린 거야.”

강현수가 씁쓸한 얼굴로 그림을 보며 말했다.

“네가 생각날 때마다 여기로 와서 그림을 그렸어.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지독한 그리움이 가라앉는 것 같았거든.”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시선을 천천히 임유진에게로 주었다.

“유진아, 나는 그날 이후로 너를 줄곧 찾아다녔어. 그리고 지금 드디어 너와 만나게 됐어. 그런데 하늘은 내 편이 아닌가 봐. 자꾸 널 앞에 두고 널 놓쳐버리게 해. 만약 내가 그때 네 이름을 물어봤더라면, 네가 어디 사는지, 네가 어디 초등학교에 다니는지 물어봤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애초에 몇 년이나 널 놓치는 일은 없었지 않았을까?”

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듣고만 있었다.

“사실 너도 조금은 나 좋아하잖아. 그래서 나 입원했을 때 매일 찾아오고 걱정해준 거잖아.”

강현수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만약 네가 날 찾아온 그날 밤 내가 집에서 나왔더라면, 네 친구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조치를 해줬더라면 넌 강지혁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우리 둘도 지금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