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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임유진은 어쩐지 코끝이 시큰해지는 느낌이었다.

강현수가 해준 것에 감동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렸을 적 그를 만났을 때는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 몰랐고 그와 함께했던 기억을 완전히 기억해냈을 때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마음이 가득 차 그를 사랑할 여유가 없었다.

“네.”

임유진은 단호하게 그에게 답을 내렸다.

강현수는 꼭 심장에 큰 타격이라도 입은 듯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지금 나 마음 접으라고 일부러 이러는 거지? 이제는 강지혁의 아내라서, 강지혁의 아이를 임신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하는 거지?”

“아니요. 강지혁과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도, 강지혁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다고 해도 내 대답은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

“그럼 대답해봐. 강지혁을 사랑해?”

강현수가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길 간절하게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임유진이 채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화실에 울려 퍼졌다.

“유진이가 날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런 걸 물어봐?”

임유진이 흠칫하며 고개를 홱 돌리자 강지혁이 화실 중앙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늘 무표정하던 얼굴에 지금은 분노가 깔려있었다.

“강현수, 누가 내 아내를 멋대로 데려가도 된다고 했지? 이 일로 내가 너희 집안을 어떻게 할지 두렵지도 않나 봐?”

강현수는 강지혁이 별장 안으로 들어와 이곳에까지 도착한 것이 크게 놀랍지도 않은 듯 여전히 임유진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대답해. 강지혁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강지혁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임유진의 손을 잡았다.

“가자.”

하지만 앞으로 걸어 나가려는데 임유진이 제자리에 버틴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두 눈은 오로지 강현수밖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순간 강지혁은 심장이 욱신거려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

울렁거리고 정의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

하지만 그때 임유진의 입이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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