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는 말을 마친 후 배여진의 머리를 잡아 그대로 바닥에 세게 박아버렸다.배여진은 뭘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갑자기 이마를 바닥에 찧게 되었다.극심한 고통에 그녀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려고 하자 강현수가 손에 힘을 더 세게 가했다.“배여진, 네 그 쓸데없는 욕심 때문에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어. 너는 내가 널 이 자리에서 죽여도 할 말이 없어야 해. 알아?”“잠깐... 만요. 현수 씨, 무슨 오해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현수 씨를 구해준 사람은 나예요. 이상한 말에 현혹되지 말아요...”배여진이 낑낑거리며 말했다.그러자 강현수가 배여진의 머리를 확 들더니 이번에는 그녀의 목을 손으로 꽉 잡았다.“내가 조사 안 해봤을 것 같아? 그날 산속에서 날 구해준 건 네가 아니라 임유진이야!”그 말에 배여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몸을 덜덜 떨었다.그녀는 강현수의 노골적인 적의에 이제는 거짓말이 완전히 들켰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강현수가 다 알아버렸다.누가 자기를 구해줬는지 다 알아버렸다.여기서 더 거짓말을 해봐도 이 남자는 더 이상 믿어주지 않을 게 분명하다.재벌가 사모님이 돼서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려던 꿈도 이제는 완전히 끝이 나 버렸다.배여진은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숨을 한번 고르더니 강현수를 향해 비릿하게 웃었다.“맞아요. 나 아니에요. 현수 씨 구한 거 임유진이에요. 그런데 내가 일부러 속였어요? 날 찾아온 건 현수 씨예요. 내가 아니라 당신이라고!”“그래서 네가 그 아이인 척, 유진이인 척 나를 속였어?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어떻게 유진이인 척 나를 속여!”강현수의 분노가 한층 더 깊어졌다.“그럼 눈앞에 내 인생을 바꿔줄 남자가 나타났는데 그걸 그대로 보내? 그리고 임유진을 놓친 게 다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틀렸어. 걔를 놓친 건 나 때문이 아니라 다 당신이 멍청해서야.”배여진도 만만치 않게 분노했다.그녀는 임유진이 원망스러운 만큼 강현수도 원망스러웠다.모든 걸 다 줄
그리고 강현수는 화려하게 꾸며진 파티 홀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배여진은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평생 속죄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그리고 그 역시 멍청하게 끌려다녔던 대가로 평생 후회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강현수는 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고 느껴졌다.이제 그는 어쩌면 평생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배여진의 생일 파티에서 일어난 일은 그날 밤 바로 기사화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인기 검색어에까지 오르게 되었다.기사에는 배여진이 곽동현을 음해하기 위해 했던 짓들이 영상으로 흘러나왔다는 것과 강현수가 등장해 배여진이 하고 있던 값비싼 것들을 전부 다 빼앗아버렸다는 내용까지 아주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는 강현수가 사람들을 다 내보내는 바람에 누구도 알 수 없었지만 배여진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강현수 덕에 잠시나마 부귀영화를 누렸던 여자는 이로써 연예계에서 완전히 매장되어버렸다.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KS 그룹은 기사가 나가고 몇 분 후 배여진을 사기죄로 고소까지 해버렸다.회사의 입장문에 여론은 또 한 번 들끓었다.[사기라니?][배여진이 강현수한테 사기를 쳤다고? 뭘?]사람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자기들끼리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한편, 임유진은 기사를 다 보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강현수에게 모든 걸 얘기한 그때 조만간 이렇게 될 거라고 이미 예상했었으니까.강현수가 자기를 속인 사람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 줄 리가 없었다.임유진이 보고 있던 기사에는 파티 현장에서 찍힌 강현수의 사진도 있었다. 각도로 볼 때 손님 중 누군가가 몰래 찍은 것 같았다.사진 속 강현수는 올블랙으로 입었고 여전히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무표정에 차가운 얼굴이라 꼭 저승사자를 보는 것 같았다.임유진은 그런 강현수를 보며 어딘가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강현수가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냉랭한 구석이 있다는 건 이미 알았지만 그래도 전에는 이 정도로 사람을 전부 거부
그저 일상을 얘기하는 듯한,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말투였지만 강지혁의 두 눈은 임유진의 속내를 싹 다 꿰뚫어 보려는 듯 미동조차 없었다.임유진은 담담한 말투로 답했다.“아쉽고 뭐고 할 게 뭐가 있어. 나는 그때 내가 했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어차피 그때 강현수에게 모든 걸 얘기한다고 해도 그가 원하는 말을 들려줄 수 없기에 결과적으로 강현수를 더 괴롭게만 할 뿐이었을 테니까.왜냐하면 당시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은...임유진의 눈동자가 갑자기 조금 어두워졌다.그때는 강지혁을 정말 많이 사랑했었는데 지금은 어떻지?강지혁을 향한 감정이 얼마나 남아 있지?“무슨 생각해?”강지혁이 손을 뻗어 임유진의 턱을 잡고 물었다.그녀가 뭔가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눈가가 짙어진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꼭 그가 알 수 없는 뭔가가 따로 있는 것 같아서.“아무것도 아니야.”“솔직하게 말해줘.”강지혁이 물러서지 않고 대답을 요구하자 임유진이 살짝 머뭇거리더니 결국 사실대로 말했다.“내가 지금 너한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어.”이에 강지혁이 흠칫하더니 이내 천천히 입술을 열고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결론은 뭔데?”“나도 잘 모르겠어.”임유진이 자조하듯 입꼬리를 올리고 피식 웃었다.“전에는 정말 많이 사랑했는데 그간 우리 사이에 있었던 많은 일들 때문에 감정이 부서지고 조각난 것 같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뭐가 됐든 나는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거야. 그리고...”임유진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기대가 조금 섞인 눈빛으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가능하다면 나는 우리가 적어도 서로를 위하는 가족이 되었으면 해. 다른 건 바라지 않고 딱 가족 같은 관계면 돼. 아이들이 우리 사이가 안 좋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임유진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집을 주고 싶었다.강지혁은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그녀는 그저 딱
강지혁과 입술이 맞닿았다는 것에 임유진은 어쩐지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강지혁은 이 순간에도 여전히 임유진의 턱을 꽉 잡고 있었다. 꼭 조금의 반항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따뜻한 임유진의 입술과는 달리 강지혁의 입술은 조금 차가웠다. 하지만 쏟아붓는 감정은 오히려 그가 더 뜨겁고 강렬했다. 게다가 짙은 소유욕도 여실히 묻어났다.임유진은 갑작스러운 키스였지만 전혀 반항할 생각이나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오히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서서히 눈을 감고 그가 이끄는 대로 키스에 응했다.지난날의 행복했던 기억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고작 1년이라는 시간이었지만 그와 함께했던 나날은 이리도 선명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강지혁 같은 건 이제 잊어버리자고 그렇게 되뇌었건만 사실은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못했다.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키스가 끝이 나고 임유진은 서서히 눈을 뜨고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왜 안 밀어내?”강지혁의 조금 가라앉은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임유진은 그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도 그 답을 몰랐으니까.“나와 가족 같은 사이가 되고 싶어서, 그래서 내가 이렇게 키스해도, 여기서 더 한 짓을 해도 아이 때문에 참을 수 있다, 뭐 이런 거야?”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두 사람의 결혼은 원래부터 아이 때문에 성사된 게 맞는데 그는 그녀가 오로지 아이 때문에 결혼한 게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임유진은 다시 이성이 돌아온 듯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내 동의 없이는 건드리지 않겠다며?”“그랬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네가 출산하기 전까지야. 설마 내가 평생 아무것도 안 할 줄 알았어? 아니면 평생 나랑 손만 달랑 잡고 살 생각이었어?”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때 순간 익숙한 울렁거림이 찾아왔다.임유진은 강지혁을 밀쳐버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를 부여잡고 토하기 시작했다.“웩... 웩
강지혁은 옆에 있는 타올을 들어 그녀의 얼굴에 있는 물기를 천천히 닦아주었다.“네가 싫어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우리는 부부고 부부끼리 서로 스킨십 하는 건 당연한 거야. 어차피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너도 이 정도쯤은 참을 수 있잖아?”그는 임유진의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는 것인지 타올을 다시 옆에 걸어두고 뒤로 돌았다.“나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까 넌 먼저 자.”하지만 이제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가느다란 팔이 뒤에서 그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싫지 않았어...”임유진은 얼굴을 강지혁의 등에 묻은 채 말을 이어갔다.“방금은 입덧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서 그래.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너랑 방금 키스한 거 정말 싫지 않았어...”강지혁은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 몸이 갑자기 굳어버렸다.임유진은 잠깐 뜸을 들이다 한 번 더 말을 이었다.“부부 사이에 스킨십하는 게 당연한 거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지만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러는 건 짐승이랑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적어도 나는 그런... 스킨십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감정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아이들 때문에 싫은 걸 억지로 참을 생각 없어. 너도 내가 그러길 바라는 건 아닐 거 아니야.”임유진은 강지혁이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권력도 있고 돈도 있는 남자이니 당연한 거다.이런 남자가 자신의 아내가 다른 누군가 때문에 억지로 스킨십한다는 것을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건 치욕일 테니까.강지혁이 서서히 몸을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동자는 고요하고 맑은 호수 같았다. 꼭 자신의 모든 생각과 마음을 숨김없이 그에게 전부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어떤 감정이 있어야 하는데? 사랑?”강지혁이 입을 열었다.“나도 널 사랑하고, 너도 날 사랑해야 가능하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야?”임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유진, 다시 날 사랑하기라도 하겠다는 거야?”강지혁의 질문에
“유진 씨, 고마워요.”곽동현의 말에 임유진이 고개를 저었다.“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동현 씨가 풀려날 수 있었던 건 그 영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동현 씨가 이런 일을 당한 건 다 나 때문이잖아요. 만약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아도 됐었을 거예요.”사실 그 영상이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누가 배여진의 차에 몰래 카메라를 달아놓은 건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그런 말 하지 말아요.”곽동현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유진 씨는 정말 큰 힘이 되어줬어요. 유진 씨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계속 불안에 떨고 있었을 거예요.”임유진은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다 그녀가 괜한 마음의 짐을 짊어지게 될까 봐 그러는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곽동현은 서류를 작성한 후 임유진과 함께 다시 구치소에서 나왔다.“유진 씨, 나 들었어요. 강현수 씨가 유진 씨 사촌 언니를 사기죄로 고소한다고 했다면서요?”곽동현이 물었다.“아마 그럴 거예요. 나도 기사가 올라온 것만 본 거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나 지금 강현수 씨랑 연락하고 있지 않거든요.”“혹시 그거... 내 일 때문이에요?”곽동현이 조금 미안해하며 물었다.“아니요. 그냥 강현수 씨와는 원래 이렇게 될 운명이었어요.”임유진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곽동현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꾹 닫았다.곽동현을 보낸 후, 임유진은 탁유미에게 전화해 곽동현이 무사히 풀려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탁유미도 요 며칠 곽동현의 일로 줄곧 자책했었으니까.탁유미는 당시 윤이가 퇴원할 때 곽동현이 오겠다고 하는 걸 막았더라면 어쩌면 곽동현이 배여진에게 당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임유진이 희소식을 전하자 탁유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이에요? 정말 풀려났어요?”“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언니한테 얘기하지 않은 게 있는데, 지영이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네?
임유진은 병원 이름을 댄 후 어차피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직접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검은색 승용차가 단지에 들어서고 임유진의 곁에 경호원이 서 있는 걸 보았을 때 탁유미의 눈빛이 기이하게 변했다.그녀는 상황 파악을 하려는 듯 임유진과 경호원을 번갈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유진 씨, 이게 대체...”“혁이가 붙여준 경호원분이에요. 나 강지혁이랑 결혼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임신 3개월째고요.”그 말에 탁유미가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진 씨가 결혼에 임신까지 했다고요? 그것도 강지혁 씨랑?!”“네, 일단 타요. 가면서 얘기해요, 언니.”임유진의 말에 탁유미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뒷좌석에 탔다.그러고는 자기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며칠 안 본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변화가 생겼을 줄이야.“참, 양육권 소송 재판은 한 달 후에 열리게 될 거예요. 그때 언니 변호사 쪽에는 나를 제외하고 양육권 소송 전문 변호사가 한 명 더 붙을 거예요. 그래야 승률이 조금 더 올라가니까요.”임유진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아직도 확실하게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못 해요. 하지만 그래도 여론을 통제해 이번 재판으로 윤이가 기사에 실리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볼게요.”탁유미는 똑똑한 사람이기에 임유진의 말뜻을 완전히 이해했다.“강지혁 씨한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인 거죠?”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혁이한테는 어려운 일이 아닐 거예요. 물론 아직 얘기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렇게 해줄 거예요.”탁유미의 일로 강지혁이 뭔가 대가를 요구한다면 그녀는 그게 무엇이든 들어줄 생각이다.탁유미에게 보답하고 싶고 윤이도 지키고 싶으니까.“유진 씨, 날 위해서 이러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탁유미가 뭔가 얘기하려는데 임유진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하지만은 없어요. 그렇게 하기로 해요.”이에 탁유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러고는 몇 초 후 다시 조심스럽게
좋은 소식이 있다면 그건 한지영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것이었다.의사의 말에 의하면 이틀 뒤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질 수 있다고 하며 2차 수술도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면회를 끝낸 후 임유진은 다시 탁유미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차에 올라탔다.그런데 이제 절반 정도 왔을 때 갑자기 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웠다.이에 임유진이 깜짝 놀라 앞을 바라보자 여러 대의 차량이 포위하듯 멈추어 서 있는 것이 보였다.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차량에서 누군가가 내려 임유진의 차 쪽으로 걸어왔다.앞 좌석에 앉아있던 임유진의 경호원은 진작 차에서 내렸고 바로 강현수를 막아섰다.강현수가 그 경호원을 힐끔 보자 뒤에 있던 남자경호원들이 성큼성큼 다가와 금방 임유진의 경호원과 대치상태에 들어갔다.강지혁이 엄선한 경호원은 실력이 좋은 경호원임이 틀림없었지만 수에 밀려 금방 제압당하고 말았다.강현수는 차량 바로 곁으로 와 임유진 쪽 차 문을 벌컥 열었다.그러고는 조금 초췌해진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할 말이 있어. 나랑 얘기 좀 해.”임유진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면 되지 왜 이런 방법을 쓰는 거예요?”“이러지 않으면 너랑 얘기할 기회조차 없을 거니까.”강현수가 쓰게 웃었다.“잠깐이면 돼. 나랑 같이 가줄래?”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다.임유진은 그 모습에 그가 목숨을 잃을 것도 불사하고 차를 들이받는 바람에 피범벅이 됐던 얼굴이 떠올랐다.그녀와 배 속 아이들의 목숨을 구해준 게 강현수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알겠어요. 갈 테니까 대신 저 사람들 좀 물려줘요. 그리고 언니도 보내주고요.”임유진이 경호원 쪽과 탁유미 쪽을 가리켰다.“알았어.”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유진 씨!”그때 탁유미가 걱정된다는 얼굴로 임유진을 불렀다.“언니,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요.”임유진은 그녀를 안심시킨 후 기사에게 그녀를 부탁했다.“기사님, 언니를 무사히 집까지 데려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