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과 입술이 맞닿았다는 것에 임유진은 어쩐지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강지혁은 이 순간에도 여전히 임유진의 턱을 꽉 잡고 있었다. 꼭 조금의 반항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따뜻한 임유진의 입술과는 달리 강지혁의 입술은 조금 차가웠다. 하지만 쏟아붓는 감정은 오히려 그가 더 뜨겁고 강렬했다. 게다가 짙은 소유욕도 여실히 묻어났다.임유진은 갑작스러운 키스였지만 전혀 반항할 생각이나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오히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서서히 눈을 감고 그가 이끄는 대로 키스에 응했다.지난날의 행복했던 기억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고작 1년이라는 시간이었지만 그와 함께했던 나날은 이리도 선명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강지혁 같은 건 이제 잊어버리자고 그렇게 되뇌었건만 사실은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못했다.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키스가 끝이 나고 임유진은 서서히 눈을 뜨고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왜 안 밀어내?”강지혁의 조금 가라앉은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임유진은 그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도 그 답을 몰랐으니까.“나와 가족 같은 사이가 되고 싶어서, 그래서 내가 이렇게 키스해도, 여기서 더 한 짓을 해도 아이 때문에 참을 수 있다, 뭐 이런 거야?”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두 사람의 결혼은 원래부터 아이 때문에 성사된 게 맞는데 그는 그녀가 오로지 아이 때문에 결혼한 게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임유진은 다시 이성이 돌아온 듯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내 동의 없이는 건드리지 않겠다며?”“그랬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네가 출산하기 전까지야. 설마 내가 평생 아무것도 안 할 줄 알았어? 아니면 평생 나랑 손만 달랑 잡고 살 생각이었어?”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때 순간 익숙한 울렁거림이 찾아왔다.임유진은 강지혁을 밀쳐버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를 부여잡고 토하기 시작했다.“웩... 웩
강지혁은 옆에 있는 타올을 들어 그녀의 얼굴에 있는 물기를 천천히 닦아주었다.“네가 싫어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우리는 부부고 부부끼리 서로 스킨십 하는 건 당연한 거야. 어차피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너도 이 정도쯤은 참을 수 있잖아?”그는 임유진의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는 것인지 타올을 다시 옆에 걸어두고 뒤로 돌았다.“나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까 넌 먼저 자.”하지만 이제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가느다란 팔이 뒤에서 그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싫지 않았어...”임유진은 얼굴을 강지혁의 등에 묻은 채 말을 이어갔다.“방금은 입덧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서 그래.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너랑 방금 키스한 거 정말 싫지 않았어...”강지혁은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 몸이 갑자기 굳어버렸다.임유진은 잠깐 뜸을 들이다 한 번 더 말을 이었다.“부부 사이에 스킨십하는 게 당연한 거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지만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러는 건 짐승이랑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적어도 나는 그런... 스킨십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감정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아이들 때문에 싫은 걸 억지로 참을 생각 없어. 너도 내가 그러길 바라는 건 아닐 거 아니야.”임유진은 강지혁이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권력도 있고 돈도 있는 남자이니 당연한 거다.이런 남자가 자신의 아내가 다른 누군가 때문에 억지로 스킨십한다는 것을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건 치욕일 테니까.강지혁이 서서히 몸을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동자는 고요하고 맑은 호수 같았다. 꼭 자신의 모든 생각과 마음을 숨김없이 그에게 전부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어떤 감정이 있어야 하는데? 사랑?”강지혁이 입을 열었다.“나도 널 사랑하고, 너도 날 사랑해야 가능하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야?”임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유진, 다시 날 사랑하기라도 하겠다는 거야?”강지혁의 질문에
“유진 씨, 고마워요.”곽동현의 말에 임유진이 고개를 저었다.“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동현 씨가 풀려날 수 있었던 건 그 영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동현 씨가 이런 일을 당한 건 다 나 때문이잖아요. 만약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아도 됐었을 거예요.”사실 그 영상이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누가 배여진의 차에 몰래 카메라를 달아놓은 건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그런 말 하지 말아요.”곽동현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유진 씨는 정말 큰 힘이 되어줬어요. 유진 씨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계속 불안에 떨고 있었을 거예요.”임유진은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다 그녀가 괜한 마음의 짐을 짊어지게 될까 봐 그러는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곽동현은 서류를 작성한 후 임유진과 함께 다시 구치소에서 나왔다.“유진 씨, 나 들었어요. 강현수 씨가 유진 씨 사촌 언니를 사기죄로 고소한다고 했다면서요?”곽동현이 물었다.“아마 그럴 거예요. 나도 기사가 올라온 것만 본 거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나 지금 강현수 씨랑 연락하고 있지 않거든요.”“혹시 그거... 내 일 때문이에요?”곽동현이 조금 미안해하며 물었다.“아니요. 그냥 강현수 씨와는 원래 이렇게 될 운명이었어요.”임유진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곽동현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꾹 닫았다.곽동현을 보낸 후, 임유진은 탁유미에게 전화해 곽동현이 무사히 풀려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탁유미도 요 며칠 곽동현의 일로 줄곧 자책했었으니까.탁유미는 당시 윤이가 퇴원할 때 곽동현이 오겠다고 하는 걸 막았더라면 어쩌면 곽동현이 배여진에게 당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임유진이 희소식을 전하자 탁유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이에요? 정말 풀려났어요?”“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언니한테 얘기하지 않은 게 있는데, 지영이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네?
임유진은 병원 이름을 댄 후 어차피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직접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검은색 승용차가 단지에 들어서고 임유진의 곁에 경호원이 서 있는 걸 보았을 때 탁유미의 눈빛이 기이하게 변했다.그녀는 상황 파악을 하려는 듯 임유진과 경호원을 번갈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유진 씨, 이게 대체...”“혁이가 붙여준 경호원분이에요. 나 강지혁이랑 결혼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임신 3개월째고요.”그 말에 탁유미가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진 씨가 결혼에 임신까지 했다고요? 그것도 강지혁 씨랑?!”“네, 일단 타요. 가면서 얘기해요, 언니.”임유진의 말에 탁유미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뒷좌석에 탔다.그러고는 자기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며칠 안 본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변화가 생겼을 줄이야.“참, 양육권 소송 재판은 한 달 후에 열리게 될 거예요. 그때 언니 변호사 쪽에는 나를 제외하고 양육권 소송 전문 변호사가 한 명 더 붙을 거예요. 그래야 승률이 조금 더 올라가니까요.”임유진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아직도 확실하게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못 해요. 하지만 그래도 여론을 통제해 이번 재판으로 윤이가 기사에 실리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볼게요.”탁유미는 똑똑한 사람이기에 임유진의 말뜻을 완전히 이해했다.“강지혁 씨한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인 거죠?”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혁이한테는 어려운 일이 아닐 거예요. 물론 아직 얘기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렇게 해줄 거예요.”탁유미의 일로 강지혁이 뭔가 대가를 요구한다면 그녀는 그게 무엇이든 들어줄 생각이다.탁유미에게 보답하고 싶고 윤이도 지키고 싶으니까.“유진 씨, 날 위해서 이러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탁유미가 뭔가 얘기하려는데 임유진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하지만은 없어요. 그렇게 하기로 해요.”이에 탁유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러고는 몇 초 후 다시 조심스럽게
좋은 소식이 있다면 그건 한지영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것이었다.의사의 말에 의하면 이틀 뒤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질 수 있다고 하며 2차 수술도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면회를 끝낸 후 임유진은 다시 탁유미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차에 올라탔다.그런데 이제 절반 정도 왔을 때 갑자기 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웠다.이에 임유진이 깜짝 놀라 앞을 바라보자 여러 대의 차량이 포위하듯 멈추어 서 있는 것이 보였다.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차량에서 누군가가 내려 임유진의 차 쪽으로 걸어왔다.앞 좌석에 앉아있던 임유진의 경호원은 진작 차에서 내렸고 바로 강현수를 막아섰다.강현수가 그 경호원을 힐끔 보자 뒤에 있던 남자경호원들이 성큼성큼 다가와 금방 임유진의 경호원과 대치상태에 들어갔다.강지혁이 엄선한 경호원은 실력이 좋은 경호원임이 틀림없었지만 수에 밀려 금방 제압당하고 말았다.강현수는 차량 바로 곁으로 와 임유진 쪽 차 문을 벌컥 열었다.그러고는 조금 초췌해진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할 말이 있어. 나랑 얘기 좀 해.”임유진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면 되지 왜 이런 방법을 쓰는 거예요?”“이러지 않으면 너랑 얘기할 기회조차 없을 거니까.”강현수가 쓰게 웃었다.“잠깐이면 돼. 나랑 같이 가줄래?”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다.임유진은 그 모습에 그가 목숨을 잃을 것도 불사하고 차를 들이받는 바람에 피범벅이 됐던 얼굴이 떠올랐다.그녀와 배 속 아이들의 목숨을 구해준 게 강현수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알겠어요. 갈 테니까 대신 저 사람들 좀 물려줘요. 그리고 언니도 보내주고요.”임유진이 경호원 쪽과 탁유미 쪽을 가리켰다.“알았어.”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유진 씨!”그때 탁유미가 걱정된다는 얼굴로 임유진을 불렀다.“언니,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요.”임유진은 그녀를 안심시킨 후 기사에게 그녀를 부탁했다.“기사님, 언니를 무사히 집까지 데려다주세요.”
하지만 다 지난 일이라는 그 말이 강현수에게는 아픔으로 다가왔다.“그럼 나는...? 나랑 만난 것도 이제는 다 지난 일이야?”임유진이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네, 나한테는 이미 지난 일이에요. 그러니까 현수 씨도 이제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사세요.”그 말에 강현수가 가볍게 웃었다.“현재를 살라고...?”그의 고통, 그의 후회, 그리고 그의 자책은 이제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그때 차량이 멈춰서고 강현수가 말했다.“내려. 너한테 보여줄 게 있어.”임유진은 강현수를 따라 그의 화실로 들어갔다.화실 안에는 온통 어릴 적 임유진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들이었다.그날 임유진은 산속에서 강현수를 만났고 강현수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손을 꼭 잡아주었으며 강현수를 업고 산 아래까지 내려왔다.강현수는 그날의 기억을 그림으로 그려 이 방 안에 간직해 두고 있었다.그림은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이거 모두 내가 그린 거야.”강현수가 씁쓸한 얼굴로 그림을 보며 말했다.“네가 생각날 때마다 여기로 와서 그림을 그렸어.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지독한 그리움이 가라앉는 것 같았거든.”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시선을 천천히 임유진에게로 주었다.“유진아, 나는 그날 이후로 너를 줄곧 찾아다녔어. 그리고 지금 드디어 너와 만나게 됐어. 그런데 하늘은 내 편이 아닌가 봐. 자꾸 널 앞에 두고 널 놓쳐버리게 해. 만약 내가 그때 네 이름을 물어봤더라면, 네가 어디 사는지, 네가 어디 초등학교에 다니는지 물어봤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애초에 몇 년이나 널 놓치는 일은 없었지 않았을까?”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듣고만 있었다.“사실 너도 조금은 나 좋아하잖아. 그래서 나 입원했을 때 매일 찾아오고 걱정해준 거잖아.”강현수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만약 네가 날 찾아온 그날 밤 내가 집에서 나왔더라면, 네 친구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조치를 해줬더라면 넌 강지혁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우리 둘도 지금과
임유진은 어쩐지 코끝이 시큰해지는 느낌이었다.강현수가 해준 것에 감동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렸을 적 그를 만났을 때는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 몰랐고 그와 함께했던 기억을 완전히 기억해냈을 때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마음이 가득 차 그를 사랑할 여유가 없었다.“네.”임유진은 단호하게 그에게 답을 내렸다.강현수는 꼭 심장에 큰 타격이라도 입은 듯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지금 나 마음 접으라고 일부러 이러는 거지? 이제는 강지혁의 아내라서, 강지혁의 아이를 임신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하는 거지?”“아니요. 강지혁과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도, 강지혁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다고 해도 내 대답은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그럼 대답해봐. 강지혁을 사랑해?”강현수가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그녀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길 간절하게 바라면서 말이다.그런데 임유진이 채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화실에 울려 퍼졌다.“유진이가 날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런 걸 물어봐?”임유진이 흠칫하며 고개를 홱 돌리자 강지혁이 화실 중앙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늘 무표정하던 얼굴에 지금은 분노가 깔려있었다.“강현수, 누가 내 아내를 멋대로 데려가도 된다고 했지? 이 일로 내가 너희 집안을 어떻게 할지 두렵지도 않나 봐?”강현수는 강지혁이 별장 안으로 들어와 이곳에까지 도착한 것이 크게 놀랍지도 않은 듯 여전히 임유진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대답해. 강지혁을 사랑하는지 아닌지.”강지혁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임유진의 손을 잡았다.“가자.”하지만 앞으로 걸어 나가려는데 임유진이 제자리에 버틴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두 눈은 오로지 강현수밖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순간 강지혁은 심장이 욱신거려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울렁거리고 정의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하지만 그때 임유진의 입이 천
임유진은 그녀의 그림들로 꽉 채워진 화실을 삥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현수 씨가 이러는 건 우리가 어릴 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집념 같은 것뿐이에요. 그리고 원래 사람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얻지 못하면 더 얻고 싶고... 그래서 더 나를 찾는 것에 집착했는지도 몰라요. 게다가 무의식중에 나를 너무 미화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나는 대단히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고 그냥 별다를 거 없는 사람이에요.”말을 마친 후 임유진은 고개를 돌려 강지혁을 바라보며 그에게 잡힌 손을 빼더니 두 손을 뻗어 강지혁의 목을 감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의 행동에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그녀가 발꿈치를 들고 자신의 입술에 입을 맞출 때까지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임유진은 눈을 감은 채 그렇게 먼저 강지혁에게 입을 맞췄다.그리고 강지혁은 점점 더 어두워지는 눈빛으로 3초간 가만히 서 있더니 서서히 눈을 감고 응하기 시작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임유진은 조금 달뜬 호흡을 내쉬며 입을 떼고는 강현수 쪽을 바라보았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강지혁뿐이에요. 현수 씨는 어릴 때 나랑 한 약속 지켰으니까 이제 더 이상 과거에 미련 가지지 마세요.”강현수의 눈동자가 서서히 어둠으로 잠식되어 갔다.임유진의 입에서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그만하라는 말이 나왔다.그렇게 오랜 시간 찾아 헤맨 것이 그녀에게는 그저 한낱 약속일 뿐이었다....강현수의 별장에서 나온 임유진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문 바로 앞에 강지혁의 부하로 보이는 사람들이 마치 조직 보스를 기다리는 듯한 엄숙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강현수 별장에 있던 도우미와 경비원들은 그 사람들에게 완전히 제압돼 있었다.강지혁이 그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당당하게 화실까지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왜... 이렇게 많이 데려왔어?”임유진이 벙찐 얼굴로 물었다.“...”그녀의 질문에 강지혁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