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71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09 18:00:00
“유진 씨, 고마워요.”

곽동현의 말에 임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동현 씨가 풀려날 수 있었던 건 그 영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동현 씨가 이런 일을 당한 건 다 나 때문이잖아요. 만약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아도 됐었을 거예요.”

사실 그 영상이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누가 배여진의 차에 몰래 카메라를 달아놓은 건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곽동현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유진 씨는 정말 큰 힘이 되어줬어요. 유진 씨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계속 불안에 떨고 있었을 거예요.”

임유진은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다 그녀가 괜한 마음의 짐을 짊어지게 될까 봐 그러는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곽동현은 서류를 작성한 후 임유진과 함께 다시 구치소에서 나왔다.

“유진 씨, 나 들었어요. 강현수 씨가 유진 씨 사촌 언니를 사기죄로 고소한다고 했다면서요?”

곽동현이 물었다.

“아마 그럴 거예요. 나도 기사가 올라온 것만 본 거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나 지금 강현수 씨랑 연락하고 있지 않거든요.”

“혹시 그거... 내 일 때문이에요?”

곽동현이 조금 미안해하며 물었다.

“아니요. 그냥 강현수 씨와는 원래 이렇게 될 운명이었어요.”

임유진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곽동현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꾹 닫았다.

곽동현을 보낸 후, 임유진은 탁유미에게 전화해 곽동현이 무사히 풀려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탁유미도 요 며칠 곽동현의 일로 줄곧 자책했었으니까.

탁유미는 당시 윤이가 퇴원할 때 곽동현이 오겠다고 하는 걸 막았더라면 어쩌면 곽동현이 배여진에게 당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임유진이 희소식을 전하자 탁유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정말 풀려났어요?”

“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언니한테 얘기하지 않은 게 있는데, 지영이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72화

    임유진은 병원 이름을 댄 후 어차피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직접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검은색 승용차가 단지에 들어서고 임유진의 곁에 경호원이 서 있는 걸 보았을 때 탁유미의 눈빛이 기이하게 변했다.그녀는 상황 파악을 하려는 듯 임유진과 경호원을 번갈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유진 씨, 이게 대체...”“혁이가 붙여준 경호원분이에요. 나 강지혁이랑 결혼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임신 3개월째고요.”그 말에 탁유미가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진 씨가 결혼에 임신까지 했다고요? 그것도 강지혁 씨랑?!”“네, 일단 타요. 가면서 얘기해요, 언니.”임유진의 말에 탁유미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뒷좌석에 탔다.그러고는 자기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며칠 안 본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변화가 생겼을 줄이야.“참, 양육권 소송 재판은 한 달 후에 열리게 될 거예요. 그때 언니 변호사 쪽에는 나를 제외하고 양육권 소송 전문 변호사가 한 명 더 붙을 거예요. 그래야 승률이 조금 더 올라가니까요.”임유진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아직도 확실하게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못 해요. 하지만 그래도 여론을 통제해 이번 재판으로 윤이가 기사에 실리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볼게요.”탁유미는 똑똑한 사람이기에 임유진의 말뜻을 완전히 이해했다.“강지혁 씨한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인 거죠?”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혁이한테는 어려운 일이 아닐 거예요. 물론 아직 얘기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렇게 해줄 거예요.”탁유미의 일로 강지혁이 뭔가 대가를 요구한다면 그녀는 그게 무엇이든 들어줄 생각이다.탁유미에게 보답하고 싶고 윤이도 지키고 싶으니까.“유진 씨, 날 위해서 이러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탁유미가 뭔가 얘기하려는데 임유진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하지만은 없어요. 그렇게 하기로 해요.”이에 탁유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러고는 몇 초 후 다시 조심스럽게

    최신 업데이트 : 2024-10-10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73화

    좋은 소식이 있다면 그건 한지영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것이었다.의사의 말에 의하면 이틀 뒤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질 수 있다고 하며 2차 수술도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면회를 끝낸 후 임유진은 다시 탁유미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차에 올라탔다.그런데 이제 절반 정도 왔을 때 갑자기 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웠다.이에 임유진이 깜짝 놀라 앞을 바라보자 여러 대의 차량이 포위하듯 멈추어 서 있는 것이 보였다.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차량에서 누군가가 내려 임유진의 차 쪽으로 걸어왔다.앞 좌석에 앉아있던 임유진의 경호원은 진작 차에서 내렸고 바로 강현수를 막아섰다.강현수가 그 경호원을 힐끔 보자 뒤에 있던 남자경호원들이 성큼성큼 다가와 금방 임유진의 경호원과 대치상태에 들어갔다.강지혁이 엄선한 경호원은 실력이 좋은 경호원임이 틀림없었지만 수에 밀려 금방 제압당하고 말았다.강현수는 차량 바로 곁으로 와 임유진 쪽 차 문을 벌컥 열었다.그러고는 조금 초췌해진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할 말이 있어. 나랑 얘기 좀 해.”임유진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면 되지 왜 이런 방법을 쓰는 거예요?”“이러지 않으면 너랑 얘기할 기회조차 없을 거니까.”강현수가 쓰게 웃었다.“잠깐이면 돼. 나랑 같이 가줄래?”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다.임유진은 그 모습에 그가 목숨을 잃을 것도 불사하고 차를 들이받는 바람에 피범벅이 됐던 얼굴이 떠올랐다.그녀와 배 속 아이들의 목숨을 구해준 게 강현수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알겠어요. 갈 테니까 대신 저 사람들 좀 물려줘요. 그리고 언니도 보내주고요.”임유진이 경호원 쪽과 탁유미 쪽을 가리켰다.“알았어.”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유진 씨!”그때 탁유미가 걱정된다는 얼굴로 임유진을 불렀다.“언니,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요.”임유진은 그녀를 안심시킨 후 기사에게 그녀를 부탁했다.“기사님, 언니를 무사히 집까지 데려다주세요.”

    최신 업데이트 : 2024-10-10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74화

    하지만 다 지난 일이라는 그 말이 강현수에게는 아픔으로 다가왔다.“그럼 나는...? 나랑 만난 것도 이제는 다 지난 일이야?”임유진이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네, 나한테는 이미 지난 일이에요. 그러니까 현수 씨도 이제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사세요.”그 말에 강현수가 가볍게 웃었다.“현재를 살라고...?”그의 고통, 그의 후회, 그리고 그의 자책은 이제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그때 차량이 멈춰서고 강현수가 말했다.“내려. 너한테 보여줄 게 있어.”임유진은 강현수를 따라 그의 화실로 들어갔다.화실 안에는 온통 어릴 적 임유진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들이었다.그날 임유진은 산속에서 강현수를 만났고 강현수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손을 꼭 잡아주었으며 강현수를 업고 산 아래까지 내려왔다.강현수는 그날의 기억을 그림으로 그려 이 방 안에 간직해 두고 있었다.그림은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이거 모두 내가 그린 거야.”강현수가 씁쓸한 얼굴로 그림을 보며 말했다.“네가 생각날 때마다 여기로 와서 그림을 그렸어.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지독한 그리움이 가라앉는 것 같았거든.”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시선을 천천히 임유진에게로 주었다.“유진아, 나는 그날 이후로 너를 줄곧 찾아다녔어. 그리고 지금 드디어 너와 만나게 됐어. 그런데 하늘은 내 편이 아닌가 봐. 자꾸 널 앞에 두고 널 놓쳐버리게 해. 만약 내가 그때 네 이름을 물어봤더라면, 네가 어디 사는지, 네가 어디 초등학교에 다니는지 물어봤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애초에 몇 년이나 널 놓치는 일은 없었지 않았을까?”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듣고만 있었다.“사실 너도 조금은 나 좋아하잖아. 그래서 나 입원했을 때 매일 찾아오고 걱정해준 거잖아.”강현수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만약 네가 날 찾아온 그날 밤 내가 집에서 나왔더라면, 네 친구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조치를 해줬더라면 넌 강지혁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우리 둘도 지금과

    최신 업데이트 : 2024-10-11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75화

    임유진은 어쩐지 코끝이 시큰해지는 느낌이었다.강현수가 해준 것에 감동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렸을 적 그를 만났을 때는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 몰랐고 그와 함께했던 기억을 완전히 기억해냈을 때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마음이 가득 차 그를 사랑할 여유가 없었다.“네.”임유진은 단호하게 그에게 답을 내렸다.강현수는 꼭 심장에 큰 타격이라도 입은 듯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지금 나 마음 접으라고 일부러 이러는 거지? 이제는 강지혁의 아내라서, 강지혁의 아이를 임신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하는 거지?”“아니요. 강지혁과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도, 강지혁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다고 해도 내 대답은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그럼 대답해봐. 강지혁을 사랑해?”강현수가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그녀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길 간절하게 바라면서 말이다.그런데 임유진이 채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화실에 울려 퍼졌다.“유진이가 날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런 걸 물어봐?”임유진이 흠칫하며 고개를 홱 돌리자 강지혁이 화실 중앙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늘 무표정하던 얼굴에 지금은 분노가 깔려있었다.“강현수, 누가 내 아내를 멋대로 데려가도 된다고 했지? 이 일로 내가 너희 집안을 어떻게 할지 두렵지도 않나 봐?”강현수는 강지혁이 별장 안으로 들어와 이곳에까지 도착한 것이 크게 놀랍지도 않은 듯 여전히 임유진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대답해. 강지혁을 사랑하는지 아닌지.”강지혁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임유진의 손을 잡았다.“가자.”하지만 앞으로 걸어 나가려는데 임유진이 제자리에 버틴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두 눈은 오로지 강현수밖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순간 강지혁은 심장이 욱신거려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울렁거리고 정의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하지만 그때 임유진의 입이 천

    최신 업데이트 : 2024-10-11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76화

    임유진은 그녀의 그림들로 꽉 채워진 화실을 삥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현수 씨가 이러는 건 우리가 어릴 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집념 같은 것뿐이에요. 그리고 원래 사람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얻지 못하면 더 얻고 싶고... 그래서 더 나를 찾는 것에 집착했는지도 몰라요. 게다가 무의식중에 나를 너무 미화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나는 대단히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고 그냥 별다를 거 없는 사람이에요.”말을 마친 후 임유진은 고개를 돌려 강지혁을 바라보며 그에게 잡힌 손을 빼더니 두 손을 뻗어 강지혁의 목을 감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의 행동에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그녀가 발꿈치를 들고 자신의 입술에 입을 맞출 때까지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임유진은 눈을 감은 채 그렇게 먼저 강지혁에게 입을 맞췄다.그리고 강지혁은 점점 더 어두워지는 눈빛으로 3초간 가만히 서 있더니 서서히 눈을 감고 응하기 시작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임유진은 조금 달뜬 호흡을 내쉬며 입을 떼고는 강현수 쪽을 바라보았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강지혁뿐이에요. 현수 씨는 어릴 때 나랑 한 약속 지켰으니까 이제 더 이상 과거에 미련 가지지 마세요.”강현수의 눈동자가 서서히 어둠으로 잠식되어 갔다.임유진의 입에서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그만하라는 말이 나왔다.그렇게 오랜 시간 찾아 헤맨 것이 그녀에게는 그저 한낱 약속일 뿐이었다....강현수의 별장에서 나온 임유진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문 바로 앞에 강지혁의 부하로 보이는 사람들이 마치 조직 보스를 기다리는 듯한 엄숙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강현수 별장에 있던 도우미와 경비원들은 그 사람들에게 완전히 제압돼 있었다.강지혁이 그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당당하게 화실까지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왜... 이렇게 많이 데려왔어?”임유진이 벙찐 얼굴로 물었다.“...”그녀의 질문에 강지혁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임유

    최신 업데이트 : 2024-10-12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77화

    “거짓말을 안 했다고?”강지혁이 비아냥거리며 웃었다.“그럼 강현수 앞에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것도 다 진짜라는 소리네? 줄곧 날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는 것도 진짜고?”“맞아.”임유진이 대답에 강지혁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피식 웃었다.“그럼 어디 증명해봐. 네 마음속에 정말 내가 있는지, 나를 어떻게, 얼마만큼 사랑하는지.”임유진은 눈앞에 있는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사실 그녀도 오늘 강현수의 손에 이끌려 별장으로 와 입 밖으로 강지혁을 향한 감정을 내뱉고서야 지금도 여전히 강지혁이라는 남자를 좋아하고 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임유진이 강현수에게 품은 감정은 어릴 때 함께 했던 그 짧은 시간의 우정과 목숨을 살려준 것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감동뿐이지 거기에 사랑은 없었다.하지만 강지혁에게는 달랐다. 그와 함께 하기로 한 이유가 뱃속 아이들과 한지영 때문인 것도 있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것도 있었다.만약 강지혁을 향한 마음이 없었더라면 이 결혼생활에 충실해지려는 마음도 없었을 것이고 그와 앞으로 좋은 관계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도 품지 않았을 것이며 강현수가 ‘만약’이라고 가정까지 해가며 애절하게 마음을 고백했을 때 망설임 없이 거절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강현수 같은 남자가 줄곧 너 하나만 생각하며 찾아 헤맸다고 하는데 심장이 떨리지 않을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그런데도 임유진의 심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건 이미 그 심장의 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임유진은 손을 들어 천천히 강지혁의 얼굴을 감쌌다.강지혁을 보는 그녀의 눈빛에 뭔가 결심한 듯한 결연함이 묻어있었다.임유진은 서서히 자신의 얼굴을 가져가더니 다시 한번 먼저 그에게 입을 맞췄다.강현수에게 보여주기 위해 했던 키스와 달리 지금 하고 있는 키스는 조금 더 농밀하고 부드러우며 강지혁의 분노를 잠재울만한 그런 키스였다.강지혁은 다시 한번 입을 맞춰온 그녀의 행동에 몸이 움찔 떨리며 눈이 조금 커졌다.하지만 임유

    최신 업데이트 : 2024-10-12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78화

    조수석에 앉아 있던 여자 경호원이 강지혁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하는 걸 바로 뒤에서 들었음에도, 강지혁이라면 분명히 임유진을 무사히 데리고 올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임유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만 걱정이 가실 것 같았다.“난 괜찮아요, 언니. 걱정하지 마세요.”“그럼 다행이고요.”임유진의 말에 탁유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참, 윤이는 요즘 어때요? 다음에 시간 있을 때 윤이 보러 가고 싶은데.”윤이를 못 본 지 꽤 되었기에 임유진이 조금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이에 탁유미는 조금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윤이는 잘 있어요. 안 그래도 유진 씨 엄청 보고 싶어하더라고요. 아, 손님 왔다. 그럼 먼저 끊을게요.”그녀는 서둘러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하지만 말과는 달리 새 손님 같은 건 없었다.아까는 그저 임유진에게 뭐라 해야 할지 몰라 아무렇게나 둘러댄 것뿐이다.요 며칠 일이 많기도 했고 현재 임신 중인 사람에게 괜한 말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으니까.사실 윤이는 퇴원한 후 여전히 자주 몸에 멍과 자잘한 상처를 달고 집으로 왔다.유치원 선생님은 윤이가 다른 아이들과 하루가 멀다고 자주 다툰다고 하며 그 이유에 관해서 조금 난감한 얼굴로 탁유미의 일 때문이라고 했다.그 말에 탁유미는 바로 깨달았다. 자신이 감옥살이하다 나온 경력 때문에 윤이가 친구들과 다툰다는 것을 말이다.감옥살이한 그 일은 그녀에게 지우지 못할 낙인이 됐을 뿐만이 아니라 윤이의 상처가 되기도 했다.그녀는 그저 다른 엄마들이 그러하듯 윤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것뿐인데 그 소원이 그녀에게는 왜 그렇게도 어려운 걸까.그리고 양육권 분쟁에서는 정말 이길 수 있을까?탁유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한편, 임유진은 전화를 끊은 후 고개를 돌려 집사를 바라보았다.“혁이는요?”“별채에 계십니다.”그 말에 임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문을 열고 막 나가려는 그때 집사가 그녀를 불러

    최신 업데이트 : 2024-10-13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79화

    “무슨 일 있었어?”임유진이 물었다.“다시 한번 말해봐. 아까 차 안에서 나한테 했던 말, 다시 한번 말해봐.”강지혁의 낮은 목소리에 임유진은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혁아, 나는 널 사랑해. 네가 그럴 생각 아니면 오해 살 행동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지금 너한테 닿고 싶어. 이 말, 말하는 거야?”“응, 한 번 더 해봐.”강지혁이 다시 한번 요구했다.이에 임유진은 거절하지 않고 또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게다가 그 뒤로도 몇 번을 더 반복했다.강지혁은 그녀가 하는 말을 줄곧 듣기만 하다가 한참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는 아직도 나를 좋아하고, 아직도 나를 사랑해. 한 번도 나에 대한 마음을 접은 적이 없어. 맞아?”“응. 네가 나한테 키스했을 때 싫지 않았던 것도... 아니, 가슴이 뛰었던 것도 다 너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서였어. 솔직히 내가 널 아직 사랑하는 게 맞는지 직접 내 입으로 얘기하기 전까지는 나도 잘 몰랐었어. 그런데 입 밖에 내고 보니 알겠더라.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네가 있었다는 걸.”임유진은 담담하게 자신의 본심을 늘어놓았다.“혁아, 우리는 그간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서로에게 실망도 하고 마음도 많이 다쳤어. 솔직히 아무 일도 없었던 그때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야. 하지만 나는 노력해보고 싶고 이 감정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 너는? 너는 어떻게 생각해?”그 말에 강지혁의 몸이 조금 굳었다.“네 말은 나도 널 사랑하기를 바란다는 말이야?”“응.”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그에게 품은 감정이 사랑이기에 그가 그녀에게 품은 감정도 사랑이기를 바라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강지혁은 천천히 몸을 바로 세우더니 짙은 눈동자로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물론 전처럼 나를 사랑할 수는 없겠지. 이해해. 하지만 네가 나한테 품고 있는 감정 중에 사랑이 아예 없다고는 생각 안 해. 나한테 먼저 키스한 게 바로 그 증거일 테니까.”임유진은 강지혁의 시선에 조금 긴장한

    최신 업데이트 : 2024-10-13

최신 챕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1화

    하지만 아무리 내리쳐도 고통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윽...”이경빈의 머릿속으로 당시의 장면이 하나둘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탁유미는 그때 이경빈에게 자신은 억울하다고, 자신이 그런 게 아니라고 수백 번을 더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었음에도 그는 전혀 믿어주지 않았고 오로지 탁씨 가문에 복수할 것만을 생각하며 공수진이 그렇게 된 게 전부 탁유미 때문이라고 확정을 지었다.그때는 그렇게 해야만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다. 비참한 그녀의 말로를 봐야만 가슴속의 응어리가 다 사라질 줄 알았다.그는 법을 무기로 그녀의 몸을 잔인하게 찔러댔다.그리고 이윽고 그녀의 자존심과 순박함 그리고 세상을 믿는 그 맑은 눈을 완전히 부숴버렸다.“경빈이 너는 운명을 믿어?”“글쎄. 너는?”“나는 믿어. 그리고 그 운명과 평생 함께한다는 얘기도 믿어. 운명이라면 서로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을 거야. 만약 다른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면 이전 사람은 운명이 아니었던 거지. 경빈아, 나는 네가 내 운명의 사람이라고 믿어.”“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야?”“응. 나는 이번 생에 이경빈이 아닌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할 계획은 없거든. 난 너만 사랑할 거야!”너만 사랑할 거라는 말을 했던 탁유미의 얼굴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그녀는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그에게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그를 사랑했다.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사랑을 짓밟고 더럽히고 또 처참하게 버렸다.임유진은 면회실에서 나와 천천히 이경빈의 앞으로 다가갔다.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덜덜 떠는 그를 보며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이경빈 씨는 언니한테 목숨을 한번 빚졌어요. 그 목숨 다시 언니한테 줄 수 있어요?”이경빈은 그 말에 고개를 들더니 처연하게 웃었다.“내 목숨 같은 거 유미한테 큰 가치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만약 유미가 원한다면 내 목숨 따위 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어요.”만약 탁유미가 그의 목숨을 원한다면 그는 몇백 번이고 죽어줄 수 있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0화

    또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돈을 받아? 공수진이 원하는 대로 해줘?”이경빈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의사를 바라보았다.“당신 의사잖아.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의사잖아! 그런데 그 간사한 혀로 죄 없는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의사는 이경빈의 호통에 깜짝 놀란 듯 몸을 웅크리며 그의 눈을 피했다.“제가 보냈다뇨. 저... 저는 그냥 공수진 씨가 유산했다는 말밖에 안 했어요. 그 여자가 공수진 씨를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건... 이경빈 씨잖아요.”그의 말에 이경빈은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의사 말대로 탁유미가 공수진을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였으니까.그 어떤 증거보다 그의 한마디가 제일 크게 작용했다.이경빈은 한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고 은이 얼어붙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경빈 씨는 그때 공수진 씨의 치마가 피로 물든 것을 봤다고 했어요. 그런데 공수진 씨는 임신하지 않았죠. 그러니 유산은 더더욱 없을 일이고요. 그렇다면 그 피는 대체 뭐였을까요?”임유진이 이경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이경빈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눈을 감자마자 당시의 화면이 하나둘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어떻게 임신도 아니고 유산도 아닌데 피를 흘릴 수 있었을까요. 그것도 하필 유미 언니랑 얘기하다가 마침 계단에서 떨어져서요. 제 생각은 이래요. 애초에 공수진 씨는 유미 언니를 모함하기 위해 미리 피가 든 팩을 준비했고 언니를 계단으로 불러 일부러 마치 언니한테 밀쳐진 것처럼 계단에서 구른 거죠.”임유진은 계속해서 이경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이경빈 씨, 그날 정말 유미 언니가 공수진 씨를 밀었나요? 그걸 확실히 두 눈으로 보셨어요? 사실은 공수진 씨가 언니가 밀었다고 하니까 그렇겠거니 한 건 아니고요? 사실 그 사건은 조금만 제대로 조사해보면 금방 진실이 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에요. 그런데 이경빈 씨는 그때 복수심에 눈이 멀었고 마침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9화

    “가 보면 알아요.”임유진은 담담하게 대꾸했다.조금 있으면 이경빈도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탁유미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얼마나 멍청한 짓을 저질렀는지 역시 알게 된다.그때가 되면 이번에는 뭐로 보상하겠다고 할까.어쩌면 강지혁의 말대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그는 남은 생을 평생 후회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게 살아갈지도 모른다.병원에서 나온 후 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 이경빈이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주원호를 병실로 보낸 것도 임유진 씹니까?”“네.”임유진은 그간 줄곧 강지혁의 도움으로 주원호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공항에 간다는 것을 듣자마자 바로 그를 잡아 왔다.사실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주원호를 등장시킬 필요도 없었다. 이경빈에게만 조용히 따로 진실을 얘기해주려고 했었으니까.그런데 그사이 공수진이 또다시 일을 저질렀고 탁유미는 그로 인해 큰 상처를 입게 됐다.이경빈은 가만히 있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유미가 나한테 골수를 기증해줬다는 것도 훨씬 전에 이미 알고 있었겠네요.”“네. 사실은 그걸 알게 되고 나서 유미 언니한테 얘기를 했었어요. 어쩌면 이경빈 씨를 구한 사람이 언니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이경빈 씨한테 얘기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그런데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자신이 말해봤자 이경빈 씨는 믿지 않을 거라고요.”이경빈은 그 말에 심장이 또다시 욱신거리며 아파 났다.탁유미는 이미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었다.그가 믿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대체 탁유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기가 구한 사람이 화를 내고 사과하라고 윽박지르고 강제로 무릎까지 꿇으라고 명령하는 걸 보며.이경빈이 또다시 자책하고 있을 그때 차량이 드디어 목적지인 구치소 앞에 도착했다.이경빈은 차에서 내린 후 의문 섞인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왜 온 거지?대체 누가 있길래?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구치소 안 면회실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어딘가 낯이 익은 한 남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8화

    이경빈이 손을 다쳤나 하는 의문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탁유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멈췄다.이경빈과 관련된 일은 이제 그 무엇도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언니를 찾아와서 뭐라 하던가요?”임유진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골수를 기증해준 사람이 나라는 걸 아는 눈치였어요. 그리고 공수진이 유산한 게 나 때문이 아니라 공수진의 자작극 때문이라는 것도요.”탁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보상을 해주겠다고는 하는데 이경빈한테는 그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아요.”태연한 얼굴로 얘기하고 있지만 임유진은 알고 있다.이 반응은 상처를 너무나도 많이 받아 모든 것이 공허해진 표현이라는 것을.“공수진은 언니를 모함한 것뿐만이 아니라 이경빈도 속였어요. 몇 년을 속았으니 이경빈은 무조건 공씨 일가에게 자신의 당한 것의 몇 배를 갚아줄 거예요.”“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임유진은 탁유미가 이경빈의 얘기를 썩 반기지 않자 얼른 화제를 바꿨다.“윤이는 유치원에 갔나 봐요?”“네. 엄마가 등원시켜줬어요.”요 며칠 김수영은 매일 밤 윤이와 함께 이곳으로 와 탁유미의 곁을 지켰다.‘아주머니랑 윤이도 이경빈이 병실 밖에 있는 걸 봤을 텐데... 아주머니는 보나 마나 화를 내셨겠지만 윤이는...’임유진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언니, 정말 항암치료 안 받을 거예요?”“네,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그때는 정말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참, 나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대요. 유진 씨, 그날은 정말 고마웠어요.”만약 임유진이 타이밍 좋게 쳐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더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벌써요?”임유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언니, 그러지 말고 며칠 더 입원하는 게 어때요?”아무래도 병원에 있으면 의료진들의 케어를 바로바로 받을 수 있을 테니까.“아니요. 그냥 퇴원할래요. 계속 입원해 있으면...”계속 입원해 있으면 생명의 카운트다운이 더 빨리 흘러가는 느낌이니까.탁유미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7화

    “응. 친구가 앞으로는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간절하게 기도했으니 부처님도 분명히 들어주실 거야.”“친구? 친구 누구?”“나도 아직 본 적 없는 친구야. 아마 기회가 되면 그 어디선가 만날 수도 있겠다.”탁유미가 환하게 웃었다.“친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뭐 인터넷으로만 아는 친구야?”“비밀. 나중에 얘기해줄게.”탁유미는 그날 미소를 지으며 끝내 친구에 관해서 얘기해주지 않았다.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녀가 말한 친구는 바로 그였다.탁유미는 기증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이름도 모르는 그 젊은이를 위해 건강해지기를 빌어주고 있었다.정작 그 기도 덕에 살아난 그는 그녀의 인생을 처참하게 무너트렸는데 말이다.어쩌면 그날 그녀에게 친구가 누군지 조금만 더 자세하게 물어봤더라면 기증 사실에 대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경빈은 당시 그녀를 그저 복수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와는 미래를 꿈 꿀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 친구에 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그때 이경빈의 경호원이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대표님, 괜찮으십...”경호원은 말을 하다 말고 조금 벙찐 얼굴로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이경빈의 모습이 꼭 영혼이 다 빠져나간 듯한 사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임유진이 탁유미를 보러 찾아왔을 때도 이경빈은 여전히 병실 앞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이 꼭 죽은 사람 같았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아주 조금이라도 공수진을 의심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하지만 그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이경빈은 정말 탁유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랑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테니까.“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어요?”임유진이 병실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물었다.“어젯밤부터 줄곧 이곳에 있으셨습니다.”임유진은 이경빈을 힐끔 보더니 별말 없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병실 안에는 탁유미 혼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6화

    탁유미는 차갑게 말을 내뱉은 후 이경빈의 손에 잡힌 자신의 옷을 반대로 잡아당겼다.하지만 아무리 잡아당겨도 도저히 잡아당겨 지지를 않았다.이경빈은 이대로 그녀의 옷을 놓쳐버리면 두 번 다시 그녀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손이 하얘질 때까지 꽉 쥐고 놓지 않았다.탁유미는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강지혁의 경호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놔. 손 다치고 싶지 않으면.”경호원은 그녀의 눈빛에 얼른 앞으로 다가가 탁유미의 옷을 꽉 잡고 있는 이경빈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이경빈은 경호원의 엄청난 손아귀 힘에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계속해서 탁유미를 바라보았다.“네가 나 원망하는 거 알아. 당연해. 네가 날 싫어하는 것도, 날 증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내 말 좀 들어줘. 너랑 단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난 너랑 할 얘기 없어.”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이경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옷을 꽉 잡은 손이 경호원의 힘으로 하나둘 펴지며 서서히 고통이 일고 있는데도, 얼마나 힘을 줬는지 손가락이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이고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옷을 놓아주지 않았다.이대로 놓아주면 다시는 그녀 가까이 갈 수조차 없을까 봐, 그녀와는 이로써 모든 게 다 끝이 날까 봐 그는 너무나도 두려웠다.탁유미는 제 옷을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는 그를 보며 경멸의 눈길을 보냈다.“너는 항상 이런 식이야. 너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야. 너는 네가 다 맞다고 생각하지? 만약 네가 조금이라도 남을 배려하는 인간이었다면 억지로 끌고 가 무릎을 꿇리고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짓은 강요하지 않았을 거야. 너는 항상 네 기분만 중요하고 네 생각만 중요한 사람이었어! 존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최악의 인간이라고!”이경빈은 그 말에 마치 몸이 얼어버린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크나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손아귀의 힘을 스르르 풀었다.탁유미는 옷을 정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5화

    이경빈의 말에 그의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인수로만 놓고 보면 이경빈 쪽이 훨씬 우세였지만 그럼에도 강지혁의 경호원들은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특정 인원들의 출입은 무슨 수를 써서든 막으라는 강지혁의 명령을 받았으니까.“비켜드릴 수는 없습니다. 돌아가세요.”긴장감이 흐르고 상황은 일촉즉발이었다.그런데 그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고 안쪽에서 탁유미가 걸어 나왔다.강지혁의 경호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소란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경빈 대표님은 저희가 금방 되돌려보내겠습니다.”그들은 말을 마친 후 다시 이경빈을 바라보며 경계태세를 갖췄다.탁유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는 마지막으로 봤던 때와 달리 깔끔한 차림이기는 했으나 턱 쪽에 수염이 까끌까끌 나 있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으며 다크서클은 물론이고 눈가도 엄청 빨개 있었다.이제껏 줄곧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세팅하고 다니던 남자였는데 말이다.이경빈은 탁유미가 문을 열고 나온 순간부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며칠 만에 보는 그녀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더 야위어 있었으며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은 오늘따라 유독 더 힘이 없어 보였다.게다가 이마에는 까진 상처가 있었는데 복도 조명 때문에 더 잘 보였다.이경빈은 그 상처를 보는 순간 심장에 마치 칼에 찔린 듯한 고통이 일었다.그녀의 이마에 난 상처는 그날 그의 명령으로 머리가 조아려졌을 때 생긴 상처가 분명했다.그렇게도 사과하는 것을 거부했는데 그는 억지로 그녀의 무릎을 꿇리고 강제로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이경빈은 그날 경호원의 손에 의해 몇 번이고 바닥에 머리를 박는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왜 바보같이 그녀에게 그런 수모를 줬을까.왜 등신처럼 그녀의 고통과 절망을 외면하고 공수진에게 사과하게 했을까.이경빈이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던 그때 탁유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늦은 시간에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야. 왜, 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4화

    주원호의 말에 이경빈의 몸이 움찔 떨렸다.탁유미는 그저 복수대상일 뿐이라고?아니. 탁유미는 그에게 단지 복수대상뿐인 여자가 아니었다. 그가 유일하게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였다.이경빈은 심장이 점점 더 세게 아파 와 이윽고 벽에 몸을 기댔다.꼭 이 통증에 잠식되어가는 듯한 기분이다.그는 멀고 먼 길을 돌아 이제야 자신이 탁유미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한때는 고작 원수 집안의 딸일 뿐인 여자라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 따위는 금방 지워질 줄 알았다. 그녀를 감옥에 보내 복수를 하고 나면 아주 손쉽게 그녀를 마음속에서 떨쳐낼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희망했을 뿐 그는 줄곧 그녀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만약 탁유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허름한 모습으로 있는 게 신경이 쓰일 리도 없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이 질투 날 리도 없다.또한 상처만 줬던 그녀에게 배신감이 들 리도 없다.이경빈은 항상 공수진의 편에만 서고 한 번도 탁유미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는 것에서 늘 도망쳐왔다.죽도록 미운 원수의 딸을 사랑하게 됐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가 없었다.이경빈은 몸 옆으로 축 늘어진 자신의 두 손에 서서히 힘을 가했다.얼마나 세게 주먹을 쥐었는지 손톱이 살을 뚫어버리고 이내 바닥으로 피까지 뚝뚝 흘러내렸다.하지만 그는 고통 따위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 텅 비어 버린 얼굴로 탁유미의 병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탁유미를 만나 그간 상처를 줘서 미안했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멍청하게 굴어서 정말 미안했다고 사과를 해야만 한다.그녀의 아버지를 향한 증오를 그따위 비열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화풀이해서는 안 됐다고 사과해야만 한다.또한 앞으로는 정말 잘 해주겠다고, 지금까지의 고통을 전부 다 잊을 수 있을 만큼 잘해주겠다고 말을 해야만 한다.이경빈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해놓고는 막상 탁유미의 병실에 점점 가까워지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탁유미가 전과 같은 원망과 증오가 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3화

    이경빈은 말 그대로 공수진에게 생지옥이라는 게 무엇인지 맛보게 해줄 생각이다.그와 탁유미의 인생을 가지고 논 대가를 평생에 걸쳐 갚게 할 생각이다....병실에서 나온 이경빈은 심장께가 무언가에 짓눌린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그는 탁유미를 모함하려고 한 공수진도 물론 증오스러웠지만 그녀의 거짓말에 넘어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여자에게 무자비했던 자신이 더 증오스러웠다.아까 병실로 들어간 순간 이경빈은 억지로 탁유미의 무릎을 꿇리고 그녀에게 머리까지 조아리게 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바닥에 쿵쿵 부딪히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해 마음이 짓이겨지는 것 같았다.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을까?정말 공수진을 위해서였을까?사실은 그저 그런 방식으로 탁유미에게 상처를 줘 그녀를 향한 마음을 애써 덮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윤이를 이용해 이씨 집안 재산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음에도, 공수진이 어렵게 생긴 아이를 유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자꾸 상처받은 듯한 탁유미의 얼굴들이 떠올라 더 모질게 굴었던 건 아닐까?탁유미는 그에게 등신이라고 했다.맞는 말이다.그는 정말 구제 불능의 등신이었다.“저... 저기, 저는 그저 공수진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이에요. 제가 아는 건 다 털어놨으니 이제 그만 저 풀어주세요...”주원호가 이경빈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몇십 분 전 그는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찰나 검은색 정장의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병원으로 데려와 졌고 이경빈의 앞에서 공수진에 관한 모든 얘기를 실토하라는 협박을 받았다.만약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으면 평생 감방에서 썩게 할 수도 있다면서 말이다.주원호는 솔직히 그저 공수진에게 돈만 조금 얻어낼 생각이었는데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돈이고 뭐고 공수진 근처로는 절대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대체 누가 날 데리고 온 거지? 상황을 볼 때 이경빈은 아닌 것 같은데.’“풀어달라고?”이경빈은 그 말에 헛웃음을 쳤다.공수진을 도와 진실을 덮어버린 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