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강지혁의 아이를 가지기 위해,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노력했던가.하지만 그들은 아이는 물론이고 강지혁의 옆에 가까이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그런데 임유진은 강지혁을 가진 것뿐만이 아니라 그의 아이까지 임신해버린 것이다.고이준은 저도 모르게 임유진은 참 운이 좋은 여자라며 속으로 감탄했다.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의사에게 눈빛을 보낸 후 함께 병실에서 나갔다.지금 이 순간 강지혁이 원하는 것이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라는 걸 비서인 고이준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조용한 병실 안, 들리는 건 두 사람의 숨소리뿐이었다.강지혁은 손을 들어 이불을 사이에 둔 채 조심스럽게 임유진의 복부 쪽에 손을 올려놓았다.그는 전에 임유진과 사귀었을 당시 그녀와 함께 산부인과를 찾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녀의 자궁이 어떤 상황인지, 자연 임신을 하는 게 얼마나 가능성이 희박한 일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임유진과 헤어진 후 그녀가 토하는 모습을 봐도 임신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녀는 임신이 맞았고 지금 그녀의 뱃속에서 두 사람의 아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그들의 아이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강지혁의 손이 임유진의 복부에서 그녀의 얼굴 쪽으로 향했다.길고 큰 손이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졌다.강지혁은 손끝에서 전해오는 그녀의 미세한 차가운 체온을 느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는 네가 임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만약 너한테 선택하라고 한다면 너는 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겠지...”“하지만... 네 뱃속에는 지금 우리의 아이가 있어. 그러면 너는...”강지혁의 목소리가 멈췄다.많고 많은 감정들이 목구멍으로 밀려왔다.하고 싶은 말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잠시 후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그런데도 넌 여전히 내 곁을 떠난다는 선택을 할까?”아쉽게도 그의 질문에 답해주는 이는 없었다....얼마나 잤을까, 임유진은 서서히
임유진은 화들짝 놀라 얼른 강지혁의 품에서 나오려고 했다.하지만 강지혁은 놓아주기는커녕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임유진의 향기가 그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는 이제 다시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의 체취를 들이마셨다.임유진의 영향력은 지대했다.강지혁은 그간 지켜왔던 것들이, 삶의 기준이라고 정해놨던 것들이 임유진이라는 여자 하나 때문에 산산이 깨부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지금 만신창이인 사람은 분명히 임유진인데 강지혁은 오히려 자신이 넝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왜 이 여자 앞에만 서면 늘 이렇게 순순히 투항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걸까.강지혁은 임유진을 꽉 끌어안은 채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깊이 묻었다. 마치 이대로 생을 마감해도 좋다는 사람처럼...임유진은 그런 그의 행동에 조금 놀랐다.그녀느 강지혁이 자신을 얼마나 경멸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4억... 줄게.”강지혁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한지영이 더 좋은 병원에서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줄게. 그리고 앞으로의 재활 치료에 들 비용까지 내가 모두 낼게.”그 말에 임유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자신이 지금 듣고 있는 이 말이 진짜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정말 한지영을 구해준다는 게 맞나...?“저, 정말이야?”임유진의 목소리가 떨려왔다.강지혁이 희망을 줬다가 이내 다시 사실은 거짓말이었다고 할까 봐 무서운 모양이었다.“대신 조건이 있어. 나랑 결혼해.”강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는 결혼하자는 얘기를 이렇게 거래하듯이 할 줄은 몰랐다.물론 가장 놀란 사람은 임유진이었다.그녀는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귀를 의심했다.결혼이라고?“나랑... 결혼하겠다고?”“한지영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거 아니었어? 그럼 나랑 결혼해.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강지혁이 퉁명스럽게 말했다.‘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너는 나 싫어하잖아. 더 이상 내
그 말에 임유진의 몸이 살짝 움찔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강지혁의 예쁜 두 눈을 바라보았다.그의 두 눈은 전에 사귀었을 때처럼 부드럽지도 다정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마치 까만 어둠처럼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강지혁과는 더 이상 엮일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도치 않는 방식으로 다시 엮여버렸다.강지혁과의 아이, 강지혁의 핏줄...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켠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았어. 결혼해.”...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한지영이 있는 병원 앞에 멈춰 섰다.고이준은 운전석에서 내린 후 예의를 갖춰 뒷좌석 문을 열었다.“대표님께서 임유진 씨는 현재 몸이 허약한 상태라 장시간 이곳에 있는 건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한지영 씨가 병원을 옮기는 일은 아마 내일쯤 처리될 겁니다.”“네, 알겠어요.”임유진은 차에서 내린 후 바로 중환자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고이준은 그런 그녀의 바로 뒤에서 따라갔다.임유진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앞으로 강씨 가문과 그룹을 잇게 될 후계자일 지도 모르니 그녀의 안전에 특히 더 유의해야만 했다.중환자실 쪽에 도착하자 한씨 부부가 전처럼 유리 너머의 딸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두 사람은 한지영이 지금 의식이 없는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 기적이 일어날까 싶어, 또 혹시 수술하기도 전에 증세가 악화하면 어쩌나 싶어 눈을 떼지 못했다.그러다 임유진이 또다시 이곳에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여긴 또 왜 왔어? 대체 언제까지 우리 지영이 옆에 맴돌고 있을 거야! 너는 방해밖에 안 돼! 알아? 가! 당장 가!”이해영이 히스테리를 부렸다.그녀는 병상에 누워있는 한지영과 경제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그러다 마지막 이성의 끈이 임유진의 얼굴을 본 순간 끊어져 버렸고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마구마구 쏟아져나왔다.이해영이 임유진을 세게 밀칠 각오로 달려든 그때, 고이준이 임유진의 앞을 막아서며 그녀를 제지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임유진은 강지혁과의 결혼하겠다고 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니까.한지영을 위해서도 그렇고 아이를 위해서도 그렇고 말이다.다만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목소리 하나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그럼 나는? 강지혁과 결혼하는 게 나 자신한테는 최선이 맞을까? 강지혁을 향한 나의 마음은 정말 완전히 사라진 걸까? 아니면 계속 마음속 깊이 있는 걸까?’임유진과 고이준이 떠난 후 한씨 부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아까 고이준이 그들 부부에게 한지영에 관해 얘기한 후 은근슬쩍 임유진이 강지혁과 결혼하게 된다는 정보도 흘렸기 때문이었다.임유진이 강지혁과 결혼하게 될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강지혁은 S 시의 최고 재벌이고 일반인이 눈조차 마주치기 어려운 그럼 남자였으니까.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한종훈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다음에 유진이를 만나게 되면 화내지 말고 차분하게 대화하자. 우리한테 큰 도움을 준 애야. 사람 보는 눈은 지영이가 우리보다 낫네.”한종훈은 임유진과 강지혁이 왜 갑자기 결혼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왠지 모르게 그 이유 중에 자기 딸이 관계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이해영은 자괴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에 지영이 보러 또 오게 되면 그때는 사과부터 할게요. 내가 했던 말들이 있으니까...”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한지영 쪽을 바라보았다.“우리 지영이, 이제는 아무 문제 없는 거겠죠? 무사히 깨어나겠죠...?”한종훈은 울먹거리는 이해영의 등을 토닥여주었다.“그래. 이제는 다 괜찮아 질 거야. 지영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깨어날 거야. 연신이와 결혼하는 걸 그렇게 고대했으니까 그것 때문에라도 꼭 깨어날 거야!”...고이준은 병원에서 나온 후 임유진을 강씨 저택까지 데려다주었다.임유진은 차량에서 내린 후 눈앞에 보이는 저택을 보고는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이
따뜻한 불빛 덕일까? 차갑던 그의 얼굴이 지금은 조금 부드러워진 듯했다.부드러워졌다니... 임유진은 자기가 생각하고도 어이가 없는지 쓰게 미소를 지었다.강지혁이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자신과 결혼하려는 건 단지 자신의 뱃속에 그의 핏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왔어? 병원은 가봤고?”강지혁이 손에든 책을 옆에 내려놓으며 물었다.“응.”임유진은 대답한 후 시선을 소파 위에 있는 책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책 이름을 보고 하마터면 헛기침을 내뱉을 뻔했다.강지혁이 보고 있던 건 [행복한 임산부가 되는 방법]이라는, 임산부를 위한 책이었다.강지혁이 이런 책을 보고 있었다고?임유진은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도우미한테 죽을 끓이라고 했으니까 다 되면 먹어. 병원에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도우미에게 죽을 가지고 오라고 지시했다.임유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솔직히 그다지 먹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홑몸이 아닌 배 속에 또 다른 생명이 있기에 뭐든 먹어야 했다.임유진은 전에 바쁘다는 핑계로 끼니를 거르거나 가끔은 편의점 음식으로 때웠던 나날들이 이제 와서 후회되기 시작했다.그리고 차 사고가 났는데도 무사히 뱃속에 있어 준 아이가 너무나도 고마웠다.이건 정말 행운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잠시 후, 도우미가 죽을 들고 와 임유진의 앞에 내려놓았다.임유진은 눈앞에 놓인 죽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지혁은 그녀가 먹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임유진은 그의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져 죽을 먹다 말고 분위기도 풀 겸 그를 보며 물었다.“죽 맛있는데, 너는 안 먹어?”“응.”강지혁의 짤막한 한마디가 끝이 난 후 분위기는 다시 싸해졌다.임유진은 결국 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묵묵히 죽을 먹었다.그렇게 거의 다 먹어갈 때쯤 강지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일 혼인 신고하러 가자.”그 말에 임유진은 하마터면 입속에 있던 죽을 뱉어낼
아마 임유진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아까 강지혁이 어떤 마음으로 그녀에게 후회하냐고 물어봤는지를 말이다.강지혁은 그 질문을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 심장과 호흡이 이대로 멈추는 줄 알았다.임유진은 그의 말에 몸을 움찔 떨었다.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강지혁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더 이상의 후회는 안 돼. 물론 이제는 후회할 기회도 주지 않을 거지만. 앞으로 너는 나, 강지혁의 와이프 여야만 하는 거야. 알겠어?”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켠 후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후회할 생각 없어.”...임유진은 죽을 다 먹은 후 강지혁과 함께 2층 방으로 올라갔다.두 사람이 향한 곳은 전에 임유진이 썼던 바로 그 침실이었다.그리고 문을 하나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는 여전히 강지혁의 방이 있었다.임유진은 익숙한 방을 삥 둘러보았다.방 내부는 전과 다를 거 하나 없었다. 심지어 그때 그녀가 놓고 갔던 옷가지들과 잡동사니들도 여전히 방 안에 있었다.“내 방으로 옮겨갈 거 있으면 얘기해. 이따 도우미가 알아서 옮겨줄 거야.”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임유진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설마 우리가 각방이라도 쓸 줄 알았어?”임유진은 입술을 한번 깨물고 그를 향해 말했다.“결혼하게 되면 당연히 같이 자야지. 하지만 지금은 임신 중이니까 나는 따로 자면 안 될까? 아이 낳은 다음에 다시...”“싫다면?”강지혁이 말을 끊고 묻자 임유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하지만 아이가...”그녀는 그토록 고대했던 아이이기에 아이를 잃을지도 모르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아이 낳고 나서는 네 말대로 할게. 하지만 그전까지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안 될까?”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강지혁은 그녀가 이런 얼굴로 부탁할 때면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들어주고 싶게 된다.그녀는 한 번도 자신에게 그런 적 없지만 말이다.
밤이 되고 임유진은 원래 있었던 침실에서 잠을 청했다.내일 밤부터는 이제 강지혁의 방에서 그와 같이 자야만 한다.강지혁은 침대 옆에 걸터앉아 잠이 든 임유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창문 너머로 달빛이 그의 몸을 비추자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하지만 아름다운 외견과는 달리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슬픔이 어려있었고 눈가에는 애절함이 담겨있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속눈썹이 살짝 움찔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임유진의 오른손 손등에 입을 맞췄다.고작 입맞춤일 뿐인데 그녀를 향한 지독한 애정이 저절로 느껴졌다.“임유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강지혁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임유진이 싫다고, 이제는 완전히 잊어버리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해봐도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이 감정을 결국 숨길 수는 없었다.그는 한시라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임유진은 강씨 저택에서 자는 건 오랜만이라 제대로 자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시계가 9시를 가리킬 때까지 그녀는 너무나도 잘 잤으니까.임유진은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며 눈을 떴다.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바로 앞에 보이는 도우미의 얼굴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심지어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도우미는 한 명이 아니었다. 여러 명의 도우미들이 그녀의 침대 곁에 서서 옷과 신발 액세서리와 메이크업 도구들을 한가지씩 들고 있었다“이게 무슨...”“대표님께서 사모님께서 일어나시는 대로 준비를 시켜드리라고 하셨습니다.”제일 나이가 있어 보이는 도우미의 말에 임유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사모님이라니, 이렇게 불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무척이나 어색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틀린 호칭은 아니었다.“내가 알아서 할게요. 물건들은 저쪽에 내려놓고 이만 나가보세요.”임유진의 말에 도우미들끼리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손에 든 것들을 내려놓고 침실을 빠져나갔다.임유진은 도우미들을 내보내고 바로 화장실로 가서 씻었다.그리고 도우미가 옷걸이에 걸어놓은 흰색 원
“네가 그렇게 보면 나는 네가 날 엄청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돼.”고개를 든 강지혁이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이에 임유진이 당황한 듯 말을 버벅거렸다.“나, 나는 그냥...”‘그냥 뭐? 그냥 바라본 것뿐이라고? 그냥 네가 오늘 엄청 잘생겼다고 생각한 것뿐이라고?’이중 어떤 대답을 해도 어색해질 게 분명했다.결국 임유진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그의 눈만 빤히 바라보았다.“날 사랑하는 게 아니면 다시는 아까 같은 눈으로 보지 마. 멋대로 오해하기 싫으니까.”“응... 알겠어.”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아예 시선을 내리고 밥을 먹었다.대체 그녀의 눈이 어땠길래 강지혁이 그런 말을 한 걸까?엄청 사랑하고 있다니, 대체 어땠길래......아침을 다 먹은 후 강지혁은 임유진과 함께 구청으로 향했다.오늘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기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임유진과 강지혁은 접수 번호를 받은 후 의자에 앉아 순서가 불리기를 기다렸다.그들 앞에는 3명이 더 있었다. 혼인 신고하러 온 건지 이혼 신고하러 온건인지는 모르지만...혼인신고와 이혼 신고하는 곳이 같다 보니 대기 의자에 앉아 가끔 다른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상당히 민망했다.하지만 강지혁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솔직히 임유진은 강지혁이 이렇게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상당히 신기했다.평소에는 순서를 기다릴 필요 없이 부하직원이 알아서 다 해줬으니까.그런데 지금 그는 마치 일반 시민처럼 접수 번호를 받고 자신이 번호가 불리기 전까지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그때 임유진의 옆에 앉은 젊은 여성 한 명이 임유진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두 분 혼인 신고하러 오신 거죠?”“네.”“후후, 커플룩이라서 바로 눈치챘지 뭐예요. 그보다 남편분이 정말 잘생기셨네요. 연예인 뺨치는데요?”남편이라는 말에 임유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런 그녀와 달리 강지혁은 무척이나 태연해 보였다.“왜, 남편이라는 호칭이 불편해?”“그... 그런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