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여진은 그 말을 듣고는 눈을 반짝였다.“무슨 방법이라도 있어?”“내가 방법도 없이 찾아왔을까 봐? 배여진, 너 강현수랑 결혼하고 싶은 거지? 하지만 강현수가 임유진을 계속 사랑하는 한 너한테 기회는 없을 거야.”배여진도 바보가 아니기에 그녀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왜 날 도와주려는 건데?”“당연히 돈 때문이지. 그리고 임유진을 전부터 계속 벼르고 있기도 했고.”임유라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그녀는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임유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녀의 부모는 진작에 S 시를 떠났지만 그녀는 이곳에 남았고 간간이 알바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청소부 일을 한 것도 기존에 있던 아줌마의 대타로 잠시 들어간 것뿐이었다.그러다 마침 우연히 배여진을 만나게 됐고 배여진의 계획을 알게 된 것이다.배여진은 장이경에게 협박받은 일 때문인지 임유라도 그럴까 봐 대답을 망설였다.“왜, 임유진은 처리하고 싶고 돈은 주기 싫어?”임유라는 비아냥거리며 웃었다.“너는 임유진을 처리해서 좋고 나는 돈 받아서 좋고, 내 제안은 서로한테 이득밖에 안 돼. 임유진이 만약 사라지게 되면 네가 강현수랑 결혼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게 될 거야. 반대로...”임유라는 일부러 말을 늘어트리며 조롱 섞인 얼굴로 배여진을 바라보았다.“만약 이대로 임유진을 계속 내버려 두게 되면 네 그 가짜 신분은 당장 내일 까발려질지도 모르지. 너도 그건 싫잖아, 안 그래?”그 말에 배여진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무, 무슨 헛소리야!”초조함을 감추려고 소리를 크게 질렀지만 목소리의 떨림은 감출 수가 없었다.임유라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설마 한동안 진짜 행세를 했다고 네가 정말 진짜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강현수가 줄곧 찾아 헤맸던 건 네가 아니라 임유진이잖아. 강현수가 몸에 지니고 다니는 그 작은 은팔찌, 그거랑 똑같은 팔찌를 임유진도 가지고 있는 걸 내가 봤거든. 어떻게 잃어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강현수가 찾아
다음날, 임유진은 여느 때와 같이 로펌으로 출근했다.하지만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동료들이 이상한 눈길로 그녀를 보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그러다 임유진이 그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각자 할 일을 했다.임유진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커피를 내리기 위해 탕비실로 들어갔다.“유진 씨, 축하해요. 그렇게 고생하더니 드디어 팔자가 피려나 보네. 잘 되고 나면 우리 로펌 식구들 잊으면 안 돼요, 알겠죠?”임유진을 발견한 여자 동료가 활짝 웃으며 갑자기 축하를 보내왔다.“뭘 축하해요?”이에 임유진이 어리둥절해서 묻자 여자 동료가 팔을 툭툭 치며 다 알고 있으니 모른 척하지 않아도 된다는 얼굴로 웃었다.“에이, 지금 인터넷에 쫙 퍼졌는데 뭘 계속 감춰요. 다들 유진 씨 부럽다고 난리에요. 하지만 조심해요. 아직도 많은 여자들이 호시탐탐 강현수 씨 노리고 있으니까.”임유진은 그녀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강현수와 뭔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여자 동료는 임유진이 뭐라 묻기 전에 호호 웃으며 탕비실을 나가버렸다.이에 임유진은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인터넷을 보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하지만 그때 탕비실 문이 다시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임유진이 고개를 들어보자 그 누군가는 바로 정한나였다.정한나는 요즘 사무실에서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다니며 동료들과는 말 한마디도 섞으려고 하지 않았다.지난번 세리나에게 폭행당한 영상이 공개된 후 그녀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음에도 다른 남자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한나는 남자친구에게 대차게 차인 건 물론이고 사무실 직원들에게서도 야유와 조롱을 받게 되었다.심지어 그 일로 정한나는 상사에게 불려가기도 했었다.당장 자르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재계약은 아무래도 어려울 듯 보였다.정한나는 이미 한번 다른 곳에서 쫓겨난 전적이 있었기에 계약이 끝나게 되면 더는 이 업
그러니 적당한 선에서 정한나가 다시는 이런 행동도 말도 못 하게 겁을 줄 필요가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정한나의 얼굴은 금세 사색이 되어버렸다.“한나 씨 말대로 현수 씨와 결혼하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한나 씨 하나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정한나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만약 임유진이 정말 강현수에게 부탁하게 되면 강현수는 아마 100%의 확률로 그 부탁을 들어주게 될 테니까.아니, 어쩌면 부탁할 필요도 없이 방금 그 녹음 하나로 당장 움직여 줄지도 모른다.지금도 최악인데 만약 강현수 쪽으로부터 압박이 들어오게 되면 아마 그녀는 더 이상 S 시에 발을 붙일 수가 없게 될 것이다.정한나는 생각으로 벌써 몸이 덜덜 떨렸다.임유진은 그런 그녀를 힐끔 보더니 커피를 들고 유유하게 탕비실을 나왔다.그리고 자리에 앉아 이제 일을 시작하려는데 한지영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유진아, 너 강현수 씨랑 사귀어?!][??]또다시 강현수의 이름이 나왔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다들 이러는 걸까.그때 한지영이 또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아니라고? 그럼 이 동영상은 뭔데?]한지영은 말을 보내고 난 후 문제의 동영상도 바로 뒤이어 보냈다.임유진은 그 영상을 클릭하고는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영상은 버스 안에서 찍힌 것이었고 등장인물은 그녀와 강현수였다.촬영 각도로 봤을 때 해당 영상을 찍은 사람은 그들 뒤쪽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으로 보인다.문제의 영상 속에는 강현수가 그녀의 머리와 버스 창문 가운데 손을 넣고 그녀의 머리가 흔들릴 때마다 조심스럽게 감싸주는 모습이 찍혔다.그리고 제일 문제가 되는 건 강현수의 표정이었다. 입꼬리를 예쁘게 말아 올린 채 임유진만 보는 그 시선은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남자의 시선이었다.이... 이게 뭐지?임유진은 영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잠깐 넋을 잃었다.그러다 한지영이 다시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렸다.
임유진은 메시지를 보낸 후 채팅방에서 나와 인터넷을 확인했다.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해당 영상은 벌써 인기 동영상에 올라 있었고 댓글도 수없이 많이 달렸다. 댓글 중에는 강현수를 데리고 버스에 탄 첫 번째 여자라면서 임유진이 신기한 동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이에 임유진은 기가 막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처음에는 걱정되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제껏 이런 스캔들보다 더한 기사들도 많았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네티즌들도 잠잠해지리라 생각했다.그래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일로 직접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유진 씨 혹시 현수랑 사귀어요?”임유진을 찾아온 건 이한이었다.이한은 임유진과 몇 번 만난 적 있었고 그는 강지혁과 강현수의 친한 친구이자 S 시에서 유명한 재벌가의 아들이다.“빨리 얘기해봐요. 사귀어요?”이한은 다급한 얼굴로 그녀에게 답을 요구했다.“제가 꼭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하나요? 이건 제 사생활이에요.”임유진의 말에 이한은 머리가 아파 났다.그는 오늘 아침 해당 영상을 보고는 기겁하며 하마터면 의자에서 넘어질 뻔했다.그도 그럴 것이 강지혁이 임유진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했는지 바로 코앞에서 보았었기 때문이다.물론 고이준에게서 얼마 전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소리는 이미 전해 들었다.하지만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던 강지혁이 요즘은 수상할 정도로 매일 밤 골드 클럽에 얼굴을 내비치고 클럽에 와서는 기이한 행동만 골라 했다.그래서 이한은 이 모든 것이 임유진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오늘 임유진과 강현수가 사귀는 것 같은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게 된 것이다.이한은 이 영상을 만약 강지혁이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아니, 어쩌면 이미 다 봤을지도 모른다.이한은 임유진에게로 오기 전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 일에 관해 물었었다. 하지만 이에 강현수는 임유진과 똑같이 ‘내가 꼭 대답해야 해?’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
매니저가 굳이 이한에게 전화한 이유는 골드 클럽의 진짜 주인이 바로 이한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이한은 강지혁의 친한 친구이니 그라면 이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지금 이한은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임유진을 차에 태웠다.강지혁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건 모두 임유진 탓일 테니까.강지혁은 요즘 어떻게든 그와 엮어보려는 여자들을 대함에 있어 전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여자들이 끼를 부리든 여우 짓을 하든 막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서도 어떤 포인트에서 심기가 뒤틀리면 바로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무섭게 행동했다.이에 무서워진 여성들은 절반 정도 아예 클럽을 나오지 않게 됐고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안 가 골드 클럽 여성들이 전부 다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이한은 그렇게 되는 것만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만 했다.“차 세워요!”임유진이 이한을 바라보며 외쳤다.“지금 세우지 않으며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신고해요. 유진 씨 휴대폰으로도 신고하고 내 휴대폰으로도 신고해요.”이한은 진심인 듯 휴대폰을 꺼내 임유진에게 던졌다.임유진은 단호한 그의 얼굴을 보고는 지금 상황에서는 경찰이 와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20분 후, 이한의 차량이 드디어 어느 한 곳에 멈춰 섰다.임유진이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고 보니 이곳은 골드 클럽이었다.골드 클럽은 재벌들은 물론이고 졸부들도 자주 오는 곳으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도 붐볐다.하지만 오늘은 어찌한 일인지 그 많던 고급 차들이 하나도 없고 가게 앞에 있던 예쁜 여성들과 잘생긴 남성들 역시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어디 있어?”이한은 다급한 발걸음으로 마중 나온 매니저를 향해 물었다.“아직 안에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도저히 강지혁 대표님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매니저는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본 강지혁은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그 자체였으니까.한편 임유진은 매니저의 말에 멈칫했다.강지혁이라고?하지만 생
하지만 그때 임유진이 자리에서 버티며 말했다.“손 좀 놓으세요! 나랑 강지혁은 완전히 헤어졌어요. 나랑 얼굴 마주치기도 싫어하는 사람한테 나를 데려가봤자 화만 돋굴 뿐일 거예요.”그 말에 이한이 임유진을 노려보았다.“그럼 정말 지혁이가 살인해도 상관없다는 말입니까? 두 사람이 헤어졌든 아니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당장 저 안에 있는 지혁이를 말리는 것뿐이라고요. 알겠어요?!”그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임유진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윽고 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이곳은 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컸고 꼭 큰 홀 같았다. 룸 안에는 라운지 바도 있었고 당구대, 게임 테이블 그리고 작은 무대와 노래방 기계도 있었다.그리고 그런 큰 룸 중앙, 아무것도 없는 바닥 위에 웬 중년 남성이 무릎을 꿇고 계속해서 누군가를 향해 용서를 빌었다.그 중년 남성 앞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있는 핀셋이 놓여 있었다.임유진은 그 핀셋을 보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고 순간 시간이 역행해 그날 그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그날의 기억들은 마치 오래 묵은 낙인처럼 꽤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다.그리고 그녀는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따금 차가운 핀셋이 손가락 살을 파고들어 이윽고 손톱이 하나하나 뽑히는 악몽을 꾸고는 했다.그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대표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 테니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중년 남성은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눈가가 푸르딩딩하고 코와 입 주변에 핏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여러 차례 얻어맞은 것 같았다.“뽑아.”강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뻣뻣하게 굳은 몸을 돌려 천천히 강지혁 쪽을 바라보았다.그는 검은색 스웨터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원래부터 차가웠던 얼굴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싸늘하게 느껴졌고 한기마저 감돌아 보는 것만으로도 손이 덜덜 떨려왔다.웨이
하지만 강지혁은 자비 따위 모르는 인간이었다.“뽑아.”“안 돼!”임유진은 강지혁의 앞으로 달려가 그를 막았다.그녀는 이곳이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강지혁이 무엇을 하든 말릴 자격 같은 거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하지만 눈앞에서 누군가의 손톱이 뽑히는 것을 도저히 모른 체할 수가 없었다.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당시 그녀가 그렇게 큰 고통을 겪었을 때 그 누구 하나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오직 홀로 감내했어야만 했다.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이 싸늘한 시선이 그녀에게로 다시 향했다.임유진은 그와 눈이 마주치고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의 두 눈이 너무나도 차갑고 또 싸늘해 꼭 끝이 보이지 않는 늪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안 된다고?”강지혁은 서서히 소파에서 일어서더니 임유진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뭔데?”임유진은 두 손을 덜덜 떨었다.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가 알던 강지혁도 예전에 다정하기만 했던 혁이도 아니었다.지금의 그는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감히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S 시의 꼭대기에 있는 남자였다.“너한테는 누군가의 손톱을 뽑게 만드는 게 숨 쉬는 것만큼 그렇게 쉬운 일이야? 그래?”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고 말을 내뱉었다.불빛 아래, 그녀의 얼굴을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몸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그녀는 강지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의 말을 듣고는 흉흉한 기운을 풍기며 미간을 찌푸렸다.이에 이한이 황급히 다가와 먼저 입을 열었다.“참, 아까 이곳으로 오면서 유진 씨한테 물어봤는데 현수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래. 그 영상도 그냥 어쩌다 찍히게 된 것일 뿐이라고 하고.”“그 얘기 하려고 여기까지 얘를 데려온 거야?”분명 이한에게 묻는 말이었지만 강지혁의 시선은 여전히 임유진을 향해 있었다.이한은 그 말을 듣고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이한, 딱 한 번
“아니요. 많이 괜찮아졌어요...”여성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아까 저 남자가 네 손톱을 뽑으려고 했으니 이번에는 네가 저 남자 손톱을 뽑아. 열 손가락 다.”“강 대표님께서 나서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저는 아까 손톱이 다 뽑히고 말았을 거예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 남성분도 반성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제 그만 용서해주세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여성은 청순한 매력을 내뿜으며 거기에 가해자를 용서해주는 착한 마음씨도 어필했다.아주 남성들의 보호 본능을 마구 자극하는 그런 여자였다.임유진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흠칫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어이없고 웃기게 느껴졌다.무릎 꿇은 중년 남성은 알고 보니 가해자였고 손가락을 다친 여성은 하나터면 손톱이 다 뽑힐 뻔한 피해자였다.그리고 강지혁은 그 여성을 위해 나서주는 중이었다.임유진은 그 여성을 바라보는 강지혁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강지혁은 그 여성을 바라본 뒤로 임유진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고 꼭 임유진의 존재 자체를 까먹기라도 한 듯 계속 그 여성에게만 말을 걸었다.순간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네 결백은 내가 꼭 찾아줄게.’라고 했던 강지혁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강지혁은 그 말을 증명해 보였고 정말 그녀에게 결백을 찾아주었다.그리고 지금은... 다른 여성을 위해 나서주고 있었다.임유진은 강지혁에게서 서서히 시선을 거두고 이제 이곳의 일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며 차가운 바닥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곳을 조용히 떠나는 일뿐이다.하지만 이제 막 몸을 돌리려던 찰나 누군가가 룸으로 뛰쳐 들어와 그대로 임유진의 앞에 멈춰 섰다.“유진 씨, 괜찮아요?!”이에 임유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강현수가 숨을 헐떡인 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괜... 찮아요. 그런데 현수 씨가 왜 여기 있어요?”임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건 이따 얘기해줄게요.”강현수는 말을 마치고 강지혁 쪽을 바라보았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