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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화

“깼어요?”

강현수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임유진은 그 말에 고개를 들고는 빨개진 얼굴로 짧게 대답한 후 빠르게 버스에서 내렸다. 강현수도 곧바로 그녀를 따라 버스에서 내렸다.

집으로 가는 길, 강현수는 임유진이 빠르게 걷든 느리게 걷든 상관없이 그녀의 보폭에 맞춰 걸었고 그렇게 집 바로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럼 난 이만 돌아갈게요. 들어가요.”

그는 집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다만 발걸음을 돌려 두어 걸음 걸었다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참, 대기실 일은 걱정하지 말아요. 경찰 쪽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해도 내가 계속 알아볼 테니까. 범인이 누구를 해치려 했든 간에 꼭 잡아낼게요.”

그 말에 임유진이 그를 보며 물었다.

“그 말은 현수 씨도 여진 언니 말을 믿는다는 뜻인가요? 그 범인이 노린 건 애초에 언니였고 나는 재수 없게 그 대기실을 들어간 탓에 그런 일을 겪은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요?”

“아니요. 나는 그저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만약 범인이 정말 언니라면 그때는 언니를 경찰에 넘겨 법대로 판결받게 할 수 있겠어요?”

그 질문에 강현수의 동공이 잠시 흔들렸다.

임유진은 그 일로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다. 그래서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서든 범인을 잡을 생각이다.

하지만 만약 그 범인이 배여진이라면 정말 경찰에 넘겨 법대로 판결받게 할 수 있을까?

“여진이는 어렸을 때 날 구해줬던 사람이에요...”

강현수의 힘겨운 한마디에 임유진은 쓰게 웃었다.

어쩐지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알고도 모른 척 한 건 그녀였으니까.

임유진은 자신이 택했던 침묵이 이런 식으로 발을 잡을 줄은 몰랐다.

이럴 때면 차라리 그 여자아이는 배여진이 아니라고 강현수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게 나을까 싶으면서도 만약 그 사실을 털어놓게 되면 강현수는 아마 지금보다 더 강하게 집착해올 것이 분명하기에 쉽사리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강현수가 원하는 미래를 주지 못할 바에는 계속해서 그를 속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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