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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15 18:00:00
임유진은 메시지를 보낸 후 채팅방에서 나와 인터넷을 확인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해당 영상은 벌써 인기 동영상에 올라 있었고 댓글도 수없이 많이 달렸다. 댓글 중에는 강현수를 데리고 버스에 탄 첫 번째 여자라면서 임유진이 신기한 동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임유진은 기가 막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처음에는 걱정되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제껏 이런 스캔들보다 더한 기사들도 많았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네티즌들도 잠잠해지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일로 직접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유진 씨 혹시 현수랑 사귀어요?”

임유진을 찾아온 건 이한이었다.

이한은 임유진과 몇 번 만난 적 있었고 그는 강지혁과 강현수의 친한 친구이자 S 시에서 유명한 재벌가의 아들이다.

“빨리 얘기해봐요. 사귀어요?”

이한은 다급한 얼굴로 그녀에게 답을 요구했다.

“제가 꼭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하나요? 이건 제 사생활이에요.”

임유진의 말에 이한은 머리가 아파 났다.

그는 오늘 아침 해당 영상을 보고는 기겁하며 하마터면 의자에서 넘어질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지혁이 임유진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했는지 바로 코앞에서 보았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이준에게서 얼마 전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소리는 이미 전해 들었다.

하지만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던 강지혁이 요즘은 수상할 정도로 매일 밤 골드 클럽에 얼굴을 내비치고 클럽에 와서는 기이한 행동만 골라 했다.

그래서 이한은 이 모든 것이 임유진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오늘 임유진과 강현수가 사귀는 것 같은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게 된 것이다.

이한은 이 영상을 만약 강지혁이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다 봤을지도 모른다.

이한은 임유진에게로 오기 전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 일에 관해 물었었다. 하지만 이에 강현수는 임유진과 똑같이 ‘내가 꼭 대답해야 해?’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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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저가 굳이 이한에게 전화한 이유는 골드 클럽의 진짜 주인이 바로 이한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이한은 강지혁의 친한 친구이니 그라면 이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지금 이한은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임유진을 차에 태웠다.강지혁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건 모두 임유진 탓일 테니까.강지혁은 요즘 어떻게든 그와 엮어보려는 여자들을 대함에 있어 전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여자들이 끼를 부리든 여우 짓을 하든 막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서도 어떤 포인트에서 심기가 뒤틀리면 바로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무섭게 행동했다.이에 무서워진 여성들은 절반 정도 아예 클럽을 나오지 않게 됐고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안 가 골드 클럽 여성들이 전부 다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이한은 그렇게 되는 것만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만 했다.“차 세워요!”임유진이 이한을 바라보며 외쳤다.“지금 세우지 않으며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신고해요. 유진 씨 휴대폰으로도 신고하고 내 휴대폰으로도 신고해요.”이한은 진심인 듯 휴대폰을 꺼내 임유진에게 던졌다.임유진은 단호한 그의 얼굴을 보고는 지금 상황에서는 경찰이 와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20분 후, 이한의 차량이 드디어 어느 한 곳에 멈춰 섰다.임유진이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고 보니 이곳은 골드 클럽이었다.골드 클럽은 재벌들은 물론이고 졸부들도 자주 오는 곳으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도 붐볐다.하지만 오늘은 어찌한 일인지 그 많던 고급 차들이 하나도 없고 가게 앞에 있던 예쁜 여성들과 잘생긴 남성들 역시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어디 있어?”이한은 다급한 발걸음으로 마중 나온 매니저를 향해 물었다.“아직 안에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도저히 강지혁 대표님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매니저는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본 강지혁은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그 자체였으니까.한편 임유진은 매니저의 말에 멈칫했다.강지혁이라고?하지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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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때 임유진이 자리에서 버티며 말했다.“손 좀 놓으세요! 나랑 강지혁은 완전히 헤어졌어요. 나랑 얼굴 마주치기도 싫어하는 사람한테 나를 데려가봤자 화만 돋굴 뿐일 거예요.”그 말에 이한이 임유진을 노려보았다.“그럼 정말 지혁이가 살인해도 상관없다는 말입니까? 두 사람이 헤어졌든 아니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당장 저 안에 있는 지혁이를 말리는 것뿐이라고요. 알겠어요?!”그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임유진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윽고 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이곳은 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컸고 꼭 큰 홀 같았다. 룸 안에는 라운지 바도 있었고 당구대, 게임 테이블 그리고 작은 무대와 노래방 기계도 있었다.그리고 그런 큰 룸 중앙, 아무것도 없는 바닥 위에 웬 중년 남성이 무릎을 꿇고 계속해서 누군가를 향해 용서를 빌었다.그 중년 남성 앞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있는 핀셋이 놓여 있었다.임유진은 그 핀셋을 보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고 순간 시간이 역행해 그날 그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그날의 기억들은 마치 오래 묵은 낙인처럼 꽤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다.그리고 그녀는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따금 차가운 핀셋이 손가락 살을 파고들어 이윽고 손톱이 하나하나 뽑히는 악몽을 꾸고는 했다.그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대표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 테니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중년 남성은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눈가가 푸르딩딩하고 코와 입 주변에 핏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여러 차례 얻어맞은 것 같았다.“뽑아.”강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뻣뻣하게 굳은 몸을 돌려 천천히 강지혁 쪽을 바라보았다.그는 검은색 스웨터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원래부터 차가웠던 얼굴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싸늘하게 느껴졌고 한기마저 감돌아 보는 것만으로도 손이 덜덜 떨려왔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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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강지혁은 자비 따위 모르는 인간이었다.“뽑아.”“안 돼!”임유진은 강지혁의 앞으로 달려가 그를 막았다.그녀는 이곳이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강지혁이 무엇을 하든 말릴 자격 같은 거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하지만 눈앞에서 누군가의 손톱이 뽑히는 것을 도저히 모른 체할 수가 없었다.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당시 그녀가 그렇게 큰 고통을 겪었을 때 그 누구 하나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오직 홀로 감내했어야만 했다.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이 싸늘한 시선이 그녀에게로 다시 향했다.임유진은 그와 눈이 마주치고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의 두 눈이 너무나도 차갑고 또 싸늘해 꼭 끝이 보이지 않는 늪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안 된다고?”강지혁은 서서히 소파에서 일어서더니 임유진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뭔데?”임유진은 두 손을 덜덜 떨었다.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가 알던 강지혁도 예전에 다정하기만 했던 혁이도 아니었다.지금의 그는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감히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S 시의 꼭대기에 있는 남자였다.“너한테는 누군가의 손톱을 뽑게 만드는 게 숨 쉬는 것만큼 그렇게 쉬운 일이야? 그래?”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고 말을 내뱉었다.불빛 아래, 그녀의 얼굴을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몸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그녀는 강지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의 말을 듣고는 흉흉한 기운을 풍기며 미간을 찌푸렸다.이에 이한이 황급히 다가와 먼저 입을 열었다.“참, 아까 이곳으로 오면서 유진 씨한테 물어봤는데 현수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래. 그 영상도 그냥 어쩌다 찍히게 된 것일 뿐이라고 하고.”“그 얘기 하려고 여기까지 얘를 데려온 거야?”분명 이한에게 묻는 말이었지만 강지혁의 시선은 여전히 임유진을 향해 있었다.이한은 그 말을 듣고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이한, 딱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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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요. 많이 괜찮아졌어요...”여성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아까 저 남자가 네 손톱을 뽑으려고 했으니 이번에는 네가 저 남자 손톱을 뽑아. 열 손가락 다.”“강 대표님께서 나서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저는 아까 손톱이 다 뽑히고 말았을 거예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 남성분도 반성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제 그만 용서해주세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여성은 청순한 매력을 내뿜으며 거기에 가해자를 용서해주는 착한 마음씨도 어필했다.아주 남성들의 보호 본능을 마구 자극하는 그런 여자였다.임유진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흠칫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어이없고 웃기게 느껴졌다.무릎 꿇은 중년 남성은 알고 보니 가해자였고 손가락을 다친 여성은 하나터면 손톱이 다 뽑힐 뻔한 피해자였다.그리고 강지혁은 그 여성을 위해 나서주는 중이었다.임유진은 그 여성을 바라보는 강지혁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강지혁은 그 여성을 바라본 뒤로 임유진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고 꼭 임유진의 존재 자체를 까먹기라도 한 듯 계속 그 여성에게만 말을 걸었다.순간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네 결백은 내가 꼭 찾아줄게.’라고 했던 강지혁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강지혁은 그 말을 증명해 보였고 정말 그녀에게 결백을 찾아주었다.그리고 지금은... 다른 여성을 위해 나서주고 있었다.임유진은 강지혁에게서 서서히 시선을 거두고 이제 이곳의 일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며 차가운 바닥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곳을 조용히 떠나는 일뿐이다.하지만 이제 막 몸을 돌리려던 찰나 누군가가 룸으로 뛰쳐 들어와 그대로 임유진의 앞에 멈춰 섰다.“유진 씨, 괜찮아요?!”이에 임유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강현수가 숨을 헐떡인 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괜... 찮아요. 그런데 현수 씨가 왜 여기 있어요?”임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건 이따 얘기해줄게요.”강현수는 말을 마치고 강지혁 쪽을 바라보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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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요. 집까지 데려다줄게요.”강현수는 임유진의 손을 잡고 룸 밖으로 걸어 나갔다.강지혁은 떠나는 강현수와 임유진의 뒷모습을 힐끔 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이한을 향해 말했다.“네 사람들 내보내.”“응? 그럼 이 둘은...”이한은 손가락이 다친 여성과 아직 바닥에 꿇고 있는 이 사장을 가리키며 물었다.“둘만 빼고 내보내.”그 말에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웨이터들과 다른 여자들에게 전부 다 룸에서 멀리 떨어질 것을 명했다.몇 초 후 룸 안에는 강지혁과 이한, 손가락을 다친 여성과 이 사장, 그리고 고이준과 강지혁의 경호원들만 남았다.강지혁은 여성의 손을 다시금 잡더니 붕대가 감긴 그녀의 손가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에 여성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진짜 저 여자한테 반하기라도 한 거야?’그때 굳게 닫혔던 강지혁의 입이 열리고 이내 그 입에서 무시무시한 말이 흘러나왔다.“그렇게도 손톱이 뽑히는 게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 소원대로 해주지.”강지혁은 말을 마치고는 여성의 손을 다시 내려놓았다.그 말에 당황한 여성은 얼굴이 사색이 돼서 물었다.“강 대표님...? 저... 방금 한 말 농담이시죠? 왜 제가 손톱을...”“왜냐고?”강지혁은 그녀에게 되묻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옆에 있던 고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고 비서, 왜 손톱이 뽑혀야 하는지 이 여자한테 알려줘.”그 말에 고이준은 고개를 한번 숙이더니 여성의 앞으로 다가가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친척 중에 감방살이했던 분이 마침 임유진 씨와 같은 방이었죠? 아마 그 친척분한테서 들었을 겁니다. 임유진 씨의 손톱이 뽑힌 적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걸 듣고 기회다 싶어 평소 친분이 있었던 이 사장한테 부탁했겠죠. 강 대표님 눈에 들 수 있게 도와달라고. 어떻게, 이제 그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설명된 것 같은데.”강지혁이 임유진과 연인이었다는 건 상류계층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히 다 알려진 사실이고 서민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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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은 이에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는 네 스스로가 대단한 가치라도 있는 줄 아나 보지? 그리고 이따위 멍청한 연극을 계획하기 전에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단단히 각오했었어야지.”그는 말을 마치고는 여자의 손을 차갑게 뿌리쳐버렸다. 그리고 아무런 미련도 없이 유유하게 룸을 빠져나갔다....임유진을 차에 태워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길, 강현수는 핸들을 꽉 잡으며 먼저 말을 건넸다.“만약 이한 그놈이 또다시 쓸데없는 일로 유진 씨 찾아가면 그때는 나한테 바로 연락 줘요.”임유진은 그 말에 잠깐 침묵하더니 손가락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어제... 버스에서 말이에요. 그냥 날 깨우지 그랬어요.”“아, 영상 봤어요? 곤히 자고 있길래 깨우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설마 그 모습을 누가 찍고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그걸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만약 그 영상이 신경 쓰이면 지금 당장 모든 영상을 내리도록 지시할게요.”강현수는 도촬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예민한 사람이었지만 어제 버스 안에서는 온 신경을 전부 다 임유진에게 쏟는 바람에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어제 그녀가 버스에서 졸았던 시간은 고작 반 시간 남짓이었지만 강현수에게 그 반 시간은 그 어느 순간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었다.심지어 영상을 찍은 사람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강현수는 영상 속에 찍힌 자신의 얼굴을 보며 이토록 가슴이 따뜻해지고 또 설렘으로 부풀어 올랐던 순간이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네, 그렇게 주세요.”비록 얼굴 전체가 찍힌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판 모르는 타인이 자신의 모습이 찍힌 영상을 보고 있다는 건 많이 불쾌한 일이었다.그때 임유진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가 탁유미라는 것을 확인한 임유진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유진 씨, 혹시 지금 40만 원만 송금해줄 수 있어요? 급하게 쓸 데가 있어서요.”“언니, 혹시 무슨 일 있어요?”탁유미는 평소와 달리 목소리에 힘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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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한철은 이경빈의 기에 눌려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경빈 씨, 혹시 아직도 화 나 있는 거예요? 기증 일은 내가 거짓말한 게 맞지만 그건 다 경빈 씨를 사랑해서 그런 거예요. 나는 경빈 씨가 나를 모르고 있을 때부터 쭉 경빈 씨를 좋아하고 있었어요. 아니, 사랑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거짓말도 무릅쓰고 내가 기증해줬다고 한 거예요! 내가 경빈 씨를 속인 건 맞지만... 그게 범법 행위까지는 아니잖아요...”공수진은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는 얼굴로 당당하게 말을 했다.이에 이경빈은 시선을 돌려 공수진을 빤히 바라보았다.“내가 아닌 우리 집안을 사랑하는 거겠지. 더 정확히는 우리 집 재산을. 공수진, 네 그 욕심 때문에 나는 인생이 망가졌어!”“거짓말한 건 미안하게 생각해요. 사과할게요. 그러니까 우리 다시 시작해요. 네?”공수진은 전과 같은 유약한 얼굴을 하며 그를 붙잡았다.“나 정말 경빈 씨 사랑해요. 경빈 씨 속상하게 만든 거 내가 다 잘못했어요. 탁유미 씨한테 사과하라고 하면 얼마든지 사과할게요. 보상도 할게요! 그러니까 우리 다시 잘해봐요. 나 정말 경빈 씨 없으면 못살아요!”“사랑이라고? 사랑한다는 사람을 그렇게도 감쪽같이 속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까지 주면서? 탁유미를 범죄자로 몰아가 결국 감방에까지 보낸 게 나를 향한 사랑의 표현이야? 탁유미만 사라지면 우리 집 며느리로 들어오는 게 쉬울 것 같았어? 그래?!”이경빈은 공수진을 턱을 으스러질 듯 잡으며 분노를 표출했다.손아귀 힘이 어찌나 센지 공수진은 자신의 턱뼈가 이대로 부서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고통도 고통이지만 이경빈이 그때 당시의 진상을 모두 알아버렸다는 것에 그녀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어떻게 된 거지? 이경빈이 그때 일을 다 알아버렸다고? 증거는 이미 내가 다 소거했는데?! 그래, 그냥 추측일 뿐일 거야. 실질적인 증거는 없는 게 분명해!’“오, 오해예요.”공수진이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나는 탁유미 씨를 범죄자로 몰아간 적 없어요. 나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6화

    네티즌들은 공수진과 주원호에게 각종 비난과 욕을 해댔고 대대적으로 기사가 난 탓에 병원 관계자들도 공수진의 병실을 지나칠 때마다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공수진은 그들의 눈빛에 제대로 고개를 들 수 가 없었고 이를 깨물며 하루빨리 퇴원하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드디어 다가온 퇴원하는 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아침부터 진을 치고 기다린 기자들이었다.“공수진 씨, 현재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동영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강 그룹 대표의 약혼녀로 알고 있는데 이경빈 씨는 동영상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하시는 겁니까?”“유산한 아이가 이경빈 씨의 아이가 아니라 영상 속 남자분의 아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맞습니까?”“탁유미 씨를 음해하려고 일부러 밀쳐진 척 넘어져 유산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연이은 날카로운 질문에 공수진의 얼굴은 흙빛이 되어버렸다.“찍지 마세요! 찍지 마시라고요!”공씨 부부는 공수진이 지나갈 수 있게 고용한 경호원들과 함께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기자들을 뚫고 간신히 차에 오른 후 공수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탁유미 때문에 이게 뭐야!”만약 탁유미가 아니었으면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할 일도 없었을 거라며 그녀는 모든 걸 다 탁유미 탓으로 돌렸다.“일단 S 시를 떠나는 게 좋겠다. 며칠 뒤에 사태가 조금 잠잠해지면 그때 다시 경빈이 불러서 얘기하는 거로 해.”공한철의 말에 차량은 고속도로로 향했다.그렇게 20분쯤 달렸을까,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를 검은 차들이 거리를 바짝 좁혀오며 공수진네 차를 에워싸기 시작했다.끼익.“뭐야, 저것들은!”공한철이 눈을 부릅뜨며 화를 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정차된 앞차에서 내린 사람을 보고는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공씨 일가를 막아선 건 다름 아닌 이경빈이었다.이경빈이 내리자 검은 차에서 내린 부하직원들이 하나둘 공수진 일가를 차에서 끌어내기 시작했다.“경, 경빈 씨,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5화

    “하지만...”임유진은 말을 하려다가 순간 깜짝 놀라며 두 손으로 자신의 배를 끌어안았다.“왜 그래?”강지혁이 잔뜩 긴장한 채로 물었다.“방금 아이가 내 배를 찼어!”임유진은 이쯤이면 태동이 느껴질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전까지는 거의 착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태동이 미약했는데 방금 그건 정말 누가 뭐라 해도 확실한 태동이었다.심지어 지금도 계속해서 배를 차고 있다.“아이가 네 배를 찼다고?”강지혁은 시선을 그녀의 배로 옮겨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응! 한번 만져봐.”임유진은 그의 손을 들어 자신의 복부를 만지게 했다.강지혁은 확실하게 느껴지는 태동에 조금 놀랍기도 하고 또 신기하기도 해 그만 몸이 경직되어버렸다.태동이라는 게 무엇이고 언제쯤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그도 임유진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하지만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으로 실제로 이렇게 태동을 느끼게 되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이제야 진정으로 이 작은 배속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머리에 박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이 조그마한 아이들은 머지않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될 거고 크게 울고 또 활짝 웃으며 서서히 커가게 될 것이다.임유진은 강지혁의 넋을 잃은 표정에 피식 웃었다.평소에도 물론 상당히 귀엽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귀여워 보였다.이런 얼굴은 아마 그녀밖에 보지 못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녀밖에 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임유진은 소파에 앉아 편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아이가 차고 있는 곳이 어딘지 그의 손을 이곳저곳 움직이며 알려주기 시작했다.아이들은 큼지막한 아빠의 손길을 느껴서 그런지 그에 보답하듯 더 세게 발길질을 해댔다.덕분에 임유진의 배는 계속해서 꿈틀거렸다.강지혁은 무릎을 꿇고 그녀의 복부를 쓰다듬으며 진지한 얼굴로 태동을 느꼈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갑자기 사진은 왜 찍어?”강지혁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기념하려고. 나중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4화

    강지혁은 꼭 무엇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대체 뭘?혹시 진기태와 연관이 있는 건가?아까 진기태는 분명...임유진은 순간 뭔가 알아차린 듯 고개를 들며 그에게 물었다.“혁아, 너 혹시 내가 화낼까 봐 무서워서 이러는 거야?”그녀의 말에 강지혁은 몸은 또다시 굳어졌고 호흡도 다시 거칠어졌다.그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그녀를 제 품에 끌어안았다.‘정답인가 보네.’강지혁은 지금 진기태가 마지막에 한 말 때문에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다.‘하긴 아까 엄청 세게 화를 내기는 했지.’강지혁은 아까 꼭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으로 진기태를 협박했다.꼭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 건드려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걱정하지 마. 화 안 낼 거니까.”강지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임유진에게 물었다.“정말...? 정말 화 안 내?”“응. 안 내.”임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쌌다.“진 회장이 너 찾아온 거 진가원 프로젝트 때문이지? 네가 내 복수를 해주겠다고 이러는 거, 나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고작 그 사람 말 때문에 우리 사이가 흔들릴 일은 없으니까.”강지혁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 인간이 했던 말, 정말 신경 안 써?”“응. 그때는 너도 내가 누군지 몰랐을 때잖아. 그때의 나는 그저 너한테 네 약혼녀를 차로 죽인 사람일 뿐이었어. 너한테 잘 보이겠다고 사람들이 일부러 나를 더 괴롭히기는 했지만 그게 네 탓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너 원망할 생각 없어.”임유진은 강지혁을 빤히 바라보며 그의 눈가를 부드럽게 매만졌다.“사실 너랑 사귀고 너를 정말 사랑하게 됐던 순간부터 나는 그 일을 이미 내 마음속에서 지웠어. 그리고 너도 그랬잖아. 만약 조금만 더 빨리 나를 알게 됐으면 절대 내가 그런 고통을 겪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그녀의 말에 강지혁의 눈빛이 더욱 심하게 흔들렸다.그녀는 그가 무서워하는 게 그저 그 이유일 뿐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방관한 것으로 여태 이렇게까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3화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진기태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다만 진기태는 몸을 비스듬히 한 채 앞이 아닌 사무실 안을 바라보고 있어 임유진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강지혁, 네가 뭘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임유진이 그렇게 된 건 네 탓도 있어!”진기태의 분노 어린 말에 임유진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저도 모르게 앞으로 두어 걸음 걸어갔다.그러자 그때 사무실 안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그때는 진화 그룹과 당신 가문을 완전히 없애버릴 거야.”임유진은 비스듬히 열린 문틈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강지혁은 평소와 달리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 예쁜 두 눈에 살기도 어려 있었다.‘살기...? 내가 뭘 잘 못 본 건가?’진기태는 강지혁의 위협에 겁을 먹고는 그의 눈을 피하려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드디어 임유진과 눈이 마주쳤다.그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더니 금세 험악한 표정을 지었고 곧바로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강지혁도 그때쯤 임유진이 밖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는 그녀를 보더니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서둘러 분노를 지우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려고 해봤지만 눈가에 서린 당황함과 초조함은 감춰지지 않았다.진기태와의 대화를 들은 걸까?만약 들었으면 어떡하지?임유진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멀리하려고 들면...강지혁은 그 생각에 순간 호흡하는 것조차 곤란해지며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임유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혁아, 방금 진기태 회장이랑...”“일 얘기 했어. 일 얘기만...”강지혁은 서둘러 대답하며 평정심을 되찾으려고 애썼다.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고 호흡은 점점 더 딸리기 시작했다.“너 얼굴이 왜 그래? 괜찮아?!”임유진은 창백한 그의 얼굴이 걱정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다.하지만 얼굴에 닿기도 전에 강지혁에 의해 손이 저지당하고 말았다.“난... 괜찮아.”임유진은 강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2화

    “지혁아, 아무리 그래도 너랑 우리랑은 사돈이 될 뻔했던 집안이잖냐. 그간의 정도 있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진기태가 먼저 말을 꺼냈다.“진가원 프로젝트는 우리한테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야. 너희가 가져가봤자 사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을 텐데 굳이 왜 그걸 가져가려고 해.”“진화 그룹도 이제는 슬슬 무대 아래로 내려가야 하지 않겠어요?”강지혁이 담담하게 말하며 그를 바라보았다.잔뜩 긴장한 진기태와 달리 그는 아주 여유롭다 못해 느긋해 보이기까지 했다.“우리 그간 사업 파트너로서 좋은 관계를 잘 이어왔잖아. 뭐 서운한 거 있으면 그냥 나한테 직접 얘기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그럼 진화 그룹과 진화 그룹 산하의 모든 회사를 다 저한테로 넘기세요.”강지혁의 말에 진기태의 얼굴이 한순간에 변했다.모든 회사를 다 넘기라니, 그건 헐벗고 거지가 되라는 말과도 같았다.“너...!”진기태는 주먹을 꽉 말아쥐며 강지혁을 바라보았다.“너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니? 설마...”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한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하지만 몇 초도 안 돼 아무리 강지혁이 미친놈이라고는 해도 그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강지혁이 여자 하나 때문에 멀쩡한 가문 하나를 없애버리려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하지만...’하지만 그거 말고는 강지혁이 갑자기 이러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진씨 가문과 강지혁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하면 그건 임유진이 감옥에 간 일밖에 없으니까.“너 혹시... 임유진 때문은 아니지?”진기태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이 말을 입밖에 내뱉었다.“왜 아닐 거라고 생각하세요?”강지혁은 아주 빠르게 인정했다.“허...!”진기태는 강지혁이 정말 임유진 하나 때문에 이런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하, 하지만 그 일은 그때 세령이가 이미 대가를 치렀잖아!”일전 진세령은 임유진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강지혁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연예계에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1화

    하지만 아무리 내리쳐도 고통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윽...”이경빈의 머릿속으로 당시의 장면이 하나둘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탁유미는 그때 이경빈에게 자신은 억울하다고, 자신이 그런 게 아니라고 수백 번을 더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었음에도 그는 전혀 믿어주지 않았고 오로지 탁씨 가문에 복수할 것만을 생각하며 공수진이 그렇게 된 게 전부 탁유미 때문이라고 확정을 지었다.그때는 그렇게 해야만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다. 비참한 그녀의 말로를 봐야만 가슴속의 응어리가 다 사라질 줄 알았다.그는 법을 무기로 그녀의 몸을 잔인하게 찔러댔다.그리고 이윽고 그녀의 자존심과 순박함 그리고 세상을 믿는 그 맑은 눈을 완전히 부숴버렸다.“경빈이 너는 운명을 믿어?”“글쎄. 너는?”“나는 믿어. 그리고 그 운명과 평생 함께한다는 얘기도 믿어. 운명이라면 서로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을 거야. 만약 다른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면 이전 사람은 운명이 아니었던 거지. 경빈아, 나는 네가 내 운명의 사람이라고 믿어.”“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야?”“응. 나는 이번 생에 이경빈이 아닌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할 계획은 없거든. 난 너만 사랑할 거야!”너만 사랑할 거라는 말을 했던 탁유미의 얼굴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그녀는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그에게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그를 사랑했다.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사랑을 짓밟고 더럽히고 또 처참하게 버렸다.임유진은 면회실에서 나와 천천히 이경빈의 앞으로 다가갔다.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덜덜 떠는 그를 보며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이경빈 씨는 언니한테 목숨을 한번 빚졌어요. 그 목숨 다시 언니한테 줄 수 있어요?”이경빈은 그 말에 고개를 들더니 처연하게 웃었다.“내 목숨 같은 거 유미한테 큰 가치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만약 유미가 원한다면 내 목숨 따위 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어요.”만약 탁유미가 그의 목숨을 원한다면 그는 몇백 번이고 죽어줄 수 있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0화

    또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돈을 받아? 공수진이 원하는 대로 해줘?”이경빈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의사를 바라보았다.“당신 의사잖아.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의사잖아! 그런데 그 간사한 혀로 죄 없는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의사는 이경빈의 호통에 깜짝 놀란 듯 몸을 웅크리며 그의 눈을 피했다.“제가 보냈다뇨. 저... 저는 그냥 공수진 씨가 유산했다는 말밖에 안 했어요. 그 여자가 공수진 씨를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건... 이경빈 씨잖아요.”그의 말에 이경빈은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의사 말대로 탁유미가 공수진을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였으니까.그 어떤 증거보다 그의 한마디가 제일 크게 작용했다.이경빈은 한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고 은이 얼어붙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경빈 씨는 그때 공수진 씨의 치마가 피로 물든 것을 봤다고 했어요. 그런데 공수진 씨는 임신하지 않았죠. 그러니 유산은 더더욱 없을 일이고요. 그렇다면 그 피는 대체 뭐였을까요?”임유진이 이경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이경빈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눈을 감자마자 당시의 화면이 하나둘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어떻게 임신도 아니고 유산도 아닌데 피를 흘릴 수 있었을까요. 그것도 하필 유미 언니랑 얘기하다가 마침 계단에서 떨어져서요. 제 생각은 이래요. 애초에 공수진 씨는 유미 언니를 모함하기 위해 미리 피가 든 팩을 준비했고 언니를 계단으로 불러 일부러 마치 언니한테 밀쳐진 것처럼 계단에서 구른 거죠.”임유진은 계속해서 이경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이경빈 씨, 그날 정말 유미 언니가 공수진 씨를 밀었나요? 그걸 확실히 두 눈으로 보셨어요? 사실은 공수진 씨가 언니가 밀었다고 하니까 그렇겠거니 한 건 아니고요? 사실 그 사건은 조금만 제대로 조사해보면 금방 진실이 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에요. 그런데 이경빈 씨는 그때 복수심에 눈이 멀었고 마침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9화

    “가 보면 알아요.”임유진은 담담하게 대꾸했다.조금 있으면 이경빈도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탁유미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얼마나 멍청한 짓을 저질렀는지 역시 알게 된다.그때가 되면 이번에는 뭐로 보상하겠다고 할까.어쩌면 강지혁의 말대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그는 남은 생을 평생 후회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게 살아갈지도 모른다.병원에서 나온 후 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 이경빈이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주원호를 병실로 보낸 것도 임유진 씹니까?”“네.”임유진은 그간 줄곧 강지혁의 도움으로 주원호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공항에 간다는 것을 듣자마자 바로 그를 잡아 왔다.사실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주원호를 등장시킬 필요도 없었다. 이경빈에게만 조용히 따로 진실을 얘기해주려고 했었으니까.그런데 그사이 공수진이 또다시 일을 저질렀고 탁유미는 그로 인해 큰 상처를 입게 됐다.이경빈은 가만히 있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유미가 나한테 골수를 기증해줬다는 것도 훨씬 전에 이미 알고 있었겠네요.”“네. 사실은 그걸 알게 되고 나서 유미 언니한테 얘기를 했었어요. 어쩌면 이경빈 씨를 구한 사람이 언니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이경빈 씨한테 얘기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그런데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자신이 말해봤자 이경빈 씨는 믿지 않을 거라고요.”이경빈은 그 말에 심장이 또다시 욱신거리며 아파 났다.탁유미는 이미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었다.그가 믿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대체 탁유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기가 구한 사람이 화를 내고 사과하라고 윽박지르고 강제로 무릎까지 꿇으라고 명령하는 걸 보며.이경빈이 또다시 자책하고 있을 그때 차량이 드디어 목적지인 구치소 앞에 도착했다.이경빈은 차에서 내린 후 의문 섞인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왜 온 거지?대체 누가 있길래?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구치소 안 면회실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어딘가 낯이 익은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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