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38화

한편 이제 막 법당에서 나온 강지혁은 ‘유진’이라는 이름을 듣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임유진과 한지영 쪽을 바라보았다.

강지혁 옆에 서 있던 고이준도 한지영의 외침을 들었기에 마찬가지로 임유진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시선을 돌려 강지혁의 표정을 살폈다.

강지혁은 바닥에 넘어진 임유진을 보고는 그저 퉁명스러운 표정만 지었다.

“가자.”

그러고는 짧은 두 글자와 함께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임유진이 넘어진 곳은 마침 입구 바로 옆이었던 터라 강지혁이 이곳을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유진의 곁을 지나쳐야만 했다.

그 시각 임유진의 곁을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은 전부 다 마지막 법당으로 향했고 그 덕에 지금 밖은 매우 조용했다.

임유진은 자기 쪽으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강지혁이 점점 자신과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다.

임유진은 고개를 든 채 그렇게 강지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까 법당에서 그가 나왔을 때는 스치듯이 봤던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바로 코앞에서 똑똑히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잘생겼고 여전히 사람을 홀리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임유진에게만 보여주던 다정함과 애절함이 보이지 않았고 그녀가 저택을 떠났을 당시 보였던 절망스러운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강지혁은 임유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그의 예쁜 눈에 임유진이라는 여자는 이제 들어올 수 없다는 듯이, 이제 임유진이라는 존재는 완전히 잊었다는 듯이 말이다.

임유진은 강지혁이 바로 옆까지 다가왔을 때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강지혁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고 그렇게 옆을 스쳐 지나갔다.

“유진아, 너 괜찮아?”

한지영은 서둘러 임유진을 일으켜 세웠다.

“응, 괜찮아.”

임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숙인 채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러면서 계단을 내려가는 강지혁의 뒷모습을 또 한 번 바라보았다.

사람들 위에 군림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