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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선생님과는 많이 친한가 봐요?”

가는 길, 임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강현수가 그런 작은 의원의 의사 선생님과 친하다는 것이 꽤 의외였다.

“알고 지낸 지 오래됐어요. 여진이랑 산에서 내려올 때 다리가 골절됐었거든요. 병원이란 병원은 다 가봤지만 치료는 할 수 있어도 후유증이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엄마가 용한 의사가 있다고 해서 소 선생님께 치료받게 됐어요.”

강현수의 말에 임유진은 옆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골절이요?”

“네. 3개월 정도 치료하고 그제야 두 발로 서 있을 수 있게 됐어요.”

골절이 있었다고? 혹시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다쳤던 건가?

임유진은 속으로 그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절벽에서 그를 끌어올리고 난 후부터 강현수는 확실히 걷지 못했었다. 그때는 곱게 자란 도련님이라 그저 엄살을 부리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골절이었을 줄이야...

산에서 내려올 때까지도 그는 한 번도 다리를 다쳤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등에 업힌 채로 미안하다는 말만 줄곧 내뱉었었다.

“그때... 많이 아팠어요?”

임유진은 주먹을 꽉 말아주며 물었다.

강현수는 그녀 쪽을 힐끔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예요?”

임유진은 아무 말 없이 계속 그를 바라보았다.

강현수는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말했다.

“엄청 많이 아팠어요. 그때는 그게 평생 겪을 고통 중에서 제일 큰 고통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런데 뭐요?”

임유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뒤에 말을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강현수는 말해주지 않았다.

물리적 고통이 제일 큰 고통인 줄 알았지만 그 여자아이를 찾지 못한 것이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이대로 찾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만큼 그렇게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막상 배여진을 만나고 나니 그런 북받쳐 오르는 감정은 온데간데없었고 상상과는 많이 다른 그녀의 모습에 이유 모를 실망감만 남았다.

그는 요즘 어쩌면 그저 그리움일 때가 더 나은 인연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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