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는 임유진이 이렇게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다. 줄곧 그와는 선을 그으려고 했었던 그녀였으니까.그리고 찾아온 목적을 듣고는 더더욱 고개를 갸웃했다.“오늘 저녁에 있을 자선 파티에 참석하고 싶다고요?”“네, 안 될까요?”“안될 건 없죠. 그런데 갑자기 파티에 가겠다고 이렇게 부탁하는 이유는 들어보고 싶은데요? 연예인 보려고 가는 건 아닐 테고.”오늘 있을 파티에는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하기에 덕질이 취미인 재벌 2, 3세들이 팬심으로 많이 참석할 예정이다.물론 임유진이 연예인 덕질을 하겠다고 해도 도와줄 수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인을 받아온다든지 그 연예인과 같이 밥을 먹는다든지 그에게 있어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이경빈 씨와 공수진 씨를 만나고 싶어요. 두 사람이 이 파티에 참석한다고 들었거든요.”“그 두 사람을요?”강현수가 의문 섞인 얼굴로 물었다.“그 두 사람이 파티에 참석하는 건 맞지만 유진 씨가 왜...”“친한 언니랑 관련된 개인적인 일이라...”임유진은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지는 않았다.“알겠어요. 더 묻지는 않을게요. 음... 지금 시간이 조금 타이트하긴 한데 아마 괜찮을 거예요.”강현수의 말에 그녀는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그러다 반 시간 뒤 그제야 시간이 타이트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강현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벤을 준비시키더니 S 시의 제일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샘을 불러 임유진의 메이크업을 맡겼다.“꾸미지 않고 이대로 파티에 참석하면 더 눈에 띄게 될 거예요.”임유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이러한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편한 복장이 아닌 예쁘게 꾸며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보통은 파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샵을 돌아야 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늦어 파티장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메이크업을 받을 수밖에 없다.“날 부려먹는 데는 선수야 아주. 내가 스타일리스트 동생까지 데려오느라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그건 그렇고 이쪽은 현수 새 여자친
“정말 현수를 거절했어요?”샘은 신기한 동물을 보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강현수가 바로 앞에 있던 터라 임유진은 이 상황이 어색하고 무척이나 민망해졌다.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르고 있던 찰나 샘은 다시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현수를 마다하는 여자는 처음 봐요. 우와, 신기해.”“어째 기분 좋아 보인다?”강현수는 팔짱을 낀 채 샘을 흘겨보았다.“한 번도 본 적 없는 상황이니까 그렇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은 반응일걸?”베테랑은 베테랑인 건지 샘은 강현수와 얘기를 하면서도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메이크업을 완성해 나갔다.차량이 파티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임유진의 메이크업과 스타일링도 전부 마무리가 되었다.“드레스는 네가 준비하는 거 맞지?”샘은 메이크업 도구를 정리하며 물었다.강현수는 줄곧 옆에 있던 큰 쇼핑백을 꺼내 들어 임유진에게 건넸다.“우리는 먼저 내릴 테니까 이거로 갈아입어요. 사이즈는 아마 맞을 겁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사람들을 데리고 벤에서 내렸다.혼자 남겨진 임유진은 쇼핑백 안에 들어있던 선물 상자를 천천히 열었다. 그리고 안에 들어있는 드레스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강현수가 준비해둔 드레스는 보라색 드레스로 밑단에는 레이스와 수정으로 된 나비들과 꽃들이 예쁘게 수 놓여있었다.이 드레스는... 어릴 때 그가 그녀에게 얘기해줬던 것과 똑같았다.강현수는 그때 꽃무늬가 있는 보라색 원피스를 그녀에게 선물해주겠다고 했었다.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그 여자아이가 임유진이라는 것도 모르면서 결국에는 그녀에게 드레스를 선물로 주었다.임유진은 그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그가 선물해준 드레스를 조심스럽게 입었다.옷을 다 갈아입은 임유진이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강현수는 넋을 잃고야 말았다.이 드레스는 언젠가 어릴 때의 그 여자아이를 만나면 주려고 했던 드레스였다. 하지만 그는 배여진을 만나고 나서도 그녀에게 그 많은 옷을 선물해주지 않았다.이대로 주
이대로 충분히 더 세게 끌어안을 수 있음에도 그는 행여 그녀가 부서지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미안해요...”그녀의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대로... 이대로 조금만 더 안고 있어도 될까?”그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애절하게 물었다.그 모습이 너무나도 간절해 보여 이 남자가 강현수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였다. 이제껏 여자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임유진은 심장이 무언가에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 와 그저 그의 품에 안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등 뒤로는 그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느껴졌고 코끝에는 그의 향기가 맴돌며 귓가에는 불규칙적으로 뛰는 그의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길고도 짧았던 포옹이 드디어 끝이 났다.“미안해요.”이것으로 그는 오늘 벌써 두 번이나 사과했다.“유진 씨를 내 상상 속의 사람과 착각하는 바람에...”“괜찮아요.”임유진은 강현수가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잘 알고 있다.“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그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다음부터는 유진 씨를 다른 사람과 착각하는 일 없을 거예요. 유진 씨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그냥 임유진이니까요.”그리고 그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임유진은 올곧게 마주 오는 그의 까만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맑은 눈에 비친 자신을 보고 있자니 그의 세상에 온통 자신이라는 존재밖에 없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임유진은 강현수와 함께 파티장 안으로 들어섰다. 연예인과 셀럽들이 많이 참석한 파티였지만 기자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초대된 사람들이 아니기에 파티장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사진만 찍을 수밖에 없었다.강현수가 직접 에스코트해서 들어가는 바람에 사람들의 시선은 금세 임유진에게로 집중되었다. 특히 연예계 관계자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강현수의 곁에 있는 여자들은 언제나 그렇듯 늘 화제의 중심이었다.임유진은 주위를
“나는... 하하, 오늘 여기 연예인들이 많이 온다길래 연신 씨한테 부탁해서 같이 왔어.”한지영은 조금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부터 그녀는 이곳에 오기 위해 백연신에게 적극적으로 키스도 하고 애교도 부렸다. 그러다 그와 실컷 침대 위에서 뒹굴고 나서야 드디어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물론 이곳으로 오기 전 백연신은 그녀에게 세 가지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첫 번째는 남자 연예인들을 보면서 침 흘리지 않기, 두 번째는 백연신 없이 직접 사인받으러 가지 않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같이 사진찍기 금지였다.세 가지 모두 이제껏 해왔던 것들이며 하고 싶었던 것들이었지만 이곳으로 오기 위해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원래는 연예인들 얼굴이나 실컷 보고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뜻밖에도 임유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강현수와 함께 있는 모습을 말이다.한지영은 티 안 나게 강현수를 아래위로 훑었다.덕질하는 사람으로서 강현수를 모를 리가 없었다.수많은 연예인의 뒤에는 모두 강현수가 있고 그의 한마디면 시골 촌구석에 있는 사람도 유명해질 수 있다.그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덕질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얼굴에 홀린 사람들이 대다수였다.“너야말로, 여기는 웬일이야? 그것도 옆에 저분이랑 같이...?”“누구 좀 만나려고 강현수 씨한테 부탁했어.”임유진은 다급하게 설명했다.“누구 만나려고?”한지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임유진은 덕질도 하지 않으니 연예인 사인을 받으러 왔을 리는 없었다.“공수진 씨랑 이경빈 씨.”‘유미 언니 때문에 온 거구나...’한지영은 바로 눈치채고는 임유진을 옆으로 당겨 물었다.“유미 언니한테 또 무슨 일 있었던 거야?”“양아치들이 그 뒤로도 계속 찾아와서 언니 장사 못 하게 방해하고 있어. 만약 언니한테 안정적인 수입이 없으면 양육권 갖고 오는 데 있어서 많이 불리할 거야.”“공수진 그 여자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아니지. 이건 악질이야 아주.”한지영은 눈을 부릅뜨며 화를 냈다.“아니면 내가 연신 씨한테 언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 대부분이 KS 그룹 산하의 엔터 기업 소속이었다.한지영은 백연신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제일 잘생겼으며 다른 남자는 다 필요 없고 백연신만 있으면 된다고 하면서 막상 남자 아이돌들의 영상을 볼 때는 1초라도 놓칠까 봐 시선을 떼지 못했다.홧김에 영상을 보지 못하게도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취미를 이렇게 박탈당하면 자신은 정말 슬플 거라며 우는 척을 해댄다. 그러면 그는 마음이 약해져 한숨을 내쉬며 다시 휴대폰을 돌려주곤 한다.백연신은 지난날을 회상할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백 대표님이 엔터 쪽에 관심을 두고 있었을 줄은 몰랐네요.”강현수의 말에 백연신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어쩌다 보니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여자 아이돌에 비해 남자 아이돌이 확연히 많더군요. 여자 아이돌 쪽은 크게 관심이 없는 걸까요?”한지영은 여자 아이돌에게는 관심이 없으니 이참에 남자가 아닌 여자 아이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강현수는 정말 관심이 있는 듯 보이는 그를 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혹시 눈여겨보는 여자 아이돌 연습생이라도 있는 겁니까?”백연신이 대답하기도 전에 한지영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아이돌 연습생이라뇨? 연신 씨 여자 아이돌한테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왜 그동안 얘기 안 했어요?”백연신은 눈을 질끈 감고는 최대한 화를 가라앉히고 말했다.“오늘 꼭 보고 싶다던 배우 있지 않았어? 아까 저기 보이던데, 이만 갈까?”“진짜요? 얼른 가요.”한지영은 눈이 초롱초롱해져서는 임유진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 후 바로 백연신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이 파티에 오게 된 목적이 바로 연예인 구경하는 것이니 시간을 지체할 생각이 없었다.임유진은 강현수의 옆으로 걸어갔다.“현수 씨, 혹시 바쁜 일 있으면 먼저 가도 돼요. 나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리고 아까부터 현수 씨와 얘기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아 보이는데...”“바쁜 일 없어요. 그리고 이곳
보라색 드레스에 단아한 메이크업을 한 임유진은 그녀가 봐도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반면 배여진은 거의 매일 피부과도 다니고 오늘은 실력 좋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에게 메이크업도 받고 스타일링도 받았지만 샵에서 나올 때 사람들에게서 촌스러움을 가리려 애쓴다는 평만 들었다.아무리 돈으로 메꾸려고 해봐도 절대 메꿀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듯이 주위 사람들은 그녀에게 무척이나 매정했다.두 사람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어릴 때는 얼굴이 비슷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심지어는 길거리를 나가면 쌍둥이가 아닌가 하는 오해도 자주 받았었다.게다가 닮지 않았으면 어릴 때 사진으로 강현수를 속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두 사람은 점점 닮은 구석이 사라져갔고 임유진은 계속 예뻐진 것에 반해 배여진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임유진처럼 눈이 크지도, 코가 오뚝하지도, 피부가 맑고 희지도 않았다.배여진은 혼자만의 비교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왜, 내가 현수 씨랑 여기 있으면 안 돼?”임유진은 배여진에게 되물었다.배여진은 지금 마치 임유진에게 제 물건을 빼앗기기라도 한 것처럼 굴었다.그 ‘물건’이 정말 제 것이라도 되는 양 아주 뻔뻔하기 그지없다.배여진은 조금 차가워진 강현수의 얼굴을 보고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기억을 되찾은 이상 임유진은 언제든지 그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상황에 대비해 어떻게 반박할지, 어떻게 해야 임유진의 말을 믿지 않게 할 수 있을지 이미 전부 다 준비를 해두었다. 그러나 변수는 언제나 있고 강현수는 임유진을 사랑하고 있으니 최대한 들키지 않는 것이 좋았다.배여진은 재빨리 표정을 바꿔 임유진을 향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그럴 리가. 나는... 나는 그냥 현수 씨가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시간이 없다고 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조금 놀랐을 뿐이야.”그 말에 임유진은 강현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는 그녀가 파티에 같이 가달라고 했을 때 아무런
배여진은 임유진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강현수를 보며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유진이랑 강지혁 씨 지금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어요. 헤어졌다고는 하는데 들어보니까 자주 만나고 그런다던데...”자주 만난다는 말은 강현수가 임유진을 어장 관리나 하는 여자로 보도록 아무렇게나 던진 말이다.강현수는 그 말을 듣더니 임유진을 싫어하기는커녕 오히려 배여진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이에 배여진은 자신의 속내를 들킨 것 같은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배여진, 유진 씨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앞으로 내 앞에서 유진 씨 얘기 함부로 꺼내지 마.”배여진은 잔뜩 풀이 죽어서 그의 눈치를 살폈다.“그게 아니라, 나는 그냥...”“그냥 뭐?”강현수의 얼굴에는 일말의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고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들을 감싸고 있는 공기도 한순간에 가라앉아 분위기가 험악했다.배여진은 지금 이 상황이 무섭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다.강현수는 그녀에게 언제나 매너 있고 다정했으며 잘못한 게 있어도 항상 품어주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마치 그 모습들이 전부 거짓이었던 것처럼 무척이나 냉랭했다.배여진은 순간 일전 인터넷에서 봤던 강현수의 목격담과 평가가 떠올랐다. 냉혹하고 매정하며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도 눈 깜빡하지 않을 것 같다는 그 글이 말이다...그게 강현수의 본모습이었던 걸까?지금껏 잘해주고 감싸주었던 건 단지 그녀가 생명의 은인이라 그랬던 것이고?강현수의 다정함과 부드러움은 오로지 어릴 때 그를 구해준 여자아이만의 것이었다. 배여진만의 것이 아니었다!그리고 임유진을 사랑하게 된 지금 그 다정함이 이제는 임유진에게로 넘어간 걸까?이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가자 배여진은 소름이 돋으며 등 뒤로 한기가 느껴졌다.“너는 내 목숨을 구한 사람이니 앞으로 어떤 일이 있든 나는 네가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줄 거야. 하지만 딱 거기까지야. 너와 나 사이에 다른 건 없어.”강현수의 단호한 말에 배여진의 얼굴이 화끈해졌다. 직접적으로
임유진은 공수진과 이경빈의 앞에 멈춰 섰다.“안녕하세요.”“그쪽은...”이경빈은 조금 의외라는 눈길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이 여자는 강지혁의 여자로 이미 몇 번 정도 만난 적 있다. 그리고 첫 만남 때는 윤이와도 같이 있었으니 탁유미의 친한 지인이 틀림없다.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스치자 이경빈은 또다시 탁유미의 얼굴이 떠올라버리고 말았다.“탁유미 씨의 양육권 소송 관련해 변호사를 맡게 된 임유진이라고 합니다.”임유진은 차분한 얼굴로 자기소개를 했다.탁유미라는 이름이 들리자 이경빈 옆에 있던 공수진의 얼굴이 한순간에 변해버렸다.“탁유미의 변호사라... 혹시 그 여자가 아이를 뺏기지 않게 대신 사정해 달라고 하던가요? 미안하지만 양육권은 넘겨줄 생각 없습니다. 탁유미의 현 처지로는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을 테니까요.”이경빈은 타협 따위 없다는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임유진은 그가 아닌 공수진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공수진은 절세미녀까지는 아니지만 여성스럽고 연약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남자들의 보호 본능을 저절로 일으키는 그런 타입으로 보였다.“아니요. 탁유미 씨에게 그런 부탁 받은 적 한 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경빈 씨가 아니라 공수진 씨에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온 겁니다.”임유진의 시선에 공수진은 조금 놀란 듯 고개를 갸웃했다.“저를요? 그쪽이 저한테 할 얘기가 뭐가 있죠?”“공수진 씨가 탁유미 씨 포장마차에 계속해서 무뢰배들을 보내 소란을 일으키고 있으시잖아요. 그래서 궁금해서 찾아왔어요. 언제 그 짓을 그만두실 건지.”그 말에 공수진의 표정이 굳어버렸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인정을 안 하시면 증거를 경찰서 쪽에 제출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게 되면 공수진 씨 집안은 물론이고 이경빈 씨 집안이나 회사에도 영향이 가겠죠.”임유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을 말했다.사실 공수진이 그 양아치들을 고용했다는 증거 따윈 없다. 그저 더 이상 탁유미의 장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증거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