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 대부분이 KS 그룹 산하의 엔터 기업 소속이었다.한지영은 백연신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제일 잘생겼으며 다른 남자는 다 필요 없고 백연신만 있으면 된다고 하면서 막상 남자 아이돌들의 영상을 볼 때는 1초라도 놓칠까 봐 시선을 떼지 못했다.홧김에 영상을 보지 못하게도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취미를 이렇게 박탈당하면 자신은 정말 슬플 거라며 우는 척을 해댄다. 그러면 그는 마음이 약해져 한숨을 내쉬며 다시 휴대폰을 돌려주곤 한다.백연신은 지난날을 회상할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백 대표님이 엔터 쪽에 관심을 두고 있었을 줄은 몰랐네요.”강현수의 말에 백연신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어쩌다 보니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여자 아이돌에 비해 남자 아이돌이 확연히 많더군요. 여자 아이돌 쪽은 크게 관심이 없는 걸까요?”한지영은 여자 아이돌에게는 관심이 없으니 이참에 남자가 아닌 여자 아이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강현수는 정말 관심이 있는 듯 보이는 그를 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혹시 눈여겨보는 여자 아이돌 연습생이라도 있는 겁니까?”백연신이 대답하기도 전에 한지영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아이돌 연습생이라뇨? 연신 씨 여자 아이돌한테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왜 그동안 얘기 안 했어요?”백연신은 눈을 질끈 감고는 최대한 화를 가라앉히고 말했다.“오늘 꼭 보고 싶다던 배우 있지 않았어? 아까 저기 보이던데, 이만 갈까?”“진짜요? 얼른 가요.”한지영은 눈이 초롱초롱해져서는 임유진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 후 바로 백연신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이 파티에 오게 된 목적이 바로 연예인 구경하는 것이니 시간을 지체할 생각이 없었다.임유진은 강현수의 옆으로 걸어갔다.“현수 씨, 혹시 바쁜 일 있으면 먼저 가도 돼요. 나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리고 아까부터 현수 씨와 얘기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아 보이는데...”“바쁜 일 없어요. 그리고 이곳
보라색 드레스에 단아한 메이크업을 한 임유진은 그녀가 봐도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반면 배여진은 거의 매일 피부과도 다니고 오늘은 실력 좋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에게 메이크업도 받고 스타일링도 받았지만 샵에서 나올 때 사람들에게서 촌스러움을 가리려 애쓴다는 평만 들었다.아무리 돈으로 메꾸려고 해봐도 절대 메꿀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듯이 주위 사람들은 그녀에게 무척이나 매정했다.두 사람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어릴 때는 얼굴이 비슷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심지어는 길거리를 나가면 쌍둥이가 아닌가 하는 오해도 자주 받았었다.게다가 닮지 않았으면 어릴 때 사진으로 강현수를 속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두 사람은 점점 닮은 구석이 사라져갔고 임유진은 계속 예뻐진 것에 반해 배여진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임유진처럼 눈이 크지도, 코가 오뚝하지도, 피부가 맑고 희지도 않았다.배여진은 혼자만의 비교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왜, 내가 현수 씨랑 여기 있으면 안 돼?”임유진은 배여진에게 되물었다.배여진은 지금 마치 임유진에게 제 물건을 빼앗기기라도 한 것처럼 굴었다.그 ‘물건’이 정말 제 것이라도 되는 양 아주 뻔뻔하기 그지없다.배여진은 조금 차가워진 강현수의 얼굴을 보고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기억을 되찾은 이상 임유진은 언제든지 그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상황에 대비해 어떻게 반박할지, 어떻게 해야 임유진의 말을 믿지 않게 할 수 있을지 이미 전부 다 준비를 해두었다. 그러나 변수는 언제나 있고 강현수는 임유진을 사랑하고 있으니 최대한 들키지 않는 것이 좋았다.배여진은 재빨리 표정을 바꿔 임유진을 향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그럴 리가. 나는... 나는 그냥 현수 씨가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시간이 없다고 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조금 놀랐을 뿐이야.”그 말에 임유진은 강현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는 그녀가 파티에 같이 가달라고 했을 때 아무런
배여진은 임유진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강현수를 보며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유진이랑 강지혁 씨 지금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어요. 헤어졌다고는 하는데 들어보니까 자주 만나고 그런다던데...”자주 만난다는 말은 강현수가 임유진을 어장 관리나 하는 여자로 보도록 아무렇게나 던진 말이다.강현수는 그 말을 듣더니 임유진을 싫어하기는커녕 오히려 배여진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이에 배여진은 자신의 속내를 들킨 것 같은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배여진, 유진 씨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앞으로 내 앞에서 유진 씨 얘기 함부로 꺼내지 마.”배여진은 잔뜩 풀이 죽어서 그의 눈치를 살폈다.“그게 아니라, 나는 그냥...”“그냥 뭐?”강현수의 얼굴에는 일말의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고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들을 감싸고 있는 공기도 한순간에 가라앉아 분위기가 험악했다.배여진은 지금 이 상황이 무섭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다.강현수는 그녀에게 언제나 매너 있고 다정했으며 잘못한 게 있어도 항상 품어주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마치 그 모습들이 전부 거짓이었던 것처럼 무척이나 냉랭했다.배여진은 순간 일전 인터넷에서 봤던 강현수의 목격담과 평가가 떠올랐다. 냉혹하고 매정하며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도 눈 깜빡하지 않을 것 같다는 그 글이 말이다...그게 강현수의 본모습이었던 걸까?지금껏 잘해주고 감싸주었던 건 단지 그녀가 생명의 은인이라 그랬던 것이고?강현수의 다정함과 부드러움은 오로지 어릴 때 그를 구해준 여자아이만의 것이었다. 배여진만의 것이 아니었다!그리고 임유진을 사랑하게 된 지금 그 다정함이 이제는 임유진에게로 넘어간 걸까?이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가자 배여진은 소름이 돋으며 등 뒤로 한기가 느껴졌다.“너는 내 목숨을 구한 사람이니 앞으로 어떤 일이 있든 나는 네가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줄 거야. 하지만 딱 거기까지야. 너와 나 사이에 다른 건 없어.”강현수의 단호한 말에 배여진의 얼굴이 화끈해졌다. 직접적으로
임유진은 공수진과 이경빈의 앞에 멈춰 섰다.“안녕하세요.”“그쪽은...”이경빈은 조금 의외라는 눈길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이 여자는 강지혁의 여자로 이미 몇 번 정도 만난 적 있다. 그리고 첫 만남 때는 윤이와도 같이 있었으니 탁유미의 친한 지인이 틀림없다.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스치자 이경빈은 또다시 탁유미의 얼굴이 떠올라버리고 말았다.“탁유미 씨의 양육권 소송 관련해 변호사를 맡게 된 임유진이라고 합니다.”임유진은 차분한 얼굴로 자기소개를 했다.탁유미라는 이름이 들리자 이경빈 옆에 있던 공수진의 얼굴이 한순간에 변해버렸다.“탁유미의 변호사라... 혹시 그 여자가 아이를 뺏기지 않게 대신 사정해 달라고 하던가요? 미안하지만 양육권은 넘겨줄 생각 없습니다. 탁유미의 현 처지로는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을 테니까요.”이경빈은 타협 따위 없다는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임유진은 그가 아닌 공수진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공수진은 절세미녀까지는 아니지만 여성스럽고 연약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남자들의 보호 본능을 저절로 일으키는 그런 타입으로 보였다.“아니요. 탁유미 씨에게 그런 부탁 받은 적 한 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경빈 씨가 아니라 공수진 씨에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온 겁니다.”임유진의 시선에 공수진은 조금 놀란 듯 고개를 갸웃했다.“저를요? 그쪽이 저한테 할 얘기가 뭐가 있죠?”“공수진 씨가 탁유미 씨 포장마차에 계속해서 무뢰배들을 보내 소란을 일으키고 있으시잖아요. 그래서 궁금해서 찾아왔어요. 언제 그 짓을 그만두실 건지.”그 말에 공수진의 표정이 굳어버렸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인정을 안 하시면 증거를 경찰서 쪽에 제출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게 되면 공수진 씨 집안은 물론이고 이경빈 씨 집안이나 회사에도 영향이 가겠죠.”임유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을 말했다.사실 공수진이 그 양아치들을 고용했다는 증거 따윈 없다. 그저 더 이상 탁유미의 장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증거가 있
이경빈은 자존심이 강하고 일 처리도 칼 같은 남자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을 쉽게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대놓고 면박까지 들었으니 공수진에게 화를 내든 살살 타이르든 그 방식이 뭐가 됐든 더 이상 탁유미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만약 이렇게 하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때는 백연신에게 탁유미의 일자리를 부탁해보는 수밖에 없다.임유진이 떠난 뒤 이경빈은 고개를 돌려 공수진을 바라보았다.“왜 그랬어?”공수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나는 그냥 경빈 씨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경빈 씨가 양육권을 꼭 되찾고 싶어 하니까... 탁유미 씨한테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그러면... 양육권을 쉽게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이경빈은 이를 꽉 깨물고 의중을 알 수 없는 눈길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공수진은 그에게 치졸한 마음을 들킬까 봐 서둘러 시선을 피해버렸다.사실 그녀가 이런 짓을 한 건 양육권 쟁탈 때문이 아니라 결혼 날짜 발표를 하기로 한 그날 이경빈을 파티장에서 뛰쳐나가게 만든 장본인인 탁유미와 윤이에게 분풀이를 하기 위해서였다.“앞으로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 양육권 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 거니까.”이경빈의 싸늘한 말에 공수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미안해요. 그저 도움이 되려고 했던 건데 내가 잘 못 생각했나 봐요... 앞으로 경빈 씨 말만 들을게요.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 거니까 너무 화내지 말아요, 네...?”이경빈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말했다.“화 안 났어.”“진짜요? 나는 경빈 씨가 그 여자 때문에 나한테 화난 줄 알았어요. 혹시라도...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는 건가 해서...”공수진은 그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내비치듯 이경빈의 손을 꼭 잡았다.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이런 짓을 함으로써 이경빈에게 또다시 탁유미를 떠올리게 할 빌미가 생겼다는 것을.그리고 예상대로 이경빈은 공수진의 손을 잡고 있으면
그리고 한지영도 연예인들을 보며 침을 흘리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팬심일 뿐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아마 백연신 뿐일 것이다.임유진은 두 사람을 보며 저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한지영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고 이해해주며 사랑까지 듬뿍 주는 백연신이 한지영의 곁에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한지영이 남자 배우와 얘기를 다 마친 뒤, 임유진은 그제야 발걸음을 옮겨 옆으로 다가갔다.“지영아, 나 먼저 갈게.”“벌써 가려고? 좀 더 있지. 너도 이번 기회에 배우들이랑 얘기해 보면 좋잖아.”“괜찮아. 너도 알다시피 나는 연예인에 크게 관심도 없고... 이제는 집에 가서 쉬고 싶을 뿐이야.”한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참, 그 둘은 만났어?”“응, 방금 만나서 왔어. 공수진이 또 양아치들을 보낼지는 두고 봐야 아는 거겠지만.”임유진은 한지영의 귓가에 바짝 다가가 낮게 속삭였다.“그보다 너 말이야. 남자 배우들이랑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네 남자친구 삐지지 않게 신경 좀 써.”“걱정하지 마. 우리 연신 씨는 마음이 넓어서 이런 일로는 안 삐져.”한지영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답했다.마음이 넓다고?임유진은 그 말에 ‘마음이 넓은’ 백연신이 불쌍해지기지 시작했다.“그래. 난 이만 가볼게.”임유진은 한지영에게 인사하고 난 뒤 백연신과도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나서 자리를 벗어났다.파티장 출구 쪽으로 향하기 전, 강현수에게 인사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배여진과 함께 돌아다니느라 한창 바쁠 것 같아 감사 인사는 내일 다시 전하기로 했다.그렇게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는데 문득 누군가가 팔을 잡아 왔다.고개를 뒤로 돌리니 거기에는 강현수가 서 있었다.“벌써 가려고요?”“네, 볼 일을 다 마쳐서요. 오늘은 덕분에 고마웠어요.”임유진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는 세탁소에 맡겨서 깨끗하게 씻은 뒤 회사로 보내줄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드레스는 내가 유진
그 말에 임유진은 강현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서서히 입을 열었다.“나는...”하지만 이제 막 입을 열려던 찰나 강현수의 손이 입술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입술 위로 전해지는 그의 시원한 체온에 임유진은 순간 몸을 흠칫 떨었다.강현수는 간절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오늘은 이대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요. 이 드레스를 입은 채로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요.”그 눈빛이 너무나도 애절해 보여 임유진은 결국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켜버리고야 말았다.“집에 데려다줄게요. 여기서 택시 기다리는 것보다 빠를 거예요.”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현수와 함께 파티장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출구 가까이에 다가가 보니 검은색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가득 모여서 심각한 얼굴로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보였다.그중에는 무전기를 든 사람도 있었고 상황을 보아하니 큰일이 터진 것 같았다.이상함을 감지한 강현수가 그들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죠?”“그게... 누군가의 경호원들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밖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다 돌려보내고 이제는 주차장 입구까지 전부 다 막아버렸습니다.”경호실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난감한 얼굴로 보고했다.그 말에 강현수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오늘 이 자선 파티의 메인 주최자는 강현수이지만 그가 대표로 있는 KS 그룹 말고도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대기업 인사들도 함께 힘을 보탠 파티이다.그러니 여기서 일을 벌인다는 건 그 많은 회사를 한꺼번에 상대하려는 것과도 같다.S 시에서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누가 이런 짓을 한 건지 지금 당장 확인해보세요.”강현수의 말에 경호실장은 서둘러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그렇게 몇 분 정도 흐른 뒤 그는 다시 강현수 앞으로 다가와 조금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이곳을 봉쇄한 사람은... GH 그룹의 강지혁 대표라고 합니다.”역시 S 시에서 이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일 수 있는 사람은 강지혁뿐이었다.강현수는 그 말을
뭐라고 정확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의 시선을 받는 순간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심지어는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멀리, 아주 멀리, 그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그때 잔뜩 움켜쥔 주먹을 누군가가 부드럽게 잡아 왔다.“무서워요?”임유진은 강현수에게 잡힌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아니, 떨고 있는 건 오직 그녀뿐이었다.강현수는 그녀에게 안심이라도 주려는 듯 손을 꽉 잡았다.“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내가 계속 옆에 있어 줄게요.”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임유진은 천천히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혔고 그렇게 서서히 손 떨림도 멎어갔다.강지혁은 두 눈을 줄곧 그녀에게 고정한 채 망설임 없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마치 이곳에 온 목적이 그녀인 것처럼 말이다.설마 아니겠지...임유진은 자기가 괜한 생각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지난번 별채에서 그와 다시 만날 생각이 없다고 자신의 마음을 똑똑히 전했으니까.게다가 그가 정말 그녀를 찾아온 것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큰 움직임을 보일 필요는 없다.강지혁은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이윽고 임유진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그는 입꼬리를 예쁘게 위로 말아 올리며 물었다,“네가 이런 파티를 좋아할 줄은 몰랐네. 그런데 왜 벌써 가려고 그래? 더 있다 가지 않고.”강지혁은 그녀와 두 눈을 마주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평범하게 말을 걸어왔다.하지만 임유진은 오히려 털이 쭈뼛서는 느낌이었다.가까워진 거리로 인해 그녀는 강지혁의 두 눈에 어린 분노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그는 지금 화를 내고 있었다.“강지혁,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그때 강현수가 입을 열었다.“사람들까지 끌고 와서 대체 뭐 하자는 건데?”“뭐하긴. 내가 찾는 사람을 네가 데려가 버리지 않게 막으려는 거지.”강지혁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임유진은 그 말에 흠칫했다.설마 그가 말한 찾는 사람이라는 게 자신인 걸까?그녀의 질문에 답해주듯 강지혁은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