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은 흐르는 물에 그녀의 두 손을 넣고 옆에 있는 핸드 워시로 그녀의 손을 박박 문지르더니 거품이 잔뜩 나게 한 다음 물에 헹궜다.마치 강현수가 그녀의 손에 남겨놓은 무형의 흔적을, 온기를 전부 지워버리려는 듯 몇 번을 더 씻어내렸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고 싶었지만 그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그녀는 두 손의 자유를 빼앗긴 채 강지혁에 의해 몇 번이고 손을 씻게 되었고 이제는 슬슬 두 손이 아파 나기 시작했다.“강지혁, 그만해. 대체 왜 이러는 거야!”강지혁은 그녀의 외침에 그제야 옆에 있던 타올을 들어 그녀의 손에 있는 물기를 닦아주었다.“앞으로는 강현수가 이손 못 잡게 해.”아까 단지 입구에서 두 사람이 손잡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강지혁은 순간 이성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질투하는 한편 무서웠다. 그녀가 정말 강현수를 좋아하게 될까 봐 너무나도 무서웠다.“그리고 앞으로는 날 화나게 하는 말도 하지 말고.”이에 임유진은 잠깐 벙쪄 있다가 곧바로 실소를 터트렸다.“그러면 헤어진 마당에 내가 널 계속 좋아하기라도 해야 해?”그 말에 강지혁은 움직임을 멈추더니 그녀의 담담한 두 눈과 눈을 마주쳤다.예쁜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아까 현관문 앞에서 봤던 당황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저 태연함만이 자리 잡았다.그리고 그녀가 태연하면 할수록 그는 점점 더 마음이 불안해졌다.임유진은 천천히 입을 열어 평온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얘기했다.“강지혁, 우리는 이미 헤어졌고 나는 더 이상 너한테 설렐 일도, 너를 좋아하지도 일도 나아가서 널 사랑하는 일도 없을 거야. 그리고 너를 위해 뭔가를 하려 들지도 않을 거고. 만약 이런 내 말이 널 화나게 하는 거라면 나는 아마 계속 너를 화나게 할 수밖에 없을 거야.”강지혁은 입술을 꾹 닫은 채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임유진은 아직 할 말이 남은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네가 누나 동생 놀이를 원하는 거면 원하는 대로 해줄게.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얘기해야겠어. 나는
임유진은 눈앞에 있는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우리가 헤어진 것 때문에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를 잊으려고 하는 거라면, 그러면 다시 사귀어, 전처럼.”강지혁은 한번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이 내렸던 결정을 번복하고 그녀와 다시 전처럼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상대가 사랑해 마지않는 임유진이라서.그녀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그녀에게 잊혀지는 것이 그는 생각만 해도 너무나도 괴로워 미칠 지경이다.임유진은 그의 말에 결국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코끝이 찡해지는 것이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그날, 그녀의 생일날 그는 너무나도 쉽게 헤어짐을 입에 올렸고 그녀를 한순간에 절벽 아래로 밀어버렸다.그랬던 사람이 이제 와서 다시 사귀자고, 다시 전처럼 돌아가자고 한다.전처럼이라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는데!“왜, 이제는 또 날 사랑하고 싶어졌어?”임유진의 질문에 강지혁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검은 눈동자가 점점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사실 그는 한 번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한때는 사랑하지 않는 게 가능할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쉽게 사랑을 끝낼 수 있는 건 그가 아니라 그녀였다.“만약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하면? 그러면 다시 날 사랑해 줄래?”강지혁은 목이 멘듯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의 목숨, 그의 희로애락을 전부 다 그녀에게 쥐여줄 수 있을 정도로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요 며칠 강지혁은 드디어 깨달았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일은 할 수 없다는 것을.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하지만 그의 귓가에 그녀의 한마디가 들려왔다.“내가 널 다시 사랑하게 될 일은 없을 거야.”순간 강지혁은 온몸의 피가 멈춘 듯 몸이 굳어버렸다....강현수는 휴대폰으로 부하 직원이 보내준 자료를 바라보았다.만약 옆에 임유진이 있었다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그가
억울하게 쓴 누명, 감방에서 받은 고통,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멘탈이 무너져 삶을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임유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살기 위해, 다시 미래를 그리기 위해 지옥 속에서 발버둥 쳤다.억울하게 누명 쓴 것으로 창창한 미래를 잃었음에도 그럼에도 그녀는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임유진이라는 여자는 유약해 보이는 겉모습으로 누구보다 더 강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강현수는 이런 그녀의 모습에 또다시 어릴 적 그 여자아이가 떠올랐다. 심지어 가끔은 그 여자아이가 배여진이 아닌 임유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여태 찾아 헤맸던 아이가 배여진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 그는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상상과 현실은 결국 다른 범주의 것이고 사람은 변한다는 것이다.어릴 때의 그 여자아이는 정의감이 넘치고 타인을 위하는 그런 아이였지만 지금의 배여진은 돈을 밝히고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그런 여자가 되어버렸다.하지만 상관은 없다. 지금의 모습이 어떠하든 그를 구해준 건 사실이니 지금의 그녀가 그런 생활을 원한다면 그는 그녀에게 줄 수 있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뭐든지 들어줄 수 있다.강현수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더니 서재에서 나와 거실에 도착했다.배여진은 강현수를 보더니 할 말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현수 씨, 사실 현수 씨한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오기는 했지만... 이걸 얘기해야 하는 게 맞을지 조금 고민돼요.”강현수는 퉁명스러운 눈빛으로 배여진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결국 얘기를 할 것이고 지금 잠깐 망설이는 건 그에게 그를 위해서 그런다는, 다른 뜻은 없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이다.강현수는 배여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훤히 보였다.사실 그는 여자들이 자신의 앞에서 어떻게 머리를 굴리든 전까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조만간 헤어질 여자들이니 재미있는 구경거리 한다고 치부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하지만 줄곧 찾아 헤맸던 배여진마저 이런 모습을 보이니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
배여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고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말을 버벅거렸다.“나는... 나는 그게...”“여진아, 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고 네가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나한테 당연한 일이야.”강현수는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임유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만약 임유진이 내가 가진 것을 탐내 나를 받아준다고 하면 나한테는 오히려 그게 임유진을 내 옆에 묶어둘 기회야.”배여진의 마음속에 질투의 감정이 불타올랐다.대체 임유진이 뭐라고, 대체 임유진의 뭐가 그렇게 좋아서 저런 말까지 하는 거지?!“하지만 유진이는 현수 씨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아까 현수 씨도 녹음 들었잖아요!”배여진은 다급하게 그를 향해 외쳤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강현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발끝부터 서서히 몸을 감싸고 올라오는 한기에 몸이 움찔 떨렸다.강현수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경고 섞인 말을 내뱉었다.“배여진,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서 수 쓸 생각하지 마. 알겠어?”배여진은 그 말에 몸이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다. 그의 싸늘한 두 눈동자에 모든 걸 다 간파당한 듯했다....윤이가 새로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날, 임유진과 한지영은 마침 주말이라 탁유미네 집으로 왔다. 그리고 윤이에게 지난번 약속했던 선물을 건넸다.임유진이 준 선물은 크레파스 세트였고 한지영이 준 선물은 옷과 신발이었다.윤이는 선물을 받고는 활짝 웃더니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한껏 쑥스러워하면서도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두 사람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고마워요. 이모들.”한지영은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는듯한 기분이 들었다.“윤이 너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만약 이모가 딸을 낳으면 우리 윤이 사위로 데려가야지.”아이는 그녀가 말한 사위라는 단어가 뭔지 몰라 눈을 깜빡거리다 딸을 낳는다는 말은 알아듣고 한지영의 배를 바라보며 물었다.“지영이 이모 혹시 아가 생겼어요?”그러자 탁유미
탁유미가 아이를 토닥이며 재우자 얼마 안 가 윤이는 금방 단잠에 빠져들었다.“윤이가 유치원에서 괜한 괴롭힘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탁유미의 걱정에 한지영이 발끈하며 말했다.“윤이 건드리면 내가 가만 안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언니!”진지한 그녀의 얼굴에 탁유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가끔 한지영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 당당하고 겁 없는 것이 꼭 어릴 때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지금의 그녀는 이리저리 치여 더 이상 예전의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유진 씨, 양육권 지킬 수 있게 잘 부탁해요.”“그 일은 차 변호사님한테도 얘기를 해뒀어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탁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이번 양육권 문제로 가장 의외인 점이 있다면 이경빈 쪽에서 해성시가 아닌 S 시에서 소송을 진행했다는 것이었다.이유가 뭐가 됐든 그 덕에 탁유미는 두 곳을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으니 참으로 다행이었다.“언니 G 시로 가려고 했을 때 가게 이미 처분했잖아요. 그럼 이제부터는 어쩔 생각이에요?”임유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 그러고 보니 유진 씨한테도 얘기 안 했네요. 나 지금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팔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양육권 문제 때문에 며칠 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포장마차요? 언제부터 시작한 거예요?”한지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이제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됐어요. 보통 해가 지기 전에 재료 준비 다 하고 영업시간은 6시쯤부터 해서 새벽 3시에 끝내는 거로 했어요. 맛있다고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이 많아서 수입은 꽤 괜찮은 편이에요. 윤이랑 엄마 먹여 살리는 것 정도는 충분해요.”“힘들지는 않아요?”한지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조금 힘들긴 한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요. 아, 떡볶이 말고도 김밥이랑 오뎅이랑 그리고 다른 것도 많이 팔아요. 식당 하기 전에 사실은 분식집을 할까도 생각했었거든요
한지영은 음식을 나르다 주위를 삥 둘러보았다.탁유미네 옆에는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포장마차들이 많았다.손님들도 제법 많이 오는 편이어서 거의 모든 포장마차에 손님들이 다 꽉 들어차 있었다.“유진 씨, 지영 씨!”그때 탁유미가 두 사람을 불렀다.“배고프죠? 떡볶이랑 김밥이랑 해서 줄까요?”“좋아요!”한지영은 안 그래도 배고프던 찰나에 잘됐다며 활짝 웃었다.“언니는요? 언니도 저녁 아직이잖아요.”임유진이 탁유미에게 물었다.“나는 이따 아무거나 집어 먹으면 돼요. 음식들이 이렇게 많은데 설마 굶을까 봐요.”탁유미는 그녀에게 미소를 짓더니 금세 맛있는 떡볶이와 김밥, 튀김과 오뎅을 준비해 주었다.“잘 먹을게요, 언니.”“맛있게 먹어요.”두 사람은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떡볶이를 한입 먹은 한지영은 눈을 반짝이며 정말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언니, 요리 솜씨 진짜 대박이에요. 우리 엄마가 한 것보다 맛있어요!”“아직도 아주머니가 요리하셔?”임유진이 물었다.“그래. 요리도 못하면서 맨날 주방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어. 물론 그렇게 된 제일 큰 원인 제공자는 아빠지. 맨날 맛없는 것도 맛있다고 그러니까 엄마가 자기 요리 실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얻지 못해요.”한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그런 그녀의 아버지도 가끔은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휴식 좀 하라는 핑계를 대며 직접 요리를 하곤 했다.“아저씨가 아주머니를 엄청 사랑하신다는 증거잖아.”임유진은 평범하면서 그 안에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는 그런 따뜻한 가정이 너무나도 부러웠다.전에는 자신도 언젠가는 그런 가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했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사치가 되어버렸다.“뭐 하긴, 가끔은 나도 부러울 정도로 사랑하시긴 해.”한지영은 어깨를 으쓱거렸다.“참, 강지혁이랑은 어떻게 됐어? 아직도 그 누나 동생 놀이를 계속하겠대?”그 말에 임유진은 순간 그날 밤 다시 사귀자며 다시 사랑할 테니 자기도 다시 사
하지만 그럼에도 탁유미는 버선발로 뛰어나와 고개 숙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저녁이라 제가 제대로 보지 못했나 봐요. 돈은 바로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금방 다시 새 음식을 올려드릴게요.”“지금 우리가 공짜로 밥이나 얻어먹으려는 사람으로 보여? 파리가 나왔다고 파리가! 이것 때문에 식중독이라도 걸렸어 봐, 병원비 감당할 수 있었겠어? 응? 그리고 이미 한번 이딴 게 나왔는데 우리가 뭘 믿고 또 음식을 주문해?”“됐어. 쓸데없이 입씨름하지 말고 그냥 돈으로 보상해달라고 해.”“그래, 빨리 돈으로 보상해! 절대 이대로 못 넘어가.”셋 중 키가 제일 작은 남자 한 명이 죽은 파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탁유미의 코앞에서 흔들어댔다. 꼭 증거가 나왔으니 빼도 박도 못한다고 얘기하는 듯했다.옆 테이블에서 식사 중이던 손님들은 어느새 젓가락을 내려놓고 전부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탁유미는 남자 세 명이 돈을 뜯어내기 위해 이러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파리를 그 남자들이 넣었다는 증거가 없으니 마땅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그러면 10만 원 보상해드릴게요.”이 정도면 많이 양보한 것이었다.하지만 상대방은 그 돈이 성에 차지 않는 건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고 코웃음을 쳤다.“10만 원 먹고 떨어져라? 이게 지금 누굴 거지로 아나.”“천만 원. 당장 천만 원 내놓지 않으면 이곳에서 다시는 장사 못 할 줄 알아.”천만 원이라니.탁유미가 제시한 금액의 100배가 되는 금액이었다.옆에서 듣다 못한 한지영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보자 보자 하니까 뭐 이런 양심 없는 것들이 다 있어. 천만 원은 무슨! 그 파리도 그쪽 세 명이 작당하고 음식 안에 넣어둔 거 아니야?!”“야, 너 뭐라 그랬어.”험악한 얼굴의 남자가 한지영을 무섭게 노려보았다.“내가 틀린 말 했어? 지금 일부러 행패 부리는 거 맞잖아!”한지영은 전혀 그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았다.“우리가 음식에 파리를 넣었다는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도망갈 거면 같이 가야죠, 언니!”임유진은 한 손으로 탁유미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한지영은 옆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를 남자들에게 던지며 탁유미에게 말했다.“그래요, 언니, 우리 일단 먼저 도망가요! 이것들 상대할 필요 없어요. 무사히 도망치고 나서 연신 씨한테 이 사람들 처리해달라고 내가 부탁해볼게요.”지금은 일단 도망가는 게 우선이었다.“여보세요? 지금 남자 세 명이 제 친구를 때리려고 하고 있어요. 여기 주소가 종로 3가...”전화가 연결되자 임유진은 다급하게 상황설명을 했다. 하지만 이제 곧 주소를 얘기하려던 찰나 세 명 중 한 명이 그녀를 발견했다.“야, 저년 신고했어! 휴대폰 뺏어!”그 말에 덩치 큰 남자가 임유진을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다.이에 임유진이 서둘러 몸을 피하며 도망가려던 그때 옆으로 누군가가 빠르게 달려와 그대로 남자에게 발차기를 날려버렸다.명치 쪽을 제대로 가격당한 남자는 비틀거리며 정신을 못 차리더니 결국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그 모습을 본 나머지 두 명은 잠깐 움찔하더니 이내 기세로 몰아붙이며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그 순간 또 다른 누군가가 빠르게 나타나더니 아무런 망설임 없이 두 사람을 제압해 나갔다.3:2였지만 압도적인 힘으로 세 사람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그 세 사람을 쓰러트린 남자 두 명은 태연하게 옷가지를 정리했다.“어... 우리 도망 안 가도 되겠는데?”한지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탁유미는 갑작스럽게 반전된 상황에 넋을 잃은 채 가만히 자리에 멈춰 섰다.한지영의 말대로 이제는 도망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임유진은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 남자 두 명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들은 강지혁이 그녀에게 붙여둔 경호원들로 얼마 전 소지혜의 팬에게 해를 입을 뻔한 순간 도와줬던 사람들이었다.다만 그 사람들이 아직 그녀를 경호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신고자분, 신고자분? 제 말 들리세요? 지금 거기가 어딘지 얘기해 주세요!”전화기 너머로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