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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억울하게 쓴 누명, 감방에서 받은 고통,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멘탈이 무너져 삶을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유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살기 위해, 다시 미래를 그리기 위해 지옥 속에서 발버둥 쳤다.

억울하게 누명 쓴 것으로 창창한 미래를 잃었음에도 그럼에도 그녀는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

임유진이라는 여자는 유약해 보이는 겉모습으로 누구보다 더 강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강현수는 이런 그녀의 모습에 또다시 어릴 적 그 여자아이가 떠올랐다. 심지어 가끔은 그 여자아이가 배여진이 아닌 임유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여태 찾아 헤맸던 아이가 배여진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 그는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상상과 현실은 결국 다른 범주의 것이고 사람은 변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의 그 여자아이는 정의감이 넘치고 타인을 위하는 그런 아이였지만 지금의 배여진은 돈을 밝히고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그런 여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상관은 없다. 지금의 모습이 어떠하든 그를 구해준 건 사실이니 지금의 그녀가 그런 생활을 원한다면 그는 그녀에게 줄 수 있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뭐든지 들어줄 수 있다.

강현수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더니 서재에서 나와 거실에 도착했다.

배여진은 강현수를 보더니 할 말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현수 씨, 사실 현수 씨한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오기는 했지만... 이걸 얘기해야 하는 게 맞을지 조금 고민돼요.”

강현수는 퉁명스러운 눈빛으로 배여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결국 얘기를 할 것이고 지금 잠깐 망설이는 건 그에게 그를 위해서 그런다는, 다른 뜻은 없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이다.

강현수는 배여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훤히 보였다.

사실 그는 여자들이 자신의 앞에서 어떻게 머리를 굴리든 전까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조만간 헤어질 여자들이니 재미있는 구경거리 한다고 치부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줄곧 찾아 헤맸던 배여진마저 이런 모습을 보이니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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