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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다만 그때는 강현수에 관한 기억이 없어 두 사람이 그런 약속을 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 채로 이곳에 와 돈가스를 먹었었다.

임유진은 젓가락을 들어 돈가스를 소스에 찍어 한입 베어 물었다.

‘오늘은 어릴 적 현수와 같이 밥 먹으러 온 셈 치지 뭐.’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강현수가 어릴 적 했던 약속대로 두 사람은 지금 이곳에서 함께 돈가스를 먹고 있다.

...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고 마세라티 한 대가 서서히 단지 앞에 멈춰 섰다.

집에 도착한 임유진이 차에서 내려 이제 막 두어 걸음 나아가려는데 등 뒤에서 강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기다려요.”

그는 뒷좌석에서 일식집 로고가 박힌 포장 봉투를 들고나오더니 임유진에게 건네주었다.

“아까 돈가스 꽤 좋아하는 것 같길래 나오기 전에 일 인분 더 주문했어요.”

임유진은 조금 머뭇거리더니 결국 포장 봉투를 건네받았다.

“고마워요.”

안에 든 것이 돈가스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어릴 적 현수가 떠올라서 그런 것인지 그녀는 예상외로 순순히 건네받았다.

다만 손으로 건네받을 때 강현수가 그녀의 손을 꼭 잡더니 시선을 떨구고 얘기했다.

“많이 아팠죠?”

임유진은 순간 몸이 움찔 떨렸다.

“이미 지난 일이에요.”

“내가 유진 씨와 좀 더 빨리 만났으면, 그랬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이토록 한 여자가 안쓰러운 건 임유진이 처음이다. 강현수는 심지어 그녀의 고통을 전부 자신이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당시 진애령 사망 사건은 그에게 있어 그저 흔한 기사 한 줄일 뿐이었다. 죽은 사람이 강지혁의 약혼녀가 아니었다면 기억 속에서 벌써 지워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사건에서 3년 형을 받은 여자를 이토록 좋아하고 또 사랑까지 하게 될 줄 그 역시 몰랐을 것이다.

만약 알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그녀를 지켜주고 힘든 일 하나 없게 해줬을 테니까.

임유진은 강현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실 두 사람은 이미 어릴 때 만난 적 있는 사이이고 다만 그녀가 그와 함께 한 시간을 잊어버린 것뿐이다.

만약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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