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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좋긴 하지만 깊이 빠져들지는 않아

“여기서 자고 가는 남자는 내가 첫 번째인 거지?”

끝날 때쯤에 송재이는 땀범벅이었다.

그녀는 침대에 엎드린 채로 자신의 등 뒤에서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설영준의 말을 들었다.

송재이는 후회되기 시작했다. 설영준을 굴복시킬 생각으로 시작한 것인데 결국에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은 그녀였다. 참 창피한 일이었다.

“첫 번째는 맞지만 마지막은 아닐 거야...”

송재이는 이를 악물고 원망스레 대답했다.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소녀의 것처럼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그런 부드러운 매력이 설영준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설영준은 송재이가 가끔 토라져서 일부러 상처 주는 말을 한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따질 생각은 없었다.

이제 막 그 짓을 끝내서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걸 수도 있었다.

설영준은 피식 웃으며 다시 그녀를 품에 안았다.

“ 그 말은 다른 남자도 만나보고 싶다는 거야? 그러면 못 써. 네가 다른 사람이랑 만나본 적 없어서, 내가 얼마나 잘해주는지 몰라서 그래. 날 소중히 여기라고...”

“뻔뻔하긴!”

송재이는 그가 뻔뻔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몸을 돌려 눈을 부릅뜨면서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설영준은 그녀를 침대 위에 눌러놓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송재이가 욕하고 때려도 설영준은 줄곧 태연했다.

육체적으로 만족해서 화를 내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설영준은 계속 웃고 있었다. 그의 눈에 송재이는 작은 동물 같아 보였다.

오늘 오후에는 낮잠을 잘 생각이었으나 송재이는 몇 번이나 설영준에게 잡아먹혔다.

온갖 수단을 다 써도 그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물론 설영준은 그녀에게 그럴 기회를 줄 생각도 없었다.

송재이는 저녁쯤이면 살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배고파...”

날이 저물어서야 송재이는 이불 속에서 작은 머리를 내밀었다.

그녀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침대에 앉아 옷을 입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오후에 그가 만들어준 파스타와 토스트, 과일도 먹었지만 또다시 배가 고팠다.

설영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향해 웃어 보이더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슈퍼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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