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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아

병실 안, 커튼 틈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박윤찬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송재이와 설영준을 발견한 순간 그는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침대 머리맡에서 꽃다발을 정리하고 있는 류지안의 모습은 우아하면서 섬세했다.

“왔어요?”

박윤찬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내 설영준이 다가가 그의 손등을 토닥였다.

“푹 쉬고 회사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옆에 서 있는 송재이는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했지만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박윤찬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도로 삼켰다.

병실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이때, 류지안이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걱정하는 친구가 한두 명도 아니고, 넌 복도 참 많네.”

박윤찬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도 모르게 송재이를 향한 시선은 이루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담겨 있었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박윤찬 때문에 송재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박윤찬이 친구 이상으로 그녀를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현재는 설영준이 아닌 다른 남자는 관심이 없었다.

이내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조심스럽게 눈을 피했다.

설영준도 무언가를 눈치챈 듯 창문으로 걸어가 커튼을 걷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찬 씨, 친구들이 병문안 오는 것도 좋지만 전문적인 간호도 빼먹지 마세요.”

박윤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의 몸 상태로 간병인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설영준과 송재이는 오전 내내 병실에 머물렀고, 곧 식사 시간이 되었다.

류지안이 먼저 음식을 포장하러 다녀오겠다고 말하면서 병실 문을 살며시 닫고 복도 코너를 지나 자취를 감추었다.

병실 안에는 송재이, 설영준, 그리고 박윤찬만 남아있었다.

분위기 메이커 류지안이 사라지고 나니 공기 중에 알 수 없는 미묘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박윤찬은 침대맡에 기대어 딴생각에 빠졌다.

한편, 송재이는 소파에 앉아 잡지를 뒤적거렸는데 내용이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설영준은 옆에 가만히 서서 침묵을 유지했다.

결국 참다못한 송재이가 먼저 입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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