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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머리 위의 초록빛

설영준은 USB를 받아들고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컴퓨터에 꽂았다.

마우스를 몇 번 움직이자 소리는 없이 영상만 나타났다.

여 비서는 여전히 책상 맞은편에 서 있었다. 그는 설영준의 눈빛이 점점 깊어지고, 눈썹을 꽉 찌푸리며, 얼굴색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을 보았다.

설영준은 노트북을 탁 닫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대표님...”

“먼저 나가.”

설영준의 어조에는 억누른 분노가 묻어났다.

오랫동안 그를 모셔온 여 비서는 그 말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USB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여 비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답하고 돌아서서 나갔다.

문을 닫자 사무실에는 설영준 혼자만 남았다.

몇 초간 침묵하다가 그는 의자를 다시 돌렸다.

다시 컴퓨터를 열었다.

화면에는 두 사람, 송재이와 지민건이 나타났다.

배경은 아마도 그녀의 집 거실인 것 같았다. 그녀는 카메라를 등지고 있었고, 지민건도 옆모습만 보였다.

하지만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안고 있었다. 각도 때문에 그의 얼굴이 그녀의 가슴에 가까워 보였고, 그는 얼굴을 살짝 들어 가엾은 강아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상은 단 몇 초만에 끝났다.

송재이의 표정이나 그 후의 반응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장면만으로도 설영준의 눈썹은 꽉 찌푸려졌다.

영상이 편집되었을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보낸 사람이 이 몇 초만 보여주는 이유는 아마도 들통날까 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영준은 손으로 이마를 짚고 가까이 다가가 화면의 몇 초짜리 장면을 반복해서 재생했다.

그는 지민건이 송재이를 안은 손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몸이 그토록 가깝게, 그토록 가깝게 붙어있었다.

그날 마작을 치고 난 뒤, 그가 남도에 없는 동안 지민건과 송재이가 다시 연락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설영준은 머리 위가 초록색으로 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일어서서 뒤에 있는 의자를 발로 걷어차자 의자가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사무실 문 밖의 여 비서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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