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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널 잊지 못하겠어

송재이가 서유리에게서 온 영상통화 요청을 보았다.

남도에 온 이후로 둘의 연락은 카카오톡으로만 간간이 대화를 나누는 정도였고, 영상통화는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녀의 손가락이 미끄러져 수락 버튼을 눌렀고, 화면에 곧 서유리의 모습이 나타났다.

“재이 씨, 오랜만이에요!”

서유리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명랑했지만 얼굴에 띤 미소는 다소 억지스러워 보였다.

“무슨 일이에요?”

송재이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

“송재이, 대걸레가 어디 있어?”

멀지 않은 욕실에서 갑자기 지민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송재이는 그가 허락도 없이 집에 들어와 욕실에서 배수구를 뚫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 바닥은 온통 물바다였고 그는 대걸레를 찾고 있었다.

송재이는 화가 났지만, 여전히 휴대폰을 들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욕실 바닥이 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배수구는 뚫렸지만 일 처리가 영 깔끔하지 못했다!

지민건은 평소에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라 이런 집안일은 원래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송재이는 문득 오래전, 그녀와 설영준이 경주에 있는 그녀의 아파트에 살 때 설영준이 전구를 갈아준 일이 떠올랐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냉철하게 결단을 내리던 대표가 정작 양복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올려 탄탄한 팔뚝을 드러내고 의자에 올라가 전구를 갈 때는 꽤나 솜씨 있어 보였다는 게 놀라웠다.

이 순간 송재이는 생각했다.

만약 오늘 이 일을 설영준이 했다면 지민건보다 훨씬 더 능숙했을 거라고.

“나가. 네 도움 필요 없어!”

송재이는 본래 지민건이 무단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 화가 나 있었는데, 이제 그가 욕실을 엉망으로 만든 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는 어조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민건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미 다 뚫었어. 대걸레가 어디 있는지만 알려줘. 내가 깨끗이 닦아줄게...”

송재이와 지민건의 대화는 한 마디도 빠짐없이 전화기 너머의 서유리의 눈과 귀에 들어갔다.

휴대폰 화면을 통해 서유리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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