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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생사는 정해져 있는 법

요즘 오케스트라 동료들은 다들 연지수와 대화하길 꺼린다.

연지수는 아예 입을 꾹 틀어막거나 말만 꺼냈다 하면 화약을 삼킨 듯 닥치는 대로 상대를 저격한다.

다들 몇 번 당한 후 그녀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연지수가 지나간 후에야 서유리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있잖아요. 연지수 씨가 글쎄 수석으로 참석한 연주회에서 연속 몇 번이나 음정을 틀린 거 있죠. 오늘 오전에 단장님 사무실로 불려 가서 호되게 혼났대요. 서 전무님 면을 봐서 수석 자리를 겨우 지켜내는 거예요...”

송재이는 알겠다며 답했다.

다른 사람들은 연지수가 지금 잠시 컨디션이 저조하다고 여길 테지만 송재이는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이렇게 된 건 분명 서도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애초에 서도재의 등장은 연지수에게 구세주가 나타난 것과 같았고 탄탄대로를 걸을 줄 알았지만 지금은 되레 발목을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혹은 두 남녀가 서로 물어뜯고 서로를 지치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송재이는 이런 일에 일절 평가하지 않는다!

...

유은정과 함께 병원에 다녀온 이후로 송재이는 매일 틈만 나면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유은정이 우울감에 빠져들어 어리석은 생각이라도 할까 봐 짬짬이 그녀를 다독여주고 있다.

유은정도 처음엔 정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절망감에 빠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송재이가 보낸 카톡을 일일이 읽으며 서서히 마음의 문이 열렸다.

점심시간, 1층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송재이는 유은정이 보낸 카톡을 받았다.

[내일 오전이면 병원에 검진 결과 받으러 갈 수 있겠네. 죽을 만큼 긴장할 줄 알았는데, 감히 현실을 마주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거 알아 재이야? 나 지금은 그렇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되진 않아. 왜냐하면 너라는 소중한 친구가 항상 날 신경 써주고 있으니까. 인간의 운명은 다 정해져 있어. 결과가 어떻든 하늘이 내려준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래.]

말미에 하트 이모티콘까지 추가했다.

유은정의 말투와 컨디션 모두 전과 훨씬 다른 모습이었다.

송재이는 너무 감격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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