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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즐거우면서도 괴로운 시달림

송재이는 별생각 없이 눈을 비비고 이불을 걷고는 맨발에 달려나갔다.

설영준은 입구의 벽 등만 켜서 방안은 여전히 어두컴컴했다.

두 사람은 흐릿한 불빛 속에서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는 미간을 구기고 있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송재이가 다짜고짜 그에게 달려와 목을 덥석 안았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나긋나긋하게 속삭였다.

“영준 씨 왜 이제 돌아와?”

한없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영준 씨’라고 부르니 온몸에 전율이 흐르듯 짜릿해졌다.

맑은 대낮이라면 그녀는 절대 이런 말투로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마침 금방 깨어났고 꿈에서 엄마를 봤다.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니 가족이라곤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세상에 그녀와 제일 가깝고 친밀한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설영준 뿐이었다.

적어도 이번 생에 오직 그만이 송재이의 마음속 깊이 들어왔으니까.

아프고 짜릿하며 달달하고 고통스러운 느낌이었다.

설영준은 3초 동안 멍하니 넋을 놓았다.

하려던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이 순간 한 글자도 내뱉지 못했다.

곧이어 그녀를 끌어안고 신발을 벗고는 곧게 침실로 향했다.

송재이는 그의 목에 얼굴을 파묻은 채 이제 막 밖에서 들어와 이 남자의 옷에 배인 알싸한 바람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또한 몸에 밴 은은한 담배 향과 술 냄새까지 깃들여져 있었다. 그 와중에 여자의 향수 냄새는 확실히 없었다.

이에 송재이는 그에게 더 바짝 다가갔다.

“영준 씨...”

그녀는 원래 온화하고 요염하며 청순함까지 깃들여진 매력적인 여자였다.

이런 여자를 보면 남자들은 흔히 여우를 연상케 된다.

하지만 송재이의 두 눈동자가 하필 또 티 없이 맑고 깨끗했다.

어떠한 잡념도 섞이지 않고 심지어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온 세상에 아무런 바람도 없고 오직 그대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타고난 연기자 체질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도통 갈피가 안 잡혔다. 설마 그녀가 다른 남자 앞에서도 이런 눈빛을 선보이는 걸까?

설영준은 순간 짜증이 밀려와 저도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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