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에 다들 일제히 시선을 옮겼다.준수하고 훤칠한 남자가 두 팔을 뻗어 2층 난간에 기댄 채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래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그는 외투를 벗어 느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 이제 막 방안에서 걸어 나온 모습처럼 보였다.가주와 도주원은 화가 난 것이 분명하지만 떠나지 않았고 위층에 있었던 것이 확실한 것으로 보이게 되는 순간이다.그리고 남자가 바로 이 타이밍에 위층에서 나오는 걸 보면 강유리가 한 말이 자작극이 아니라 정말로 점심에 가주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이 입증된다.선배들은 강유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모순되는 감정이 들지 않아도 됐다.신입생들은 강유리를 바라보며 숭배하는 동시에 격분한 빛도 드러냈다.그들은 강유리가 역시 소문 그대로 가주가 가장 총애하는 제자라고 생각하며 도주원의 사랑을 받아 그 지위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강유리는 고개를 들어 위층을 바라보았다 고한빈을 다시 지그시 바라보더니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강유리가 떠나고 나서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자작극은 무슨 가주님께서 진심으로 중요시 여기시잖아. 3개월 동안 여기서 지내면서 가주님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 봤어?”“밥은 고사하고 가주님께서 직접 오신 적도 없어.”“왜? 우리 고 사부님이 훨씬 훌륭한데, 왜 저 여자가 사랑을 받는 거야?”“그러게 말이야!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참!”“근데 실력이 있는 건 사실이야. 고 사부님보다 우수하기도 하고.”“......”마지막 한 마디는 홍석천이 한 것이다.나지막한 소리로 답답함도 깃들여 있고 굴복하지 않아 하는 뉘앙스도 들린다.하지만 그 모든 걸 뚫고 어쩔 수 없는 무력함이 가장 돋보인다.주위 사람들은 불가사의한 듯 홍석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석천이 형, 너무 맞아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지금 저 여자 편드는 거예요?”그러자 홍석천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 사람을 보며 말했다.“편 드는 게 아니라 팩트가 그래.”“미래 형수님이 아주 매력이 넘치
그러고 나서 지석훈을 데리고 떠났다.두 사람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다른 제자들은 묵묵히 홍석천 곁으로 다가왔다.“석천이 형, 이제 어떡해요? 고 사부님께 미움받게 생겼어요.”그러자 홍석천은 피식거리며 말했다.“겨우 이 정도 일로 미움을 받게 되면 속이 좁은 사람임이 틀림없다는 걸 설명하겠지. 일찌감치 관계 끊는 것이 가장 좋아.”그러자 사이가 좋은 사람들은 다급히 다가가서 홍석천을 입을 막으며 나지막이 일깨워주었다.“미쳤어! 고 사부 여기서 꽤 위신 있는 분이셔. 앞으로 너한테 트집이라도 잡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홍석천은 그 손을 뿌리치고 콧방귀를 뀌고서는 자리를 떠났다.그는 이대로 남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조금 전에 정말로 지나치게 맞아서인지 고한빈이 아주 경솔하게 제자를 들이는 모습을 복고 문득 이런 식으로 심사를 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내년에 다시 와서 심지어 강유리 밑으로 입문하고 싶다는 생각도 생겼다.아래층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강유리는 하나도 모른다.고한빈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모든 추측이 순리대로 떠오르면서 증거는 없지만, 추측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로써도 강유리를 화나게 하기에 충분했고 위층으로 올라가고 나서도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그러다가 도주원과 자기 사부를 보게 되는 순간, 몇 시간 전의 모순을 새까맣게 잊은 채 무심코 입을 열며 질의하기 시작했다.“고한빈이 고정철의 아들입니까? 고한빈은 처음부터를 나를 알고 있었던 겁니까? 두 분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 아닙니까? 도희 말로는 두 분께서 정보를 알아내셨다고 했습니다. 혹시 고한빈과 관련되어 있습니까?”“......”일련의 질의에 도씨 가문 가주는 멍해지고 표정도 굳어졌다. 그리고 도주원은 얼굴이 한껏 어두워졌다.뭔가를 느낀 육시준은 소리 없이 강유리를 테이블로 데리고 갔다.“일단 밥부터 먹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두 분께서 네가 생각 없이 한 말들을 이미 이해하시고 용서해주 시기로 했어. 다음부터 조심
“전에는 왜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습니까? 그리고 설경구 사숙께서 무술관에 오신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강유리는 의아한 채로 물었다.그러자 도씨 가문 가주가 대답했다.“네가 입문하기 전부터 오지 않은 지 한참 되었다.“왜요?”궁금해하며 강유리는 덧붙여 물었다.그러자 도주원이 먼저 말꼬리를 잡아 이 화제를 끝내려고 했다.“됐다. 그와 상관없는 일이고 유리 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다.”“......”강유리는 궁금한 마음에 물은 것이고 전혀 개의치 않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하지만 고한빈이 도희가 말한 그들이 찾은 단서인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물고 보고 싶었지만, 다시 돌아온 목적을 떠올리며 그들이 달리 생각할까 봐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공기에 담긴 애꿎은 밥만 젓가락으로 찌르며 정신이 다른 데로 가버렸다.도씨 가문 가주는 줄곤 강유리는 친 딸처럼 여겨왔고 온갖 정력을 다해 가르치며 진심으로 강유리를 대하였기에 성격과 생각을 꿰뚫고 있다.하여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주동적으로 입을 열어 강유리의 의문을 풀어주면서 가장 꺼내고 싶지 않았던 화제도 꺼냈다.“성홍주와 연락이 있었던 도씨 가문 사람에 대해서 알아낸 것이 있다. 도씨 가문 제약에서 다른 성을 가진 제자인데, 이미 외국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어떻게든 다시 돌아오게끔 찾아낼 테니, 넌 신경 쓰지 말거라.”“고한빈과 연결되어 있습니까?”강유리는 무심코 물었다.그러자 도씨 가문 가주는 고개를 저었다.“없다.”“......”테이블 위는 또다시 쥐 죽은 듯한 고요함이 감돌기 시작했다.그 누구도 다시 입을 열지 않았고 식기들이 부딪치는 잔잔한 소리가 전부였다.점심 식사를 마치고 육시준과 강유리는 직접 청첩장을 도주원에게 건네주며 시간 맞춰 참석해달라고 부탁했다.도씨 가문 가주는 청첩장을 보며 주저함을 보였다.“도희가 그러던데, 바론 공작과의 만남이 별로 순탄하지 않았다며? 내가 손 잡고 걸어 줄게.”그러자 강유리는 해석하느라 바빴다.“그건 도희 추측일
“설마 나보다 네가 더 강하다는 말인 것이냐?”도주원도 갑자기 이 투쟁에 끼어들었다.그러자 도씨 가문 가주는 순간 기가 한껏 줄어들면서 고개를 숙였다.“그럴 리가요! 제자 앞에서 위세 좀 떨치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러니 좀 난처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이에 도주원은 당당하게 불만을 털어놓았다.“그럼, 내가 난처한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네 체면만 세우면 되는 것이냐?”“그렇다고 제가 뭐 어쩌지는 않았잖아요?”“뭘 더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이냐?”“……”도씨 부자는 갑자기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고 그 내용은 듣기 난감할 정도로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강유리와 육시준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서로 눈을 마주쳤는데,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는 듯했다.두 사람이 싸우고 나서 강유리는 다시 한번 진지하게 설명했다.자기는 도씨 가문과 관계를 끊으려고 했던 적이 없으며 인제 귀국했으니 그때 그들의 요구에 따라 무술관에 기여를 하겠다고 똑똑히 밝혔다.그것은 바로 제자를 거두는 것이다.이는 도주원이 처음부터 원하던 것이었으나 확신의 답을 듣고 나니 오히려 그리 기뻐하는 마음이 없어 보였다.그러고 나서 도주원은 아리송하게 말했다.“신입생 심사는 이미 지나갔다. 그리고 넌 결혼식 준비도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겠느냐. 내년에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거라.”강유리는 그 말에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좋아요”라는 말이 얼굴에 고스란히 그려진 채로 말했다.“괜찮아요! 오전에 이미 심사에 참가했고 다들 제가 초면도 아니잖아요.”“아는 사이든 아니든 너한테 그럴 시간이 어디에 있느냐?”“결혼식에 관해서는 유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유리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면 돼요.”“……”도주원은 쿵짝이 아주 잘 맞는 신혼부부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두 사람을 보내고 도주원은 순간 표정이 엄숙해졌다.“이 지경까지 왔으나 더 이상 유리를 끌어들일 수 없다. 어서 가서 신입생들의 입문 의사를 알아보거라.”어찌 됐든 절대 강유리를 남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의문으로 가득한 강유리의 시선 속에서 육시준은 여유롭게 차 한 모금을 마시고 우아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 강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유리야, 넌 네가 제자를 거둘 수 있을 거 같아?”“……”이에 강유리는 순간 말 문이 막혔다.“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마지막 제자는 모두 과거형이야. 오늘 사람들이 본 것은 그들이 상상한 것과 너무 다른 장면들이었어. 그 누구도 힘들게 얻게 된 입문 기회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걸지 않을 거야.”“……”흥에 겨워하던 강유리의 눈빛은 점차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다.하지만 육시준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그리고 난 네가 제자를 거두지 않았으면 좋겠어.”그러자 강유리는 의아하기 그지없었다.“왜?”“우선 넌 제자를 가르칠 시간도 정력도 없어.”“그리고……”육시준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멈칫거렸다.“아니다. 아무런 핑계를 대서 여기 남는다고 해도 널 쫓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그 말에 강유리는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육시준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반박했다.“아무런 핑계? 내가 그렇게 뻔뻔한 사람이야?”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덤덤하게 강유리를 응시했다.그와 몇 초간 눈을 마주치고 난 강유리는 끝내지고 말았다.“그래. 뻔뻔한 사람 맞아.”“음.”“그다음은 뭔데?”“……”육시준은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숙였으나 살짝 움찔거리고 있었다.이에 강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진지하게 바라보았는데, 아름다운 두 눈을 지그시 뜬 채로 심사하는 듯한 빛이 짙게 물씬거렸다.“혹시 남사스러운 이유라도 되는 거야? 설마 신입생 가운데 잘생기고 젊은 남자가 있을까 봐 그러는 건 아니지?”그 말에 육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강유리를 흘겨보았다.“내가 그렇게 소심한 사람이야?”그러자 강유리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덤덤하게 응시했다.몇 초간 눈을 마주치고 나더니 육시준 또한 태연자약하게 인정했다.“그래. 나 소심한 사람이야.”강유리는 두 눈이 번쩍이더니 한참 지나서 살짝 미친 듯이 웃기 시
[……]강유리는 잠시 사색하더니 계속 답장했다.[내가 너무 직설적으로 평가했어? 요즘 애들은 이 정도 말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야? 난 맨날 스승님한테 어리석다고 욕먹으면서 컸었어.]이에 육시준은 다소 불가사의했다.[너 보고 어리석다고 그러셨다고?][그래! 내가 조금 전에 한 모든 말들은 모두 스승님이 나한테 하셨던 명언들이야. 언젠간 써먹고 싶어서 그동안 내가 모은 거야.][……]설마 스승님께서 이미 오늘과 같은 상황을 예견이기라도 한 것일까?게다가 이미 모든 방비를 마치고 강유리더러 “자살식”으로 제자를 거두게 한 것일까?역시 스승님은 달리 스승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참으로 수단이 대단했다.하지만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강유리는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책략을 바꾸었다.될 수 있는 한 독설을 퍼붓지 않고 격려하는 듯한 방식으로 개변했다.예를 들면……“조금 전에 발차기 아주 정확했어요. 비록 기대했던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목표는 뚜렷했어요.”“계속 맞는 상태에 처해 있었는데, 꽤 잘 견디는 것 같아요. 무려 5수나 버텨냈어요.”“대박! 조금 선배 옷깃을 스치다니! 대단해요!”“……”무대 아래 신입생들의 얼굴은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점점 일그러졌다.게다가 긴장한 기색이 얼굴에 역력했다.평소에 훈련을 잘해 온 이들도 심사에서 본래의 수준을 잃고 겨우 관문을 통과했으면 마음가짐이 살짝 흐트러진 이들은 예상 밖으로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심사를 마치고 난 신입생 구역도 분위기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다들 나지막한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사숙 말이야 너무 무서운 거 아니야? 가주께서 임시로 넣어주신 새로운 문턱인가?”“듣기로는 저 사람도 제자를 거둔다고 하던데, 입문하고 싶은 사람 있어?”“그냥 편안하게 살고 싶지 않아? 뭐 한다고 저 사람 밑으로 들어가서 말라 죽으려고 그래?”“입만 독한 줄 알았는데, 사람 비꼬는 수단도 장난이 아니야. 앞으로 대전에서 트라우마 생길 거 같아.”“난 문득 저 사람 선
무대 위의 심사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어떤 이들은 무대 아래에서 차라리 강유리를 선택해서 겨루는 것이 낫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단지 입으로 하는 말뿐이다.강유리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고 강유리를 상대 선수로 선택한다고 한들 꼭 체면이 사는 것도 아닐 것이다.몸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가차 없이 때리기도 하기 때문이다.강유리는 무섭기에 그지없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육시준은 의자에 기대어 오른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두드리며 머릿속으로 이 사람의 우점과 단점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누군가의 마음에 들었다는 것으로 봐서는 천부적인 재능이나 실력이 그리 떨어지지 않음을 증명한다.다만 머리가 좀 어리석어 사고를 거치지 않고 말을 하는 것뿐이다.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으로 하여 그에게는 남에게 없는 특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솔직하고 직설적인 것이다.게다가 자존심이 강하고 빽으로 어느 한 지위에 올라가려고 하지 않으며 굴복할 줄 알고 실력 있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일 줄도 안다.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 좋고 욕을 먹어도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는 제자를 거둠에 있어서 강유리의 기준에 제법 부합되는 인물이다.“인정 또한 실력의 일부분입니다. 도가네 무술 관에서 신입생을 거두는 것은 만 명 중의 한 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번 기회를 포기한다면 내년에 다시 들어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육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는데, 뒤에서 똑똑히 들을 정도로 퍼졌다.소년을 말리고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순간 모두 사라지고 그들의 시선은 육시준에게로 향했는데, 두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이때 홍석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더니 입을 열었다.“내년이면 올해보다 더 나아져서 올 것인데, 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입니까?”그러자 육시준은 의자에 지그시 기대었는데, 분명히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가 줄어들지 않았다.노기가 등등한 어린 녀석을 바라보며 얼굴에는 시종일관 우아한 미소가 그려
게다가 강유리가 봐줘서는 홍석천이 심사를 넘게 될 수 있었던 것이라 한 번 더 맞는다고 해서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강유리는 온 오후 내내 온갖 정신을 몰두하여 단어 하나까지 신중하게 선택하며 심사하곤 했다.행여나 신입생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까 봐 유난히 조심스러웠다.하지만 그 효과는 그리 좋은 것 같지 않았고 신입생들의 눈빛에는 공포의 빛이 아른거렸다.심사가 끝나기 무섭게 다들 뿔뿔이 흩어졌으니 말이다.신입생들은 옆에 있는 지도사들과 감히 얘기도 나누지 못하고 “걸음아, 날 살려”하며 달아나기 급했다.옆에 백현문과 다른 선배들은 강유리를 보고 몇 번이나 머뭇거리다가 끝끝내 참지 못하고 일깨워주었다.“유리 후배, 아니면 입문할 때 다시 오는 건 어때요?”이에 강유리는 망연하기만 했다.“네? 여기서 계속 환심을 사면 안 되는 거예요? 왜요?”“……”그러자 선배들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제자를 거두고 싶지 않으면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만이지 굳이 이렇게 면전에 두고 허튼소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신입생들과의 소통에도 크나큰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본래 백현문은 저녁에 식당에서 강유리의 컴백 기념으로 한 턱 쏘려고 했다.하지만 오후에 일어난 일련의 일로 많은 신입생들은 강유리를 앞에 두고 자기 암시 지도사에게 다가와 얘기를 할 용기도 없게 되었다.하여 오후에 물어봐도 되는 문제들을 모두 저녁으로 옮겨 한방에 물어보기 시작했다.이에 따라 저녁 회식은 취소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화려한 등불이 처음 밝혀질 초저녁.이 도시의 중심에 있는 오래된 마을은 번화하면서도 고즈넉하며 자기만이 지니고 있는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강유리는 2층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작은 망원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신입생 기숙사 정원을 바라보고 있다.삼삼오오 지도사를 에워싼 채로 한창 토론 중인 것처럼 보였다.강유리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여보, 나도 가서 애들 한 번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나한테 물어보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