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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작가: 노혜아
“굳이 이렇게 아첨 떨 필요 있습니까? 우리 강유리 씨는 사부님 앞에서 뭘 해도 상관없는 분 아니십니까? 사부님이 저희와 단 한번도 겸상을 하지 않아도 사부님께서 강유리 씨한테 성을 내셔도 뭐나 강유리 씨 뜻대로 하지 않잖습니까? 밥 한 끼가 부족할 것 같습니까?”

차갑고 까칠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다들 일제히 고개를 돌렸는데, 한 남자의 모습의 시선으로 들어왔다.

30대로 보이고 외모는 준수하기 그지없으며 헤어 스타일 또한 세련되었다.

아주 평범한 무술복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멋과 기질을 드러내고 있다.

우락부락한 무술관 지도사와는 달리 연예계에서 제법 핫한 스타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까칠하기 그지없는 그의 얼굴을 보노라니 살짝 비호감이다.

“도 선배, 오랜만에 돌아온 유리 후배한테 굳이 그렇게까지 겨냥할 필요 있습니까?”

민경훈이 가장 먼저 나서서 불평을 토로해주었다.

그러자 도씨 성을 가진 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겨냥이라고 했습니까?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입니다.”

“......”

그의 말에 다들 어이가 막혔다.

강유리가 입문한 후로부터 이 남자는 줄곧 차가운 얼굴로 강유리를 대면하곤 했었다.

그 이유는 강유리가 만인의 주목을 받는 남자의 자리를 빼앗아 버릴까 봐 두려운 것이라고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강유리는 천부적인 재능이 워낙 뛰어나고 노력까지 깃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적막한 가운데 포연이 자욱하게 흘러넘치는 것만 같다.

고씨 성을 가진 이 남자는 실력이 순위에 드는 건 아니지만, 뛰어난 외모와 신분으로 신입생들 가운데서 적지 않은 호감을 차지했다.

많은 신입생들은 그의 입문 제자로 되고 싶어 오기도 했다.

이때 신입생들이 그가 강유리를 상대로 불만을 토로하고 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했던 강유리의 모습을 떠올리며 분분히 맞장구를 쳐주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우리 고 사부님은 그냥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했을 뿐입니다. 겨냥이라니, 참으로 우스운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 사부님도 대신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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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소리에 다들 일제히 시선을 옮겼다.준수하고 훤칠한 남자가 두 팔을 뻗어 2층 난간에 기댄 채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래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그는 외투를 벗어 느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 이제 막 방안에서 걸어 나온 모습처럼 보였다.가주와 도주원은 화가 난 것이 분명하지만 떠나지 않았고 위층에 있었던 것이 확실한 것으로 보이게 되는 순간이다.그리고 남자가 바로 이 타이밍에 위층에서 나오는 걸 보면 강유리가 한 말이 자작극이 아니라 정말로 점심에 가주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이 입증된다.선배들은 강유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모순되는 감정이 들지 않아도 됐다.신입생들은 강유리를 바라보며 숭배하는 동시에 격분한 빛도 드러냈다.그들은 강유리가 역시 소문 그대로 가주가 가장 총애하는 제자라고 생각하며 도주원의 사랑을 받아 그 지위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강유리는 고개를 들어 위층을 바라보았다 고한빈을 다시 지그시 바라보더니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강유리가 떠나고 나서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자작극은 무슨 가주님께서 진심으로 중요시 여기시잖아. 3개월 동안 여기서 지내면서 가주님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 봤어?”“밥은 고사하고 가주님께서 직접 오신 적도 없어.”“왜? 우리 고 사부님이 훨씬 훌륭한데, 왜 저 여자가 사랑을 받는 거야?”“그러게 말이야!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참!”“근데 실력이 있는 건 사실이야. 고 사부님보다 우수하기도 하고.”“......”마지막 한 마디는 홍석천이 한 것이다.나지막한 소리로 답답함도 깃들여 있고 굴복하지 않아 하는 뉘앙스도 들린다.하지만 그 모든 걸 뚫고 어쩔 수 없는 무력함이 가장 돋보인다.주위 사람들은 불가사의한 듯 홍석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석천이 형, 너무 맞아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지금 저 여자 편드는 거예요?”그러자 홍석천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 사람을 보며 말했다.“편 드는 게 아니라 팩트가 그래.”“미래 형수님이 아주 매력이 넘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79화

    그러고 나서 지석훈을 데리고 떠났다.두 사람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다른 제자들은 묵묵히 홍석천 곁으로 다가왔다.“석천이 형, 이제 어떡해요? 고 사부님께 미움받게 생겼어요.”그러자 홍석천은 피식거리며 말했다.“겨우 이 정도 일로 미움을 받게 되면 속이 좁은 사람임이 틀림없다는 걸 설명하겠지. 일찌감치 관계 끊는 것이 가장 좋아.”그러자 사이가 좋은 사람들은 다급히 다가가서 홍석천을 입을 막으며 나지막이 일깨워주었다.“미쳤어! 고 사부 여기서 꽤 위신 있는 분이셔. 앞으로 너한테 트집이라도 잡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홍석천은 그 손을 뿌리치고 콧방귀를 뀌고서는 자리를 떠났다.그는 이대로 남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조금 전에 정말로 지나치게 맞아서인지 고한빈이 아주 경솔하게 제자를 들이는 모습을 복고 문득 이런 식으로 심사를 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내년에 다시 와서 심지어 강유리 밑으로 입문하고 싶다는 생각도 생겼다.아래층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강유리는 하나도 모른다.고한빈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모든 추측이 순리대로 떠오르면서 증거는 없지만, 추측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로써도 강유리를 화나게 하기에 충분했고 위층으로 올라가고 나서도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그러다가 도주원과 자기 사부를 보게 되는 순간, 몇 시간 전의 모순을 새까맣게 잊은 채 무심코 입을 열며 질의하기 시작했다.“고한빈이 고정철의 아들입니까? 고한빈은 처음부터를 나를 알고 있었던 겁니까? 두 분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 아닙니까? 도희 말로는 두 분께서 정보를 알아내셨다고 했습니다. 혹시 고한빈과 관련되어 있습니까?”“......”일련의 질의에 도씨 가문 가주는 멍해지고 표정도 굳어졌다. 그리고 도주원은 얼굴이 한껏 어두워졌다.뭔가를 느낀 육시준은 소리 없이 강유리를 테이블로 데리고 갔다.“일단 밥부터 먹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두 분께서 네가 생각 없이 한 말들을 이미 이해하시고 용서해주 시기로 했어. 다음부터 조심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80화

    “전에는 왜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습니까? 그리고 설경구 사숙께서 무술관에 오신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강유리는 의아한 채로 물었다.그러자 도씨 가문 가주가 대답했다.“네가 입문하기 전부터 오지 않은 지 한참 되었다.“왜요?”궁금해하며 강유리는 덧붙여 물었다.그러자 도주원이 먼저 말꼬리를 잡아 이 화제를 끝내려고 했다.“됐다. 그와 상관없는 일이고 유리 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다.”“......”강유리는 궁금한 마음에 물은 것이고 전혀 개의치 않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하지만 고한빈이 도희가 말한 그들이 찾은 단서인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물고 보고 싶었지만, 다시 돌아온 목적을 떠올리며 그들이 달리 생각할까 봐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공기에 담긴 애꿎은 밥만 젓가락으로 찌르며 정신이 다른 데로 가버렸다.도씨 가문 가주는 줄곤 강유리는 친 딸처럼 여겨왔고 온갖 정력을 다해 가르치며 진심으로 강유리를 대하였기에 성격과 생각을 꿰뚫고 있다.하여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주동적으로 입을 열어 강유리의 의문을 풀어주면서 가장 꺼내고 싶지 않았던 화제도 꺼냈다.“성홍주와 연락이 있었던 도씨 가문 사람에 대해서 알아낸 것이 있다. 도씨 가문 제약에서 다른 성을 가진 제자인데, 이미 외국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어떻게든 다시 돌아오게끔 찾아낼 테니, 넌 신경 쓰지 말거라.”“고한빈과 연결되어 있습니까?”강유리는 무심코 물었다.그러자 도씨 가문 가주는 고개를 저었다.“없다.”“......”테이블 위는 또다시 쥐 죽은 듯한 고요함이 감돌기 시작했다.그 누구도 다시 입을 열지 않았고 식기들이 부딪치는 잔잔한 소리가 전부였다.점심 식사를 마치고 육시준과 강유리는 직접 청첩장을 도주원에게 건네주며 시간 맞춰 참석해달라고 부탁했다.도씨 가문 가주는 청첩장을 보며 주저함을 보였다.“도희가 그러던데, 바론 공작과의 만남이 별로 순탄하지 않았다며? 내가 손 잡고 걸어 줄게.”그러자 강유리는 해석하느라 바빴다.“그건 도희 추측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81화

    “설마 나보다 네가 더 강하다는 말인 것이냐?”도주원도 갑자기 이 투쟁에 끼어들었다.그러자 도씨 가문 가주는 순간 기가 한껏 줄어들면서 고개를 숙였다.“그럴 리가요! 제자 앞에서 위세 좀 떨치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러니 좀 난처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이에 도주원은 당당하게 불만을 털어놓았다.“그럼, 내가 난처한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네 체면만 세우면 되는 것이냐?”“그렇다고 제가 뭐 어쩌지는 않았잖아요?”“뭘 더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이냐?”“……”도씨 부자는 갑자기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고 그 내용은 듣기 난감할 정도로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강유리와 육시준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서로 눈을 마주쳤는데,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는 듯했다.두 사람이 싸우고 나서 강유리는 다시 한번 진지하게 설명했다.자기는 도씨 가문과 관계를 끊으려고 했던 적이 없으며 인제 귀국했으니 그때 그들의 요구에 따라 무술관에 기여를 하겠다고 똑똑히 밝혔다.그것은 바로 제자를 거두는 것이다.이는 도주원이 처음부터 원하던 것이었으나 확신의 답을 듣고 나니 오히려 그리 기뻐하는 마음이 없어 보였다.그러고 나서 도주원은 아리송하게 말했다.“신입생 심사는 이미 지나갔다. 그리고 넌 결혼식 준비도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겠느냐. 내년에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거라.”강유리는 그 말에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좋아요”라는 말이 얼굴에 고스란히 그려진 채로 말했다.“괜찮아요! 오전에 이미 심사에 참가했고 다들 제가 초면도 아니잖아요.”“아는 사이든 아니든 너한테 그럴 시간이 어디에 있느냐?”“결혼식에 관해서는 유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유리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면 돼요.”“……”도주원은 쿵짝이 아주 잘 맞는 신혼부부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두 사람을 보내고 도주원은 순간 표정이 엄숙해졌다.“이 지경까지 왔으나 더 이상 유리를 끌어들일 수 없다. 어서 가서 신입생들의 입문 의사를 알아보거라.”어찌 됐든 절대 강유리를 남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82화

    의문으로 가득한 강유리의 시선 속에서 육시준은 여유롭게 차 한 모금을 마시고 우아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 강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유리야, 넌 네가 제자를 거둘 수 있을 거 같아?”“……”이에 강유리는 순간 말 문이 막혔다.“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마지막 제자는 모두 과거형이야. 오늘 사람들이 본 것은 그들이 상상한 것과 너무 다른 장면들이었어. 그 누구도 힘들게 얻게 된 입문 기회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걸지 않을 거야.”“……”흥에 겨워하던 강유리의 눈빛은 점차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다.하지만 육시준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그리고 난 네가 제자를 거두지 않았으면 좋겠어.”그러자 강유리는 의아하기 그지없었다.“왜?”“우선 넌 제자를 가르칠 시간도 정력도 없어.”“그리고……”육시준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멈칫거렸다.“아니다. 아무런 핑계를 대서 여기 남는다고 해도 널 쫓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그 말에 강유리는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육시준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반박했다.“아무런 핑계? 내가 그렇게 뻔뻔한 사람이야?”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덤덤하게 강유리를 응시했다.그와 몇 초간 눈을 마주치고 난 강유리는 끝내지고 말았다.“그래. 뻔뻔한 사람 맞아.”“음.”“그다음은 뭔데?”“……”육시준은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숙였으나 살짝 움찔거리고 있었다.이에 강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진지하게 바라보았는데, 아름다운 두 눈을 지그시 뜬 채로 심사하는 듯한 빛이 짙게 물씬거렸다.“혹시 남사스러운 이유라도 되는 거야? 설마 신입생 가운데 잘생기고 젊은 남자가 있을까 봐 그러는 건 아니지?”그 말에 육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강유리를 흘겨보았다.“내가 그렇게 소심한 사람이야?”그러자 강유리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덤덤하게 응시했다.몇 초간 눈을 마주치고 나더니 육시준 또한 태연자약하게 인정했다.“그래. 나 소심한 사람이야.”강유리는 두 눈이 번쩍이더니 한참 지나서 살짝 미친 듯이 웃기 시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83화

    [……]강유리는 잠시 사색하더니 계속 답장했다.[내가 너무 직설적으로 평가했어? 요즘 애들은 이 정도 말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야? 난 맨날 스승님한테 어리석다고 욕먹으면서 컸었어.]이에 육시준은 다소 불가사의했다.[너 보고 어리석다고 그러셨다고?][그래! 내가 조금 전에 한 모든 말들은 모두 스승님이 나한테 하셨던 명언들이야. 언젠간 써먹고 싶어서 그동안 내가 모은 거야.][……]설마 스승님께서 이미 오늘과 같은 상황을 예견이기라도 한 것일까?게다가 이미 모든 방비를 마치고 강유리더러 “자살식”으로 제자를 거두게 한 것일까?역시 스승님은 달리 스승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참으로 수단이 대단했다.하지만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강유리는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책략을 바꾸었다.될 수 있는 한 독설을 퍼붓지 않고 격려하는 듯한 방식으로 개변했다.예를 들면……“조금 전에 발차기 아주 정확했어요. 비록 기대했던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목표는 뚜렷했어요.”“계속 맞는 상태에 처해 있었는데, 꽤 잘 견디는 것 같아요. 무려 5수나 버텨냈어요.”“대박! 조금 선배 옷깃을 스치다니! 대단해요!”“……”무대 아래 신입생들의 얼굴은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점점 일그러졌다.게다가 긴장한 기색이 얼굴에 역력했다.평소에 훈련을 잘해 온 이들도 심사에서 본래의 수준을 잃고 겨우 관문을 통과했으면 마음가짐이 살짝 흐트러진 이들은 예상 밖으로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심사를 마치고 난 신입생 구역도 분위기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다들 나지막한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사숙 말이야 너무 무서운 거 아니야? 가주께서 임시로 넣어주신 새로운 문턱인가?”“듣기로는 저 사람도 제자를 거둔다고 하던데, 입문하고 싶은 사람 있어?”“그냥 편안하게 살고 싶지 않아? 뭐 한다고 저 사람 밑으로 들어가서 말라 죽으려고 그래?”“입만 독한 줄 알았는데, 사람 비꼬는 수단도 장난이 아니야. 앞으로 대전에서 트라우마 생길 거 같아.”“난 문득 저 사람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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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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