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시준은 고개를 숙여 손에 들고 있는 물 잔을 바라보다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도씨 가문 전임 가주 후보에 누구 있었어?”그러자 신하균은 망연자실한 듯이 말했다.“둘밖에 없다니까. 도씨 가문 보스 그리고 현재 도씨 가문 가주.”“다른 성을 가진 사람은 없었어? 순위가 다섯째 되는 사람은 없었어?”“없었어.”“……”육시준은 입술을 오므린 채 몇 초간 침묵하더니 갑자기 다시 입을 열었다.“요즘 고정철과 고한빈 두 사람한테 신경 좀 써.”“……”이에 신하균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갑자기 목표를 바꾼다고?’‘도씨 가문에서 고씨 가문으로?’강유리는 휴대 전화를 들고 들어가 소파에 기댄 채 수신 버튼을 눌렀다.그러자 수화기 너머 흥분해 마지 못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어때요? 내가 보낸 메시지 봤어요?”이에 강유리는 무슨 뜻인지 도통 모르는 얼굴이었다.“무슨 메시지?”“보지 않았어요? 내 방 안에 있잖아요!”릴리는 재촉하며 덧붙였다.“얼른 봐봐요. 다른 건 몰라도 그 못난 아버지 효율 하나는 빠르던데요. 반나절 만에 내 요구대로 방을 꾸며냈어요.”강유리는 스피커를 켜고 통화 내용에서 나와 메시지를 보면서 계속 일깨워주었다.“너무 값 떨어지게 행동하지 마. 겨우 방 한 칸에 벌써 넘어간 거야? 여기서 네가 잘 곳이 없었어?”“자기가 지니고 있는 것이랑 남에게서 뺏는 것이랑 같아?”강유리는 온통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고 소녀 감성이 넘치는 사진을 열어 보았는데, 두 눈에는 만족하는 듯한 빛이 번쩍였다.릴리의 성격은 다소 어두운 면이 있으나 애호는 외모와 제법 일치한 모습을 보였다.대화창을 나와 강유리는 또다시 입을 열었다.“누구 거 빼앗은 거야? 성신영?”그러자 릴리는 대수롭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성신영 거 빼앗는 건 재미 없어요. 게다가 고씨 가문에서 대우도 별로 받지 못하고 그다지 환대도 받지 못하는 입장이라 내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아직 급이 안 돼요.”“그럼…… 고주영?”“아니요. 고주영도 내
릴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강유리의 말에 대답했다.“그리 많지는 않아요. 고정철이 그 사람을 보물로 여기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자기가 지니고 있는 인맥과 우세로 여러 기능을 모두 주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잘난 인물이 무슨 무술관이고 그 안에 온통 능력자들로 가득 차 있다고 그랬어요.”“도가네 무술관.”“그럼, 인맥이 좋은 건 확실하네요. 근데 언제 적 일이에요? 왜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어요?”이에 강유리는 다시 입을 열어 대답했다.“전에 가끔 너한테 한 선배가 좀 미쳤다고 했었잖아. 나한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적대시 한다고 했던 그 선배.”그러자 릴리는 문득 깨달은 듯이 소리쳤다.“대박! 그 사람이었어요? 그 후로 도희한테 들은 적이 있는데, 설경구 사숙이 지위가 높고 하여 그의 제자는 무술관에서 모두 지위가 엄청 높다고 들었어요. 근데 후에 무슨 일을 저질렀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그렇게 건방지게 나갈 수 있었던 거예요?”강유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무엇인가를 더 묻고 싶었지만, 뒤에서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거야?”조금 전에 사진을 본다고 스피커 폰을 켜고 있었던 사실을 강유리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하여 두 사람이 하는 대화 내용을 똑똑히 들었다.게다가 스피커를 열고 있던 상황이라 강유리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개를 돌려 육시준을 뚫어지게 째려보며 강유리는 불만이 가득했다.육시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다가와 강유리의 고개를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척했다.그러고 나서 손에 들고 있던 휴대 전화를 빼앗아 물었다.“자세히 말해 봐.”“……”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파렴치한 인간이 있을 수 있는가 싶었다.대화 내용을 엿들은 것으로 모자라서 휴대 전화까지 빼앗아 가다니……강유리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지만, 육시준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품속으로 끌어당겼다.그럼에도 강유리는 빼앗아 오려고 했지만, 수화기 너머 소리가 들려왔다.“자세한 건 저도 잘
칠흑 같은 밤이 찾아왔음에도 도주원과 가주는 여전히 무술관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자리 잡고 쉬기로 했다.무술관에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머무는 것도 기억이 아득할 정도로 오랜만이었다.신입생들은 저마다 마음속으로 격동하며 가주가 이번 심사를 중요시 여기고 있다는것을 알았다.하지만 신입생을 위함이 아니라 강유리를 위해서 두 사람이 여태껏 머물고 있음을 선배들은 똑똑히 알고 있다.그들은 본래 자기가 힘들게 훈련한 제자들을 강유리가 중간에서 손쉽게 빼앗아 가는 줄 알았는데, 늦은 시간이 되자 대부분 사람이 비밀리에 지시를 얻게 되었다.그것은 바로 갖은 방법을 도모하여 강유리가 제자를 거두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이 일은 도가네 무술관 선배들에게 있어서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강유리는 마침 오후에 신입생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는 대상이 되었고 “불 난 집에 부채질”만 하면 되는 격이다.그뿐만 아니라 강유리에 대해 더 깊게 “소개”를 해주면 된다.예를 들면, 강유리는 거의 무술관에 오지 않는다는 것.예를 들면, 모두가 들은 강유리의 독설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한 다는 것.신입생들에 대해서 이미 인정을 봐준 것이며 주변 친인들을 상대할 때는 눈에 뵈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예를 들면, 강유리의 남편은 무서운 질투쟁이라 이성 제자를 거두게끔 하지 않으리라는 것.만약 이성 제자와 강유리가 가깝게 어깨를 나란히 할 시에는 육씨 가문의 블랙 리스트에 오르게 되리라는 것 등등...그렇게 밤새 소문은 부풀어 퍼져갔으며, 신입생들 가운데서는 일종의 신비로운 호흡이 맞춰지게 되었다.[생명을 소중히 여기려면 강유리로부터 멀어져야 함.]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정작 강유리는 본인은 완전히 모르고 있었다.이튿날 오전은 여전히 심사를 진행하여야 하며 밤이 되어서야 합격자는 입문 심사를 볼 수 있었다.올해 입문 스케일은 입이 떡하니 벌어질 정도이다.도주원과 도씨 가문 가주도 자리를 빛내주며 지금 지도사들 가운데 앉았다.자리에 앉을 때, 도주원은 가주를
무대 위의 신입생에 대해 강유리는 낯이 익었다.‘그 어리석은 친구 아니야?’“저 친구는 민 선배 사람인데, 내가 빼앗아 오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표정이 한껏 엄숙해진 강유리는 머뭇거리기 시작했다.이에 육시준이 대답했다.“저 친구가 널 선택할 수도 있잖아.”그러자 강유리는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나한테 그렇게 모욕을 당하고 나서도 다시 올......”“사숙, 외람되지만, 가능하다면 다시 한번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순간 장내는 쥐 죽은 고요해지면서 모두 귀신이라도 보는 듯이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물론, 강유리로 그중에 포함되어 있다.그 말에 편안하게 앉아 있던 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펴고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망연자실했다.“저를 선택한다고 했습니까?”무대 위에 소년은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래도 되겠습니까?”“......”그래도 되기는 하지만......강유리는 고개를 돌려 민경훈을 바라보았다.민경훈 또한 그녀와 마찬가지로 동공에 흔들렸으며 마치 이런 의외의 상황을 생각지 못한 모습이었다.민경훈의 방향을 따라 시선을 이어가 보니 도씨 가문 가주와 도주원도 놀라워 마지 못하며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이었다.특히 도씨 가문 가주는 죽일 듯이 무대 위를 노려보며 그들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애송이”를 죽일 것만 같았다.그뿐만 아니라 도씨 가문 가주는 거의 협박하는 듯한 목소리로 일깨워주었다.“사제관계는 딱 이번 한 번으로 결정되며 번복할 수 없습니다. 확실합니까?”이에 홍석천은 강유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확신에 찬 소리로 대답했다.“네! 확실합니다!”도씨 가문 가주는 무엇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이때 강유리가 일어서서 입을 열었다.“좋습니다.”그녀는 성큼성큼 무대 위로 올라가 홍석천의 맞은편에 섰다.무척이나 나른해 보이는 자태임에도 불구하고 강대한 압박감이 미친 듯이 밀려
환호 소리, 휘파바람 소리, 흥분에 마지 못하는 이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기 시작했다.그들은 무대 위에 합격한 홍석천보다 더욱 격동해 보였다.최종 결과에 홍석천은 소리 없이 숨을 내쉬며 한시름 놓게 되었다.그러다가 온몸에 힘이 쫙 빠지면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그 공격 수단은 밤새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해 낸 것이다.강유리를 공격함에 있어서 이러한 방법이 최선이라며 한 8할 정도 자신이 이길 수 있다며 실천에 옮기기도 했었다.하지만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다.만일이라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실력이 두터워 보이는 강유리가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그럼, 홍석천이 도전에 성공한 건데, 스승을 선택할 수......”“잠깐만!”이때 무겁고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소리에 따라 다들 시선을 돌렸는데, 그 주인공은 가장 중심에 앉아 있고 무게가 넘치는 재판 중의 한 명인 도씨 가문 가주였다.그는 엄숙한 얼굴로 무겁게 소리를 내었다.“강유리가 봐준 것으로 보입니다. 하여 이번 판은 무효로 합니다.”장내는 또다시 쥐 죽은 듯이 고요해지며 망연하게 그만 바라보고 있다.가주는 평소 소리를 내어 제자를 지적하는 경우가 그리 없었다.게다가 소리에 위엄에 넘쳐 도씨 가문에서 도주원을 제외하고는 가장 위엄이 넘친다고 할 수 있다.그가 봐준 것이라고 했다면 그건 정말로 봐준 것으로 간주된다.근데 강유리가 홍석천을 봐준 게 맞을까?다들 의문이 들긴 했지만, 감히 입을 열고 제기할 용기는 없었다.그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다.온몸에 긴장이 풀렸던 홍석천은 가주의 발언에 다시 긴장해하며 가주를 봤다가 믿어지지 않는 듯한 얼굴로 강유리를 보았다.놀라움, 의심, 그리고 마지막으로 격동하는 심정까지 들기 시작했다.“사숙도 저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입니까?”만약 그렇지 않으면 강유리가 자기를 봐준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강유리를 바라보는 홍석천의 두 눈은 어느새 기대에서 숭배로 변했다.지금 자기를 위해 나서주고 있음을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하여 몇 초 동안 입술을 오므리더니 진솔하게 강유리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사숙, 죄송합니다. 제가 그러면 안 되는데, 음험하게 뒤에서……”“사숙이라니요, 사부님으로 부르세요.”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행여나 함부로 입을 놀릴까 봐 두려웠다.“음험한 술수로 공격하지 않았다면 이번 심사를 넘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심리적 약점을 잡아 공격하는 것도 실력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이에 홍석천은 두 눈이 밝아지면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럼, 저를 제자로 받아들여 주시는 겁니까?”그러자 강유리는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물론입니다.”말하자마자 그녀는 이미 얼굴색이 자줏빛이 된 도씨 가문 가주를 바라보지 않고 도주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제 말이 맞죠? 할아버지께서 저희를 위해 나서주셔야 합니다. 어린애한테 너무 까다롭게 그러지 말라고 사부님 좀 말려주세요.”“게다가 딱 제 제자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친구인데, 만약 이대로 거절하면 우리 무술관에서 인재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잖아요.”“……”도주원과 도씨 가문 가주가 한 편이라는 것은 세 살짜리 어린이도 아는 일이다.그러나 강유리가 이렇게 말함으로써 도주원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긴 셈이다.그뿐만 아니라 강유리의 말에는 여전히 일리가 있다.홍석천은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인재가 확실하며 이대로 문전박대한다면 아쉬운 일임이 틀림없다.그러나 도주원은 생각을 굽히지 않으며 홍석천에게 물었다.“내 기억으로는 넌 민경훈이 눈여겨 본 사람이다. 그런데도 정말로 너를 선택한 민경훈을 버리고 강유리를 선택할 것이냐?”그 질문을 강유리가 가로채며 대답했다.“당연하죠! 이미 저를 선택하겠다고……”“네가 아니라 쟤한테 물었다. 대답하게 가만히 있거라.”도주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이에 강유리는 입을 꾹
입문하고 제자를 거두는 건 사제 사이의 상호 선택이다.그러나 이곳은 도씨 가문이라 선택권은 선배한테 주어져있다.입문 절차에서 이러한 규칙이 있는데, 그건 바로 입문이 끝나고 나서 자기가 눈여겨 보고 있던 제자가 다른 사람을 사부로 모시게 되었다면, 그 사부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이긴 사람은 직접 제자를 데리고 가며 제자에게는 더 이상 그 어떠한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여러 해 동안 무술과 내부는 평온하기 그지없었고 제자를 빼앗는 광경은 거의 일어난 적이 없어 이 규칙 또한 다들 서서히 잊고 있었다.강유리가 처음에 말한 강제로 빼앗아 오는 것도 이 규칙을 이용하려는 것이었다.그러나 누군가가 자신의 제자를 빼앗으려고 올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지금 가장 당황한 이는 홍석천이다. 고한빈이 이런 수단으로 “복수”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만약 이대로 고한빈이 이겨 그의 제자로 들어간다면, 그럼, 정말로 끝장이다.그는 애절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바라보았고 강유리는 그런 그를 힐끗보고 나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내려가서 좀만 앉아 있어. 네 사부의 진정한 실력이 어떠한지 제대로 보여주마.”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내려가는 도중에 홍석천은 계속 고개를 돌리면서 강유리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걱정이 역력했다.강유리가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이제 겨우 20살을 갓 넘은 나이로 보인다.하지만 고한빈은 이미 30살을 넘어 보이고 선배라고 하는 걸 보면 강유리보다 먼저 입문한 것이 틀림없다.하여 두 사람의 대결에서 최종 승자가 누구인지 쉽게 말할 수 없다.무대 위의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그는 저도 모르게 육시준 쪽을 바라보았다.육시준은 지금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시종일관 변함없는 쌀쌀한 표정을 하고 있다.주위의 기압이 한껏 줄어들기라도 한 듯이 그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그로 인해 본래 두근거리던 심장이 육시준이 자아내고 있는 분위기로 하여 더욱 두근거렸다.무대 위에서
고한빈은 멈칫거렸으나 이윽고 웃으며 말했다.“이런 독특한 디자인의 암기를 제가 어떻게 가지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알다시피 가주께서 예뻐해 주시고 새로운 도씨 가문의 상속자도 유리 후배와 사이가 깊지 않습니까.”이에 강유리는 두말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에 있는 물건을 보려고 했다.그러자 고한빈은 안색이 살짝 변하면서 다소 낭패하게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재판은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무의식적으로 다가가 강유리를 보호하려고 했다.“유리야……”“먼저 암기를 사용한 건 저 사람입니다. 저는 스스로 보호한 것뿐입니다.”강유리는 조금 전 행위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다.재판은 연세가 좀 있으시고 도씨 가문의 어르신이라 강유리를 편애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다.하지만 조금 전 강유리가 암기를 사용한 것을 그도 똑똑히 보았다.하여 순간 침묵하더니 가주 쪽을 보고 허락을 받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일단 시합을 중단하겠습니다. 암기에 대해서 차후에 자세하게 조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조사하긴 뭘 더 조사합니까? 이보다 더 자세한 것이 뭐가 또 있습니까?”고한빈은 이런 대답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말하면서 그는 다친 손을 높이 들고 덧붙였다.“그럼, 이 은침을 제가 스스로 찌른 것이라는 말씀입니까?”그러자 육시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조금 전 상황으로 봐서는 유리가 세 번 만에 당신을 이길 수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유리가 무슨 이유로 암기를 사용하겠습니까?”그 말에 고한빈은 콧방귀를 뀌었다.“본래 독한 사람이고 나한테 불만을 품고 있던 사람인데, 이유가 더 필요하겠습니까?”오가는 대화를 들으며 강유리는 차갑게 바라보기만 했을 뿐, 이상하리만큼 반박하지 않았다.“일단 치료부터 받고 봅시다. 다친 이상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재판은 공적으로 의사를 밝히며 그 어떠한 감정도 곁들이지 않았다.고한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얼굴이 더욱 하얘졌다.조교의 도움으로 일어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