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 소리, 휘파바람 소리, 흥분에 마지 못하는 이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기 시작했다.그들은 무대 위에 합격한 홍석천보다 더욱 격동해 보였다.최종 결과에 홍석천은 소리 없이 숨을 내쉬며 한시름 놓게 되었다.그러다가 온몸에 힘이 쫙 빠지면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그 공격 수단은 밤새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해 낸 것이다.강유리를 공격함에 있어서 이러한 방법이 최선이라며 한 8할 정도 자신이 이길 수 있다며 실천에 옮기기도 했었다.하지만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다.만일이라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실력이 두터워 보이는 강유리가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그럼, 홍석천이 도전에 성공한 건데, 스승을 선택할 수......”“잠깐만!”이때 무겁고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소리에 따라 다들 시선을 돌렸는데, 그 주인공은 가장 중심에 앉아 있고 무게가 넘치는 재판 중의 한 명인 도씨 가문 가주였다.그는 엄숙한 얼굴로 무겁게 소리를 내었다.“강유리가 봐준 것으로 보입니다. 하여 이번 판은 무효로 합니다.”장내는 또다시 쥐 죽은 듯이 고요해지며 망연하게 그만 바라보고 있다.가주는 평소 소리를 내어 제자를 지적하는 경우가 그리 없었다.게다가 소리에 위엄에 넘쳐 도씨 가문에서 도주원을 제외하고는 가장 위엄이 넘친다고 할 수 있다.그가 봐준 것이라고 했다면 그건 정말로 봐준 것으로 간주된다.근데 강유리가 홍석천을 봐준 게 맞을까?다들 의문이 들긴 했지만, 감히 입을 열고 제기할 용기는 없었다.그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다.온몸에 긴장이 풀렸던 홍석천은 가주의 발언에 다시 긴장해하며 가주를 봤다가 믿어지지 않는 듯한 얼굴로 강유리를 보았다.놀라움, 의심, 그리고 마지막으로 격동하는 심정까지 들기 시작했다.“사숙도 저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입니까?”만약 그렇지 않으면 강유리가 자기를 봐준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강유리를 바라보는 홍석천의 두 눈은 어느새 기대에서 숭배로 변했다.지금 자기를 위해 나서주고 있음을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하여 몇 초 동안 입술을 오므리더니 진솔하게 강유리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사숙, 죄송합니다. 제가 그러면 안 되는데, 음험하게 뒤에서……”“사숙이라니요, 사부님으로 부르세요.”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행여나 함부로 입을 놀릴까 봐 두려웠다.“음험한 술수로 공격하지 않았다면 이번 심사를 넘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심리적 약점을 잡아 공격하는 것도 실력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이에 홍석천은 두 눈이 밝아지면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럼, 저를 제자로 받아들여 주시는 겁니까?”그러자 강유리는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물론입니다.”말하자마자 그녀는 이미 얼굴색이 자줏빛이 된 도씨 가문 가주를 바라보지 않고 도주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제 말이 맞죠? 할아버지께서 저희를 위해 나서주셔야 합니다. 어린애한테 너무 까다롭게 그러지 말라고 사부님 좀 말려주세요.”“게다가 딱 제 제자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친구인데, 만약 이대로 거절하면 우리 무술관에서 인재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잖아요.”“……”도주원과 도씨 가문 가주가 한 편이라는 것은 세 살짜리 어린이도 아는 일이다.그러나 강유리가 이렇게 말함으로써 도주원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긴 셈이다.그뿐만 아니라 강유리의 말에는 여전히 일리가 있다.홍석천은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인재가 확실하며 이대로 문전박대한다면 아쉬운 일임이 틀림없다.그러나 도주원은 생각을 굽히지 않으며 홍석천에게 물었다.“내 기억으로는 넌 민경훈이 눈여겨 본 사람이다. 그런데도 정말로 너를 선택한 민경훈을 버리고 강유리를 선택할 것이냐?”그 질문을 강유리가 가로채며 대답했다.“당연하죠! 이미 저를 선택하겠다고……”“네가 아니라 쟤한테 물었다. 대답하게 가만히 있거라.”도주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이에 강유리는 입을 꾹
입문하고 제자를 거두는 건 사제 사이의 상호 선택이다.그러나 이곳은 도씨 가문이라 선택권은 선배한테 주어져있다.입문 절차에서 이러한 규칙이 있는데, 그건 바로 입문이 끝나고 나서 자기가 눈여겨 보고 있던 제자가 다른 사람을 사부로 모시게 되었다면, 그 사부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이긴 사람은 직접 제자를 데리고 가며 제자에게는 더 이상 그 어떠한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여러 해 동안 무술과 내부는 평온하기 그지없었고 제자를 빼앗는 광경은 거의 일어난 적이 없어 이 규칙 또한 다들 서서히 잊고 있었다.강유리가 처음에 말한 강제로 빼앗아 오는 것도 이 규칙을 이용하려는 것이었다.그러나 누군가가 자신의 제자를 빼앗으려고 올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지금 가장 당황한 이는 홍석천이다. 고한빈이 이런 수단으로 “복수”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만약 이대로 고한빈이 이겨 그의 제자로 들어간다면, 그럼, 정말로 끝장이다.그는 애절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바라보았고 강유리는 그런 그를 힐끗보고 나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내려가서 좀만 앉아 있어. 네 사부의 진정한 실력이 어떠한지 제대로 보여주마.”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내려가는 도중에 홍석천은 계속 고개를 돌리면서 강유리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걱정이 역력했다.강유리가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이제 겨우 20살을 갓 넘은 나이로 보인다.하지만 고한빈은 이미 30살을 넘어 보이고 선배라고 하는 걸 보면 강유리보다 먼저 입문한 것이 틀림없다.하여 두 사람의 대결에서 최종 승자가 누구인지 쉽게 말할 수 없다.무대 위의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그는 저도 모르게 육시준 쪽을 바라보았다.육시준은 지금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시종일관 변함없는 쌀쌀한 표정을 하고 있다.주위의 기압이 한껏 줄어들기라도 한 듯이 그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그로 인해 본래 두근거리던 심장이 육시준이 자아내고 있는 분위기로 하여 더욱 두근거렸다.무대 위에서
고한빈은 멈칫거렸으나 이윽고 웃으며 말했다.“이런 독특한 디자인의 암기를 제가 어떻게 가지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알다시피 가주께서 예뻐해 주시고 새로운 도씨 가문의 상속자도 유리 후배와 사이가 깊지 않습니까.”이에 강유리는 두말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에 있는 물건을 보려고 했다.그러자 고한빈은 안색이 살짝 변하면서 다소 낭패하게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재판은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무의식적으로 다가가 강유리를 보호하려고 했다.“유리야……”“먼저 암기를 사용한 건 저 사람입니다. 저는 스스로 보호한 것뿐입니다.”강유리는 조금 전 행위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다.재판은 연세가 좀 있으시고 도씨 가문의 어르신이라 강유리를 편애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다.하지만 조금 전 강유리가 암기를 사용한 것을 그도 똑똑히 보았다.하여 순간 침묵하더니 가주 쪽을 보고 허락을 받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일단 시합을 중단하겠습니다. 암기에 대해서 차후에 자세하게 조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조사하긴 뭘 더 조사합니까? 이보다 더 자세한 것이 뭐가 또 있습니까?”고한빈은 이런 대답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말하면서 그는 다친 손을 높이 들고 덧붙였다.“그럼, 이 은침을 제가 스스로 찌른 것이라는 말씀입니까?”그러자 육시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조금 전 상황으로 봐서는 유리가 세 번 만에 당신을 이길 수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유리가 무슨 이유로 암기를 사용하겠습니까?”그 말에 고한빈은 콧방귀를 뀌었다.“본래 독한 사람이고 나한테 불만을 품고 있던 사람인데, 이유가 더 필요하겠습니까?”오가는 대화를 들으며 강유리는 차갑게 바라보기만 했을 뿐, 이상하리만큼 반박하지 않았다.“일단 치료부터 받고 봅시다. 다친 이상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재판은 공적으로 의사를 밝히며 그 어떠한 감정도 곁들이지 않았다.고한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얼굴이 더욱 하얘졌다.조교의 도움으로 일어서기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도씨 가문은 독을 이용하는 데 능하며 그 기술은 무척이나 강하여 현대 의료 수준으로도 알아내기 어려울 정도이다.이 방면에 관해서는 반드시 동문의 독술 의사를 찾아야 한다.의사를 기다리는 중에 도씨 가문 가주는 직접 앞으로 나서서 한 번 훑어보고 나더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강유리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육시준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고한빈을 한 번 보고는 발을 들어 잇달아 떠났다.두 걸음 정도 내디디더니 갑자기 멈춰서고는 고개를 돌려 홍석천을 바라보았다.“같이 가요.”홍석천은 저도 모르게 자기를 강유리와 같은 편으로 그려 넣었다.그러나 지금은 이 곳에 남아 상황을 살피니 고한빈의 상태가 어떠한지 보고 싶었지만, 순간 생각이 바뀌면서 가만히 보고 있어도 달려질 것이 없으니 차라리 강유리를 도와 한 마디라도 더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을 내렸다.하여 그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육시준의 뒤를 따라 떠났다.한편, 서재 안에서.두 사람은 들어서자마자 화를 참고 있는 가주의 목소리가 들렸다.“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네가 조사하고 있는 일은 고한빈과 무관하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무관하다고! 근데 왜 그렇게 고집 부리며 적대시 하는 거야?”가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에 강유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사부님도 제가 고한빈을 일부러 겨냥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도씨 가문 가주는 협박하는 빛이 가득한 도주원의 눈길을 마주하고 나서 결국 화를 삼켜내고 의자에 털썩 앉아 언성을 살짝 낮추고 말했다.“그럼, 왜 암기를 사용했는지 설명해 봐. 그것도 독이 묻은 은침으로 말이다.”그는 조금 전 강유리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그리 독하게 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 은침 끝에는 정말로 독이 묻어 있었다.홍석천은 이제 막 서재로 발을 들여놓고 한쪽에 서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나서 순간 안색이 확 변했다.‘정말로 독이
홍석천을 그곳에 남겨두었다면 분명 동료와 선배에게 따돌림을 당했을 것이다.그럼, 아무리 굳게 먹었던 마음일지라도 분명 흔들리게 될 것이다.하지만 그곳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사방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강유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역경을 맞서 가면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질 수 있다.“사부님, 저를 시준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육시준은 급히 해명하려고 하지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예의를 갖춘 채 호칭을 바로 잡아 주었다.도씨 가문 가주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지만, 육시준의 질문에 대답은 해주었다.“감시 카메라에 작은 문제가 생겨서 지금 복구 중입니다.”“그렇게 공교로운 일이 있다는 말씀입니까?”육시준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이에 도씨 가문 가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육시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저희 LK 그룹 직원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그러자 도씨 가문 가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했다.“도씨 가문 내부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 작은 일로 육 대표님께 염려 끼쳐 드리지 않겠습니다.”“......”‘아직도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군.’도씨 가문 가주는 확실히 아직도 화를 내고 있다.하지만 일이 이 지경으로 번진 이상 말린다고 한들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차라리 내친김에 홍석천을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도씨 가문 가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홍석천을 심사하는 듯이 뚫어지게 노려보았다.홍석천은 그런 그의 눈빛에 살짝 기가 죽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고 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다리에 힘을 주었다.“가주님......”“만약 강유리가 음험한 술수로 동문을 해친 일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은문에서 쫓아낼 것이다. 넌 도씨 가문의 인정을 힘겹게 받지 않았느냐. 저런 사람한테 네 미래를 걸 필요는 없다고 본다.”“저......”“고한빈 또한 잘못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민경훈이 너를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도씨 가문 가주였다.그의 뒤에는 강유리를 비롯한 일행도 함께 있었으나 도주원은 보이지 않았다.어쩌면 이번 일로 실망이 가득하여 발걸음조차 하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시끌벅적하던 방안은 가주의 말과 함께 순간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조금 전 앞다투어 토로했던 불만의 소리도 뚝 그쳤다.마치 그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그들이 꺼낸 말이 아니라는 듯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고한빈은 가주의 말을 듣고 두 눈이 살짝 반짝이면서 마음속 깊이 기대가 부풀기 시작했다.가주가 자기를 관심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그럼, 조금 전 강유리가 사용했던 그 은침에는 정말로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증명된다고 생각했다.‘날 걱정 하고 있으시네? 강유리한테 완전 실망하셨나 봐?’“모두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는 가운데 동문인 저한테 음험한 술수까지 사용했습니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독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는 말입니다. 오늘은 제가 당하고 그다음 날에는 또 누가 당하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고한빈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방 안으로 들어온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주께서 공정 공평하신 분이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 막 입문한 제자들에게 도씨 가문은 사리를 분명히 따지는 곳이라는 걸 알려 주고 싶습니다. 이곳에서는 규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그 어떠한 인정도 돌봐주지 않는 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싶습니다.”그는 타당하고 신랄한 말을 하면서 도씨 가문 가주의 위엄을 높이는 동시에 강유리를 편 드려는 가주의 속셈을 미리 차단했다.사적인 마음이 하나도 없는 거처럼 남을 위하는 척을 하면서 도씨 가문의 명성을 높이려는 듯했다.도씨 가문 가주는 그런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가 옆에 있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여유로워 보이는 자태와 달리 얼굴에는 위엄이 가득했다.“그럼,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느냐?”그 말에 고한빈의 두 눈은 살짝 반짝였고 강유리를 흘겨보더니 다소 흥분한 듯한
문득 무슨 생각이라도 떠오른 듯이 고한빈은 당황함도 잠시, 곧 차분해졌다.“가주께서 저를 지켜봐 주셨다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강유리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유리를 편들어 주신다면 같은 제자로서 불평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고한빈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불평과 함께 본능적으로 식지를 만지작거렸다.마치 식지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었다.그러나 바로 이때 내내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지석훈이 나지막이 고한빈을 위해 불평을 토로했다.그는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제삼자의 입장에 서서 보면 가주께서는 여전히 유리 사숙의 편을 들어주시는 걸로 보입니다. 아직도 저희 사부님의 트집을 잡고 있으시니 말입니다.”이에 고한빈은 옆에서 보란 듯이 지석훈을 야단쳤다.“가만히 있으세요! 가주께서 모두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사숙은 본래 우리와 다른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두 사람이 서로 맞장구를 치자 주위의 제자들은 더욱 큰 불만을 품게 되었다.강유리 일행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불만이 가득했다.“짝짝짝.”이때 강유리는 박수를 치기 시작했는데, 고한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감탄하는 빛도 스며있었다.“그렇게 좋은 연기력으로 영화배우나 하시지 왜 여기서 시간 낭비를 하는 겁니까? 성신영과 겨룬다고 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사숙, 너무 심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고한빈이 나서서 대꾸하기도 전에 지석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의 말에 따라 주위에서도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도씨 가문 가주는 본래 고한빈에게 스스로 자백할 기회를 주려고 했으나 관을 보지 않은 이상 절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원아, 가지고 오너라. 도대체 내가 누굴 감싸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줘야겠다.”그 말에 의문이 가득한 사람도 당황한 빛을 드러낸 사람도 있었다.그렇게 주목이 쏠린 가운데 원이는 컴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