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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맞아. 설 전날, 고씨 집안에서 우리 뒤를 밟았고 고정남은 그때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야.” 육시준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유리가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릴리가 머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왜 우리 엄마한테 호기심이 생겼는데? 그 사람 우리 엄마 알아? 엄마랑 뭘 하려고 그러는데?”

강유리가 온화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제대로 앉아야지, 안전벨트도 하고.”

릴리가 웃으며 고개를 젓더니 애교를 부렸다. “아잉, 형부가 운전을 이렇게 천천히 하는데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

“그래도 제대로 앉아야지. 아직 아버지 비행기 안 타신 거 알지? 말 안 들으면 공항으로 보내 버릴 거야.” 성홍주가 화난 척 릴리에게 말했다.

그걸 들은 릴리가 재빨리 자리로 돌아가 안전벨트를 했다. “제대로 앉았어요, 보내지 마세요!”

강학도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릴리를 칭찬했다.

릴리 덕분에 앞서 이어지고 있던 대화가 끊어지게 되었고 강유리는 백미러를 통해 외조부의 표정을 한 번 살피더니 이 일에 대해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육시준이 천천히 차를 몰아 JL 빌라 앞에 도착하자 정문 근처에 서 있는 검은색 차 한 대를 발견했다. 차 안에는 운전수만 있었으며, 그들이 돌아온 걸 확인하더니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거는 듯했다.

고정남이 일찍이 사람을 보내 거기서 기다리라고 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멀어진 강유리의 근심이 더 깊어졌다.

......

한밤 중의 JL 빌라는 조용했다.

올해 설 연휴는 강유리가 살아온 20년 동안 가장 따뜻하고 북적였다.

작년에도 가족끼리 연휴를 보낸 건 맞지만 그 집은 그녀가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가족이 있는 곳은 아니었고, 올해는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이 동시에 있으니 더 색다른 기분이었다.

다만, 그 느낌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는 동시에 현실이 아니라고 느껴지기도 했고 그 떠들썩함 뒤에 오는 외로움이 너무나 컸다.

외할아버지와 릴리가 잘 있는 것을 확인한 강유리가 씻고 나와 이불 속에 몸을 웅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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