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리는 전화를 끊자마자 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잘 만났어. 그리고 결혼식은 고씨 가문과 아무런 관련도 없을 거야. 구원 쪽에서 홍보 방안에 대해 뭐라고 그랬어?”도희는 멈칫거리더니 즉시 목청을 높였다.“대박! 이제야 내 질문에 답장하는 거야?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기나 해? 만약 이번에 얘기도 제대로 되지 않고 공작님께서도 돌아오지 않으셨다면 우리 둘째 삼촌한테 부탁해서 널 시집보내달라고 할아버지하고 얘기까지 해 놓았어. 우리 도씨 가문은 영원히 네 친정으로 지켜줄 거니 그런 줄 알아.”이에 강유리는 눈꼬리를 실룩거리며 감동한 외에 살짝 어이가 없기도 했다.“됐거든.”그냥 간단하게 결혼하는 것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오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절차에 지나지 않기에 별다른 흥미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왜 다들 내 손 잡고 날 보내려고 하는 거지......’“근데 왜 이제야 답장하는 거야? 너 나한테 속이는 거 있지? 안 되겠어. 내가 지금 갈게.”도희는 시름이 놓지 않아 당장 강유리를 찾으러 가려고 하며 전화까지 끊으려고 했다.그러자 강유리는 다급히 도희를 불렀다.“잠깐만! 일단 홍보 방안부터 보내 주면 안 돼?”결혼보다 합작이 더욱 중요한 일이니 더는 미루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도희는 몇 초간 멈칫거리고 나서 간단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별다른 특이한 점은 없어. 그냥 네 결혼식 끝나고 나서 레드브라이드 예매와 같이 출시하는 거야. 근데 난 결혼식이 좋은 홍보 기회일 거 같아서 가능하다면 결혼식 당일에 하고 싶어.”그러나 만약 고씨 가문에서 시집을 간다면 성신영에게 이목이 쏠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게다가 성신영은 LK 주얼리 새 제품 “골든”을 착용하고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그때가 되면 아마 성신영에게 밀려 홍보 효과가 그다지 좋지 않을 수도 있다.강유리는 사색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해도 될 거 같아. 네 생각대로 하고 얼른 답장해 드려.”그 말에 도희는
그들의 방안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강 대표님 결혼식에서 발표한다고 하셨습니까? 그럼, 언론사들도 초청할 것입니까?”이에 도희는 확실하게 대답했다.“물론입니다.”담당자는 잠시 멈칫거리더니 자기 의사를 밝혔다.“좋은 기회라는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지만, 온라인에 적지 않은 스캔들이 돌고 있습니다. 강 대표님께서 고씨 가문 아가씨와 한 날에 식을 올린다고......”뒤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다들 명확히 알고 있다.친 딸과 의붓딸의 대우는 분명히 다를 것이고 강유리는 그날에 분명히 성신영의 들러리가 될 것이다.남편 될 사람이 아무리 육시준이라고 한들, 홍보 효과는 아마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생각이 들었다.“같은 날에 식을 올리는 건 사실이지만, 고씨 가문과 그 어떠한 관계도 없습니다. 공인이었던 성신영 씨의 인품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죠? 이런 방식으로 남을 짓밟는 건 지금껏 자주 사용해 왔던 성신영 씨의 수단에 불과합니다.”고희는 간들간들한 목소리로 설명했다.그러자 상대방은 몇 초 동안 망설이며 조심스러워했다.“알겠습니다. 우리 측에서도 좀 생각해 봐도 되겠습니까?”성신영의 인품에 대해서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다.만약 고씨 가문이라는 빽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성신영과 합작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강유리의 수단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고 있다.스타인 엔터를 가장 좋은 사례로 들 수 있다.그때 스타인 엔터는 강유리의 맹렬하고 신속한 스카우트에 자기를 배신한 남자 친구를 땅바닥까지 떨어지게 하였다.지금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여론은 육시준이 뒤에서 받쳐 주고 있으며 요언을 물리칠 수 있다.그래서 고씨 가문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설명에 지켜보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도희는 그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어 더는 말하지 않았다.“그렇게 하세요.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강 대표님께 뜻을 잘 전달하겠습니다. 직접 나서서 그 우려를 물려 쳤으면 좋겠네요.”......강유리는 전화를 끊고 나서 바로
육시준은 순간 말 문이 턱 막혀 버렸다.차 키를 들었다고 해서 꼭 자기를 찾으러 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하며 별로 미덥지도 않았다.그러나 오늘 강유리의 기분이 좋은 것을 보아 깊이 따지려고 하지 않았다.“술집에 갈 필요 없어. 요즘 그럴 시간도 없었을 거야.”그러자 강유리는 의문이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좀만 기다려. 이따가 집에 오면 직접 물어봐봐.”육시준은 멈칫거리더니 덧붙여 말했다.“그리고 그렇게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는 아니야.”단순하고 천진한 어린 소녀가 낯선 나라에서 인맥이 그 정도로 넓은 리가 없기 때문이다.만약 릴리 뒤에 사람을 붙이지 않았더라면, 은밀한 그 일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강유리는 눈썹을 들썩이며 문득 강민영의 묘지에서 돌아온 그날에 그들이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그때 육시준은 릴리는 아주 단순하며 강미영은 보호를 잘했다고 그랬었다.근데 이제야 그 뒤에 숨겨진 대단한 일을 발견한 듯하다.강유리는 육시준의 말을 믿고 차 키를 내려놓았지만, 요즘 릴리가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 육시준은 왜 갑자기 릴리에 대해 인상이 바꾸게 되었는지 참지 못해 캐묻기 시작했다.하지만 육시준은 덤덤하게 강유리를 풀어 주고는 대답하지 않고 냉정하게 침실로 올라갔다.그러자 강유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치사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샤워를 마치고 육시준은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아래층으로 내려오자 테블릿에 대고 정신없이 클릭을 하고 있는 강유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진지한 모습은 요즘 슬픔에 잠겨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때와 사뭇 달랐다.육시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바라보며 이러는 것도 좋다며 생각했다.“자기야, 여기 와봐.”강유리는 고개를 들어 육시준을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육시준은 강유리 곁으로 다가가 앉으며 태블릿 화면을 보았다.“웨딩드레스 보고 있어?”“구원과 합작하고 있잖아. 그쪽에서 지금 컬래버 해서 홍보하고 싶다고 하는데, 괜찮다면 결혼식 웨딩드레스 그쪽 브랜드로 바꾸고 싶어.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며 강유리는 침을 삼키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육시준에게 뜨거운 키스를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그 찰나 도어락이 울렸다.“띠-”이윽고 익숙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문 앞에서 울려 퍼졌다.“이 타이밍에 너무 눈치 없이 돌아온 건 아니지?” “......”강유리는 육시준의 가슴에 반쯤 기대어 몹시나 야릇한 자세를 하고 있었고 이 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들어 대경실색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이러한 장면을 연출하게끔 한 장본인은 지금 문 앞에 서서 빙그레 웃고 있지만, 두 눈에는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조롱의 빛도 아른거렸다.어색하기 그지없는 사람은 강유리와 육시준이고 릴리는 마냥 즐겁기만 했다.‘외할아버지 댁으로 보낼 걸 그랬어.’‘외할아버지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귀까지 발개졌지만, 강유리는 침착한 척을 했다.그러고 나서 아주 자연스럽게 육시준의 몸 위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우리 게임하고 있었어. 너무 달리 생각하지 마.”“무슨 게임인데? 사랑의 게임?”“……”‘이런 악마 같은 계집애.’강유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릴리를 바라보며 계속 더 설명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싱글인 젊은 여자아이가 어쩌면 유부녀보다 더욱 뻔뻔할 수 있을지 하는 의문도 들었다.이때 육시준도 자리에서 일어나 강유리의 옷을 손수 정리해 주었다.이윽고 육시준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마침 잘 왔어. 저녁부터 먹자. 먹고 나서 우리하고 얘기 좀 해.”그 말에 릴리의 두 눈은 살짝 번쩍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다.“짐 챙기러 온 거야. 외할아버지한테 가서 며칠 동안 지낼 생각이야. 여기에 있으면, 두 사람 다 불편하잖아.”“그래. 근데 얘기다 끝내고 가.”“……”릴리는 마침내 완전히 주눅 들어 버렸다.이에 강유리는 눈썹을 살짝 들썩이며 먹이 사슬 가장자리의 압박이 아닌가 싶었다.해외에서 각별히 수렴한 모습으로 지낸 것은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인제 국내로
그러자 릴리는 즉시 입을 삐죽거리며 표정까지 확 달라졌다.발로 의자를 당겨와 앉으며 어쩔 수 없는 듯한 말투로 감탄하기 시작했다.“서울로 돌아온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언니한테 변화가 참 많네.”아버지에 대한 태도도 예전처럼 차갑지 않으니 좋았다.게다가 자기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으면, 심지어 자기 일에 간섭까지 하고 있으니, 기분이 참 묘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나도 알아. 많이 예뻐진 거.”강유리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예상 못 한 강유리의 답에 릴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진지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유리는 릴리가 수작 부리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하여 릴리는 더 이상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직접 그날에 자기가 알아낸 사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전에 어떤 여자 조사해달라고 했잖아. 고정남 비밀 애인 말이야.”그러자 강유리는 멈칫거렸다.“그럼, 요 며칠 동안 고정남 뒷조사하고 다녔던 거야?”릴리는 이에 응했다.“마침 여기에 있고 여러모로 편리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알아본 거야.”강유리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알아낸 건 있어?”이에 릴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 얼굴이었다.그렇게 한참 생각하더니 결론을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아니.”“……”한참 동안 기대하며 기다렸던 강유리는 생각지 못한 대답에 욕설을 퍼부으려고 했으나, 릴리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근데 언니하고 고주영 뭔가 좀 닮은 거 같지 않아?”그러자 강유리는 하마터면 발끈할 뻔했다.“닮긴 뭘 닮아! 그 여자가 아니었다면, 난 단 한 번도 우리 사이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았을 거야.”릴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근데 나도 고주영하고 좀 닮았는데,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 거야?”“……”그 말에 강유리는 릴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릴리는 인형과 같은 얼굴이라 귀엽고 달콤하게 생겼으며 성격도 무척이나 활발하다.강유리와 닮은 곳이 하
강유리는 그저 빠른 효율에 놀라울 따름이었다.‘그럼, 이모 가기 전부터 조사하고 있었던 거야?’릴리를 바라보는 강유리의 두 눈에는 탄복하는 빛도 그려져 있었다.“도대체 언제부터 조사한 거야?”릴리는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고개를 들지도 않고 대답했다.“그날 밤부터. 엄마하고 아빠 가고 나서 고정남이 차 옆에 있었는데, 형부하고 나누는 얘기가 마냥 이상하더라고.”그리고 강학도까지 너무 티 나게 질문을 끊어버렸으니 말이다.릴리가 더 이상 묻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훤히 보였고 이에 릴리는 더는 캐묻지 않고 스스로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다.“그럼, 이모하고 친자 검사는 언제 했어?”“그다음 날 엄마 배웅해 드릴 때, 몰래 머리카락 좀 훔쳤거든.”“……”강유리는 무엇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릴리는 동작을 멈추고 뭔가를 보여주었다.“언니가 보기엔 이 여자 우리 엄마하고 닮았어?”갓 20살이 넘어 보이는 여자의 증명사진이었고 오래전에 사진이라 화질도 뚜렷하지 않았다.하지만 은은하게 드러나는 윤곽을 보면 제법 닮은 듯한 느낌도 있었다.육시준은 강민영과 강미영이 7, 80% 정도 닮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사진 속의 사람은 한 50% 정도 닮아 보인다.전체적인 이목구비가 더욱 부드러우며 강미영보다 시원시원한 느낌이 없고 강민영보다 날렵함이 좀 부족하다.“이 사람 누구야?”강유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러자 릴리는 화면을 넘기며 다른 사진을 펼쳤는데, 이에 강유리는 동공이 움츠러들었다.“말도 안 돼!”릴리는 계속 화면을 뒤로 넘기며 진찰받을 때 사진과 자료를 열었다.“고성 그룹 계열에 있는 성형 병원 기록이야. 차한숙은 20여 년 전에 자그마치 성형 수술을 10번 넘게 받아 완전히 달라진 지금의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고정남이 고성 그룹을 이어받고 나서 차한숙하고 2년 동안 잘 지내다가 회사가 안정되자 두루 돌아다닐 겸 해외로 나갔다고 들었어.”“근데 아주 뜬금없이 간 것이고 만약 정말로 여행하는 마음으로 해외로 떠난 거라면 왜
릴리는 자기가 한 추측에 대해서 굳게 믿고 있다.강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설득 당한 듯했다.릴리의 두 눈을 바라보며 다른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어쩌면 자기가 고정남이 찾으려는 그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엄마하고 같이 생활했던 몇 해 동안 엄마는 늘 제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사랑에 얽매여 있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사랑에 버림을 받은 흔적이 일도 없이 살았기 때문이다.게다가 고정남과 자기 사이에 뭔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신물인 귀걸이에 대해서도 엄마는 보통 물건처럼 대하며 별 다른 감정이 없어 보였다.“어찌 됐든 상관없어. 이제 마지막 한 단계만 남았어. 친자 확인 결과만 나오면 모든 것이 밝혀질 거야.”릴리는 마냥 귀찮아하며 손을 흔들었다.그 말에 강유리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친자 확인? 너 고정남 찾아 갔었어?”릴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아직. 요즘 강성에 출장 간다고 하던데 따라서 갈 생각이야. 보통 이렇게 큰 보스가 오면 자회사에서 특수한 절차를 준비하는데, 중간에서 가로챌 생각이고. 만약 그 절차가 없다는 내가 준비하면 돼.”덤덤하기 그지 없는 릴리의 말투를 듣자 하니, 상승법이 분명했다.‘특수 절차? 가로 채?’강유리는 숨을 깊이 내쉬며 겨우 마음을 다스리고 욕을 삼켜버렸다.“너 지금 뭐라고 하는지 알아?”릴리는 망연한 얼굴로 되물었다.“뭐가 문제라도 돼?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럼, 넌 이게 된다고 생각해?”강유리는 언성을 높이고 덧붙였다.“결론이 뭐든 너하고 고정남 사이에 부녀 관계가 존재하든 아니든 그 사람은 중년 남자야. 근데 뭐? 사칭해서 특수 절차까지 준비한다고……”여기까지 말하더니 강유리는 순간 멈칫거리며 과감하게 부정했다.“안 돼, 결과를 따지 않아서는 안 돼. 만약 정말로 추측한 그대로라면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이건 인륜 도덕에 어긋나는 일이야.”릴리는 미친 듯한 강유리의 모습을 보고 몇 초 동안 멍해 있더니 두
어찌 됐든 고정남에게 다른 감정만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몰라. 어떻게든 검사하고 말 거야. 게다가 언니하고도 관련되어 있는 일인데, 중간에서 그만두게 할 건 아니지?”릴리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솔직히 말해서 강유리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나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강유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나한테 맡겨. 내가 샘플 가져다줄게.”그러자 릴리는 두 눈이 밝아졌다.“정말이야?”강유리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했다.“널 속여서 내가 얻는 게 뭔데? 게다가 내 지역에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일로 동생이 얼굴을 팔게끔 놔둘 거 같아?”릴리는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너무 복잡하게 생각했어. 얼굴을 판다니……””복잡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생각 자체부터 잘못된 거야. 아빠 출장하는 틈을 타서 그쪽의 특수 절차를 가로채며 네가 사칭해서 호텔로 간다는 게 말이 돼?”“그럴 리가. 아빠는 절대 그런 일 하지 않을 거야.”“그럼, 아빠 대신 준비해 줄 수 있어?”“……”릴리는 그 장면을 상상하며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렸다.‘그러면 아마 죽을 수도 있겠지?’이 문제에 대해서 두 자매는 의견을 일치하고 이 일은 그런대로 넘어가 버린 셈이다.이때 릴리는 또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근데 형부가 정말로 날 외할아버지 댁으로 보내려는 건 아니지? 거기서 지내고 싶지 않아. 외할아버지 맨날 감시하고 있어서 자유도 없단 말이야.”이에 대해 말이 나오자, 강유리는 관조하는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형부가 얘기하자고 하지 않았으면, 나한테도 얘기할 생각이 없었던 거지?”그러자 릴리는 웃음을 거두며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너도 말했듯이 이 일은 나하고도 관련이 되어 있는데, 왜 말하려고 하지 않았어?”강유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릴리는 이내 침묵했지만, 모든 것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한 강유리의 예리한 시선에 끝내 견디지 못했다.“외국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단 말이야. 우리가 몰랐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