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를 흘겨보던 도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애초에 기자회견장에 알렉스를 데리고 가는 게 아니었는데 싶었다.‘저 입을 꿰매버리든가 해야지.’“지금 당신 때문에 우리 입장이 완전 불리해진 거 알기나 해?”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알렉스였지만 일단 와이프가 화난 모습이니 최대한 성의있는 표정을 지어보였다.“그럼 내가 어떻게 할까? 내가 저 댓글들 다 지워버릴까?”‘하이고, 말은 쉽지.’하지만 어렵긴 해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으므로 도희가 강유리를 돌아보았다.“어떻게 생각해?”반면, 다른 사람들과 달리 여유로운 표정의 강유리는 손에 든 펜을 빙글빙글 돌리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댓글들 좀 봐. 작품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없고 추연화가 선배인데 예의가 없다는둥, 해외 기반 브랜드가 왜 이렇게 건방지냐는둥 얘기뿐이야.”“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합심해서 세마라는 외부인을 배척하고 싶은 거지.”이렇게까지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인 건 분명 누군가 의도한 것이라고 강유리는 생각했다.그리고 포털 사이트를 다시 확인한 도희는 성신영에 대한 추문과 영상이 전부 내려갔음을 발견했다.“저쪽에서 일부러 이쪽으로 여론을 몰고 갔다는 뜻이야?”강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정남이 아직 성신영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닌 모양이야.”‘지키는 건 좋은데 적어도 날 방패막으로 쓰진 말았어야지.’이때 뭔가 떠올린 강유리는 부리나케 육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끼어들지 마!]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육시준이 고정남의 이번 행동만큼은 꽤 응원하는 것 같은 느낌은 받은 강유리였다.‘성신영이 그쪽 집안에서 하루빨리 자리잡길 바라는 눈치란 말이야. 도대체 왜?’마침 육시준도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지 바로 답장이 도착했다.[? 무슨 소리야?]휴대폰을 내려놓은 강유리가 미간 사이를 꾹꾹 눌렀다.‘아, 아직 삐진 상태였지.’강유리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알렉스는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나, 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솔직히 조잡한
회의실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도희가 조심스레 물었다.“쟤... 설마 고정남 대표 암살하러 간 건 아니겠지?”“그건 아닐 거야. 아까 훔쳐봤는데 남편한테 문자 보내던데?”신주리가 어깨를 으쓱했다.“그런데 왜 남편이 장애물이라는 거야?”“뭐 기껏해야 사랑싸움이나 하셨겠지....한편, LK그룹 회의실.세마 불매운동으로까지 불거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긴급 회의가 가열차게 진행대던 그때.휴대폰을 들여다 보던 육시준이 문득 입을 열었다.“일단 세마 스튜디오의 반응부터 지켜보죠.”“???”회의실 테이블을 채운 홍보팀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LK그룹과 세마가 콜라보를 앞두고 있는 지금, 세마 스튜디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LK를 향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침 일찍 불러 회의를 할 때는 언제고 솔루션 몇 가지를 제시한 지금, 갑자기 기다리자니.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가 싶었다.그리고 휴대폰 벨소리까지 울리고 의아함 가득한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육시준은 여유롭게 육시준은 회의실을 나섰다.해명 한마디 없이 대표가 사라지니 직원들의 시선은 그의 비서인 임강준이게로 향했다.하지만 임강준 역시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그래도 겉으로는 짐짓 담담한 척 입을 열었다.“대표님 말씀대로 일단 세마 스튜디오의 반응에 따라 협조하는 걸로 하죠.”“누구와 연락해야 하죠? 세마 스튜디오는 워낙 신비주의라...”“유강 엔터 측 직원들에게 컨택하면 될 겁니다.”같은 시각, 사무실로 들어선 육시준이 넥타이를 풀어헤쳤다.“여보?”수화기 저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육시준의 손이 살짝 떨려왔다.“뭔데.”“저녁에 뭐 먹고 싶어? 내가 해줄... 아니, 내가 사줄게.”강유리의 달콤한 목소리에도 육시준의 반응은 꽤 차가웠다.“나 야근할 거야.”“괜찮아. 내가 기다리면 되지 뭐. 아니다. 그냥 내가 지금 회사로 갈까?”강유리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청하니 육시준의 목소리 역시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강유리의 말에 육시준은 잠깐 침묵을 유지했다.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가 막혀서였다.‘내가 정말 제 명에 못 살지...’깊은 한숨을 내쉰 육시준이 물었다.“내가 개입 안 하면 네 힘으로 해결할 순 있고?”“당연하지.”잠시 후 통화를 마친 육시준이 임강준을 호출했다.“홍보팀한테 이번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전해요. 세마 스튜디와의 콜라보는 계속 추진하고요.”“예?”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임강준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오랫동안 육시준의 곁을 지키며 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반응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선 것이었다.“왜요? 다들 이 일 말고 할거 없나 봐요? 그렇게 한가한가? 스타디움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부동산 프로젝트 진전은요?”“큼, 바로 전달하겠습니다.”일 폭탄이 쏟아질 것만 같은 예감에 깔끔하게 물러선 임강준은 도망치 듯 사무실을 나섰다.‘보나마나 사모님이 간섭하지 말라고 하신 거겠지. 하여간... 팔불출.’그리고 임강준은 바로 홍보팀 팀장에게 연락했다.“네, 세마 스튜디오아의 콜라보만 추진하시고... 유강엔터 측과는 굳이 연락할 필요 없으실 것 같습니다.”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던 임강준은 최대한 돌려돌려 표현해보았다.“아, 네. 사모님께서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길 바라시는 거죠?”역시 오랜 회사생활로 잔뼈가 굵은 홍보팀 팀장 역시 바로 그의 뜻을 간파했다....한편, 통화를 마친 강유리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뭐지? 왠지 더 화가 난 것 같단 말이야. 내 요구가 그렇게 과분한 건가?’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강유리는 다시 회의실로 돌아왔다.그 사이에 알렉스는 빠르게 이미 삭제된 영상을 다시 업로드한 상태였지만 도희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고성그룹의 개입이 있어서인지 부정적인 댓글을 삭제하는 것에 꽤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쏠린 지금 추연화가 SNS에 글을 업로드했다.[창작은 자유입니다
추연화가 올린 글을 자세히 살펴보던 기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네요. 솔직히 아티스트들 사이에 표절이라는 건 꽤 민감한 문제잖아요. 이렇게까지 너그럽게 나오는 게 좀 수상하긴 하네요. 그럼, 이젠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글쎄요.”강유리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세마에 대한 악플이 한국에서 당장 나가라는 수준에 이르렀을 무렵.세마 스튜디오 역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창작은 자유라는 말, 저희 측도 동의합니다만. 다른 아티스트의 심혈이 담긴 아이디어를 훔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은 결코 이 일을 그냥 넘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번 사태 끝까지 파고들고 잘잘못을 따져 모두가 인정할만한 결론을 보여드릴 예정이니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세마 스튜디오의 당당한 입장이 발표되자 무분별한 악플 공격에 괜히 주눅이 들었던 팬들 역시 조금씩 응원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그래. 이번 기회에 세마에게 불의를 못 참는 다혈질 이미지를 입혀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10시.시간을 확인한 강유리가 중얼거렸다.“저녁은 내가 사기로 했는데 같이 먹을 수나 있으려나...”사무실을 나선 강유리가 임강준에게 문자를 보냈다.[대표님 퇴근하셨나요?]...몇 분이 흘러도 묵묵부답.“흠, 아직 퇴근 전이란 말이지?”결론을 얻은 강유리는 바로 LK그룹으로 향했다.겨울밤의 연기에 몽롱한 거리를 길가의 가로등이 비추었다.그런데 당당하게 건물로 들어서는 그녀를 인포 직원이 막아섰다.그 동안은 육시준이 직접 그녀를 에스코트한데다 신입 직원이라 아직 그녀의 얼굴을 모르는 모양이었다.“죄송합니다. 대표님과 만나시려면 미리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아, 대표님한테 직접 전화 좀 해주실래요?”하지만 직원은 여전히 사무적인 미소로 응했다.“지금 회의 중이시라서요. 그리고 매일 육시준 대표님을 무작정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꽤 됩니다. 그때마다 대표
‘저번에 사무실에서 마주쳤던 게 단순히 우연이 아니었던 거야?’그리고 그때, 고주영의 친절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유리 씨, 나랑 같이 올라갈래요?”정작 와이프인 그녀가 문전박대 당하는 이 상황이 상당히 불쾌했지만 강유리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아니에요. 남편이 내려올 거라.”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이라는 걸 눈치챈 건지 고주영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바로 그때, 인포 직원이 그녀를 다시 불러세웠다.“잠깐만요, 주영님.”“아, 괜찮아요. 내가 알아서 올라갈게요.”이에 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아, 그게 아니라... 주영님, 지금 올라가실 수 없습니다.”그녀의 말 한 마디에 고주영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깃들고 강유리의 입가에는 미소가 실렸다.‘뭐야.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고 있잖아?’“그게... 주영님께서 저희 회사 블랙리스트라는 게 방금 전에 확인이 돼서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사무실로 들이지 말라는 대표님의 분부가 있었습니다...”누가 들어도 기분 나쁠 만한 말이었으므로 고주영의 눈치를 살피던 직원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다.‘뭐? 블랙리스트?’고주영의 우아한 미소가 무너지고 강유리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역시, 우리 남편이라니까. 이따 보면 뽀뽀 백 번 해줘야지.’쌤통이라는 표정이 그대로 표정에 드러난 건지 고주영이 꽤 까칠한 목소리로 물었다.“유리 씨, 남편분은 언제 오시는 거죠?”“글쎄요. 그리고 얘기 들어보니까 지금 남편이 내려온다고 해도 주영 씨가 들어가는 건 힘들 것 같은데요.”“지금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저 육시준 대표님한테 할 말이 있어서 온 겁니다. 오늘 안 만나주신다면 내일, 모레 계속 다시 올 거예요. 그런데...”고주영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그런데 유리 씨도 이렇게 문전박대 당하실 줄은 몰랐네요.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게 사이 좋은 커플인 척하더니 결국 쇼윈도였나 봐요? 그러니까...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말을 마친 강유리는 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하려다 발걸음을 멈추고 인포 직원을 향해 물었다.“이분 따라 올라가도 되는 거죠?”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눈동자만 다급하게 돌리던 직원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물, 물론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아니에요. 메뉴얼대로 아주 잘해줬어요.”직원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준 강유리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잠시 후.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문기준을 훑어보았다.“요즘 뭔가 이상한데요?”순간 뜨끔하던 문기준이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 사모님이 불편해 하시는 것 같아 멀리서 지켜보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아니요.”강유리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까 저 따라온 거 아니었잖아요?”방금 전뿐만이 아니었다. 문기준이 그녀 주위를 지키지 않은 게 벌써 며칠째. 주위에 그녀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가려내지 못할 정도로 무딘 성격은 아닌지라 강유리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고주영 따라다니는 거예요?”강유리가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저번에 고성그룹에 대해 조사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쪽을 지켜보고 있는 건가요?”“...”평소에는 그렇게 털털한 사람이 이럴 땐 왜 이렇게 예리한 건지.육시준이 맡긴 임무의 내용은 절대 유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지만...‘죄송합니다, 대표님. 전 할만큼 했습니다.’“네. 고정남 대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문기준이 최대한 간략하게 말했다.“그래서. 성과는요?”“있지만 육시준 대표님께서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아...”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에 강유리는 말끝을 흐렸다.‘역시 성신영이 고성그룹에서 자리를 잡길 바라는 건가?’대화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강유리가 먼저 나간 뒤에야 문기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회의 중인 육시준 대신 그녀를 사무실로 안내한 임강준이 물었다.“혹시 식사하셨습니까?”“대표님은 드셨어요?”“아니요.”‘도대체 두 분이서 무슨 대
쾅 하고 차문을 닫은 그녀가 옆에 앉은 고정남에게 바로 불만을 쏟아냈다.“아빠! 왜 세마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LK그룹과의 관계를 제외하고서라도... 개인적으로 그 브랜드 좋아한단 말이에요.”“얘기가 잘 안 됐나봐?”눈을 슬쩍 감고 있던 고정남이 고개를 돌렸다.고성그룹이 세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 한다는 소식을 입수한 고주영은 펄쩍 뛰며 반대한 것도 모자라 자기가 직접 육시준과 담판을 짓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었다.자기가 나서면 LK그룹이 세마를 포기할 거라고 꽤 자신만만했었는데 일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시준 씨 회의 중이라 만나지도 못했어요.”고개를 홱 돌린 고주영이 아버지를 흘겨보았다.“아니, 성신영 하나 때문에 앞길 창창한 디자이너 앞길을 망친다는 게 말이 돼요?”하지만 이미 그녀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고정남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주영아. 솔직하게 말해. 너 솔직히 세마가 정말 표절을 했는지 안 했는지 관심없잖아. 그냥 LK가 그쪽과 콜라보를 하는 게 마음에 안 들 뿐이지.”“그런 거 아니거든요.”고주영이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네가 육시준 대표에게 마음 있는 거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쪽은 유부남이야. 불가능한 사이니 이제 마음 접어야지. 솔직히 네가 고집을 부리니 따라오긴 했다만 이렇게 될 거라는 거 아빠는 알고 있었어.”‘세마는 강유리가 키우고 있는 디자이너지. 육시준이 그런 세마를 포기할 리가 없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아니야. 이번 기회에 완벽하게 마음을 접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진지한 표정의 고정남이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신영이는 네 동생이야. 얼굴도 모르는 디자이너보다는 훨씬 더 소중한 존재란 말이지.”“전 그렇게 추잡한 여동생 둔 적 없거든요.”‘윽. 아빠가 또 한 마디 하시겠네.말을 뱉고나서 아차 싶은 고주영이 고정남의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호통이 내리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고정남은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정남
고정남의 말에 고주영은 더 혼란에 빠졌다.‘뭐지?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또 성신영을 끔찍하게 아끼시는 것 같기도 하고...’과거 그녀가 처음 데뷔했을 때 쏟아지는 악플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사람이 영상 하나에 플랫폼 전체를 통제할 정도로 큰 힘을 퍼붓다니.지잉.때마침 들리는 휴대폰 진동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트렸다.“여보세요?”“대표님. 그게... 영상이 또 다시 업로드되었습니다. 게다가 무슨 수를 썼는지 아무리 내려도 끊임없이 다시 업로드되고 있어요.”워낙 조용한 차안이라 통화내용을 똑똑히 들은 고주영이 부리나케 휴대폰을 꺼냈다.역시 다시 업로드 된 영상 밑에는 어느새 댓글이 가득 차있었다.“와, 대박이다, 진짜.”“성신영 목소리 맞지? 임천강이 정말 바람 피운 거야?”“성신영이 빼앗은 거였어?”“재벌 아버지 물어서 탄탄대로이겠거니 했는데 완전 날벼락이네.”“호적 잉크 마르기도 전에 바로 파이게 생겼네.”“에이, 설마. 고정남 대표가 그렇게 찾아다니던 딸인데 설마 이런 영상 하나로 딸을 버리기야 하겠어?”“그러니까. 이 영상 어젯밤에 올라왔다가 갑자기 다 사라져서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데. 딱 봐도 고성그룹이 힘쓴 거지 뭐.”“그럼 이 영상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거네? 그럼 일단 다운...”차안의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지자 고주영은 눈치껏 창가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입을 삐죽거렸다.‘참나, 다음 번은 없다더니.’한편, 통화를 마친 고정남은 바로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장 알아내. 감히 누가 우리 고성그룹에 반기를 드는 건지.”LK 그룹 사무실.음식이 배달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육시준은 사무실로 돌아왔다.인기척에 소파에 앉아 무료하게 휴대폰을 바라보던 강유리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오래 기다렸어?”생각보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강유리도 환하게 웃어보였다.“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 30분이면 끝난다더니 이게 뭐야.”‘이크.’괜히 불똥이 튈까 싶어 자연스레 사무실로 들어오려던 임강준은 바로 돌아섰다.“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