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연화가 올린 글을 자세히 살펴보던 기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네요. 솔직히 아티스트들 사이에 표절이라는 건 꽤 민감한 문제잖아요. 이렇게까지 너그럽게 나오는 게 좀 수상하긴 하네요. 그럼, 이젠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글쎄요.”강유리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세마에 대한 악플이 한국에서 당장 나가라는 수준에 이르렀을 무렵.세마 스튜디오 역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창작은 자유라는 말, 저희 측도 동의합니다만. 다른 아티스트의 심혈이 담긴 아이디어를 훔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은 결코 이 일을 그냥 넘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번 사태 끝까지 파고들고 잘잘못을 따져 모두가 인정할만한 결론을 보여드릴 예정이니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세마 스튜디오의 당당한 입장이 발표되자 무분별한 악플 공격에 괜히 주눅이 들었던 팬들 역시 조금씩 응원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그래. 이번 기회에 세마에게 불의를 못 참는 다혈질 이미지를 입혀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10시.시간을 확인한 강유리가 중얼거렸다.“저녁은 내가 사기로 했는데 같이 먹을 수나 있으려나...”사무실을 나선 강유리가 임강준에게 문자를 보냈다.[대표님 퇴근하셨나요?]...몇 분이 흘러도 묵묵부답.“흠, 아직 퇴근 전이란 말이지?”결론을 얻은 강유리는 바로 LK그룹으로 향했다.겨울밤의 연기에 몽롱한 거리를 길가의 가로등이 비추었다.그런데 당당하게 건물로 들어서는 그녀를 인포 직원이 막아섰다.그 동안은 육시준이 직접 그녀를 에스코트한데다 신입 직원이라 아직 그녀의 얼굴을 모르는 모양이었다.“죄송합니다. 대표님과 만나시려면 미리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아, 대표님한테 직접 전화 좀 해주실래요?”하지만 직원은 여전히 사무적인 미소로 응했다.“지금 회의 중이시라서요. 그리고 매일 육시준 대표님을 무작정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꽤 됩니다. 그때마다 대표
‘저번에 사무실에서 마주쳤던 게 단순히 우연이 아니었던 거야?’그리고 그때, 고주영의 친절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유리 씨, 나랑 같이 올라갈래요?”정작 와이프인 그녀가 문전박대 당하는 이 상황이 상당히 불쾌했지만 강유리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아니에요. 남편이 내려올 거라.”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이라는 걸 눈치챈 건지 고주영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바로 그때, 인포 직원이 그녀를 다시 불러세웠다.“잠깐만요, 주영님.”“아, 괜찮아요. 내가 알아서 올라갈게요.”이에 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아, 그게 아니라... 주영님, 지금 올라가실 수 없습니다.”그녀의 말 한 마디에 고주영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깃들고 강유리의 입가에는 미소가 실렸다.‘뭐야.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고 있잖아?’“그게... 주영님께서 저희 회사 블랙리스트라는 게 방금 전에 확인이 돼서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사무실로 들이지 말라는 대표님의 분부가 있었습니다...”누가 들어도 기분 나쁠 만한 말이었으므로 고주영의 눈치를 살피던 직원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다.‘뭐? 블랙리스트?’고주영의 우아한 미소가 무너지고 강유리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역시, 우리 남편이라니까. 이따 보면 뽀뽀 백 번 해줘야지.’쌤통이라는 표정이 그대로 표정에 드러난 건지 고주영이 꽤 까칠한 목소리로 물었다.“유리 씨, 남편분은 언제 오시는 거죠?”“글쎄요. 그리고 얘기 들어보니까 지금 남편이 내려온다고 해도 주영 씨가 들어가는 건 힘들 것 같은데요.”“지금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저 육시준 대표님한테 할 말이 있어서 온 겁니다. 오늘 안 만나주신다면 내일, 모레 계속 다시 올 거예요. 그런데...”고주영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그런데 유리 씨도 이렇게 문전박대 당하실 줄은 몰랐네요.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게 사이 좋은 커플인 척하더니 결국 쇼윈도였나 봐요? 그러니까...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말을 마친 강유리는 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하려다 발걸음을 멈추고 인포 직원을 향해 물었다.“이분 따라 올라가도 되는 거죠?”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눈동자만 다급하게 돌리던 직원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물, 물론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아니에요. 메뉴얼대로 아주 잘해줬어요.”직원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준 강유리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잠시 후.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문기준을 훑어보았다.“요즘 뭔가 이상한데요?”순간 뜨끔하던 문기준이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 사모님이 불편해 하시는 것 같아 멀리서 지켜보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아니요.”강유리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까 저 따라온 거 아니었잖아요?”방금 전뿐만이 아니었다. 문기준이 그녀 주위를 지키지 않은 게 벌써 며칠째. 주위에 그녀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가려내지 못할 정도로 무딘 성격은 아닌지라 강유리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고주영 따라다니는 거예요?”강유리가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저번에 고성그룹에 대해 조사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쪽을 지켜보고 있는 건가요?”“...”평소에는 그렇게 털털한 사람이 이럴 땐 왜 이렇게 예리한 건지.육시준이 맡긴 임무의 내용은 절대 유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지만...‘죄송합니다, 대표님. 전 할만큼 했습니다.’“네. 고정남 대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문기준이 최대한 간략하게 말했다.“그래서. 성과는요?”“있지만 육시준 대표님께서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아...”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에 강유리는 말끝을 흐렸다.‘역시 성신영이 고성그룹에서 자리를 잡길 바라는 건가?’대화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강유리가 먼저 나간 뒤에야 문기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회의 중인 육시준 대신 그녀를 사무실로 안내한 임강준이 물었다.“혹시 식사하셨습니까?”“대표님은 드셨어요?”“아니요.”‘도대체 두 분이서 무슨 대
쾅 하고 차문을 닫은 그녀가 옆에 앉은 고정남에게 바로 불만을 쏟아냈다.“아빠! 왜 세마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LK그룹과의 관계를 제외하고서라도... 개인적으로 그 브랜드 좋아한단 말이에요.”“얘기가 잘 안 됐나봐?”눈을 슬쩍 감고 있던 고정남이 고개를 돌렸다.고성그룹이 세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 한다는 소식을 입수한 고주영은 펄쩍 뛰며 반대한 것도 모자라 자기가 직접 육시준과 담판을 짓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었다.자기가 나서면 LK그룹이 세마를 포기할 거라고 꽤 자신만만했었는데 일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시준 씨 회의 중이라 만나지도 못했어요.”고개를 홱 돌린 고주영이 아버지를 흘겨보았다.“아니, 성신영 하나 때문에 앞길 창창한 디자이너 앞길을 망친다는 게 말이 돼요?”하지만 이미 그녀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고정남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주영아. 솔직하게 말해. 너 솔직히 세마가 정말 표절을 했는지 안 했는지 관심없잖아. 그냥 LK가 그쪽과 콜라보를 하는 게 마음에 안 들 뿐이지.”“그런 거 아니거든요.”고주영이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네가 육시준 대표에게 마음 있는 거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쪽은 유부남이야. 불가능한 사이니 이제 마음 접어야지. 솔직히 네가 고집을 부리니 따라오긴 했다만 이렇게 될 거라는 거 아빠는 알고 있었어.”‘세마는 강유리가 키우고 있는 디자이너지. 육시준이 그런 세마를 포기할 리가 없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아니야. 이번 기회에 완벽하게 마음을 접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진지한 표정의 고정남이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신영이는 네 동생이야. 얼굴도 모르는 디자이너보다는 훨씬 더 소중한 존재란 말이지.”“전 그렇게 추잡한 여동생 둔 적 없거든요.”‘윽. 아빠가 또 한 마디 하시겠네.말을 뱉고나서 아차 싶은 고주영이 고정남의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호통이 내리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고정남은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정남
고정남의 말에 고주영은 더 혼란에 빠졌다.‘뭐지?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또 성신영을 끔찍하게 아끼시는 것 같기도 하고...’과거 그녀가 처음 데뷔했을 때 쏟아지는 악플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사람이 영상 하나에 플랫폼 전체를 통제할 정도로 큰 힘을 퍼붓다니.지잉.때마침 들리는 휴대폰 진동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트렸다.“여보세요?”“대표님. 그게... 영상이 또 다시 업로드되었습니다. 게다가 무슨 수를 썼는지 아무리 내려도 끊임없이 다시 업로드되고 있어요.”워낙 조용한 차안이라 통화내용을 똑똑히 들은 고주영이 부리나케 휴대폰을 꺼냈다.역시 다시 업로드 된 영상 밑에는 어느새 댓글이 가득 차있었다.“와, 대박이다, 진짜.”“성신영 목소리 맞지? 임천강이 정말 바람 피운 거야?”“성신영이 빼앗은 거였어?”“재벌 아버지 물어서 탄탄대로이겠거니 했는데 완전 날벼락이네.”“호적 잉크 마르기도 전에 바로 파이게 생겼네.”“에이, 설마. 고정남 대표가 그렇게 찾아다니던 딸인데 설마 이런 영상 하나로 딸을 버리기야 하겠어?”“그러니까. 이 영상 어젯밤에 올라왔다가 갑자기 다 사라져서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데. 딱 봐도 고성그룹이 힘쓴 거지 뭐.”“그럼 이 영상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거네? 그럼 일단 다운...”차안의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지자 고주영은 눈치껏 창가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입을 삐죽거렸다.‘참나, 다음 번은 없다더니.’한편, 통화를 마친 고정남은 바로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장 알아내. 감히 누가 우리 고성그룹에 반기를 드는 건지.”LK 그룹 사무실.음식이 배달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육시준은 사무실로 돌아왔다.인기척에 소파에 앉아 무료하게 휴대폰을 바라보던 강유리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오래 기다렸어?”생각보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강유리도 환하게 웃어보였다.“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 30분이면 끝난다더니 이게 뭐야.”‘이크.’괜히 불똥이 튈까 싶어 자연스레 사무실로 들어오려던 임강준은 바로 돌아섰다.“생각
육시준은 그녀의 발 연기를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사무실 기온은 그저 그래요.”강유리는 의자를 들고 육시준의 곁에 붙으면서 가엽게 손을 내밀었다.“그래도 추워요, 사무실 이렇게 큰데, 텅 비어있는데, 아니면 만져볼래요?”육시준은 이해가 안 되었다. ‘사무실이 큰 거랑 손이 차가운 거랑 무슨 관련이 있지?’하지만 그녀가 손을 내밀자 그는 냉큼 저도 모르게 손을 잡았다.손가락 끝이 닿는 순간 그의 미간은 자신도 모르게 찌푸려졌다. 손은 얼음물에 담그듯이 차디찼다.‘오버는 아니네......’“왜 이리 차갑지?”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부드럽게 문질러 주었다.강유리는 자신이 마치 뜨거운 모닥불 옆으로 가까이 한 듯한 그 따뜻함은 손으로부터 온몸에 달아올라 몸 안의 혈액을 다시 돌게 하였다.그는 따뜻한 온도가 탐이 나 몸을 기울여 아예 육시준의 품에 안겨버렸다.“당신이 놀아주지 않으니 제 맘이 서러워요.”육시준은 한숨을 몇 번을 넘게 쉬었는지 모른다.‘이 여자는 뭐든 바로 배우네!’애교의 절정을 완전히 장악한 것 같았다.단지 머리가 안 좋은지 육시준을 잘 안 믿는다.글쎄 오늘 전화에서 그녀는 육시준이 성신영을 도울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그 순간이 떠오르자 그는 무표정으로 일어나더니 말했다.“가서 온도 올리고 올게요.”강유리는 그를 못 가도록 잡으면서 말했다.“아니 필요 없어요!그냥 당신이......”순간 그는 멈춰 섰다.육시준이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그를 잡던 그녀의 손은 허공을 헛잡아 몸 전체가 육시준한테 덮쳐져 턱은 마침 그의 몸에 부딪혔다..부딪친 건 둘째 치고 아프지 않으니 괜찮지만,당황스럽게도 두 사람 현재의 자세가 너무 애매해져 분위기가 묘했다.한 사람은 서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앉은 상태로 그녀가 부딪친 곳은 마침 상대방의 민감한 부위였다.그녀는 분명히 느껴졌다. 육시준은 몸이 굳어지더니, 바로 본능적으로 더 다치기 전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떠밀었다.“저, 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
그 익숙하고 청아한 숨결이 스프레이처럼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강유리는 동공이 흔들리더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뜨거워졌다.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았다.이 과정 중 몰래 그 사람의 아랫배 이하의 방향을 힐끗 보다가 알아채지 못하게 얼른 시선을 비켜 모니터로 향했다.안 보면 그만이지만 그는 진지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육씨 그룹의 해외법인 쪽에 아마도 문제가 생겼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편히 쉬지 못하고 계속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역시 우리 남편 짠돌이 아니었어. 그 정도 일로 삐쳐서 집을 안 들어가는 사람은 아니지! 하지만 사진 사건 아니면 왜 그녀한테 이토록 냉담하게 굴었을까?’오후 전화를 끊은 다음부터 그녀에게 아무런 답신도 안 줬다.강유리도 종일 바빴는데 큰일은 아니지만 신경은 항상 곤두서 있었다. 이럴 땐 익숙하고 따뜻한 품에 기대며 그 사람의 차분한 심장 박동 소리와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곤히 잠이 들었다.얼마나 지났는지 육시준의 팔뚝이 살짝 움직인 듯 느껴져 슬슬 눈꺼풀을 열어 그를 향해 바라보았다.육시준은 지금 물컵을 들고 물을 마시고 있었다.그녀의 각도에서 그를 보면 마침 그의 꿀꺽 삼키면서 움직이는 목젖이 보인다.그는 한참 바라보다가 망설인 듯 눈을 깜빡거렸다.그녀의 뜨거운 시선을 느꼈는지 육시준도 갑자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저 때문에 깬 건가요? 좀 더 자요, 저 금방 끝나가요.”육시준은 자신도 모르게 평소의 목소리와 달리 부드럽게 속삭이는 상냥한 말투가 나왔다.강유리는 가볍게 말했다.“저도 마실래요.”육시준은 물컵을 놓던 손을 멈추고 다시 그녀에게 내밀었다.강유리는 두 손으로 물컵을 껴안으며 한 모금 마셨다.그러다가 눈썹을 찌푸리더니 그를 향해 투덜댔다.“왜 커피에요? 오밤중에 커피를 마시면, 어떻게 잠들려고?”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청량한 목소리로,“괜찮아요,안 졸리니까 당신이 다 쉬고 나면 우리 다른 일도 해야지”‘이 얘기를 꺼내면 졸
한참 동안 답이 없자 강유리는 어색한 마음을 정리하고 나서야 육시준이 이미 일에 빠져있음을 발견했다.기다랗게 눈썹을 그린 두 사람은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다.딴생각 중인 듯이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몇 분 후 그는 일을 끝내고 노트북을 닫아버렸다.“자세하게 말해봐요, 뭐가 미안한지?”강유리는 멍해서 물었다. “응?”그의 차분한 눈동자를 보며 강유리는 그제야 사색이 돌아왔다.이 남자 지금 조금 전 화제를 이어가는 것이었다.‘이 사람이 어떻게 수시로 근무 모드랑 생활 모드를 여유롭게 전환하지? 너무 잘하네......’“오후 있잖아요. 당신한테 전화하지 말았어야 했고 내 일에 끼어들지 말게 해야 했어요.””그는 머리를 숙여 울적한 목소리를 내며 조금 전 기세가 당당했던 모습이 오간 데 없고 아주 얌전하게 있는다.육시준은 물었다.“단지 그것 때문에?”그녀는 고개를 흔들더니 그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당신 믿었어야 했어요. 전에도 나보고 하고 싶은 일이면 하라고 했는데 전 겨우 성신영을 돕지 못하게 하려고 너한테 전화를 걸었잖아.”육시준은 사과가 맘에 든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그래요, 정확하게 반성을 하네, 양심은 아직 있군.”강유리는 고개를 기울여 그를 보면서 말했다.“그럼 화 풀었죠?”남자는 얇은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몇 초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저도 잘못한 구석이 있어요, 잔업 한다면 당신한테 말했어야 하는 잡생각 하는 모습 놔두는 게 아니라.”강유리는 조금 놀란 듯 불가사의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다.“당신 지금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육시준은 말했다. “나라고 사과하면 안 되나?”강유리는 대뜸 고개를 흔들다가 또다시 끄덕이면서 말했다.“당연히 되지, 그냥 안 한 짓 하길래......”분명히 그녀가 일으킨 사단인데 쉽게 용서를 구했고 게다가 남자의 진정어린 사과까지 받았다.예전 같았으면 임천강이랑 싸웠을 땐 부단히 선물 공세를 하고 돈을 줘야 화해가 이루어졌는데 말이다.‘퉤. 재수 없어. 그 새끼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