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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한참 동안 답이 없자 강유리는 어색한 마음을 정리하고 나서야 육시준이 이미 일에 빠져있음을 발견했다.

기다랗게 눈썹을 그린 두 사람은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다.

딴생각 중인 듯이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몇 분 후 그는 일을 끝내고 노트북을 닫아버렸다.

“자세하게 말해봐요, 뭐가 미안한지?”

강유리는 멍해서 물었다.

“응?”

그의 차분한 눈동자를 보며 강유리는 그제야 사색이 돌아왔다.

이 남자 지금 조금 전 화제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수시로 근무 모드랑 생활 모드를 여유롭게 전환하지? 너무 잘하네......’

“오후 있잖아요. 당신한테 전화하지 말았어야 했고 내 일에 끼어들지 말게 해야 했어요.””

그는 머리를 숙여 울적한 목소리를 내며 조금 전 기세가 당당했던 모습이 오간 데 없고 아주 얌전하게 있는다.

육시준은 물었다.

“단지 그것 때문에?”

그녀는 고개를 흔들더니 그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당신 믿었어야 했어요. 전에도 나보고 하고 싶은 일이면 하라고 했는데 전 겨우 성신영을 돕지 못하게 하려고 너한테 전화를 걸었잖아.”

육시준은 사과가 맘에 든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요, 정확하게 반성을 하네, 양심은 아직 있군.”

강유리는 고개를 기울여 그를 보면서 말했다.

“그럼 화 풀었죠?”

남자는 얇은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몇 초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도 잘못한 구석이 있어요, 잔업 한다면 당신한테 말했어야 하는 잡생각 하는 모습 놔두는 게 아니라.”

강유리는 조금 놀란 듯 불가사의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다.

“당신 지금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

육시준은 말했다.

“나라고 사과하면 안 되나?”

강유리는 대뜸 고개를 흔들다가 또다시 끄덕이면서 말했다.

“당연히 되지, 그냥 안 한 짓 하길래......”

분명히 그녀가 일으킨 사단인데 쉽게 용서를 구했고 게다가 남자의 진정어린 사과까지 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임천강이랑 싸웠을 땐 부단히 선물 공세를 하고 돈을 줘야 화해가 이루어졌는데 말이다.

‘퉤. 재수 없어. 그 새끼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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