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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이보라가 자리를 뜬 뒤 강유리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 멍을 때렸다. 그녀의 새 작품을 육시준 말고는 누구한테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측근한테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심지어 아직 초안이라 다듬지도 않은 거였는데 추연화가 생각한 방향과 유사해서 몹시 당황한 그녀였다.

‘나랑 이렇게까지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아니지. 아무도 모른다고 단정 지을 순 없는 일이야.’

강유리의 시선은 사무실 컴퓨터 화면에 닿았고,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냉정함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Alex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부터 내 사무실 CCTV랑 컴퓨터 사용기록 좀 체크해 줘.]

얼마 지나지 않아 Alex한테서 답장이 왔다.

[싫어. 소은이랑 있어야 해. 우리 부부가 얼마 만에 쉬는 건데! 네가 사람이야?]

강유리는 문자를 뚫고 나오는 그의 짜증 섞인 말투에 문득 그들이 오랫동안 쉬지 못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들이 앙심을 품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진작 이 사태를 대비했다. 강유리는 바로 소은한테 문자를 보냈다.

[널 도와줄 비서 구했어. 재능도 있고 스타일도 독특해. 조금만 가르치면 네 일 절반은 감당할 수 있을 거야.]

메시지를 보낸지 한참이 지나도 소은은 대답이 없었다. 대신 Alex한테서 답장이 왔다.

[언제까지 감시해야 되는데? 설마 나보고 계속 CCTV나 보고 있으라는 건 아니지?]

강유리는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디자인 대회가 끝날 때까지만 하면 돼.]

마침 금요일이어서 강유리는 늘 그래왔듯 퇴근 후 바로 외할아버지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막 들어서자, 누군가 뒤따라 들어왔다. 그 중년 남자는 오십대 정도 되어 보였고, 체구가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했으며 비록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젊었을 때 한 인기 했을 것만 같은 외모였다. 무슨 내용의 통화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는 핸드폰을 들고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는 소리쳤다.

“잘 지키고 있어. 말썽 일으키지 말고!”

전화가 끝나자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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