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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작가: 노혜아
이보라가 자리를 뜬 뒤 강유리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 멍을 때렸다. 그녀의 새 작품을 육시준 말고는 누구한테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측근한테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심지어 아직 초안이라 다듬지도 않은 거였는데 추연화가 생각한 방향과 유사해서 몹시 당황한 그녀였다.

‘나랑 이렇게까지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아니지. 아무도 모른다고 단정 지을 순 없는 일이야.’

강유리의 시선은 사무실 컴퓨터 화면에 닿았고,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냉정함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Alex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부터 내 사무실 CCTV랑 컴퓨터 사용기록 좀 체크해 줘.]

얼마 지나지 않아 Alex한테서 답장이 왔다.

[싫어. 소은이랑 있어야 해. 우리 부부가 얼마 만에 쉬는 건데! 네가 사람이야?]

강유리는 문자를 뚫고 나오는 그의 짜증 섞인 말투에 문득 그들이 오랫동안 쉬지 못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들이 앙심을 품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진작 이 사태를 대비했다. 강유리는 바로 소은한테 문자를 보냈다.

[널 도와줄 비서 구했어. 재능도 있고 스타일도 독특해. 조금만 가르치면 네 일 절반은 감당할 수 있을 거야.]

메시지를 보낸지 한참이 지나도 소은은 대답이 없었다. 대신 Alex한테서 답장이 왔다.

[언제까지 감시해야 되는데? 설마 나보고 계속 CCTV나 보고 있으라는 건 아니지?]

강유리는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디자인 대회가 끝날 때까지만 하면 돼.]

마침 금요일이어서 강유리는 늘 그래왔듯 퇴근 후 바로 외할아버지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막 들어서자, 누군가 뒤따라 들어왔다. 그 중년 남자는 오십대 정도 되어 보였고, 체구가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했으며 비록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젊었을 때 한 인기 했을 것만 같은 외모였다. 무슨 내용의 통화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는 핸드폰을 들고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는 소리쳤다.

“잘 지키고 있어. 말썽 일으키지 말고!”

전화가 끝나자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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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503화

    그러나 강유리는 모든 고부 관계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감탄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그녀와 육시준의 사이를 갈라놓기는커녕 더 응원해 줬고, 강유리를 친딸처럼 생각했으며 조금의 사심도 없었다.강유리는 감동을 금치 못하며 메시지를 보냈다.[잠시만요. 제가 금방 내려갈게요.][아니야. 시준이 아직 안 와서 어차피 기다려야 해. 밖에 추워. 내려오지 마.]강유리는 답장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1층 버튼을 눌렀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중년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바로 강유리의 눈을 피했다.그때, 시끄럽고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얼굴빛이 약간 변하더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재빨리 손을 들어 문을 열었다. VIP 병동 문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였다. 문 앞에는 성신영이 서 있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았고, 풀 메이크업에 한정판 명품백을 들고 예전보다 더 삐딱한 자세로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지키고 있었다.그녀는 팔짱을 끼고는 병문 앞에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가족인데, 당신들이 뭔데 감히 날 막아요?!”송이혁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담담하게 대답했다.“환자가 잠들어서 지금은 면회가 어렵습니다.”성신영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따졌다.“사람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거예요? 내가 환자 가족이라고요. 자든 말든 다 들어갈 수 있죠. 무슨 자격으로 날 막아요?”송이혁은 성신영의 행동에 전혀 당황하지 않은 듯 그녀를 한번 훑어보더니 말했다.“강 씨도 아니면서 무슨 가족이에요? 이젠 고 씨 아닌가요?”“내가 고 씨 집안사람인 걸 알면서도 이래요? 당장 꺼지지 못해요?”그때, 묵직한 목소리가 성신영의 말을 끊었다.“그 입 그만 다물지 못해?”고정남이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참에 둘의 대화를 듣고 화난 얼굴로 성신영을 향해 소리쳤다.“네가 고씨 집안 사람이면 이렇게 행동하고 다녀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성신영은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504화

    그녀의 목소리는 서러움에 젖어 있었고, 억울함도 살짝 묻어있었다. 하지만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앞이 흐릿해질지언정 고집스럽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고정남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의사 선생님께서 이미 할아버지가 잠드셨다잖니?”“내가 할아버지를 보러 온 건 효심을 다 하는 일인데 깨든 말든 상관없잖아요! 여기서 할아버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요! 아버지도 똑같아요. 내가 강씨 가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셔서 면회도 못 하게 하는 거죠?”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두 뺨에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줄줄 흘렀다.“그리고 아버지 저한테 편견이 있어요. 날 친딸로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요.”강유리는 복도 모퉁이에 서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성신영, 그새 연기가 더 늘었네? 정말 놀라워! 저 아저씨도 이제 곧 넘어가겠네.’고정남은 한동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성신영을 위로하려 했지만 결국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송이혁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이혁아, 내 체면을 봐서 들여보내주렴. 시끄럽게 굴지 않을 테니……”“……”송이혁은 고정남의 태도가 변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부녀를 바라보고 있다가 강유리 쪽을 가리키더니 말했다.“가족이 왔네요. 가족한테 물어보세요. 저는 그저 부탁을 받은 입장이라서요.”고정남과 성신영은 그의 말에 동시에 고개를 강유리 쪽으로 돌렸고, 강유리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와서는 입을 열었다.“이렇게 시끄럽게 굴었는데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잖아. 할아버지가 널 안 보고 싶어 하신단 생각은 안 들어?”성신영은 강유리를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언니, 할아버지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자자한데 날 들여보내지 않는 건 좀 웃기지 않아?”“고 씨 집안 아가씨께서 생각이 참 짧네? 강씨 집안 사람이 아니란 걸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어따 대고 입에 감히 할아버지 성함을 올려?”“뭐라고?”성신영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일그러졌지만,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505화

    “엄마, 어디까지 오셨어요?”“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중이야. 네 할아버지 처음 뵙는 자리라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이고 싶었는데... 네 남편이 워낙 미적거려야 말이지.”“어머님, 저... 괴롭힘 당했어요.”고개를 숙인 강유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잠깐의 침묵끝에 송미연이 한결 무거워진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 누가 감히 널!”고개를 돌린 강유리는 잔뜩 당황한 고정남을 힐끗 바라보았다.“고성 그룹 사람들이요.”“이런 썩을 것들... 기다려! 시엄마가 바로 갈 테니까!”이 모습을 지켜보던 송이혁이 헛웃음을 지었다.‘뭐야? 지금 바로 시어머니한테 이르는 거야?’한편, 고정남은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지, 지금 엄마한테 이른 거야? 아니, 애초에 너한테 엄마가 있기나 해?”강유리의 집안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해본 적은 없었지만 성신영 덕분에 그쪽 집안 사정은 대충 알고 있는 그였다.‘쟤 엄마는 죽었다고 들었는데... 설마... 새엄마를 부른 거야?’“이 세상에 엄마 없는 사람도 있나요? 대표님께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셨나 보죠?”강유리가 매섭게 쏘아붙이자 말문이 막힌 고정남은 어색하게 헛기침만 뱉어냈다.다른 건 몰라도 독설 본능만은 놀랍게도 그와 비슷한 여자이기에 불쾌함이 가득 찬 그녀의 얼굴이 왠지 다르게 보였다.한편, 역시 강유리의 통화를 들은 성신영 역시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아까 설마... 시어머니한테 전화를 한 건가? 고부 사이가 저렇게 좋을 수도 있었나?’성신영은 자연스레 육경원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눈빛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타박만 하는 시어머니가 짜증 났지만 고부 갈등은 모든 여자들이 겪어야 할 시련이라 믿으며 재산을 물려받을 그날만을 기다려왔는데...‘어떻게 시어머니한테 그렇게 애교를 부릴 수가 있어? 그럴 리가 없어...’“언니, 우리 비록 피로 엮인 사이는 아니지만 난 항상 언니를 친언니라고 생각해 왔어. 그런데 어른한테 그렇게 버릇없이 말하는 건 도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506화

    고정남은 육시준과 육시준의 부모님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망연함이 가득했다.“며느리요?”“고씨 집안이 사생아 하나를 데리고 왔다는 말은 들었어. 온 가족이 기뻐했다며? 그 애를 물든, 빨든 난 전혀 관심이 없어. 하지만 우리 송씨 네 땅을 짓밟고, 육씨 집안을 괴롭히는 건 절대 안 돼. 고정남, 너 정말 뻔뻔하다?” 송미연이 차갑게 말했다.그 말에 고정남은 인상을 찌푸렸다. ‘사생아’라는 말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사모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제 막내딸은 사생아가 아닙니다!”송미연은 차가운 냉소를 뿜어냈다. “그래? 모르는 사람이 없어! 쌍둥이가 지금 겨우 몇 살인데…”“미연아.”육지원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송미연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육시준은 지금 자신의 부모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강유리를 쳐다보았고, 강유리도 그런 그의 눈빛을 느끼게 되었다.육지원은 고씨 집안의 일을 잘 알고 있다. 근데 왜 그럼에도 저번에 육시준이 물었을 때 모른다고 말한 건지 싶었다. 지금은 그는 또 지난 일을 들먹이는 송미연의 행동을 제지하고 있었다.대체 육씨 집안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이게 다 무슨 일이야?” 아직 이성을 지키고 있던 육지원이 송이혁에게 물었다.그의 말에 송이혁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고모부.”송이혁은 그에게 간단하게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사건의 전말은 대충 이러했다. 성신영이 강씨 어르신을 찾아뵈러 병원에 갔었는데, 병원에서 어르신의 병세가 불안정한 상태라며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방문을 거절했다. 그리고 성씨 집안사람들도 그중에 포함되어 있었고.고정남은 슬프게 울고 있는 딸의 모습에 바로 강유리를 협박했다. ‘기어코 만나겠다면 뭐 어쩔 건데’라는 말을 하면서…“너 정말 뻔뻔하구나? 고작 이런 일로 여자를 괴롭혀?” 송미연은 이 상황이 진심으로 어이없었다.송이혁의 자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507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육씨 집안 사람들이 여기 있다고 그새 마음이 변해버린 거야?육지원은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제일 진중하고 온화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 고씨 집안에 들어간 지 시간이 얼만데! 어른이 말할 때는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 해. 그것도 모르는 거야? 가르쳐준 사람 없어? 이렇게 기본적인 예절 문제를 아직도 못 배웠단 말이야?” 마치 조롱하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녀의 궁금증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한 말이었다.성신영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예전에 그녀가 성씨 집안으로 찾아가 아버지와 함께 강유리의 혼사문제를 상의할 때도 이렇게 혼이 났었던 것 같았다.어른들 말하는데 아랫것들이 끼는 게 아니라면서 말이다.하지만 강유리도 아랫것들이지 않은가? 송미연도 방금 송이혁에게 사건의 자초지종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바로 강유리의 편을 들어줬는데!데자뷔였다.옛날에 강씨 어르신이 건강했을 때도 이와 똑같았다. 강씨 어르신은 진실이 뭔지 신경도 쓰지 않았고, 항상 강유리의 편을 들어줬다. 강씨 어르신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강유리를 편애하는 바람에 성홍주가 성신영에게 더 마음을 주게 된 것이었다.강씨 어르신이 몸져누우면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육씨 집안이 나서고 있었다.강유리 이 계집애는 왜 이리 팔자가 좋은 거야!성신영은 질투심과 미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독사처럼 음침하고 무서웠다.“배운 게 없으면 좀 집에 가만히 박혀나 있어. 쪽팔린건 둘째 치고, 주위 사람들 기분까지 잡치게 만들잖아.”말을 이어 나가던 육지원은 이내 시선을 고정남에게로 돌려버렸다. “성신영이 집에 돌아온 기념으로 고씨 집안에서 파티를 연다고 들었어. 우리 집안은 좀 바빠서, 굳이 참석하지는 않을게.”“…”그는 아연실색하며 육지원을 쳐다보았다. 그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고씨 가문은 서울에서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508화

    육시준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송미연이 먼저 선수를 쳤다. "둘이 뭘 그렇게 궁시렁대고 있어?"송미연의 말에 강유리는 순식간에 몸을 꼿꼿이 세웠다. "아니에요. 어머님, 아버님 마음에 감사해하던 중이었어요!""그러니?" 송미연은 조금 멍해졌다.“당연하죠. 아님 저희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어른들 말에 아랫것들이 끼어들면 안 되죠." 육시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그 말이 육지원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그 말은 성신영을 꾸짖기 위해 찾은 핑계일 뿐이였지,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송미연은 그를 한번 째려보고는 다시 강유리를 쳐다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버님 말은 너무 맘에 두지 말렴. 그냥 네 편 들어주려고 한 말 일거야. 우리 집안, 그렇게 팍팍한 집안 아니야."그 말에 강유리는 웃음을 지으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육지원을 쳐다보았다. "진짜예요. 오늘 두 분께 너무 감사했어요."송미연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가족끼리 무슨 그런 말을 하고 그래! 네가 우릴 찾아준 게 오히려 더 고마운 걸! 됐다. 어서 외할아버지 뵈러 들어가 봐."신파를 좋아하지 않았던 송미연은 쿨 하게 이 얘기를 넘겨버렸다.문을 열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강씨 어르신은 이미 깨어있었다. 그는 침대맡에 앉아 패드를 손에 든 채로 여유롭게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강씨 어르신이 고개를 들었다."왔어?" 강씨 어르신의 미소는 무척이나 온화하고 자애로웠다. 예전처럼 말이다.강유리가 찾아올 때마다 그는 깨어 있는 상태로 침대맡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곤 했다.그러니까, 방금도 깨어있었단 말이지?바깥에서 들리는 소란을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지?"네. 오늘 일이 좀 있어서, 좀 늦어졌어요." 강유리는 빠르게 반응을 하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강씨 어르신에게 육지원과 송미연을 소개시켜 주기까지 했다."부모님이 항상 찾아뵙고 싶어 하셨어요. 유리가 어르신 몸 걱정을 하는 바람에 이렇게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509화

    짧디짧은 몇 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강유리는 놀라운 작품들을 여러 개 출품했고, 여러 친구들의 도움과 관리하에 불순한 자의 진면목을 알아내기도 했다.강씨 어르신은 그런 강유리가 자랑스럽기도, 안쓰럽기도 했다…“그리고, 남들이 어떻게 보든 저희는 진심으로 며느리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육씨 집안 사람들도 진심으로 유리를 받아들이고 있고요. 그러니 모두 기꺼이 그녀의 바람막이가 되어줄 겁니다.”송미연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부드러웠고, 그 속에는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힘이 숨겨져 있었다.그 말을 듣자, 강유리는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순간, 따뜻하고 거친 큰 손이 그녀의 손을 감쌌다. 남자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강유리는 고개를 돌렸고, 한 쌍의 깊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 안에는 무언의 인정이 담겨있었다.송미연의 말은 곧 육시준의 속마음이기도 했다.그렇기에 그는 기꺼이 강유리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것이다. 그녀의 편을 들어주며, 그녀가 영원히 아름답고 당당하게 살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강씨 어르신은 두 사람의 행동을 전부 다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알아요, 전 믿어요.”방금 그는 모든 걸 확인했다.뻔뻔한 고정남의 말에 그는 바로 침대에서 내려왔고 당장 밖으로 달려가 저 미친 새끼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까지 차올랐었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강유리는 흔들림 없이 상대방의 방식으로 복수를 시전했다.힘 좀 있다고 사람 괴롭히는 거?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게다가 예상 밖으로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그녀에게 아주 잘 협조해 주었다…“유리가 태어날 때, 민영이가 사주를 보러 갔었어요. 유리가 복을 안고 태어났다고 하더라고요. 집안으로 복이 들어온대요. 재산이든 사랑이든 부족하지 않게 살아가게 된다고 했어요.”“얘네 엄마가 그런 것도 믿었어요?” 송미연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믿기만 한 게 아니에요. 거의 통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어요!”“…”강민영 얘기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510화

    송미연은 어르신과 함께 저녁을 먹었고, 또 잠시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강유리는 조용히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차가운 그녀의 얼굴에는 고분고분함이 가득했다.어른들 앞에서 아이가 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복도.육시준은 문기준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문기준이 낮은 목소리로 요 며칠 조사한 내용을 읊조리고 있었다.강민영의 경력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그녀는 유강 그룹의 아가씨면서도 출신은 미천하지만 성격은 무척이나 건실한 남자와 함께 가업을 이어 나갔다.결혼 후 두 사람 사이에는 바로 아이가 생겼고, 외국으로 6개월간 몸조리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출산 후 몸이 너무 허약해진 탓에 그녀는 외국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더 보내게 되었다.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평범한 사실들이었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이 모녀에 관련된 정보들은 무척이나 적었고, 출산한 병원도 사립 병원이라 기록이 이미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병원이 리모델링하면서 예전의 진료기록을 다 잃어버렸다던데…“그렇다고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그 사립 병원이 캐번디시 가문의 소유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문기준이 한마디로 결론을 내렸다.그 말에 육시준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또 캐번디시야?”“네! 한 가지 사실이 더 있긴 한데... 아직 의심 중이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문기준이 생각도 안 하고 바로 대답했다. “말해봐.”“강민영에게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사모님의 이모분이라고 하는데, 비혼주의자시랍니다. 쭉 해외에 살고 있어서 자료가 강민영보다 더 적습니다. 캐번디시네 가문이랑 인연이 깊은 게 아닐까 의심되는 상황입니다.”“…”강유리의 신변에는 아주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고, 이 모든 건 캐번디시네 가문이랑 연관을 지을 수 있었다.처음 그들이 외국에서 마주치게 되고, 그녀의 조사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다 캐번디시네 사람이 중간에 개입해서 그런 것이었다. 귀국한 후 그가 처음으로 콜라보한 작품의 원작자도 캐번디시 가문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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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9화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8화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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