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남은 육시준과 육시준의 부모님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망연함이 가득했다.“며느리요?”“고씨 집안이 사생아 하나를 데리고 왔다는 말은 들었어. 온 가족이 기뻐했다며? 그 애를 물든, 빨든 난 전혀 관심이 없어. 하지만 우리 송씨 네 땅을 짓밟고, 육씨 집안을 괴롭히는 건 절대 안 돼. 고정남, 너 정말 뻔뻔하다?” 송미연이 차갑게 말했다.그 말에 고정남은 인상을 찌푸렸다. ‘사생아’라는 말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사모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제 막내딸은 사생아가 아닙니다!”송미연은 차가운 냉소를 뿜어냈다. “그래? 모르는 사람이 없어! 쌍둥이가 지금 겨우 몇 살인데…”“미연아.”육지원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송미연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육시준은 지금 자신의 부모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강유리를 쳐다보았고, 강유리도 그런 그의 눈빛을 느끼게 되었다.육지원은 고씨 집안의 일을 잘 알고 있다. 근데 왜 그럼에도 저번에 육시준이 물었을 때 모른다고 말한 건지 싶었다. 지금은 그는 또 지난 일을 들먹이는 송미연의 행동을 제지하고 있었다.대체 육씨 집안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이게 다 무슨 일이야?” 아직 이성을 지키고 있던 육지원이 송이혁에게 물었다.그의 말에 송이혁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고모부.”송이혁은 그에게 간단하게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사건의 전말은 대충 이러했다. 성신영이 강씨 어르신을 찾아뵈러 병원에 갔었는데, 병원에서 어르신의 병세가 불안정한 상태라며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방문을 거절했다. 그리고 성씨 집안사람들도 그중에 포함되어 있었고.고정남은 슬프게 울고 있는 딸의 모습에 바로 강유리를 협박했다. ‘기어코 만나겠다면 뭐 어쩔 건데’라는 말을 하면서…“너 정말 뻔뻔하구나? 고작 이런 일로 여자를 괴롭혀?” 송미연은 이 상황이 진심으로 어이없었다.송이혁의 자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육씨 집안 사람들이 여기 있다고 그새 마음이 변해버린 거야?육지원은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제일 진중하고 온화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 고씨 집안에 들어간 지 시간이 얼만데! 어른이 말할 때는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 해. 그것도 모르는 거야? 가르쳐준 사람 없어? 이렇게 기본적인 예절 문제를 아직도 못 배웠단 말이야?” 마치 조롱하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녀의 궁금증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한 말이었다.성신영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예전에 그녀가 성씨 집안으로 찾아가 아버지와 함께 강유리의 혼사문제를 상의할 때도 이렇게 혼이 났었던 것 같았다.어른들 말하는데 아랫것들이 끼는 게 아니라면서 말이다.하지만 강유리도 아랫것들이지 않은가? 송미연도 방금 송이혁에게 사건의 자초지종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바로 강유리의 편을 들어줬는데!데자뷔였다.옛날에 강씨 어르신이 건강했을 때도 이와 똑같았다. 강씨 어르신은 진실이 뭔지 신경도 쓰지 않았고, 항상 강유리의 편을 들어줬다. 강씨 어르신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강유리를 편애하는 바람에 성홍주가 성신영에게 더 마음을 주게 된 것이었다.강씨 어르신이 몸져누우면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육씨 집안이 나서고 있었다.강유리 이 계집애는 왜 이리 팔자가 좋은 거야!성신영은 질투심과 미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독사처럼 음침하고 무서웠다.“배운 게 없으면 좀 집에 가만히 박혀나 있어. 쪽팔린건 둘째 치고, 주위 사람들 기분까지 잡치게 만들잖아.”말을 이어 나가던 육지원은 이내 시선을 고정남에게로 돌려버렸다. “성신영이 집에 돌아온 기념으로 고씨 집안에서 파티를 연다고 들었어. 우리 집안은 좀 바빠서, 굳이 참석하지는 않을게.”“…”그는 아연실색하며 육지원을 쳐다보았다. 그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고씨 가문은 서울에서
육시준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송미연이 먼저 선수를 쳤다. "둘이 뭘 그렇게 궁시렁대고 있어?"송미연의 말에 강유리는 순식간에 몸을 꼿꼿이 세웠다. "아니에요. 어머님, 아버님 마음에 감사해하던 중이었어요!""그러니?" 송미연은 조금 멍해졌다.“당연하죠. 아님 저희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어른들 말에 아랫것들이 끼어들면 안 되죠." 육시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그 말이 육지원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그 말은 성신영을 꾸짖기 위해 찾은 핑계일 뿐이였지,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송미연은 그를 한번 째려보고는 다시 강유리를 쳐다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버님 말은 너무 맘에 두지 말렴. 그냥 네 편 들어주려고 한 말 일거야. 우리 집안, 그렇게 팍팍한 집안 아니야."그 말에 강유리는 웃음을 지으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육지원을 쳐다보았다. "진짜예요. 오늘 두 분께 너무 감사했어요."송미연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가족끼리 무슨 그런 말을 하고 그래! 네가 우릴 찾아준 게 오히려 더 고마운 걸! 됐다. 어서 외할아버지 뵈러 들어가 봐."신파를 좋아하지 않았던 송미연은 쿨 하게 이 얘기를 넘겨버렸다.문을 열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강씨 어르신은 이미 깨어있었다. 그는 침대맡에 앉아 패드를 손에 든 채로 여유롭게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강씨 어르신이 고개를 들었다."왔어?" 강씨 어르신의 미소는 무척이나 온화하고 자애로웠다. 예전처럼 말이다.강유리가 찾아올 때마다 그는 깨어 있는 상태로 침대맡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곤 했다.그러니까, 방금도 깨어있었단 말이지?바깥에서 들리는 소란을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지?"네. 오늘 일이 좀 있어서, 좀 늦어졌어요." 강유리는 빠르게 반응을 하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강씨 어르신에게 육지원과 송미연을 소개시켜 주기까지 했다."부모님이 항상 찾아뵙고 싶어 하셨어요. 유리가 어르신 몸 걱정을 하는 바람에 이렇게
짧디짧은 몇 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강유리는 놀라운 작품들을 여러 개 출품했고, 여러 친구들의 도움과 관리하에 불순한 자의 진면목을 알아내기도 했다.강씨 어르신은 그런 강유리가 자랑스럽기도, 안쓰럽기도 했다…“그리고, 남들이 어떻게 보든 저희는 진심으로 며느리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육씨 집안 사람들도 진심으로 유리를 받아들이고 있고요. 그러니 모두 기꺼이 그녀의 바람막이가 되어줄 겁니다.”송미연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부드러웠고, 그 속에는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힘이 숨겨져 있었다.그 말을 듣자, 강유리는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순간, 따뜻하고 거친 큰 손이 그녀의 손을 감쌌다. 남자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강유리는 고개를 돌렸고, 한 쌍의 깊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 안에는 무언의 인정이 담겨있었다.송미연의 말은 곧 육시준의 속마음이기도 했다.그렇기에 그는 기꺼이 강유리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것이다. 그녀의 편을 들어주며, 그녀가 영원히 아름답고 당당하게 살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강씨 어르신은 두 사람의 행동을 전부 다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알아요, 전 믿어요.”방금 그는 모든 걸 확인했다.뻔뻔한 고정남의 말에 그는 바로 침대에서 내려왔고 당장 밖으로 달려가 저 미친 새끼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까지 차올랐었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강유리는 흔들림 없이 상대방의 방식으로 복수를 시전했다.힘 좀 있다고 사람 괴롭히는 거?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게다가 예상 밖으로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그녀에게 아주 잘 협조해 주었다…“유리가 태어날 때, 민영이가 사주를 보러 갔었어요. 유리가 복을 안고 태어났다고 하더라고요. 집안으로 복이 들어온대요. 재산이든 사랑이든 부족하지 않게 살아가게 된다고 했어요.”“얘네 엄마가 그런 것도 믿었어요?” 송미연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믿기만 한 게 아니에요. 거의 통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어요!”“…”강민영 얘기
송미연은 어르신과 함께 저녁을 먹었고, 또 잠시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강유리는 조용히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차가운 그녀의 얼굴에는 고분고분함이 가득했다.어른들 앞에서 아이가 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복도.육시준은 문기준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문기준이 낮은 목소리로 요 며칠 조사한 내용을 읊조리고 있었다.강민영의 경력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그녀는 유강 그룹의 아가씨면서도 출신은 미천하지만 성격은 무척이나 건실한 남자와 함께 가업을 이어 나갔다.결혼 후 두 사람 사이에는 바로 아이가 생겼고, 외국으로 6개월간 몸조리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출산 후 몸이 너무 허약해진 탓에 그녀는 외국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더 보내게 되었다.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평범한 사실들이었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이 모녀에 관련된 정보들은 무척이나 적었고, 출산한 병원도 사립 병원이라 기록이 이미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병원이 리모델링하면서 예전의 진료기록을 다 잃어버렸다던데…“그렇다고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그 사립 병원이 캐번디시 가문의 소유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문기준이 한마디로 결론을 내렸다.그 말에 육시준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또 캐번디시야?”“네! 한 가지 사실이 더 있긴 한데... 아직 의심 중이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문기준이 생각도 안 하고 바로 대답했다. “말해봐.”“강민영에게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사모님의 이모분이라고 하는데, 비혼주의자시랍니다. 쭉 해외에 살고 있어서 자료가 강민영보다 더 적습니다. 캐번디시네 가문이랑 인연이 깊은 게 아닐까 의심되는 상황입니다.”“…”강유리의 신변에는 아주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고, 이 모든 건 캐번디시네 가문이랑 연관을 지을 수 있었다.처음 그들이 외국에서 마주치게 되고, 그녀의 조사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다 캐번디시네 사람이 중간에 개입해서 그런 것이었다. 귀국한 후 그가 처음으로 콜라보한 작품의 원작자도 캐번디시 가문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뭐요?”육시준이 캐묻자 육지원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냥. 어디까지나 내 짐작일 뿐이야. 고정남도 자기 친딸이 ‘사생아’라 불리는 건 원치 않겠지.”‘그러니까 성신영에게 대충 그 정도 명분만 주고 두고 보려는 거겠지.’이에 육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엄마가 사생아라는 단어를 꺼내니 고정남이 발끈하긴 했었지...’“그래서 사생아가 맞긴 한 겁니까?”“사생아라고 하기엔 또 애매한 구석이 있어.”“왜요?”“다들 고정남이 가문의 반대를 못 이겨서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하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과 조금 달라.”목소리를 가다듬은 육지원이 말을 이어갔다.“고정남은 정말 가문과 인연을 끊고서라도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고태규 회장이 어디 보통 사람이야? 결국 지금의 부인, 그러니까 차한숙과 잠자리를 하게 만들었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한숙은 임신을 했고 쌍둥이를 낳게 됐어. 그런데 아이들이 돌이 다 되어 가는데 호적에도 못 올리고 있으니 차한숙 쪽 부모가 결국 나서게 된 거야. 그제야 여자는 그제야 고정남에게 차한숙이라는 아내는 물론, 쌍둥이 자식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워낙 자존심이 센 여자니 바로 고정남과 헤어지고 서울을 떠났어. 그래서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거야.”아침드라마 못지않은 스토리 전개에 육시준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갔다.“결국 고정남이 그 여자를 배신한 거군요.”‘와이프가 아이까지 낳았는데도 이기적으로 두 집 살림을 해온 그 우유부단함이 이 모든 사단을 만든 거겠지...’“뭐, 그런 거나 마찬가지지.”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그 여자도 임신 중이었는데 떠날 땐 아이를 지울 거라고 했었다네. 뭐, 시간이 한참 뒤에야 아이를 낳았다는 걸 알게 됐지만.”이에 육시준이 헛웃음을 터트렸다.“고태규 회장이 숨긴 거겠죠. 다들... 찌질하네요.”‘아니면 영감들은 다 그렇게 비겁한 술수를 쓰는 걸 좋아하는 건가?’“어쨌든 고씨 집안 핏줄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유리가 육시준에게 물었다.“아까 병원에서 고정남의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고 했잖아. 왜 그렇게 말했는데?”강유리의 질문에 운전석에 앉은 육시준은 여전히 전방을 주시한 채 대답했다.“자상한 아버지인 척, 몇 년 동안 딸을 찾는 척했던 게 전부 가짜였다는 뜻이잖아.”“...”고정남이 회사 업무까지 포기한 채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옛사랑과 딸을 찾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며 다들 그를 재벌집 아들답지 않은 순정남이라고 감탄했었지만...오늘 성신영을 향한 따귀는 성신영 본인에게는 물론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꽤 충격이었을 것이다.겨우 만난 핏줄, 그것도 그렇게나 사랑했던 여자가 낳은 딸.그들을 정말 사랑했다면 그렇게 매정하게 손을 대진 못했을 텐데...“어쩌면 성신영의 신분을 의심하는 건 아닐까?”하지만 육시준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고성그룹에서 곧 성신영의 신분을 대외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래.”“...”‘그래, 내가 그쪽 사람들을 너무 과대평가했네.’육시준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차안은 적막에 잠겼다.차창에 고개를 기댄 강유리는 창밖을 빠르게 스쳐 지나는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지나치게 조용한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육시준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그의 추측이 맞는다면 강민영은 자기 딸이 이 추잡하고 더러운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길 바라고 모든 걸 숨기려 했던 것이다. 전 세대의 악연에서 벗어나 그저 강민영의 딸로서, 유강그룹의 금지옥엽 첫째 딸로서 살아가길 바랐던 것이겠지.‘그게 장모님의 뜻이라면... 따를 수밖에.’“오늘 부모님께서 결혼식에 대해 말씀하셨잖아.”다시 고개를 돌린 육시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멍하니 앉아있던 강유리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응, 그러셨지.”‘하, 뭐지?’육시준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강유리는 여전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러니까 내 말은... 할아버지도 깨셨겠다 결혼식 언제 올리면 좋겠냐고.”최대
“오늘 마지막 촬영이었잖아요...”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강유리가 아니었다.“그러니까. 마지막 촬영까지 끝냈으면 다른 스케줄은 없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안 왔어요?”“마지막 촬영까지 끝냈으니까 당연히 쫑파티를 열어야죠!”“스태프들이 준비한 쫑파티 거절했다면서요.”“...”강유리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잘못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든 육경서가 고개를 돌렸다.‘큼, 주아랑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그러지...’다행히 강유리는 더 캐묻지 않고 우아한 몸짓으로 포크를 내려놓았다.“두 사람이 연애를 하든 말든 난 상관없어요. 뭐, 공개연애를 하겠다고 해도 찬성이고요. 하지만... 두 사람 연애 소식을 다른 기자들 입에서 듣는 건 용납못해요.”“연, 연애라니요!”육경서가 다급하게 두 손을 내저었다.육경서와, 주아 두 사람 사이에 스캔들은 나름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팬들이 알아서 그저 촬영팀의 작품 홍보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인 게 분명하다며 해명 아닌 해명을 해준 덕분에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걸 최측근인 강유리가 모를 리가 없었다.‘하, 요것 봐라? 발뺌을 하시겠다?”“아, 두 사람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 사실 전 이번 작품만 끝내면 도련님 좀 쉬시길 바랐거든요. 주아도 마침 작품 끝냈겠다. 두 사람이 같이 보낼...”“휴가, 좋죠! 감사, 아니. 사랑합니다, 형수님!”강유리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문 육경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우리 사이에 사랑처럼 위험한 감정은 감당하기 힘들고요.”“헤헤, 아무튼 고맙습니다!”애초에 집을 방문한 목적도 달성했겠다, 행여나 강유리가 또 말을 바꾸기라도 할까 봐 걱정된 육경서는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별장을 나서 거리를 한참 달리던 육경서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그러고 보니까 완전 형수님 페이스에 말려버렸네. 두 사람 왜 싸운 건지 물으려고 했던 건데... 뭐, 어쨌든 형수님이 그렇게까지 여유로우시다는 건 형